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니기'에 해당되는 글 678건

  1. 2007.03.20 이 곳에 러브호텔을 차리면 어떻게 될까??? 7
  2. 2007.03.19 Palau National 과 스페인 민속촌 8
  3. 2007.03.17 가우디의 천재성이 빛나는 구엘공원 6
  4. 2007.03.16 눈치로 때려잡은 엉터리 발음법
  5. 2007.03.15 중세와 현대가 공존하는 고딕지구와 람블라거리의 밤 정취 9
  6. 2007.03.14 몬주익城 6
  7. 2007.03.12 볼거리도 많고, 약에 못 쓸 개똥도 많은 바르셀로나 시내 13
  8. 2007.03.11 120년이 넘도록 공사 중인 Barcelona의 성가족성당 25
  9. 2007.03.09 건물 속에 숨은 마요르광장 17
  10. 2007.03.06 두시간 반이면 충분한 세고비아 구경 17
  11. 2007.03.02 Segovia 수도교(水道橋)의 미스테리 15
  12. 2007.03.01 호모사피엔스는 가라... 원초적본능으로 나간다. 12
  13. 2007.02.25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 5
  14. 2007.02.25 투어버스를 타고 돌아본 마드리드의 명소 11
  15. 2007.02.24 슬슬 마드리드를 돌아보자 11
  16. 2007.02.22 자세히 살펴 본 [돈 키호테] 15
  17. 2007.02.22 정열의 나라 스페인에서 열정적으로 터진 우리말 11
  18. 2007.02.13 우리나라도 동상을 폼나게 만들순 없을까... 5
  19. 2007.02.09 떠오르는 휴양도시 Cascais, 그곳에서 본 라이브. 30
  20. 2007.02.08 유럽의 서쪽 끝 Cabo da Roca 12
  21. 2007.02.06 신뜨라의 빼나궁 6
  22. 2007.02.02 리스본 - 블랭지구 12
  23. 2007.02.02 리스본 - Gorgie 城 6
  24. 2007.02.01 별미도 못 느끼고 뒤통수만 맞았다. 9
  25. 2007.02.01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다가선 포르투갈 2
  26. 2007.01.29 20시간 - 내 생애 최장 시간의 기차여행. 그리고, 쿠셋 이야기 10
  27. 2007.01.27 스치 듯 지난 파리 18
  28. 2007.01.26 나만 아는 건 모르는 것과 같다. 17
  29. 2007.01.23 천정없는 미술관 Brugge 26
  30. 2007.01.21 Exodus from ... ... 9
Zona University 근처에 Palau가 또 하나 있다.  Palau는 Palace의 스페인어. 



그러니 이것도 왕궁이긴 한데, 누가 사용하던 어떤 곳인지 모르겠다.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는게, 얘들은 영어 설명이 전혀 없다.  그러니 초이도 알 길이 없다.

대충 눈치로 때려잡으니 아마 여왕 혹은 왕비와 관련이 있는 곳인 것 같다.  아님.. 공주...???

때려잡은 근거는 이렇다.
정원도 여성스럽고, 곳곳의 조각들도 모두 여성이다.
게다가 입구 중앙엔 여왕이 아이를 안고있는 동상이 있다. 

건물에 Museu 라고 씌여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은 박물관인듯. 
참, Museu도 Madrid 에서는 Museo 라고 쓰던데...  얘들은 어떻게 일관성이 없냐...???


Palau의 잘 정돈된 잔디,
여기서도 젊은 남녀가 뒤엉켜있는데, 서로 올라타며 끌어안고 어쩔 줄을 모른다. 
한바퀴 돌고 내려오는데, 그때까지도 씩씩거리고 있다.
이것들이 서울을 떠난 후 수도승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염장을 지르나...
포르투갈 얼라들은 백사장에서 그러더니, 여기 애들은 왕실로 쓰이던 신성한 박물관 경내에서 이러네.

우리나라 같았으면 왕실 모독죄로 경비에게 쫒겨났을텐데, 여긴 아랑곳 없다.
쟤들은 할 데(?)가 없어서 저러나???

여기서 돌발퀴즈 하나.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에 러브호텔을 차리면,  대박날까??  쪽박 찰까???



람블라거리에서 고딕지구를 통과해 옆길로 가면 여긴 고급 쇼핑가이다.
백화점이 있길래 들어가서 고급 브랜드의 원산지를 살펴보았다. 
안그래도 무척 궁금한 것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원산지를 보면 유럽의 인건비가 싼 나라를 알 수 있을테니까.

Nike와 다른 의류 몇 개를 살펴보았다.  답은?? 
보스니아?    폴란드??    헝가리???   세르비아????

정답은 의외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국가 였다.
여기서도 이러니, 이제 국내에서 원산지 보고 찜찜해 할 이유가 없을거 같다.
하기사.., 몇년 전만 해도 선진국 애들이 원산지 'Made in Korea' 라고 하면 똑같은 기분이 아니었을까...  




람블라거리 중간 쯤의 골목에 있는 산호세시장.   내부는 깨끗하지만 분위기는 차분하다.
시간이 겨우 오후 5시 40분이 지나고 있음에도 완전 밤이다.  해가 많이 짧아졌다.



얘들은 상점의 진열대 높이가 가슴높이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도 파네...   정말 과일이 싱싱해 보였다.


걸어서 바르셀로나를 이틀을 헤집고 다니니, 바르셀로나 시가지가 눈 감고도 머리 속에 훤히 그려진다.
예전에 관광버스를 타고 다닐 때는, 내가 본 곳이 어디가 어딘지 방향감각이 없었는데, 
다닌 길을 시내지도에 직접 형광펜으로 표시하며 다니니, 어디가 어디에 붙었는지 이제야 확실히 알겠다.
명소에 대한 역사적인 공부만 좀 하면, Guide도 충분히 할 수 있을거 같은데...


요즘 하루종일 걸어다니면서 느끼는게, 신발 하나는 정말 잘 샀다는거.
처음 신발을 살 때는 무슨 20만원짜리 신발을 사나... 했는데,
며칠을 그렇게 걸어다녀도 숙소로 돌아와 신발을 벗으면 양말이 뽀송뽀송하다.
하루종일 걸었음에도 양말에 땀이 차지 않는다.   강력하게 비싼 신발을 권한, 여보~~ 고마워요~~~ 

집에 전화해보니 지연이 등록금이 100만원이 넘는다는데, 근데, 나 이렇게 돈 쓰고 다녀도 되나..???

(P.S : 2001년 당시 딸아이는 중3 이었음.)
:

Espanya광장에서 Palau National까지는 정말 웅장하다.
Espanya광장의 분수대 탑도 멋있고, Palau National로 들어서는 양쪽 돌기둥은 붉은 벽돌로 쌓아올렸는데 정말 대단하다.

Palau National 전경.

왕궁 앞에 서서 내려다보면 왕궁 입구의 커다란 돌기둥 뒤로 분수탑과 우측 뒤의 투우장이 있고
아래로 시가지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그리고 그 시가지 뒤로는 멀리 산이 보인다.

왕궁의 뒤에는 몬주익城과 바다가 있다.
가히 왕국으로서의 위엄이 느껴질 정도로 정말 자리를 잘 잡았다.



왕궁 탑의 모습들.




왕궁에서 바라 본 분수탑.   
삼각기둥 형태인데, 각 면에서 웅장함과 정교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멋져~~ 멋져~~~
우측의 원형경기장은 투우장이다.

투우경기장.   투우경기를 못 본 것이 많이 아쉽다.



몬주익城.


Palau National 옆에 있는 스페인 민속촌은 규모는 작지만, 중세 건축양식별 건축물이 모여있다.



이 건축물은 각각에 당시 생활상을 담아놓고  설명을 붙여놓았다.
예를들면, 건물 하나하나에 유리공장, 상점 등 생활을 이루는 경제단위를 꾸며놓은 것이다.

민속촌의 입장료는 975페세타인데, 우리 돈 7000원이면 좀 비싼 듯 하지만, 유리로 조형물 만드는 과정은 볼만하다.



민속촌의 기념품집에 전시된 刀劍과 권총.

갖고싶을 정도로 폼나는게 많은데,
옛 스페인 기사와 장군들이 사용했다는 칼도 들어보니 생각보다 무게가 꽤 나간다.
침대를 보면 체구가 작았던거 같은데, 체구에 비해 힘은 좋았나보다.

장군과 기사의 기본요건은 힘???
:

아침을 먹고 바로 찾아간 곳,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관광코스 구엘공원.

구엘이 전원도시를 동경하며 전원주택을 지으려했다는 설도 있고, 호텔을 지으려했다는 설도 있지만,
확실한건 가우디가 설계를 하고 건축을 했다는 것이다.

가우디 역량의 결정판이라고 봐도 무방한 구엘공원에는 곳곳에 가우디만의 독특한 개성과 뛰어난 창의성이 녹아있다. 
직선보다 곡선을 즐겼지만, 다양한 라인으로 절묘하게 어우러진 상상을 벗어나는 기묘한 형상들을,
자칫 유치하고 산만해보일 법한  원색의 색색가지 타일들이 화려한 조화를 이루며 뒷받침하고 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색들이, 상상할 수 없는 디자인과 만나고 있는 곳이 구엘공원이다.

구엘공원의 모습을 담는 것으로 모든 설명을 대신한다.



구엘공원 입구 옆 건물.

구엘공원은 일반공원과 달리 대로변에서 내려 약간 골목으로 들어가야 한다.



윗 사진 중앙 상단을 crop한 것.   가우디의 세밀함이 엿보인다.


숲 속에 감춰진 가우디 박물관.  



왠지 폼 난다.
이곳에서 초이 사진을 찍어주는데, 폼을 잡고 서있던 초이...
옆에서 중국인으로 보이는 동양인 두명이 서성거리자, 내게 묻는다.  ' 형..  일마들 안나오나??'
그러자, 중국인으로 생각됐던 두 사람이 슬며시 옆으로 비켜준다.

이런...  한국인이네...  

' 어~~ 죄송합니다..'  초이, 서둘러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민망하구만...
그러니 어디서든 말조심해야 한다.  ㅋㅋㅋ... ^^



이 사진 안 찍는 사람이 없다.



각각의 조형물에서 보여지는 것 처럼 가우디는 통으로 갖다 붙이는걸 무지 싫어했던거 같다.
조각을 내서 껴맞춰야 직성이 풀리는 듯...     모자이크 형식은 가우디 건축의 특징이다.



어느 누가 이런 삐딱한 사선형의 터널을 생각할 수 있을까...
오른쪽 사진은 이 터널의 외부 모습이다.  기둥 하나하나도 밋밋한게 없다.
가우디에게 [단순함]이란 금어(禁語)다.





구엘이 투자한 돈이 얼마인지는 몰라도, 또 지금은 이곳의 관리를 누가 맡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엔 입장수입으로만 본전을 충분히 뽑고도 남았을거 같다. 당연히 남았겠지...

근데, 가우디는 설계비로 얼마를 받았을까???
갑자기 그게 궁금해지네...
:
[ 2001. 11. 26.  Mon ]


언어에 대해선 전혀 모르지만, 며칠을 다니다보니 Barcelona의 언어 사용은 Madrid와는 좀 다르다.  
위치적으로 Barcelona는 프랑스와 인접해 있어서인지 불어권의 영향을 받은거 같다.

