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요맘 때 쯤,
모처럼 TV에서 재미난 프로그램을 하나 발견하곤 주말마다 꼭 챙겨보던 기억이 난다.

채널13 EBS 에서 토요일과 일요일 밤 11시에 방영하던
다큐멘타리 성격의 주말 드라마 [명동백작] 이다.

해방과 6.25 전란 후 명동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시인과 소설가 等 문인, 연극인을 포함한 예술가,
그리고 그 시대 명동 주먹들까지의 이야기를 간간이 섞어서
이봉구, 박인환, 김수영을 중심으로 엮어나가는데,
드라마의 기본 포맷을 바탕으로 정보석의 나레이션과
중간중간 실존인물의 증언을 곁들인 잔잔한 구성과 진행이 무척 흥미로왔다.

오랜만에 포장되지 않고,  과장되지 않은,
그리고 불필요한 군더더기가 없는 깔끔한 드라마를 보는 맛이
마치 담백하고 시원한 콩나물국을 밥상에 올려놓고 있는 느낌이었고,

6.25 로 인한 거제도 포로수용소 생활을 겪으며 삶의 극단적인 변화를 보인 김수영,
술 속에 천재성과 오만함을 함께 묻어버린 김관식 등등...
술과 예술에 자신들의 인생을 내던진 그 시대의 지식인들.

요즘의 가치기준으로 보면 성공은 커녕 어찌보면 변변한 집한채 없는 실패한 인생이었겠지만,
다들 나름대로의 낭만과 자부심과 순수함으로 그 험난하고 힘들었던 전환기의 시대를 버티어낸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끼곤 했다.   

골초 오상순, 전혜린과 같은 책 속의 인물들을,  비록 배우를 통한 대역이지만,
만나볼 수 있는 것도 기쁨이었다.

참 관심있게 보던 프로였는데, 무엇 때문이었는지 마무리부분을 보지 못했던 것이  무척 아쉬웠는데,
지난 주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보니 눈에 익었던 드라마가 보여지고 있었다.
EBS 에서 월요일과 화요일에 EBS  문화사시리즈 1편으로 [명동백작] 을 다시 방영하는 것이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그런걸보면 그 프로에 대해 나와같이 관심이 있던 사람들이 제법 있었던 모양이다.
아님, 나도 프로를 보는 안목이 좀 괜찮아진건가...

좋은 프로는 몇 번을 보여줘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