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접고 시간적 여유가 많아지니 주말에만 골프를 쳐야 할 장애가 없어졌다.
주중 골프라운딩은 모든게 편했다.
우선 부킹이 용이하고, 교통이 편하고, 또 비용도 저렴하다.
그런데, 이런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없는건 아니다.
동반자 - 같이 라운딩할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골프는 가장 개인적인 운동이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혼자선 할 수 없는, 아주 특이한 성격의 운동이다.

내가 시간이 많으면 뭐하나... 동반할 사람이 없는데.
그래서 2005년 9월, 어떤 골프동호회에 가입을 했다.
한 3개월 나름대로 열심히 참여를 했는데, 여기서도 조그마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어느 집단이건 남녀가 한데 어울리는 모임에선 언젠가는 말들이 많아지는 법이다.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만나는 횟수가 잦다보면 거리감도 없어지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말이나 행동이 편해진다.
또 여러사람들이 만나다보면 아무래도 그중에서도 서로 코드가 맞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남자끼리 혹은 여자끼리도 그럴경우 말이 생기기 마련인데, 
하물며 남녀간에는 아무리 당사자들이 순수성을 주장한다 해도 말이 많아지게 되어있다.

내가 몸 담았던 동호회에서도 그런 징후가 생기면서 알게모르게 편가르기가 시작되고...
그런 일이 생기면서,  맘 편하게 골프나 치자고 했던 것인데,
내가 왜 잘 알지도 못했던 사람들의 나와 상관없는 일에 신경을 써야하는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던 몇 명이 그 동호회를 탈퇴하고,
2005년 12월 23일에 새로운 동호회를 만든 것이 지금의 시그너스동호회다.

어느 조직이건 잘 나갈 땐 문제가 없다가도, 잡음이 생기는 요인이 두가지 있다.
돈과 여자.

때문에 동호회를 만들며 나는 두가지 원칙을 분명히 했다.

하나는, 우리 동호회는 남성동호회로 한다는 것.
여성은 부부회원인 경우에만 인정한다.
그렇게하면 여자의 경우에도 어느 분의 부인이라는 인식이 확실해져, 불필요한 오해나 결례도 없어지고,
서로간에 존중하며 친숙해질 수가 있다.

둘째는, 우리 동호회에는 일체의 회비가 없다.
입회비니 연회비, 혹은 그 흔한 경조금도 안 걷는다.
골프를 칠 때 자기 비용 자기가 부담하고, 공통경비는 인원수에 따라 나누고,
경조사가 발생할 경우 각자의 친밀도에 따라 개인의 판단에 맡긴다. 

그리고 우리는 골프동호회이면서도 골프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골프를 모임의 매개로 하면서 더 깊은 사교의 장을 열어왔다.
수시로 만나 먹거리번개도 하고, 가족단위 주말여행도 하고, 또 가족단위 지방 등반도 하고,
부부동반하여 노래방도 가고...

가끔 골프동호회는 골프가 목적이 되야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제기됐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문화를 가꿔나갔다.
그래서인지 우리 동호회원들의 결속력은 대단하다.

그런 결과로 우리는 에이스골프회원권거래소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우수골프 동호회 선정에서
2003년 최우수동호회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에이스골프 사이트에는 800 여개의 동호회가 활동 중인데, 2002년 12월에 생긴 신생 동호회가
1년만에 최우수동호회가 된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때는 정말 우리가 기록을 세워보자고 모든 회원들이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노력을 했다.

2004년에 우리는 2년 연속 최우수동호회 도전이라는 우리 나름의 목표를 세워놓고 도전을 했고,
목표했던 결실을 얻었다.

직업도 다양하고, 연령층도 1936년생부터 1979년까지 다양하다.
사이버세계에서 만난,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없던 사람들이 짧은 시간에 마음을 뭉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스스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2005년은 동호회가 좀 주춤했던 한해였다.
아무리 많이 대중화가 됐다 하더라도, 골프가 아직은 고비용 운동인데,
경기침체로 인해 회원들의 활동도 위축이 되고, 회원들의 목표의식도 약해졌다.
또, 모든 조직이 그러하듯 인원이 많아지면서 결속력도 다소 느슨해진게 사실이다. 
40~50명의 단단한 조직이 한때 150명에 육박하면서 생각과 말들이 많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실질적으로 동호회를 운영해 나가는 나의 게으름이 가장 큰 영향을 준거 같아 회원들에게 미안하다.
샤브미를 시작하면서 동호회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한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금년도에는 그리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뜻하지않게 또다시 2005년 최우수동호회로 선정이 됐단다.

죄짓곤 못 산다더니, 재작년과 작년에는 무척 기쁨이 컸는데, 금년에는 기쁨보다 왠지 쑥쓰러운 마음이다.
정당한 노력이 수반됐다면 마음도 당당할텐대, 마치 불로소득을 취한거 같다.  

지난 동호회 송년모임 때 회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먹고산다더니... 우리가 썩어도 준치인 모양이다. 
이번 최우수동호회 3연패는 우리에게 이만한 저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걸로 의미를 부여하고,
내년에는 당당하게 신화창조를 해 나가자.'


일흔이 되신 한스형님부터 아직 서른이 채 안된 노완동까지,
그리고,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과 서로 형님, 아우 하면서 지낸 3년의 시간이 내겐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사십대 후반에 들어와 새롭게 친교를 맺은 사람들이만,
그 어느 때 만났던 사람들 못지않게 우린 깊은 정을 쌓아나가고 있다.

이런 좋은 분들을 만나 이런 우의를 맺을 수 있다는게 스스로도 신기하다.
그동안 우리 모임을 잘 지켜준 동호회 모든 회원들께 다시 한번 짙은 고마움을 느낀다. 


시그너스동호회원 여러분~~~
고마워요~~~~~~~~~~~~~   ^&^~~~~~



 
동호회 창립기념 및 송년모임에서 우리 동호회 제일 큰형님이신 한스형님의 덕담 한 말씀

 
최우수동호회 3연패를 자축하는 케익커팅

 
최우수동호회 선정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해주신 에이스골프의 이경화 인터넷팀장
 
 
1936년생과 1967년생의 30년을 뛰어넘는 대화.  그래도 즐겁고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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