같은 단어도 두가지를 혼용하여 사용한다.
출구를 Madrid에서는 [Salida]라고만 쓰는데, 
(우리말로 읽으면 살리다??  그렇지.. 화재가 났을 때 출구는 살리는 곳이 맞네.. ㅋㅋㅋ...)
Barcelona에서는 [Salida]와 [Sortida]를 같이 쓴다.
프랑스어로 [sorti]라고 하는걸 보면 불어권 언어와 혼재되서 쓰는 모양인데,
재밌는건 같은 도시에서도 어느 역은 [Salida]로, 또 어떤 역은 [Sortida]라고 씌여있다.  웃기는 나라다.
포르투갈에서는 출구를 [Saida]라고 하는 것을 보면, 서로 점령하고 점령당하는 사이에 비슷해진 모양이다.

또 하나, 이 사람들이 발음하는걸 들으니 나름대로 법칙이 나타난다.

글자를 읽는걸 들어보니, [R]은 종성(받침 발음)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즉, [R]은 초성으로만 오고, [L]은 초성과 종성으로 같이 온다.
어떤 단어의 중간에 [R]이 있으면, 그 [R]의 발음은 앞자의 [ㄹ]받침으로 오는게 아니라,
[R]뒤의 모음에 따라 [라]나 [로]나 [레]로 읽히는데, [R]뒤에 모음이 없으면 그냥 [르]로 읽으면 되는거 같다.

그래서 [Barcelona]도 [바셀로나]로 발음하고, 공원이라는 뜻의 Parc는 [파르크]다. 
몇가지 더 예를 든다면, Tarragona는 [타르라고나], Elbar는 [엘바르], 만약에 Erbal 이라면 [에르발]이다.

제대로 배운 바가 없어 맞는건지는 모르겠고, 단지 며칠 듣다보니 나름대로 터득한건데,
이 곳 언어를 제대로 아시는 분들이 보면 한심하고 웃기는 얘긴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생각나는게 또 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자음 뒤에 [ii], 즉, [i]가 두개 겹쳐 써져있는 단어를 많이 봤는데, 그건 [아이]발음으로 많이 하더라.
[Zandiik]는 [쟌다이크]식으로...

ㅋㅋㅋ....    선무당이 사람 잡네...   뭐..  어디까지나,  그런거 같다는 얘기다. ^&^~~


오전에 구엘공원을 찾았는데, 구엘공원에 대한 얘기는 별도로 하고,
구엘공원에서 내려오는 길에 바르셀로나 의과대학 병원을 둘러보았는데, 와~~ 이게 장난이 아니네...



바로셀로나 의대 본관.





이게 무슨 의대 병원 같지가 않고, 궁전 같은게, 우리나라 같으면 의대 전체가 유적지다.
하긴.. 유럽은 어딜가나 그러니, 중세 유럽의 문화수준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간다.




분수대에서 한가로이 족욕을 즐기고 있는 비둘기.
:

고딕지구와 람블라거리는 참 매력있는 곳이다.



고딕지구는 도심답지않게 골목이 좁지만, 그 좁은 골목에서 중세와 현대가 절묘하게 공존하고 있다.
옛 건물과 현대식 건물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새 것을 짓더라도 절대로 옛 것을 허물지는 않는 모양이다. 
곳곳에서 옛 건물들을 renovate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고딕지구 골목은 무척 좁다.
우리 개념으로 보면 완전히 뒷골목 수준도 아닌데, 그 안에 유명한게 다 있다.



이렇게 작은 골목에 피카소박물관이 있다고 생각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피카소박물관만 있는게 아니다.  이 골목에는 섬유박물관 등 테마별 소형 박물관이 많다.

이렇게 가정집인지 상점인지, 혹은 사무실인지 구분이 안되는 것들이 이 좁고 긴 골목에 빼곡한데,
거지 할머니가 개를 한마리 데리고 안그래도 인파로 붐비는 비좁은 골목에 앉아 구걸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개의 골격이 장난이 아니다. 
가슴팍이 딱 벌어지고 얼굴도 아주 잘 생긴 녀석이 찌그러진 접시를 핥으며 할머니 곁을 지키고 앉아있다.
저렇게 멋진 녀석이 같이 구걸을 하고 있다니...  허우대가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며 바라보고 있는데,  얼래~~~ 
치와와 정도의 쬐끄만 녀석이 밍크코트를 입은 귀부인 뒤를 졸랑졸랑 따라가며 잘 생긴 녀석을 쳐다보는게 아닌가. 
그런데 그 쬐만한 녀석의 표정이나 눈길이 좀 뺀질거리는거 같다고나 할까...

두 녀석이 자라를 바꾸면 더 어울릴거 같은데, 그러니 개나 사람이나, 주인이나 부모를 잘 만나야 행세를 하는가 보다.


람블라 거리에서는 온갖 performance가 벌어진다.
마요르광장에 이르기 까지 낮에는 화가들이 거리에 늘어서 사람들의 초상화도 그리고, 여러가지 스케치도 하는데
특히 밤거리가 볼만하다.

밤이 되면 항구 방향에서부터 이어지는 스낵바, 꽃가게들이 화려한 불빛으로 장사진을 이루고,
거리에서는 플라멩고 댄스, 저글링 같은 개인묘기들이 줄기차게 이어진다.
볼거리, 먹을거리... 하여간 걷다보면 눈요기하느라 정신없이 즐겁다.  



람블라거리의 비틀즈 인형악단.

비틀즈음악을 틀어놓고 인형들이 연주를 하는 것 처럼  음악에 맞춰 각각 두개씩의 인형을 콘트롤하는데,
손놀림이 얼마나 놀라운지 정말 인형들이 연주를 하는 듯하게 실감하게 움직인다.

이런 갖가지의 performance들이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데, 이리저리 기웃거리다보면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푹 빠져보고 싶은 람블라의 밤 정취이다.
 
:
바르셀로나타 항구에서 홍합요리와 스파게티로 점심을 해결하고 몬주익城으로 향했다.  
모든 일정 자체를 도보로 정하다보니, 몬주익성으로 가는 도중에도 볼만한 것들이 저절로 눈에 들어오고,
그러다보니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고딕지구로 들어가는 중간에 있는 시우따데야공원.

공원의 규모가 작은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큰 공원도 아닌데, 조형물은 폼나게 만들어 놓았다.
저게 나름대로의 상징성이 있을텐데, 지금 한가로이 그런걸 따질 때가 아니다.
우리가 저 사진 속의 사람들처럼 시간에 그리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럽의 건축물이나 조형에 대해 하나하나의 의미를 찾다가는 아무 것도 못한다.

배낭여행은 질보다 양 - 이게 이번 여행 나의 우선순위다.
그나마 이 정도라도 메모하며 다니는게 대단한거 아닌가...

하여간 이 공원 안에는 저거 뿐만이 아니라 그럴듯 한 조형물이 몇개 더 있다.

공원을 한바퀴 둘러보고 고딕지구로 향하는데,  @>@...  저건 또 뭐냐???



이건 또 누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쌈박질 잘했다고 세워놓은 것인지...
하여간 참 쌈꾼들도 많았고, 그 쌈꾼들을 기리는 개선문도 많다. 
이거.. 규모로 보니, 어지간히 상대방 흠씬 두들겨 패고 온 모양이네...
누가 누구를 비오는 날 먼지날 정도로 패고 왔는지는 알 필요가 없으니 패스. 
설마 동양의 조선을 팬건 아닐테니까.  우리 역사시간에 에스파냐나 카탈루냐가 딴지걸었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몬주일城으로 올라가는 방법은 세가지가 있다.

튼튼한 두 다리를 이용하는 방법, 차를 타고 올라가는 방법, 그리고, 지하 tram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트램은 일종의 등산열차라고 생각하면 된다.
밑에서 이걸 타면 땅속으로 해서 몬주익城 아래 바르셀로나 올림픽 주경기장 근처까지 논스톱으로 올라간다.
하루종일 혹사한 두 다리에게 쉴 시간도 주고, 시간도 아낄 겸 tram을 이용하기로 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지막 날 마라톤 중계를 보면서 귀에 익었던 몬주익 언덕.
황영조 선수가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마지막 힘찬 스퍼트로 이 언덕을 올라 메인스타디움으로 접어드는 모습을 TV로 지켜보며
대한민국의 온 국민이 열광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9년이 지난 지금 내가 그 곳에 올라있다.  비록 트램을 타고 왔지만...



몬주익城.   요렇게 사진을 찍으니 꼭 용인 에버랜드의 캐리비안 배이에 있는 모조 미니성 같은데, 실제는 규모가 크다.

 

이렇게 보면 제법 규모가 커보이나...



몬주익城은 언덕 위에서  지중해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바다를 향해 대포를 방열하여 놓은 것을 보면,  이곳으로 적의 함선이 많이 공격해왔던 모양이다.  
옛날에 저 무거운 대포를 여기까지 끌고 올라오느라 말들 참 뼈빠졌겠다. 

:
지중해연안의 항구도시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타 해변엔 11월인 지금도 두 여성이 토플리스 차림으로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하긴 11월이라고 하기에는 지중해성 기후의 특징인지 전혀 겨울같지가 않다.
나이가 좀 들어보이는데, 가정주부인가???  
음... 여름에 왔으면 좀더 젊은 여성들의 반라의 몸매를 즐길 수도 있었을거 같은데, 아쉽구만...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그 사진은 초상권 침해 소송에 걸리 위험이 있으니 생략.



그래도 겨울이라 그런지 요트들이 항구에서 동면중이다.
저 많은 요트들이 여름이면 갈매기떼와 더불어 지중해를 위아래로 하얗게 물들일 것이다.

여기서 마드리드에서 본 콜럼버스의 동상을 또 만나게 된다.



이 동상도 전체적인 형태나 규모는 마드리드의 동상과 흡사하다. 
단지 항구도시인 만큼, 콜럼버스의 탐험정신을 기리는 양, 그의 손끝이 바다를 가르키고 있는게 다르다. 
남의 나라의 대표적인 두 도시에서 저렇게 폼을 잡을 수 있다니...  참.. 복도 많다.


바르셀로나는 마드리드와는 느낌이 또 다르다.

언어도 다소 다른거 같고, 건물의 양식, 그리고 도시 전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다르다.
두 도시는 오랜 세월을 매우 앙숙으로 지낸다고 한다. 
그 역사적인 배경은 나의 어설프고 짧은 지식으로 설명하는 것 보다는 백과사전을 찾는게 나을거 같으니 생략하고,
하여간 축구만 하더라도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FC]의 경기는 정말 죽기살기식이란다.



마드리드의 건축물이 남성적인 웅장함을 취하고 있다면, 바르셀로나의 건축양식은 매우 섬세하고 여성적이다.
부드러운 곡선과 아기자기함이 특징이다. 
특히 마드리드의 건물이 단색인데 비해, 바르셀로나는 다양한 색조를 선명하게 보이고 있다.



