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오랜만에 맛있는 영화를 봤다.
[웰컴투 동막골]과 [박수칠때 떠나라]를 놓고 어느 것을 볼까... 생각하다
처음부터 보고싶었던 [웰컴투...]로 표를 끊었는데,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아주 잘 한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웰컴투 동막골]은 감동이 느껴지는 영화다.
그러면서 이 영화에는 어색하지 않을 만큼의 알맞은 코믹과, 적당한 액션이 있다.
대다수의 많은 감동을 주는 영화가 잔잔한 물결같이 시종 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거나,
애닯은 서정적인 요소로 눈가의 눈물을 유도하며 감동을 주려 한다면,
이 영화에는 도랑물과 같은 웃음과 하천과 같은 잔잔함과 폭포수와 같은 힘이 혼재되어
감동이 느껴지게 한다.
등장인물도 참 재밌게 구성되어 있다.

다소 지루함을 느낄 정도로 끈질기게 마음을 열지 않는 신하균.
감독은 간간히 그가 마음을 닫고 지내는 이유와 그의 본성 속에 내재되어 있는 인간미를 보여줄 뿐,
시종일관 그에게 닫힌 침묵을 요구하다 영화 끝에 가서야 그의 마음을 풀어준다.

[카리스마]라는 단어는 무게를 잡아야 제 멋이 난다.
정재영은 어깨의 힘을 뺀 정감있는 카리스마를 잘 보여주고 있다.
북한군 장교인 그는 국군인 신하균보다 더 열린 마음으로 양극단의 두 적대적집단을
중립지역인 동막골로 용해시켰다.

예쁘게 미친 강혜정.
우리가 생각하는 [미친]의 개념은 공포스러운 광기가 있거나, 정신을 잃은 실성이다.
동막골에서의 강혜정은 마을의 마스코트이며 천사다.
마을사람 아무도 그녀를 기피하거나 거부하지 않는다.
강혜정은 해맑은 표정과 순박한 강원도 사투리로 영화의 갈등국면을 잘 풀어주고 있다.

그외, 임하룡의 능청스러우리 만큼 진지한 연기도 그가 단순한 과거의 개그맨이 아님을 보여 주었고,
뺀질이 국군병사와 당찬 북한병사의 연기도 좋았지만,
이 영화 최고의 주연은 동막골 주민이라고 생각한다.
어쩜 그렇게 단순하면서도 순수한 면을 표정에 잘 담아내는지...
어른들의 표정과 눈이 그렇게 살겹고 맑을 수가 없다.
또 한가지 내가 새롭게 안 사실은 강원도 사투리가 내가 알고 있던 것 이상으로
그 뿌리가 탄탄하고 상당히 정감있다는 것이다.
동막골의 배경이 전라도나 경상도, 혹은 충청도 였다면 아마 이 영화를 본 모든 사람들이 받았던
그런 동막골의 평화로운 감흥을 못 느꼈을지도 모른다.
굳이 옥의 티를 잡자면, 멧돼지가 등장하는 C/G장면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점.
또 몇번 고비마다 등장하는 역시 그래픽으로 작업한 나비떼는 환상의 마을같은 동막골을 지키는
수호신이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불만은 없다.
수려하면서도 깨끗하게 펼쳐지는 주변 자연경관,
평화스러운 이미지로 잘 만들어진 동막골 세트,
밤길을 밝히는 초에 씌우는 해학적인 모습의 갓,
마을사람들의 평온한 표정과, 투박한 듯 하면서 정감있는 사투리...
이런 요소들을 잘 담아낸 아름다우면서도 깔끔한 영상.
동막골은 한국영화가 만들어 낸 네버랜드(Neverland)다.
오히려 네버랜드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나라인데 비해,
동막골은 우리나라 깊은 산속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마을이다.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율치리의 폐광촌을 100일간 10억을 들여 만들었다는 촬영장소는
또 하나의 관광명소가 될 것이다.
주인공 이름을 끝까지 모르면서 보는 영화 [웰컴투 동막골].
모든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그리고 몇 번을 봐도 물리지 않을 영화.
이런 영화가 우리가 만들어 낸 우리 영화이기에 더 기쁘다.
스테디셀러에는 다 이유가 있다.
모든 칭찬이 아깝지 않은 정말 맛깔스러운 영화.
아직 안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정말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