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 같이 일한 후배가 수원 영통지구에 살다가
광주 도척면의 전원주택 단지로 집을 지어 이사를 했다.
워낙 가까운 후배라 집을 지을 때 부터 집사람과 같이 우리 별장을 짓는다고 좋아했었는데,
집을 다 지어 이사를 했다고 연락이 와서 부푼 꿈을 안고 찾아갔다.

곤지암에서 용인쪽으로 지방도를 타고 들어가니,  우리 집에서 정확히 1시간이 걸린다.
도로변에서 작은 오솔길을 타고 제법 올라가니 태화산 자락에 집이 세채 있고,
아직 집을 짓지않은 터가 세개쯤 있다.




1층을 들어올려 오픈된 창고로 쓰고 2, 3층 복층으로 설계를 했는데,
3층거실에서 내다보니 주변의 산과 거의 높이를 같이 한다.
탁 트인 시야가 거의 산장 카페 수준이다.
남의 집에 온게 아니라 마치 휴양지에 온거 같은 안락함이 든다.





신문도 배달이 안되고, 겨울엔 가스통과 기름을 미리 비축을 해놓아야 된단다.

그 친구 사무실이 시청앞인데,  매일같이 출퇴근을 한다는게 장난이 아닐거다.
아침 5시반에 나가면 사무실에 6시20분에 도착.  좀 늦으면 예측이 안되고...

아이가 중2인데, 한 학년에 50명씩 전교생이 150명.
아이가 공부를 제법해서 이사할 생각을 했단다.

이사한다는 얘길 들으면서 부터 여러가지 생각을 했었다.
서울 한복판으로 출근을 하면서 광주 전원주택단지로 이사할 생각을 한 것 부터,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오히려 서울 강남으로 갈 생각들을 하는데
오히려 그 산골(?)로 들어갈 생각을 한 것 까지...

부부간의 살아가는 방식이나 가치가 틀리면 어려운 일이다.
생각이 일치가 안되면 적어도 한사람이 이해를 하거나, 혹은 희생을 해야 된다.
또 자녀에 대한 믿음이 없어도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자녀도 부모의 생각을 이해 못하면 안되는 일이고...
요즘 왠만한 아이들이 시골갈 생각을 안하기 때문이다.

정말, 주변에 가까운 수퍼 하나 없는 동네. (집이 세 채니 사실 동네라고 할 수도 없지만..)
신문도 안들어 오는 곳.
공중파 방송도 제대로 안들어오고,
외식을 하려면 승용차로 적어도 15분은 나가야하는 곳.
물론 서울에서도 외식하러 15분이상은 나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거와는 개념이 다르다.
서울에서 15분 이상 나가는 것은 맘에 드는 곳을 찾아가는 개념이고,
이곳에서는 15분 이상을 나가야 겨우 (맘에 들던 안들던) 식당이 있는거니까.

그대신,
텃밭과, 자연과 맑은 공기와 별이 있는 곳.

후배 부인에게  ' 여기 주인은 우리고, 두분은 우리 별장 관리인이라 ' 고
우스개 소리로 그랬더니,  맞다고 막 웃으며
3층의 방 1개는 늘 비어있으니 언제든지 와서 쉬고 가라는 후배 부인의 말이 참 정겹게 느껴진다.

나도 그런 집을 하나 소유하고 싶은 욕심과 희망은 있는데,  상주하며 살 자신이 아직은 없다.
그런 곳은 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상주해서 살다보면 사실 불편한게 왜 없겠는가.
그런 눈에 보이지않는 불편함을 항상 즐거움으로 극복하며 생활하기가 아직까지는 싶지 않을거 같다.
그만큼 내가 도시문명에 물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후배의 용기가 무척이나 부럽고
그 가족의 자유로운 삶의 가치에 경의를 표한다.


스스로는 그럴 용기가 없으면서도, 그래도 곳곳에 이런 생활을 하는 절친한 사람들이 있으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후후후...   이 어쩔 수 없는 이기주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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