가우디의 마지막 민간 건축물이라는 까사밀라.  casa가 집이라는 뜻이라니, 밀라네 집이라는 건가...???
건물 전체가 물결치듯 wave가 들어가고 창문 베란다에도 조형이 들어갔는데, 옥상의 조각들이 장난이 아니다.  


바르셀로나 시내를 걷다보면 이리저리 화려하게 시선을 끄는게 많다.
연신 고개를 돌리고 카메라를 들이대기 바쁜데...  이런 젠장...  이건 또 뭐람...

길거리에 널린게 개똥이다. 보도에 왠 개똥이 이리 많냐...
파리도 많았지만, 그래도 파리는 잔디에 많았고 보도가 이렇게 심하진 않았다.
그런데, 여긴 좀 심하네...  주변이 온통 지뢰밭이다.
그러니 볼거리에 눈이 팔려 정신없이 두리번 거리다간 찌~~익~~ 밟고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야간에 쿠셋이라도 타게되면 신발을 머리 맡에 둬야 하는데, 스페인 개똥냄새를 맡으며 밤을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밟은 날 쿠셋을 타니, 신발 바닥을 열심히 씻었는데도 얼마나 찜찜하던지...

그러니 볼거리가 있으면 움직이며 보지말고, 일단 제자리에 서서 구경을 다 한 다음 움직이는게 안전하다. 
:
[ 2001. 11. 25.  Sun ]


밤 10시에 마드리드의 차마르틴역을 출발한 기차는 9시간동안 밤길을 달려 아침 7시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Hostel Information을 찾으니 8시에 문을 연단다.

구내매점에서 음료와 빵을 사서 간단히 아침 요기를 하는데, 정말 이 동네는 시도 때도 없다.
뭐가???   젊은 애들이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빠느라고 정신이 없다는 얘기다.
뭐를???   입술을...
이미 한두번 본 것도 아니건만, 아침부터 틈만 나면 빨아 제끼는데, 마치 상대방 입술을 음식 맛 보듯 한다.
피자 먹다가 kiss하고..  음료 먹다가도 그러고...  담배 피다가도 또 하고...
딸 가진 부모들, 절대 스페인 유학보내는거 재고하시라. 

Barcelona역에 내리면 Line3을 타고 일곱번째 정거장에서 내려 Catalunya광장으로 가자.
거기 광장 지하에  Information Center가 있는데, 수수료없이 숙소를 잡아준다.

Information Center에서 숙소를 구하는데, 직원이 'Japanese?' 하길래, Korean이라고 했더니, 다시 'North?' 그런다. 
황급히 'No, south..' 라고 답한 뒤, North Korean도 자주 오느냐고 물으니, 'One time..' 이란다.
그럼 당연히 south냐고 물어야지.   이런 무식한...
일반적으로 Korea는 south를 의미한다고 힘주어 가르쳐주었다.

Spain은 사무실이고 뭐고 입구 찾기가 참 힘들다. 오래된 옛 건물은 대부분 중앙통로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밖에서 벨을 누르면 안에서 보턴으로 문을 열어준다. 
Hostel을 찾는데도 입구가 어딘지 몰라 한참을 헤맸다.


Information Center를 통해 소개받은 우리의 숙소.

2층부터가 hostel인데, 건물 구석에서 겨우 찾은, 2층으로 올라가는 현관이 닫혀있다.
들어가려면 1층 현관에서 인터폰을 누르면, 2층에 있는 데스크에서 보턴을 눌러 열어준다.
자유롭게 들락거리는 출입구만 찾으니 안 보일 수 밖에...

욕실딸린 Hostel 2인실이 6500페세타에 7% 세금이 붙는데, 아주 깨끗하다.
주인이 점잖고 친절한데다 영어도 잘해 모처럼 초이가 신바람이 났다.

왼쪽 나무  뒤에 있는 오토바이... 저게 BMW 마크를 달고 있다. 
BMW 에서 오토바이도 만든다는걸 처음 알았네...




바르셀로나 최고 명물 중의 하나인 성가족(Sagrada Familia)성당.

에스파냐의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해 1882년 부터 짓기 시작했다는데, 아직도 공사중이니...
후원자들의 기부금으로 공사비용이 조달되기 때문에 공사가 지연된다고 하니,
저놈의 성당이 대체 언제쯤 완공이 될런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설계도 계속 바뀌겠지.
어지간한 건물이면, 이제 재건축을 검토할 기간이 아닌가.



100년 이상의 공사기간 때문인지 성가족성당은 앞과 뒤의 색조와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그리고, 지금 공사를 하는 면은 대형 Tower clain을 이용하여 공사 중인데, 옛날 것은 어떻게 올렸는지 정말 궁금하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보이고, 또 각기 다른 특징을 보여주는 것도 이 성당만이 갖고있는 웅장함이다.



성가족성당은 벽은 그저 단순한 벽이 아니다.
벽면에도 수많은 정교한 조각들이 요소요소에 자리잡고 있다.



지금도 성당 내부엔 공사용 철구조물이 빼곡한데,
저 성당이 완공되면, 아마 세계 각국의 신문과 방송에 토픽꺼리가 될거다.
과연 어떤 분이 초대 주임신부로 부임을 하시게될른지...
:
Segovia 에서 기차를 타고 마드리드의 Atocha역에서 내리니 우리가 묵었던 Hostel 근처다.
Eurail pass를 갖고있는 경우 스페인에서는 먼저 국철과 전철의 연결망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잘만하면 시내구경도 지하철요금을 줄이며 유레일패스로 무료로 즐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어제 제대로 못 찾은 마요르광장을 다시 찾았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두개 도시의 마요르광장을 들른다.

명색이 광장이라면 규모가 어느정도는 되는 넓은 마당일텐데, 그게 왜 안보였을까???
지도를 펴보면서도 마드리드의 마요르광장을 찾다찾다 못찾았는데, 그 이유를 알았다. 

 

대부분의 유럽 광장들은 왼쪽 그림과 같이 독립된 건물에 의해 둘러쌓여 있는데, 
여기 마요르광장은 오른쪽 그림과 같이 사방이 연결된 건물 안에 광장이 있다.
그러니 밖에서 넓은 광장을 아무리 찾은들 이게 보일리가 있나...

광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아치형의 건물 입구로 들어가 복도 맞은 편 문으로 나가면 광장이다.
건물안으로 들어가야 광장이 나온다고 미처 생각을 못 한거다.  나의 한계...

마요르광장의 걸작품은 main 건물 벽면에 그려진 벽화.



그림 하나하나가 예술인데, 온 벽을 완전히 도배를 했다.
대단하다는 말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림의 수준을 보기 위해 crop한 부분.

저걸 몇 사람이 그렸을까?? 
혼자서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을거 같고, 여럿이서 했다 하기엔 그림의 톤이 너무 비슷하고... 
수준급의 대가가 많았다는 얘긴가...   그리고, 오랜 풍상을 겪은 후의 보수는 어떻게 할까???
 

시내에서 국철을 타는데 입구에서 유레일패스를 흔드니, 안에 있는 역무원이 보턴을 눌러 출입구를 열어준다.
기분 따봉~~  대우를 받는다는건 누구에게나 기분좋은 일이다.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러 스낵코너에 들어가 주문을 하니 바게트를 갖다 준다.
포르투갈에서의 악몽때문에  ' Is it free?' 하고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은 ' 빵..'
공짜냐고 묻는데, 웬 빵???   아하~~ 이것은 프리가 아니고 빵이다 그거지...  젬병...
어~~ 근데 얘들이 어떻게 빵이란 단어를 알어???   @<@..  한국단어를 알다니...

하도 신기해 다시 물어보았다.  ' Is it 빵??',  그러자 '지 !!' 그런다.   [지]가 예스라는 뜻이라는구만.
너 이게 빵이라는걸 어떻게 아느냐?  빵은 한국단어인데, 여기 한국인 많이 오냐? 고 물었더니,
뭔 말인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기대한게 잘못이지... 
생각좀 정리하고 눈치로 때려잡으니 바게트를 스페인 말로 [빵]이라고 하는거 같다.
딴데가서 바게트를 가리키며 '빵??' 그러니, 끄덕인다.

바게트를 빵이라고 하는지, 아니면 우리가 말하는 빵 종류를 뭉뚱거려 빵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가 말하는 [빵]이 결국 순 우리말이 아닌, 외래어라는 얘긴가...  괜히 김새네...
무지가 또 하나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밤 10시 야간열차로 Barocelona 로 이동이다.
쿠셋을 타보니 처음 탔던 3단 쿠셋이다.  차라리 2단 쿠셋을 안타봤으면 원래 그러려니 할텐데,
그것도 호강이라고 한번 해봤더니만 벌써 후진 쿠셋이라는 생각에 김이 샌다.
이래서... 스님이 고기맛을 보면 안되는거구나...
:

역사가 오래된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세고비아도 신도시와 구도시로 나뉘어지는데,
수도교 위가 구도시이며, 세고비아의 관광은 실제로 여기서 이루어진다.

걸어다녀도 오래 걸리지않을 정도로 그리 크지않은 구도심은 모든 길이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꼬불꼬불한 골목의 중심은 마요르광장이다.
마드리드에도 마요르광장이 있던데, 스페인 말로 [마요르]라는 단어의 의미가 뭔지 궁금하다.  뭔가 뜻이 있을거 같아...

마요르광장에 있는 대성당은 오래됐지만, 외부 조각이 아주 정교하다.
어떻게 이런 언덕에 저런 규모의 성당을 지을 생각을 했을까...
중세 유럽인들의 종교관은 정말 지금의 사고로서는 상상을 불허하는거 같다. 

저 수많은 뾰족뾰족한 것들은 누구 머리에서 설계가 된건지... 
또 설계한 사람의 욕구를 저리 완벽하게 구현시켜준 목수, 아니 석수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사람이 저 많은 것들을 혼자 다 하진 않았을거 아닌가...  결국 저 정도의 기술을 보유한 장인들이 쎄고 쎘었다는 얘기.



교회나 성당이나 모두 끝이 뾰족하다.  비좁은 천당을 뚫고 들어가려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천당가기가 그리도 힘든가... 




Alcazar는 城이라는 뜻이라는데, 정말 동화 속의 성 처럼 모양이 이쁘다.
아닌게 아니라, 이 성이 백설공주 만화영화의 무대란다.
그러고보니, 월트 디즈니의 만화영화에 나오는 성의 그림이 이 성을 본뜬거 같기도 하다.
어이구~~  누군가 여기까지 와서 하나 잘 건져갔구만...
근데, 이것도 끝은 다 뾰족하네그려...

성에서 바라보는 성의 외부는(사진상으로는 성의 뒷쪽) 황량하면서도 거대한 벌판이다.
가까이 단층지대와 멀리 구릉이 보이는데, 한참을 바라보다보니
마치 중세에 일단의 기마병사들이 성을 향해 달려오는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 속에 빠져든다. 


Alcazar는 세고비아가 당시 변방의 도시였음을 알려주는거 같은데,
지금은 골목골목에 Nike, Sony, Coreste 등의 상점이 빼곡하게 들어선 것으로 보아 이제 더 이상 외진 곳은 아니다.

