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네이키드트리 직원 한명이 지각을 했다.
평소에도 잔 지각이 많더니, 10시가 출근시간임에도 불구하고 12시가 넘어 출근을 한 것이다.
그것도 사전 아무 연락도 없었을 뿐 아니라,휴대폰도 꺼놓은 채로.
강하게 질타를 하는데도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해고를 시켰다.
해고한 직원이 돌아가자 다른 한명이 불멘 소리로 한마디 한다.
'본인이 반성하고 왔을텐데, 그렇게 잔인하게 그만두라 그럴 수가 있느냐... 그대신 내가 대신하면 되는거 아니냐...' 는게
불만의 요지다.
대신해서 될 일이라면, 처음부터 두명을 뽑지 않았을거라는 생각을 이 친구는 못하는 모양이다.
그리고는, 일손이 딸려 주문한 식사가 신속히 서빙이 안돼 불만을 토로하는 손님을 보며,
'저 손님 앞으로 여기 안오겠네...' 하며, 태연히 웃고 만다.
다음 날, 이 친구도 40분을 늦게 나왔다.
어제 지각한 사람 내보내는걸 보고도 바로 그 다음 날 또 늦는다는건 정신에 문제가 있는거 아니냐 는 질타에,
손님 들어오기 전에만 일을 해놓으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 이 친구의 답변이다.
그러면서, 몸이 아픈데도, 그래도 나왔는데, 무슨 섭섭한 소리냐고 거꾸로 생색을 내듯 한다.
자기가 무보수 자원봉사 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가 자선단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시키고 역시 해고를 했다.
전반적으로 직원들의 근무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샤브미 점장이 취한 행동이다.
조직문화라는게 참 중요하다는 것을, 조직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다 안다.
똑같은 건물에 있음에도, 샤브미는 다르다.
샤브미는 처음부터 점장이 조직의 틀을 확실하게 잡아나갔다.
지각을 하면 동료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하는 샤브미에 비해, 네이키드는 지각을 하는 동료들을 당연시 한다.
샤브미에는 새로운 사람이 조직 속에 동화되어 가는 반면, 네이키드는 새로 온 사람이 같이 물들어간다.
곰곰 생각을 해보니, 네이키드의 이런 분위기에서 한두명 교체를 해봤자, 결국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제 영업을 마친 후 일단 네이키드트리는 문을 닫기로 했다.
마침 추석연휴도 이어지고 해서 잠정적 휴업을 하기로 한것이다.
그리고 이제 몇가지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
타인에게 양도를 하는 방안, 제삼자에게 운영을 맡기는 Out sourcing 방안, 그리고, 멤버를 다시 셋업해서 시작하는 방안.
모두가 쉽지는 않다. 연휴를 보내며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해봐야겠다.
하필이면 어제 밤에 왜 그리 늦게까지 손님이 안가는지...
오늘 네이키드를 찾고 영문도 모른 채 발길을 돌리게 될 사람들에게 무척 미안한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내 책임이 가장 크다.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점장에게 모든 것을 맡겨놓은 채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한 잘못이 스스로를 아쉽게 한다.
아울러, 샤브미와 비교를 하며, 점장의 역할이 크다는것도 새삼 느낀다.
지난 일이지만, 네이키드를 샤브미 점장에게 맡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물론 건강이 안좋아 어려운 일이었지만, 본인도 내심 아쉬운 모양이다.
마지막 영업을 끝낸 후, 남아있던 직원들에게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며 그들에게 한편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원인이야 어찌됐건, 그들이 새로운 일터를 얻기 전까지는 직장을 잃은게 아닌가.
마음 한편이 착찹하다.
작은 호프집 하나 문 닫으면서도 이런 생각이 드는데,
기업을 하던 사람들이 문을 닫을 때의 심정은 어떨지 조금은 헤아릴 수 있을거 같다.
나도 여러가지 생각할게 많다.
시원섭섭... 참, 우리 말에는 절묘한 표현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