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웰컴 투 김일성 왕국'
진성호·인터넷뉴스부장
입력 : 2005.08.24 18:42 01'


▲ 진성호·인터넷뉴스부장
영화를 봤다. ‘웰컴 투 동막골’.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나왔고, 진한 감동도 있었다. 영화가 끝난 후 초등학생인 딸이 말했다. “미국, 참 나쁜 나라네.” 아내가 말했다. “반미 영화.”

신문 영화평이 좋았던 이 작품 배경은 한국전쟁. 남·북한 군인과 미군이 동막골이란 마을에서 우연히 만나 우정(?)을 나눈다. 북한군은 패잔병이고, 미군은 사고로 비행기가 추락해 동막골로 흘러들어온 것으로 그려진다. 남한 병사 1명은, 그러나 사정이 좀 다르다. 양민을 학살하려는 상부 방침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탈영 것으로 암시된다. 이들에게 공동의 적은 미군이다. 라스트 신, 쏟아지는 미군 B29의 폭격은 양민을 겨냥한 것으로 묘사된다.

물론 영화 제작자가 ‘반미, 친북’의 상황을 설정할 수 있다. 그건 예술의 자유 영역이다. 그러나 민족 비극을 낳은 전쟁범죄자는 따로 있는데, 이런 식의 묘사를 한 것은 ‘예술가의 양심’에 반하는 것은 아닐까? 정권이나 관객에 영합한 또 하나의 상업주의로 볼 수도 있다. ‘웰컴 투 동막골’은 관객 450만명을 돌파하며 롱런할 기세다. (후략)



진성호기자의 기사는 꽤 길게 계속되지만,  그 다음 내용은 생략한다.
진성호기자 기사의 다른 내용에 대해 논쟁하고 싶지 않고 논쟁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웰컴투 동막골] 이라는 영화에 대한 그의 의견에 대해서만 이견을 제기하고자 한다.

기자는 먼저 기자의 딸과 아내의 평으로 기사를 풀어 나갔다.
일반인의 대중적인 느낌이나 관람평 보다는 자기 가족의 느낌으로 대변한 것이다.  

진성호기자의 기사 내용 중,  네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먼저,  남한 병사 1명은, 그러나 사정이 좀 다르다. 양민을 학살하려는 상부 방침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탈영
이라는 부분.

기자의 논조대로라면,  기자가 절대적으로 適으로 보는 북한과  맞서 싸우는 국군도 인도적인
측면에서 보면 비윤리적일 수 밖에 없다.
전쟁 상황에서 군 수뇌부가 내리는 명령은 전투를 수행하는 군의 작전개념에 의해 하달된다.
더구나 영화 속에서 내려진 명령은 [다리를 폭파하라] 는 것이지, 양민을 학살하라는 내용은 아니다.
물론 피난민이 다리를 건너는 상황에서 다리 폭파는 양민의 대량 사망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양민학살] 과 [다리폭파] 는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두번째, 
이들에게 공동의 적은 미군이다 라는 부분도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이들에게 공동의 적은 미국이 아니다.
이들이 목적하는 바는 미군 공격이 아니라,  미군의 오폭으로 부터 동막골 주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미군의 폭격을 동막골이 아닌 다른 곳으로 유도하기 위해 1차적으로 적진지로
위장을 하여 폭격을 유도하고,  위장이 실패했을 경우,  적으로 오인토록 하기위하여 공격을 한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공동의 적은 미군이다] 가 아니라, [이들에게 공동의 목적은 동막골 주민의 보호]
가 올바른 표현이다.


세번째,  쏟아지는 미군 B29의 폭격은 양민을 겨냥한 것으로 묘사된다
는 부분.

영화에서 미군은 동막골 폭격에 대해 치열하게 찬반논쟁을 벌인다.
물론 영화속에서 폭격을 주장하는 사람은 미군이고, 반대를 하는 사람은 한국군인이다.
단지 그 설정만으로 미군이 양민을 겨냥한 것으로 묘사했다는 그 묘사가 올바른 묘사일까?
폭격을 주장하는 미군도 폭격대상지점을 양민이 살고 있는 곳으로 판단하진 않는다.
미군은 미군 정찰기가 추락한 것으로 미루어 그 지점에 북한군 대공진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양민이 있을지도 모르니 신중히 판단하자는 의견에, 중공군이 투입되기 전 신속한 북진을
위해서는 대공진지의 격멸이 우선이라는 판단하에 폭격을 감행하는 것이다.
즉,  영화 속 미군의 대화내용을 보더라도 미군의 폭격은 적 대공진지를 목표로 한 것이지,
양민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네번째,  관객에 영합한 또 하나의 상업주의로 볼 수도 있다
는 결론 부분.

바로 앞줄에 영화 제작자가 ‘반미, 친북’의 상황을 설정할 수 있다 고 말하면서, 
관객에 영합한
또 하나의 상업주의
로 볼 수 있다고 표현한 것은, 그렇다면,  (정권은 논외로 하고) 
관객이 [반미 친북] 이라는 말인가?
영화를 본 대다수의 많은 관객들이 감동을 느꼈다고 하면,  몇백만이 넘는 그 수많은 관중들이 모두
반미친북의 좌파인가?   또한 짧은 기간에 관객이 500만명을 돌파하는 이 현상을 우리 사회의 급진적
좌경화 현상으로 봐야한단 말인가?

장면 중에는 남북한 병사가 서로 상대방이 먼저 처들어왔다 고 주장할 때 북한군 상위(정재영)가
'우리가 먼저 처들어갔다' 며 북의 남침을 인정하는 대사도 나온다.  이것이 친북인가? 


진성호기자는 기사의 제목을  '웰컴 투 김일성 왕국'
으로 뽑았다.
기자가 기사 전체의 문맥에서 우리 사회의 일부 진보세력에 대해 경계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 역시 견해를 같이 하며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제목을 잘못 뽑았다.  동막골은 김일성이 지배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곳은 이념이나 선악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동막골은 한국영화가 만들어낸 Neverland 다.

오히려 네버랜드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나라인데 비해,
동막골은 우리나라 깊은 산속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마을이다. 

영화의 수준에 대한 평가나 감상에 대해서는 각기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한두명 가족의 감상에 우선하기 보다, 대다수 관객의 정서를 읽을 줄 알고,
또 그보다 앞서 영화자체에 대한 신중하고도 객관적인 인식이 아쉽다.

진성호기자가 일반인이 아닌, 대중의 생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언론인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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