하지만, 마요르광장 주변에는 자수 식탁보를 들고나와 파는 아낙네들이 많이 보인다.
내가 보기엔 별거 아닌거 같은데, 그래도 저걸 사는 사람이 있으니 저렇게들 들고 나오겠지...
길을 걷다보면 곳곳에 피리부는 사람, 어코디언을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가 많은데,
미안한 표현이지만, 내가보기엔 결국은 거지다.  지나는 사람들이 동전을 놓고가는 모습이 보인다.



골목 한 식당의 show window에 돼지가 자빠져있는 조형물이 재밌게 만들어져 있어 물어보니
스페인요리 중 통돼지요리가 일품요리란다.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 적나라하게 표현하는건 좀 그러네...  

근데 재밌는건 얘네들도 돼지 얼굴은 웃고있다.
정말 돼지는 죽을 때 웃나봐...


세고비아에 12:07 에 도착해서 걸어서 여유롭게 구경을 했는데도, 14:55 에 돌아오는 기차를 탈 수 있다.   



차창 밖에 보이는 북쪽의 돌산과 남쪽의 넓은 초원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굉장히 큰 목장도 있고, 그 안에서 풀을 뜯고있는 말들도 왠지 여유로와 보인다.
갑자기 한국 말들이 불쌍하게 느껴진다.  좁은 곳에서 아둥바둥하느라 얼마나 답답할꼬...



참...  중대한 변화.

초이는 이제 영어를 완전히 포기했다.  상점에서도 아예 우리말로 물어본다. 
어차피 못 알아듣는거 똑같은데 고생할 필요가 없단다.

서을을 떠난지 8일 만에 이제 현지화에 성공하며 적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장하다~~~  초이... 
설파하자~~~  우리말...
드높이자~~~  개김정신...  ^&^~~~  
:
[ 2001. 11. 24.  Sat ] 


아침에 한시간만 일찍 서둘러 8시까지 역에 나왔어도 Toledo 와 Segovia를 다 볼 수 있었을텐데,
아줌마가 모닝콜을 제대로 못해주는 바람에...  에이~~~

두 곳을 다 보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아쉬움을 접고 Segovia를 택했다.
Segovia가 왠지 이름에서 더 스페인 풍이 강한 듯한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때 통기타 상표로 가장 유명했던 것이 세고비아 아니었나???  그랬거나 말거나... ... 

역에 나가보니, 주말이라서 학생들이 단체로 camping을 가는지 무리지어 있는데, 
기차를 타고 가는 도중 어느 역에서 모두 내린다. 
아마 서울 근교의 양수리나 양평처럼, 그 근처에 야영장이 있는 모양이다.

마드리드에서 세고비아로 가는 중간지점까지에는 양옆에 올리브나무가 한참을 이어지고 있다. 


Chamartin역에서 10:16 에 출발한 기차는 12:07 에 우리를 Segovia역에 내려주었다.

Segovia는 작은 시골도시이다. 아니.. 그냥 시골마을로 하자.
역에서 내려 다운타운까지 가는 버스도 있지만, 걷기로 했다.  안내표지판을 보니 20~30분이면 가능할거 같아서이다.

다운타운 초입에 들어서니, 여기도 뻥과자가 있네...
초이가 뻥과자를 한봉지 사더니 내게도 몇개를 꺼내어 내민다.
한개 먹어보니 맛도 별로 없구만...  더 주는걸  ' 너나 먹으라.' 고 거절했더니, 초이가 울상이다.
맛있으면 내가 왜 안먹겠냐고...   그러니, 저는 왜 맛을 모르겠어... 
그걸 왜 사느냐고 타박을 받아가며 사서는 한두개 먹고 버리자니 체면이 안서고, 나는 안 먹는데고, 자기도 먹기는 싫고,
결국 그것도 안먹어준다고 '형.. 정말 안먹을꺼지??  알았어.. 두고 봐..' 하고 궁시렁거리더니 비둘기에게 나눠준다.
되게 삐졌다.  두고보기는... 뻥튀기 안먹었다고 무슨 큰일이 생기겠어...  ㅋㅋㅋ...
(이게 글로 써서 이렇지 굉장히 웃기는 시츄에이션이었다. 비닐봉달이 들고, 외면하는 놈 따라다니며 사정하는 모습이라니...) 


Segovia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수도교(水道橋)다.



2000년前 산에서 물을 끌어오기 위해 로마인이 만들었다는데, 놀라운건 높이가 장난이 아니다. 마치 거대한 성벽같다.
아래 보이는 3층건물과 자동차와 비교해보면 얼마나 대단한 높이인지 가늠이 될 것이다.  



직접 위에까지 올라가보니, 도랑과 같은 수로의 폭은 약 50cm 정도되는데, 전체 길이는 800 미터 정도란다. 
위의 수로를 찍은 사진이 잘못된 것이 못내 아쉽다.

주말이라 관광객이 많은 편인데, 어느나라인지는 모르겠는데 일군의 여학생들이 이 거대한 수도교를 가리키며
' 겨우 2000년...' 하는 소리를 듣고는 초이가 한마디 한다.
' 애들은 어디서 뭘 보고 왔길래 겨우 2000년이래...???  그리스나 로마 쯤에서 왔나?  거기 말고는 그럴만한데가 없잖아.'
왜...  이집트도 있지..

초이는 우리 천년고도는 볼게 뭐가 있나를 걱정하고 있다.




내가 정말 신비스럽게 생각하며 이해가 안가는 것은 이 수도교의 건축방식이다.
밑에서부터 맨 위까지 이렇게 벽돌을 쌓아올렸는데, 이게 도대체 중간에 무엇을 접착제로 사용했는지...
수로의 폭이 50cm 정도라고 했지만, 사진에서 보다시피 벽돌 서너개의 폭이다.
그 폭으로 벽돌을 쌓아 이렇게 높이 올라간다는게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간다.
아무리 초강력 접착제를 사용했다하더라도, 이 동네는 태풍도 없나??
어떻게 그 오랜 세월을 앞뒤로 자빠지지도 않고 버틸 수 있는거지???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한 것도 아니고...  

로마인들이 만들었다지만, 결국은 스페인 사람들이 쎄빠지게 고생한거 아닌가... 
수십.. 수백명 죽어나갔겠지...  저 꼭대기에서 떨어지면...  아이고~~~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ㅡ.ㅡ
하지만, 이런 대역사(役事)를 구상한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로마제국???




수도교 위 까지 올라가는 계단.
 
그런데, 이 거대한 수도교를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 어린 남녀 한쌍이 또 라이브쇼를 하고 있다.
부둥켜안고 벌건 대낮에 입술을 부비고 난리가 났는데, 이게 도가 지나쳤는지, 여자애가 난리가 아니다.
어떤 생리적변화가 일어났는지는 내가 지가 아니라서 모르겠는데, 남자애의 온 얼굴을 혀로 핥아대기 시작하더니만,
나중에는 아예 남자애의 귀를 통채로 입 속에 물고 우물대고 있다.  
몬도가네...   니... 그리 배고프나...???

짜식들이 하라는 견학은 안하고...

좌우간 나중에 우리 애들.. 특히 딸래미는 절대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으로는 유학 안보낼거야 !!!
:
일찍 저녁을 먹고 힘차게 야행을 하고자, 여행 후 처음 발견한 한식당으로 가니
오후 8시 반에나 문을 연다고 써있다.  엥~~ @<@...  여덟시반이라고...???  
무슨 놈의 식당이 저녁장사 할 생각을 안하고 그리 늦게 문을 연디야...

시간이 두시간여 남아 이리저리 기웃거려보니 인터넷하는 곳이 있다.
인터넷 사용료는 한시간에 300 페세타.  그래...  간만에 세상소식 좀 접해보자.   

세상이 좋긴좋다. 스페인에서 한글 사이트를 볼 수 있다니...
집과 재원이, 그리고 준범이에게 이메일을 보내는데, 이게 한글자판이 없으니 아주 불편하다.
알파벳자판도 익숙치가 않지만, 갑자기 영작문 시험을 보게 되네...  
뭐 대충 보내도 알아서들 새겨듣겠지.  

다시 한식당으로 가 왜 이리 늦게 문을 여냐고 물으니,
스페인 사람들은 아침을 9시에서 10시, 점심은 오후 2시에서 4시, 저녁은 9시 이후에나 먹는단다.
그래서 식당은 주로 10시가 넘어야 사람들이 들어찬단다.
믿기지 않는 얘기지만, 식당 문을 8시 반에 여는걸 보면 맞긴 맞는거 같은데,  와~~  대~단~~혀~~~

스페인의 소주값은 우리 돈으로 만원 정도.   그래도 유럽에서 제일 싼 편이란다.
참이슬은 딱 한병 있고, 옛날 진로와 곰바우를 판다.   김치도 한 접시에 450 페세타.


저녁을 먹고 야경도 볼겸 낮에 돌았던 곳을 다시 한번 돌았다.



시벨레스광장의 분수대.   왼쪽에 보이는게 콜럼버스 동상이다.




패션가인 그랑비아 거리 입구. 
나무가지를 집어넣어 사진을 찍으니 도시가 딱딱해보이지만은 않아 좋네...


숙소에 들어오니 아직도 방이 춥다.
오전에 그렇게 말을 했거늘... 아니, 그렇게 몸을 떨었거늘...
아줌마를 불러 다시 한번 양 어깨를 감싸쥐고는 또다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혹시 이 아줌마 나의 전위예술을 즐기는건 아닐까...???

이렇게 몸짓에다 손짓 발짓까지 보태 겨우 담요 두장을 얻고, 아침 7시에 나간다는 모닝콜까지 부탁을 하자,
초이가 또 한마디 한다.  
"형... 볼 때 마다 거듭 느끼는건데,  정말 형의 body language는 가히 짐승 수준이야..."

얘는 처음도 아니고, 그렇게 봤으면서도 아직도 전율을 느낀다네..
내가 정말 잘하긴 잘하나봐...  그렇다면.. 흠... 흠... 좀 늦은 감은 있지만, 판토마임이나 배워볼까...


침대에 누워 초이에게 이색 제안을 했다.
면도를 하지말고, 욕을 원색적으로 하고 다녀보자고...

아는 사람 만날 일도 없고, 체면치례 할 일도 없으니,
그간 지적인 사회인 흉내를 내며 사느라 얽매였던 억압과 속박의 굴레를 모두 벗어버리고
몇주만이라도 말초적으로 살아보자.

잘 다려진 양복, 깔끔한 와이셔츠, 단정한 넥타이...  그리고, 매일같이 머리감고 면도하고... 
그리고, 가급적 정제된 표현과 절제된 말투...  지~랄~~~
이게 뭐 맨날 내가 좋아서 하고 다녔냐...    

자..자... 얼마동안이나마 최대한 자유롭게 살아보자고...  하고싶은대로 행동하고 말하고...
단, 욕은 여행 1주일 전까지만. 
욕이 입에 붙은 채 귀국을 했다간 서울에서 무슨 봉변을 당하고 망신을 당할지 모르니,  
서울로 들어가기 1주일 전부터는 정화기간으로 삼아야한다.

혼쾌히 동조하는 초이.
그래서 둘이 찐하게 욕을 해대며 잠자리에 들었다.
: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콜럼버스의 동상.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하여 세계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올린 콜럼버스.
비약적으로 생각하면 아메리카 인디언에게는 웬수같은 존재인 이 콜럼버스와 그의 신대륙 발견설에 대해
사실 나는 납득이 가지않는게 있다.


