어제 밤 늦게 날아든 문자메세지.
[경동30기 3-5 윤영철 부친상 고대안암병원]

윤.영.철.

얼굴본지가 30년이 조금 더 된거 같았다.
아주 친했다기 보다 그냥 은근한 정을 느끼던 친구.

대학 2학년 이후 서로 군입대가 엇갈리고, 그후 외국에 나갔다는 얘기를 들었고,
작년에는 관동대 교수로 있다는 소식을 듣고 몇번 연락을 취해봤는데, 연결이 안됐었다.

가끔은 생각이 나고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친구였기에 11시가 넘어 빈소를 찾았다.
이 친구가 어떻게 변했을까...  서로 알아나 볼까...

아직 준비가 덜 됐는지, 빈소에 상주도 안 보인다.
맞은 편 문상객 접객실을 둘러보니 몇 안되는 사람만 보이는데, 그중에도 언뜻 아는 얼굴이 보이질 않는다.
우물쭈물 하는 내게 여자 분이 다가온다.
'저... 윤영철교수를...' 하고 말을 건네니, '아... 네..' 하며, 누군가에게 다가가 말을 전하자,
한 사람이 일어나 내게 다가온다. 

'저 친군가...'

가운데 머리가 없는 사람이 무표정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기억을 더듬는 눈빛으로 내게 다가오는데,
가까와 올 수록 눈동자에 조금씩 기억이 솟는 모습이다.  나 역시 다가오는 그 친구에게서 옛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  이상범이야..  기억하겠어??'

갑자기 환한 웃음이 번지며, '그래~~~ 상범이... 야~~ 정말 오랜만이다...'

문상을 드리는 것도 잊은 채, 두손을 마주잡고 한참을 그렇게 서로 얼굴만 바라보며 서 있었다.

'아버님께 인사를 드려야지...' 

연락이 늦어서인지 조문객이 없는 덕(?)에 두시간여를 그 친구와 오랜만에 지난 얘기를 나누었다.
상을 치룬 후, 연락을 하겠다며 다시 한번 만나자는 얘기와 함께 빈소를 나섰다.


마음 속에 자리잡았던 사람은 많은 시간의 공백도 지울 수 있는 모양이다.
집에 돌아오는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도 전혀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뿌듯한 마음 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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