콜럼버스는 이태리 사람이다.
그런데, 이태리의 제노바에서 태어나 세계적 인물이 된 그의 동상이 정작 이태리에서는 볼 수가 없는 반면,
스페인에서는 한군데도 모자라 가장 큰 도시 두군데에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때문에 영문을 모르는 사람은 그가 스페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 같아도 남의 나라 사람 동상을 그것도 두 곳에나 세워 놓겠는가...

무릇 자기 돈 없이 뭔일을 벌이려면 외부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지금도 뉴스거리가 되는 탐험계획을 세우면 재력있는 기업의 협찬을 받지 않는가.    
그 대가로 성공하면, 산꼭대기나 정상에 자신을 협찬해준 기업을 상징하는 깃발을 꽂아준다.

콜럼버스는 이태리 사람임에도 이태리에서는 별로 협찬의 재미를 못 본 모양이다.
따라서 스폰서를 구하기 위해 포르투갈이나 스페인(당시는 에스파냐)을 찾아다닌 그의 행적은
어찌보면 당연한 얘긴지도 모른다.  그는 바다를 통한 탐험을 동경했고,
그런 그가 활동하던 시대는 이태리보다 포르투갈과 에스파냐가 해양 강국으로 명성을 떨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깃발을 꽂아 줬다고는 하지만, 스폰서는 동상을 두개씩이나 세워줬음에도, 조국은 무심했다.
(내가 이태리를 다 뒤져보지 못해 단정짓진 못하지만)  피가 꼭 물보다 진한건 아닌 모양이다.


또 하나 내가 납득이 안가는 것은, [신대륙]발견이라는 표현이다.
남미의 마야문명과 잉카문명은 유럽의 문명보다 그 역사가 훨씬 오래다.
그리고 당시 아메리카에는 이미 수천만명의 원주민이 거주하고 있었다.
단지 당시 교통이나 통신수단의 수준상 먼곳까지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가설이지만, 만약 비슷한 시기에 남미의 탐험대가 항해를 하다 유럽에 다달았다면,
그들에게도 유럽은 역시 신대륙이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인 것은 있다. 
하지만 자신들에게 처음이라 해서, 그게 모든 [새로움]의 기준이 될 수는 없지않은가.

콜럼버스가 발견했다는 아메리카대륙은 유럽인에게 [미지의 대륙]이었을뿐, 결코 [신대륙]은 아니었다.
더구나, 정작 콜럼버스 본인은 죽을 때 까지도 자신이 발견한 곳이 인도라고 믿고 있었다지 않는가.  



그건 그렇고...

거듭되는 감탄이지만, 유럽사람들 정말 동상 하나는 폼나게 만든다.
그냥 단순하게 사람 하나 뻘쭘하게 세워놓는 법이 없다.
밑을 넓게 하든, 위로 치솟게 하든, 좌우지간 티를 낸다.

:
3개 라인의 투어버스를 적절히 갈아타며 마드리드의 명소를 돌아보았다.



유럽의 그 어느 왕궁에 뒤지지않을 정도의 화려한 내부를 자랑한다는 스페인 왕궁.
안타깝게도 내가 들른 날은 문이 닫혀있어 그 화려함을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그저 굳게 닫혀있는 철문만 바라보았을뿐.  (* 나중에 인터넷으로 확인하니 정말 화려함이 느껴진다)




이사벨여왕Ⅱ세가 건축하여  왕실과 귀족들을 위한 공연장으로 사용되던 왕립극장.
1997년 재단장되어 지금은 오페라하우스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근데, 저 말타고 있는 동상은 누구의 동상일까??
누군데,  감히 왕립극장에 겁대가리없이 말을 타고 들어가려고 폼을 잡고있냐... 
경호실장 동상을 세웠을리는 만무고... 




왕립극장과 그랑비아 거리 중간쯤이 있는  [데스깔사스 레알레스] 수도원.

포르투갈 왕자 조안과 결혼한 카를로스5세의 딸 후아나가 미망인이 되어 스페인으로 돌아와
여생을 보내기 위해  지었다는데, 미망인이 여생을 보내기에는 너무 큰거 아닌가... 
아예 바깥 세상에 안나오고 안에서 모든걸 해결하려고 저리 크게 만들었나 보다. 

왕족들이 살았다면서 왜 수도원이라 했을까...   그래서 이름에 [레알]이 들어갔을까??

근데, 사진을 보니  저 위에 큰 새 한마리 멋지게 잡혔네... *^^*




쇼핑의 중심인 그랑비아 거리 입구.

  


그랑비아 입구의 건물이 그럴듯해 보여 크게 잡았다.




마드리드의 개선문이라는 알깔라문.

까를로스3세의 개선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고 하는데, 어디랑 붙어서 개선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개선]이라는 단어가 이기고 돌아오다는 의미임을 감안할 때, 원정경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아라곤으로 통하는 성문이라는 말도 있는데, 성문이면 성문이고, 개선문이면 개선문이지...
뭐야... 헷갈리게...
하여간 나중에 백과사전 찾으면 알 수 있는 얘기 때문에 시간 끌  필요없으니 패스...

파리의 개선문에 비해 스케일은 작지만, 아기자기한 맛은 있는거 같다.
어쨌든, 유럽엔 나라마다 내세울만한 유명한 쌈꾼이나 싸움의 대가가 하나씩은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개선문이 있던가???   
북한에 광개토대왕 개선문이나, 혹은 을지문덕 개선문이 있는지...
:
암스테르담과 벨기에 시내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자동차 경적소리가 요란하다.
여긴 자기 차 앞에 뭔가가 걸리적거리면 일단 경적을 누르고 본다.
자동차의 주행속도도 빠르다.  하루사이에 교통사고를 2건을 목격했다. 
에~구~~ 무시라... 몸조심해야지...

Madrid 시내 관광투어버스를 탔다.
1800페세타(약 13,000원)면 Tour Bus 3개 Line을 수시로 갈아타면서 마드리드 시내를 돌아볼 수 있다.

빨간색 1호선은 주로 고적지, 파란 2호선은 현대시가지, 
그리고, 녹색 3호선은 양쪽을 섞어 중요한 곳을 하루종일 순회한다. 
라인별로 투어코스를 특화한 것은 관광객의 취향에 맞는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참 좋은 아이디어인거 같다. 

그런데, 위에 언급한 버스의 색은 버스 전체 몸통의 색이 아니다.
1, 2, 3호선 모두 몸체는 빨간 색인데, 버스 전면 상단에 작게 라인별 색이 들어가 있다. 



투어버스는 노선버스와 달리 2층버스인데, 2층은 천정이 없는 무개차다.

막힘없이 사진찍고 시원스럽게 시야를 맘껏 즐긴다는 면에서 2층이 참 좋은데,
2층에서 정신없이 사진촬영에만 몰두하거나, 멍청하니 어중간하게 서서 넋 놓고 뒤돌아보고 있다가는 
뒤통수 다치기 십상이다.  사진에서와 같이 나무가지가 아래로 무성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집무실.   요렇게 보면 한갓진 곳에 있는 듯 하지만,



[태양의 문]이라는 뜻의 Sol 광장 한복판에 위치한 대통령 집무실은 전혀 대통령이 기거하는 곳 같지가 않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그 앞을 지나다니고,  주변 경비도 여유로운 느낌이다. 
청사 앞에는 작은 로타리도 있어 번잡하고, 온갖 버스도 그 앞에 다 서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경호실이나 경찰이 나와 버스 빨리 빼라고 난리도 아닐텐데...




시벨레스광장 한쪽 코네에 엄청나게 규모가 큰 palace 같은 우체국이라는 거.
도대체 무슨 놈의 우체국이 저리도 거창한지 궁금해 들어가 보았더니,
엄청나게 큰 lobby 안에 창구가 즐비하고 시계가 많다.
우체국이 아니라 증권객장인가 물었더니, 맥빠지게 버스 티켓 파는 곳이란다.
그러니까 저 안에 우체국은 일부다. 그러면 그렇지...

근데, 얘네들 동네에는 왜 이리 화장실이 없냐... 
저 큰 건물에서 화장실 찾다가 정말 오줌보 터지는 줄 알았다.
그래서인지...  공원이나 광장에선 가끔 찌린내도 난다.  아 ~~  찝찝해...  
:
에스파냐 광장으로 불리는 스페인광장에는 돈키호테의 동상이 있다.



저 뒤에 보이는 큰 건물은 호텔이다.  보는 것 만으로도 규모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호텔 앞에는 큰 탑이 있고,  그 탑 앞의 검게 보이는 동상이 그 유명한 돈키호테의 동상이다.

탑을 좀더 가까이에서 보자.
 


저 탑의 중심부에 앉은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혹시...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는 아닐런지...

근데, 작가의 동상치고는 너무 거대하지 않나...   위에도 누가 있고, 좌우에도 입회인이 있고.
우리나라 작가 중 저 정도 동상으로 대우받는 사람이 있던가...  고작해야 흉상 정도.  

하긴  대한민국은 왕의 동상도 저 정도 품격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나마 이순신장군이 가장 위풍이 당당하시다. 
북한의 김일성 동상이 금으로 되어 있다던가... 엄청나다고 하던데, 그거야 논외로 치고.
아직 국가보안법이 있으니, 그거 인정하면 안된다.  하긴 국보법이 아니더라도 내 정서와는 안 맞지. 


가까이 가서 보니,  맞네...  세르반테스.
이 탑은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의 사망 3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기념비란다.
세르반테스...  호강한다.   자손들은 또 얼마나 좋을꼬. 
조상님이 저리 기상을 떨치며 자자손손에 영예를 주고 있으니...

그럼 돈키호테가 자리잡은 곳을 좀 보자.



돈키호테 동상 앞에는 연못이 있다.

이 연못이 왜 있을까 ?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저 단순한 조경일까 ??
그렇다면 왜 하필 돈키호테의 동상을 연못 앞에, 그것도 연못을 등지지 않고,
연못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설치했을까 ???
     
소설에는 돈키호테의 무모한 망상과 광기를 묘사하기 위하여,
돈키호테 일행이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돈키호테의 뭔가 특이한 성격 묘사를 동상에 담아줘야 할거 같은데,
표정에 담는 것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풍차 대신, 호수를 향해 돌진하여 뛰어드는 것으로
그의 괴팍하고 고집스러운 면을 부각시키고 싶었던건 아니었을까...

"돌격 앞으로 ~~~"    
지치고 피곤한 일행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것을 독려하는 돈키호테의 손짓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이건 어디까지나 정말 나의 무모한 망상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뭔가 있을 조각가의 의도를 읽고 싶었다.



가까이서 본 돈키호테 일행.
돈키호테와 그의 충실한 하인 산쵸, 그리고 그의 애마 로시난테.

먹을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한 로시난테의 지친 표정에도 아랑곳없이 돈키호테는 기세등등하다.
불만은 많고 할 말도 많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듯, 산초의 표정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 
무거운 산초를 태운 어린 당나귀만 죽어난다.


 

자신의 식솔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고지식하고 고집스러움이 묻어나는 돈키호테, 
주인에 대한 못마땅함에 갈데까지 가보자는 산초, 
팔자려니.. 하고 포기한 피골이 상접한 로시난테, 
작은 내가 왜 뚱뚱한 놈을 태워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당나귀.  
더구나 얘는 유일하게 이름도 없다.  

각각의 얼굴에 드러난 표정들이 참으로 절묘하다.
:

[ 2001. 11. 23.  Fri ]


8시 반이 좀 넘은 아침에 도착한 Madrid Chamartin역은 크고 활기가 가득하다.
역시 Spain.  온 동네가 시끄럽다.

서울에서 숙소 예약을 하지못해 역 구내의 여행자정보센터에서 Hostel을 소개받았다.
욕실이 있는 것은 6800 페세타 (우리 돈으로는 곱하기 약 7.1 정도),
욕실이 없는 것은 55200~5800 페세타인데, 소개수수료로 400 페세타를 받는다. 
무슨 돈을 받냐...???   이게 민간단체인가???
하지만, 그걸 따져볼 겨를이 없다. 그래도 Y.H 과 비교하면 싼 편이기 때문이다.
시내에 있는 Hostel 은 마치 민박같은 분위기다.

인상이 참 좋은 아주머니가 Key를 3개 건네주는데, 현관 대문, 2차 현관문, 그리고 우리 방 key 다.
아따... 많이도 주네...

방을 안내받으니 실내가 썰렁하다.  히터를 안 틀어놓았나.. 왜 이리 춥냐...
초이가 춥다고 말을 하는데, 이 아줌마.. 영어를 한마디도 못 하신다.
이럴 때 마다 초이는 늘 나를 쳐다본다.  형이 해보라는거다.

그렇다면 나의 실력을 보여야지..  근데, 실력을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실 나도 정말 춥다.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양 손으로 나의 양 어깨를 감싸쥐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더니
아주머니의 얼굴에 바로 화색이 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초이,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왈,
"형이 나보다 훨씬 생존력이 강한거 같은디... 뭐 여행 떠나서는 역할을 바꾸자더니
 오히려 나를 데리고 다니네..."
하며, 씩 웃는다.   여행 떠나서 역할 바꾸자는 말도 지가 했지, 내가 했나... 

우리 말 틀린게 없다.  형만한 아우 없다던가???   ^&^... 
역시 body language 는 내가 한수 위. 

하지만, 사실은 영어실력 딸리는 사람의 절박하고도 슬픈 생존방식이다.

하여간 그 아주머니와는 온갖 손짓 발짓을 통해 바디 랭귀지의 진수를 만끽했는데,
진짜 신기한건 이게 다 서로 뜻이 통한다는거다. 
이래서 세계는 하나 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건가... 별일이네...
재미있는건 정통 영어발음이 아닌 라틴계 액센트가 가미된 이곳 사람들의 영어는
초이에 비해 내가 더 빨리 알아 듣는다는거.
초이가 기가 차 한다.   hu hu hu ... ...  ^&^ ~~




마드리드 시내의 한 식당.  벽에 걸린건 take-out 용 고기.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다른 종업원이 오더니 음료는 뭘로 하겠냐고 묻는다.
초이가 영어로 커피를 주문했다고 하니,  역시 영어를 모르는 이 친구... 커피만 알아듣고는 
" Coffee two ? " 하고 되묻는다.
초이가 다시 영어로 "We  already  ordered." 하자,  다시 되돌아온 말은  "Coffee ?" 
급기야 초이의 입에서 결정적인 한마디가 작렬한다.

"인마 !!   우리 아까 시켰다니까 왜 자꾸 묻는거야...  짜식이 말귀를 못 알아들어..."

서울 출발 1주일 만에 초이가 현지인에게 내 뱉은 자랑스러운 첫 한국어였다.
 
 
참.. 내.... 그냥  'OK...' 하고 있으면 언놈이던 가져올테고,
나중에 가져온 놈은 누가 먼저 갖다줬나보다... 하고 돌아갈걸 왜 열을 받고 그래...

좌우지간, 영어 잘 하는 초이, 이래저래 영어 때문에 제대로 열 받는다.

내가 그랬지?     혼자 아는건 모르는 것과 같다고...




이게 우체국이라는데, 맞아???   우체국이 우체국 다워야 우체국이지...
영어 의사소통의 신뢰도가 떨어지니 믿을 수가 있어야지...




16세기에 펠리페2세가 휴식을 취하기 위해 별궁으로 만든  [레띠로]공원.
야외음악당이 있어 일요일이면 연주회가 열린다고 한다.

:
퐁발후작은 포르투갈의 대표적 개혁가다.
퐁발광장에 세워진 후작의 동상을 보며 초이가, 우리도 이순신장군의 동상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분개를 한다.
그러며, 나중에 돈벌면 자기는 이순신장군 동상을 다시 세울테니, 나는 세종대왕 동상을 다시 세우란다.




퐁발후작의 동상을 보면, 동상의 기저부분에 사람들이 엎드려 후작을 공경하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동상을 한번 떠올려보자.

세종대왕, 이순신장군, 김구선생 등등...  우리나라 역사상 인물들의 동상을 보면, 모두 혼자 외로이 서 있다.
이순신장군은 그나마 거북선이라도 하나 거느리고 계시지만, 세종대왕은 홀로 왜소하게 용상에 앉아 계시고,
김구선생이나, 신익희선생 등은 모두 쓸쓸히 서 계시다.

우리도 세종대왕 같은 분은 백성들이 떠받드는 모습으로 디자인이 됐어도 괜찮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구성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동상은 전반적으로 동상의 크기도 좀 작은 편이다.
이것도 국민의 스케일인지...

초이가 생각하는 이순신장군 동상의 컨셉은,
이순신장군의 발 아래 왜군들이 무릎꿇고 싹싹 비는 모습으로 하겠다는데,
그리되면 이거 또 외교분쟁으로 가는거 아닌가...
   

밤 10시에 Lisboa 에서 Madrid 로 가는 야간열차의 쿠셋은,
Irun 에서 Lisboa 로 갈 때 탓던 쿠셋과는 격이 다르다.
훨씬 안락하고 고급인데, 침대도 3단이 아닌 2단, 그러니까 4인실이며,
실내에 세면대와 치솔 등 간단한 세면도구도 비치되어 있다.

간단한 요기도 할겸 찾아간 식당칸에서 한국인 두명을 만나 와인을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Spain 카나리아 군도에 사는 이모부와 Argentina 에 사는 조카 사이라는데,
우리 생각에는 외국에서 살면서 한국인을 만나면 무척 반가울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별로 반가운 기색이 아니다.
이모부의 말에 의하면,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살아 동포에 대한 감정이 약하단다.    



  
배낭여행을 시작하며 작정을 한게 있다.
유럽 각 도시의 맥주를 매일같이 한 종류 이상 마셔보는 것.

포르투갈의 맥주 [Super Bock]은 내 입맛에 딱 맞는다.  정말 맛있네... 
욕심같아선 박스로 사가고 싶은데 그럴수가 없어 기차를 타기 전에 몇캔 샀다.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의 왼쪽 끝에 있는 Irun 에서 포르투갈의 서쪽 끝 Lisboa 로 갔다가,
이제 스페인의 한 복판인 Madrid 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서쪽의 Barcelona 로 이어지게 된다.

가자 ~~~   투우와 탱고로 대표되는 정열의 나라 스페인으로.
:



Csbo da Roca 에서 다시 남쪽으로 30분 정도를 버스로 이동하면 Cascais 에 다다른다.

이곳은 포르투갈의 휴양도시이며, 새롭게 떠오르는 해양 레져도시이다.
새로 부상되는 휴양도시답게 역과 버스터미날 주변에 건물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보통 휴양도시라고 하면, 상당히 번잡스럽기 십상인데, 이곳은 모든게 차분하고 정갈한 느낌을 준다.
휴양철로선 한물간 겨울이라서 그런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곳 다운타운의 골목에서 삼성전자 애니콜의 광고를 접하다니...
역시.. 대~~~한~민~~국~~~~ 이다.

광고의 비주얼이 흑인남자와 백인여자의 키스신인걸 보면,
이곳에서는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이 그리 심하지 않은 모양이다.
문화와 풍습에 가장 민감한 광고가 저렇게 표현되는걸 보면...
하긴, 포르투갈의 문화는 유럽보다 브라질과 더 가깝게 느껴지는게 많다.  언어도 그렇고.
과거 포르투갈의 남미 정복의 역사 때문인지...

 

까스까이스의 바닷가.

해변이 크거나 백사장이 넓은건 아니지만, 깔끔한 맛이 있다.
겨울이지만 기온이 낮지않아 산책하기에는 적격이다.

이 사진을 찍고 있는 순간에, 이 사진에 잡히지 않은 오른쪽 끝에는 눈이 휘둥그레해지는 장면이 연출..
아니지.. 연출은 의도하는 것이니까, 연출이 아니라 실제 행위가 리얼타임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백사장 한 구석에서 하이틴으로 보이는 백인 여자애와 흑인 남자애가 뜨거운...
아니 뭐... 직설적으로 얘기하자...
섹스를 즐기고 있다. 

우~와~~~  세상에나~~~    
저 대담함... 대단한 애들이다.   근데, 우리의 생각에만 대단한건가...???
마음과 눈의 시선이 따로 놀아야 한다는...  어른다움이라는거, 이거 대단히 불편한거다.
특히, 내가 원래 호기심이 또 좀 많은 사람인가...

그러고보니 애니콜 광고의 흑인남자와 백인여자가... 그게 정석인 모양이네...
(근데, 걔네들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Cascais 에서 Lisboa 로 돌아오는 기차는 바다를 끼고 해안선을 따라 달리기 때문에 풍광이 매우 좋다.
어둑어둑해지는 가운데 검붉게 물드는 석양과 갈매기들의 어울림이 정말 장관이다.


아침 일찍 서둘러 하루에 바삐 세군데를 돌았다.
신뜨라, 까보다로카, 그리고 까스까이스...
말 그대로 주마간상이다. 수박겉핥기 일수도 있으나,
짧은 시간에 여러 곳을 보고싶은 욕심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알차게 시간을 활용한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
신뜨라에서 403번 버스를 타고 서남쪽으로 45분을 가면 유럽의 최서단인 Cabo da Roca 에 이른다.
그런데, 거기까지 가는 지방도로가 재밌다.
마치 우리 시골의 농가 한복판을 지나 듯 대형버스가 마을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닌다.
보통은 농가가 몰려있고, 농가 앞에 조금이라도 큰 길이 있어 사람들이 그곳까지 나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게 흔한 모습인데,  여기는 마치 경운기가 다니듯 집 사이의
정말 좁은 골목을 요리조리 헤치고 다닌다. 



유럽의 최서단 까보다로까에서 바라 본 대서양.  
왠지 가슴이 벅차오름이 느껴진다.

그러니까, 여기가 유럽의 서쪽 끝이라는거지...    
그럼 저 바다 끝까지 가면 미국 동부가 있다는 얘긴데, 위도상으로는 워싱톤 쯤 되겠다.     




저게 뭐냐??? 
왠지 뽀대가 나길래 그래도 뭔가 있는 줄 알았는데, 등대란다.

등대...  등대라...
얘네들 노랫말에는 '외로운 등대...' 라는 가사를 못 붙이겠다.    저 정도면 등대지기도 할만 하겠네...    


까보다로까에는 딱 세가지가 있다.  등대, 상징탑, 그리고 관광안내센터.
경치도 별로 볼게 없다.  우리나라 제주도가 훨씬 낫고...  그냥 밋밋하다.

아~참...  특이한 볼거리가 하나 있었네...
덩치가 우람한 사내 두녀석이 계속 손을 맞잡고 관광을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예사롭지가 않더니, 식당에서 보니 나란히 앉아 볼을 맞대고 속삭이고 있다.
식당에서 나와 이쪽저쪽을 걷다보니 두 사람이 또 보이는데,
이번엔 한 녀석이 다른 녀석의 어깨를 감싸안고 있네 그랴...

호모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직접 보기도 했지만,
이런 호젓한 곳에서 덩치가 산만한 녀석들이 저러고 다니니 왠지 개운치가 않다.
 

 

유럽의 서쪽 끝이라는 상징탑.
돌탑인데, 끝에 십자가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의 종교 색채를 알거 같다.



북위 38도 47부 라면 우리나라 비무장지대와 위도가 비슷한가...


Information Center 에서 유럽 끝에 왔다는 인증서를 만들어 주는데,
양면증서는 900 에스쿠도 (약 4500원), 단면증서는 700 에스쿠도 지만, 별 의미가 없다. 
결국 장사속 아닌가.   사진 찍었으면 됐지, 뭘 또 돈을 들여...

일본 단체여행객들이 무더기로 몰려 인증서를 발급받느라 난리다.


짧은 기간 유럽의 몇개 나라를 거치는 동안, 깃발부대(단체여행객)를 보며 느껴지는게 있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일본 단체여행객을 볼 수가 없었다.  대신 한국 단체여행객이 많이 보인다.
반면, 파리에서는 한국 단체여행객도 볼 수가 없다.  그 자리를 이제는 중국 단체여행객이 대신하고 있다.
이제 일본의 단체여행객은 포르투갈에 온다. 
하지만, 아직 이곳에서 한국이나 중국의 단체여행객은 보이지 않는다.

여행의 단계가, 가장 잘 알려진 곳부터 시작해 차츰 덜 알려진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면,
일본은 이미 기초코스는 마스터하고 미지의 곳을 찾고있는 반면, 중국은 이제 기초코스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 그 중간쯤 있는 것이다.

단체여행객의 코스에서도 그렇게 국력과 경제력의 차이가 나타난다.
:

[ 2001. 11. 22.  Thu ]


아침 공기가 아주 상큼하다.
그 상큼한 공기를 마시며 기분좋게 신뜨라로 향한다.

리스본에서 4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는 거리에 있는 신뜨라에는 古城이 있는데, 몇개의 왕궁이 있다.



그 중  관람료 1000 에스쿠도로 내부까지 볼 수 있는 빼나궁.

宮 내부에서는 옛 포르투갈 왕과 왕비의 침실 및 거실 등을 볼 수 있는데,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등에 비하면 별거 아니다.
어쩔 수 없는 문화적, 국력의 차이를 느끼게 한다. 

흥미로운건 당시 왕족이 사용하던 침대가 생각보다 무지 작다는거.
저런걸 보면 프랑스도 그렇고, 그 옛날 유럽인들은 생각보다 체구가 크지 않았던 모양이다.
앵글로색슨이 아니라서 그런가...

또 하나 재밌게 생각한건, 동서를 막론하고, 군주시대에는 왕과 왕비의 침실이 별도로 있다는 것이다.
매일 같이 잔다면 별도로 있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어차피 집무실은 따로 있을테고...
또 그렇다고 부부간에 매일 따로 잔다는 것도 이상하다.

방이 남아서, 혹은 모든 왕 부부가 금슬이 안좋아서는 아닐테고, 
어쨌든 침실이 따로 있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는건데...
그 필요성이 왕에게 있는 것인지, 아님, 왕비를 위한 것인지는 각자 생각해 보자. 

왕궁의 화장실을 들여다보니  양변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게 그 당시부터 있었던건지, 후에 개보수를 한건지 모르겠다.

내부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좀 아쉬웠다.


궁궐 밖 산책로는 참 쾌적하다.
성 입구에서 부터는 거리가 어느 정도 되는데, 중간중간 조성된 공원도 조경이 잘되어 있다. 
하긴... 왕궁인데...
그 옛날 지엄하신 왕족의 산책로라서인지 가파른 오솔길에도 돌로 쫙 깔아 놓았는데,
아마도, 우천시에도 왕족의 신발에 진흙이 묻지않도록 하기 위한 도로포장이 아닌가 싶다.


 
   
빼나궁에서 내려다보이는 곳에 몇개의 왕궁이 더 보이는데, 산중턱 혹은 숲속에 잘도 지어놨다.
저 밑에 넓찍한 땅 놔두고 꼭 산에다 짓는 이유가 뭐냔 말이다.
백성의 삶의 터전이라서...???   농민의 경작지를 넘볼 수 없어서??? 

그러니까...  아랫 것들은 아래서 살고, 윗 분들은 위에서 살자는 말씀인지.

자기들이야 전망좋은 산중턱이나 오붓한 숲속이 얼마나 좋을까마는,
밑에서 부터 돌이니 목재 들고 올라와 저 공사를 하느라 백성들은 얼마나 뼈빠졌을까...
동서를 막론하고, 옛 사람들 정말 고생들 많이 했을거 같다. 

공사가 끝나고도 그렇다.

저 아랫마을에서 산꼭대기 왕궁까지 출퇴근하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필품 사러 다니기도 힘들었을테고.
또 왕에게 호출당한 사람들도 무지 힘들었을거야.  성질 급한 왕은 또 늦게 온다고 온갖 짜증을 다 냈을거 아닌가...
지금처럼 전화가 있어 뭐가 있어...   시종들만 안절부절...  상상을 하니 정말 웃길거 같다. ㅋㅋㅋ...

왕궁에서 연회를 해도 문젤세. 
술 취해서 언덕아래까지 가려면 무지 힘들낀데...
게다가 날이라도 추워봐...  에구~~~  그리 생각하니 피곤한게 한두가지가 아니구나...


성곽에서는 멀리 리스본 떼주강의 철교도 보이는데, 카메라 렌즈가 내 시력을 못 따라가네...
:
조르지城에서 내려와 블랭지구로 향했다.
원래 전철을 탔었는데, 공원등이 잘 조성되어 있어 중간에 내려 걸어가기로 했다.



  대통령宮도 블랭지구로 향하는 도중에 있는데, 중간중간 볼거리가 제법 된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저 큰 수도원에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도를 하는지 궁금하다.




  블랭지구로 향하는 길가의 성당 내부.
  특별히 보존되어 있는 유적지가 아님에도,(초점이 잘 안 맞았지만 그냥 느낌으로 보더라도)
  내부의 조각들이 범상치가 않다.




  기본이 이 정도니...  저게 다 금일까...???


블랭지구로 향하는 군데군데 공원이 굉장히 넓게 조성되어 있는데, 엄청 깨끗하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공원 곳곳에서 아베크족의 뜨거운 장면이 라이브로 생방송되고 있다.
처음에는 좀 낯 뜨겁게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낯 뜨거울 일이 아니다.  
행위자들이 괜찮다는데, 보는 사람이 낯 뜨거우면 그것도 예의가 아니지...  잘 봤습니다.


블랭탑에서 바라 본 석양 낙조가 일품이다.

 

  해가 반쯤 잠길 때 까지 기다려 잠기는 순간을 담았는데,
  기다림에 비해 찍사의 솜씨가 받쳐주질 못해 눈에 비친 모습을 제대로 담지못해 무척 아쉽다.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블랭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백과사전을 찾아보았다.
백과사전엔 벨렘탑이라고 되어있는데, 어느게 정확한건지...  아무래도 사전이 맞다고 봐야겠지...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마누엘 1세가 선조인 항해왕 엔리케를 기리기 위하여 착공하여 1551년 완공하였다.
석회암으로 된 건물은 1변의 길이가 약 300m에 이르며 웅장하고 화려한 노르만 고딕양식을 띠고 있다.

수도원의 산타마리아성당
파사드 가운데에는 마누엘 1세와 왕비 마리아, 성제로니무스, 세례 요한 등의 조각상이 있고,
남문 회랑에는 후기 고딕
마누엘 양식을 대표하는 성인과 고승들의 조각상 24개가 세워져 있다.
수도원 왕실묘지에는 마누엘 1세와 왕비의 돌널, 바스코 다 가마와
루이스카몽이스 등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타호강 근처에 있는 벨렘탑은 4층의 등대로서, 1515∼1521년 프란시스코 데 알다가 가마의 업적을 추모하여
건물 모퉁이마다 감시탑을 세우는 형식으로 지었다.
포르투갈 특유의 마누엘 양식을 띠고 있으며 밧줄·조개·바다풀 등의 장식을 새겨넣고 총안을 둔 흉벽 등을 설치하였다.

탑의 안뜰에는 '성공의 성모' 조각상과 인도 양식의 작은 첨탑을 설치하였다.
지하감옥 위에 있는 '총독의 방'은 고딕 양식으로 꾸몄고, '찬란한 방'이라는 거실도 만들었다.
1983년
유네스코(UNESCO: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
Gorgie城은 올라가볼만하다.
조르지城에서 보이는 리스본 시가지와 떼주강, 그리고 대서양의 모습은 참 보기가 좋다.
마치 서울의 남산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조르지 城에서 바라본 예수상.




  城의 내부는 이렇게 많은 계단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멀리 가까이 보이는 성당들도 좋고, 사진 찍기도 참 좋은 곳이다. 

  城의 구석구석을 다 돌아보면 볼만한 것이 꽤 있다.



  조르지城안에 조성된 조각공원의 철학자像.

  대부분의 조각이 서서 뒷짐을 지고 있는 모습인데, 마치 마주보고 토론을 하는 듯한 형상이다.
  포르투갈의 철학자들은 꼿꼿했나보다.

  게중에는 머리가 없는 동상도 있는데, 경주 보문단지의 머리없는 부처상을 연상케 한다.
  궁금하긴 한데, 물어볼 데가 없다.  

  역시, 배낭여행의 갈증...  
:
점심을 먹자.
꼭 그걸 먹고싶은건 아니고, 사실 다른걸 먹고싶었지만,
배낭여행 안내책자 마다 포르투갈에 가면, 정어리요리를 먹어봐야 한다길래 무조건 시켰다.
   
대부분의 양식은 음식을 주문하면, 에피타이저로 마늘빵이나 바게트 등과 버터를 먼저 갖다주지않는가.
main dish 가 나오기 전 입맛을 돋구라고...
이건 적어도 여지껏 내가 가본 유럽도 같았다.

정어리요리를 시키니, 역시 빵을 몇개 접시에 갖다준다.  별로 맛있어보이진 않았지만, 배가 고프니 쩝쩝쩝...
이어 정어리구이가 나왔는데, 안내책자마다 그렇게 꼭 먹어보라고 떠들만큼 만족스럽지가 못하다.
물론 이건 내 개인의 취향일수도 있지만, 여하튼 나에게는 우리나라 양미리구이가 훨씬 낫다. 

계산을 하려는데, 뭔가 가격이 좀 이상하다.
메뉴에서 본 것보다 많이 나온거 같아 물어보니, 빵과 치즈값이 별도란다.

우리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왜 갖다주느냐??
그리고, 유료라고 말하지도 않았느냐???

따져봐야 의미가 없다. 
"시키지도 않았다면서, 왜 가져가라고 하지 않았느냐??" 고, 되레 반박이다.
그런 법이 어딨느냐고 말해도, "여긴 다 그런다"니 할 말이 없다. 
지네 동네 룰이라는데 뭔말을 하겠는가. 
개~~쉐~이들....



계산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포르투갈에서의 첫 식사라는 의미에서 사진도 찍고 좋았다.
그런데...   그놈의 빵 때문에, 별로 맛도 없는걸 먹어놓고, 초장부터 김 팍 샜다.
저 뒤에 사진 속 저놈아 웃는게 꼭 약올리는거 같네...

저녁에 다른 식당엘 들어가 브라질식 토끼구이를 시켰더니, 마찬가지로 빵이 나온다.
무료냐고 물으니, 아니란다. 유료란다.   가져가라니까 군소리없이 가져간다.
정말 여긴 다 그런가보네.   인정머리들하고는...


유스호스텔에 들어가 key를 받으며 메모판을 보니 [Choi Woo Jin]이란 이름이 있어
반가워 물어보니 어제 있었단다.



  리스본 시가지와 접해있는 떼주江.   파리의 쎄느강이나 런던의 템즈강과는 격이 다르다.

:
[ 2007. 11. 21.  Wed ]


13시간 45분을 쉼없이 달려 (실제로 쉬었는지 안쉬었는지는 자느라 모른다. 괜히 그리 표현해야
 정신없이 온거 같아서...) 도착한 Lisboa.  (여기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리스본을 이렇게 부른다.
 도대체 어떤 근거로 이렇게 부르는지 모르겠다)

역에서 내리자 마자 보이는 야자수나무. 모든 곳이 이국적이지만,
뭔가 이국적인 냄새가 더 풍기는듯 하다.
리스보아 중앙역은 생각보다 왜소하다.  파리를 거치며 눈이 높아졌나...


이번 여행계획을 짜면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미지의 나라 Portugal.
날씨가 참 좋고, 대서양과 연한 항구도시라서 그런지 11월 임에도 햋빛이 강하다.

역에서 유스호스텔로 이동하면서 본 리스본의 첫 느낌은 마치 유럽차 전시장인거 같다는 것.
폭스바겐, 벤쯔, 시트로앵, 오페르 뿌죠, 르노...  거기다, 도요다, 혼디 까지. 
가끔 대우차도 보인다.   여긴 자국차가 없나??? 
택시도 거의 Benz 인걸 보며, 갑자기 포르투갈의 경제지수가 궁금해진다.

대중교통 수단도 다양하다.
전철(지하철), Tram, 전차, 버스, 택시... 이런 모든 교통수단이 조화롭게 공존하며 잘 돌아다닌다.
마치 이곳 사람들은 탈 것(교통수단)을 지상과제로 생각하는 것 처럼...
그런데, 디젤차가 많아서인지 공기는 좀 안좋은거 같다.



전차정류장에서 바라본 조르지城.


주위를 둘러보니, 한때 해양강국답게 건축물도 제법 웅장한데,
재밌는건, 모든 유명인의 동상은 모두 대서양을 향해 서서 기상을 뽐내고 있다.  



대통령宮 앞의 동상은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맞은 편의 떼주강을 바라보고 있다.

 
뽕발광장에서 Black Horse 광장에 이르는 도로는 인도가 차도보다 넓다. 
마치 인도가 아니라 공원길처럼 엄청 넓은데, 도시가 굉장히 깨끗하다는 느낌을 준다.
광장도 조성이 잘 되어있는데, 광장의 대부분은 정사각형 형태로 큰 건물에 둘려져 있다.



레스따우라 도레스 광장
:

TGV.
과연 빠르다.  시속 250 Km라는데, 귀가 멍멍하다.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적응을 하기 전까지 고막이 압력을 받는다.
일본에서 타본 센깐센과 정확한 수치 비교는 어렵지만, 느낌상으로는 더 빠른 거 같다.

앞에 앉은 뚱뚱한 할아버지와 얘기를 나누는데, 여러가지 이야기를 한다.
깐느를 가본 적이 있다고 하니, 영화제에 대한 이야기와 외국의 영화배우에 대해 줄줄이 읊어대는데,
여지껏 자기 영어를 못 알아듣는다고 불만이 많던 초이가 신이 났다.
얼굴에 화색이 돌며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득의만만하다.  그래.. 넌 임자 만나 좋겠다...
프랑스 옛 여배우 이름을 서너명 대니까 나보고 프랑스에서 살으란다.
여배우 몇 명 소개시켜 주면 못할 것도 없다고 하니, 자기도 급하다나...  할배가 무슨...

코리아에서 왔다니까, 이번엔 월드컵에 대한 얘기를 비롯해 축구 얘기로 돌아간다.  
이 할아버지 아시는 것도 많네...



아시는 게 많은 할아버지와 영어 잘 하는 초이가 제대로 맞붙으니,
아는 건 많지만 영어가 짧은 내가 할 일은 앞으로의 일정을 점검하는 일 밖에 없다.
 

창 밖으로 한 없이 이어지는 평야.  곡물이 참 많이도 나오겠다.
보르도 지방 근처부터는 포도밭이 펼쳐진다. 
포도주로 인해 귀에 익은 보르도.  여기가 그 보르도구나... 

파리 몽빠르나스역에서 출발한 떼제베는 그렇게 6시간 정도를 달려 스페인 국경을 지나 Irun 에 도착한다.
이제 여기서부터 포르투갈 Lisboa S.A 역 까지 13시간 45분간의 내 생애 최장시간의 기차여행이 시작된다.
그러니까 몽빠르나스역 부터 포함하면 약 20시간 동안 기차만 타는 셈이다.


처음 타보는 침대열차 쿠셋. 

처음 쿠셋을 접한 느낌은 정말 [웃긴다]는 거였다.
사다리를 타고 상단에 올라가 시트를 깔다보니 왜그리 웃음이 나오는지, 시트를 깔다 말고 엎드려 한참을 웃었다. 
사실 별로 웃을 일도 아닌데, 왜 그렇게 웃음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탑승했던 열차에는 이미 다른 가족이 누워 있어, 사진을 찍는 게 예의가 아닌 거 같아 쿠세 내부사진을 찍지 못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쿠셋 내부를 가장 잘 표현한 사진을 빌려왔다.
[사진 원본은
 http://cafe.naver.com/cooset/33
써니 (siwoo51)님이 게재하신 것임]


쿠셋은 한칸에 좌우로 침대가 있다.
언뜻 보면 좌우 2단씩 침대가 있는거 같은데, 위 사진에서와 같이 아래 등받이 처럼 보이는 것을 들어올려
침대의 벨트를 천정 고리에 연결하여 3단으로 사용한다.  (사진에 설명을 참 잘 해주셨다)
중간 침대를 몸무게가 나가는 사람이 사용할 경우, 과연 벨트와 고리가 지탱을 할 수 있을까 매우 우려되지만,
어쨌든 좌우 세 개씩 6인용인 것이다.

쿠셋의 티켓에는 룸 호수만 지정되어 있을 뿐, 침대에 대한 좌석 지정은 없기 때문에,
먼저 선점하는 사람이 침대의 주인이 되는데,  개인적으로 맨 위가 제일 좋은 거 같다.



요렇게 천정에 수납받침대가 있어 배낭이나 소지품을 올려놓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도난의 가능성은 늘 있으니,  카메라 등 소지품이나 짐 관리를 잘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하단보다야 상단이 손을 탈 확률이 덜하지 않겠는가.


대충 짐을 정리하고 자리를 잡고 앉으니, 아래 층에 있는 꼬마 둘이 우리를 빤히 올려다 본다.
엄마와 아이 둘이 코앞에 가까이 있는 우리를 바라보며 신기한 듯 웃는데, 사실 신기한 건 우리도 마찬가질세 그려...
스페인인지 포르투갈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얘기를 하는 아이들에게 육포를 건네주며 초이가 말을 건넨다.

'What's your name?'
- @>@...???  

아이들이 비식비식 웃기만 할 뿐 대답을 못한다.   당연하지... 애들이 영어를 알간...  
초이.. 니가 낮에 할배와 말좀 통하더니, 바로 up됐구나...  기고만장하게시리...
' 야 ~~   얘들이 영어를 알겠냐...  잘 봐...'

초이의 어깨를 치며, '초이..' 라고 몇 번 반복하고는 내 가슴을 두드리며 '리..' 라고 반복한 후,
꼬마 한 명을 지정하니 '니노 도민치..' 그런다.  
이번엔 내가 초이에게 득의만만한 미소를 보낸다.

아이들과 제대로 통하지도 않는 손짓 발짓을 하고 있는데,  아시안이 들어온다.
파키스탄이라는데, 순진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땅콩을 건넨다.  
그런데, 동남아 사람들은 여기서도 왠지 불쌍해 보인다.  왜 그럴까...


그건 그렇고,  처음 쿠셋칸에 들어왔을 때 중간 침대가 벽에 접혀있어 2단 침대인 줄 알고,
상단에 준비된 담뇨와 베개를 하단에 하나 씩 내려주니 2개 씩이 남아 그냥 사용을 했는데,
나중에 가운데 침대를 사용한 사람은 뭘 덮고 잤을까??? 

 

:
[ 2001. 11. 20  Tue ]


파리 몽빠르나스역 coin-locker 에 배낭을 맡기고,
wife 가 부탁한 화장품을 사러 역 구내의 면세점을 찾았다.
화장품 파는 곳을 찾으며, 'cosmetic shop' 을 물으니, 알아듣는 사람이 없다.

내가 겨우 단어를 떠올렸으면 좀 알아들어야 나도 보람이 있고 신이 날거 아니냐... 
참 정말 니들 해도 너무한다.

facing cream.. skin lotion... foundation... 등등 화장과 관련된 온갖 영어 단어를 나열하니,
겨우 알아듣는다.



외국인이라고 10% D/C 를 해주고, 그 가격의 12% 를 tax refund 해준단다.
이 아가씨가 내가 맘에 들어서 그런건 아니겠지...   어쨌든, 그럼 20% 정도 save가 된건가... 

세관에 가서 refund stamp 를 받으라길래, 세관을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이게 뭐좀... 사무실 분위기가 이상하다.
도무지 세관 같지가 않다.  tax 에 대해 물어도 뭔말인지 통하지도 않고.
한참을 서로 떠들다 보니, 그곳은 세관이 아니라, 고객상담실이란다.
custom office를 찾았더니, customer office로 알아들은거다.
그럼 상담이라도 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1시간여를 역 구석구석을 헤매다 주워들은 얘기로는,
EC (지금의 EU)는 어디서나 되는데, 유럽을 떠나는 마지막 도시에서 하는거라는구만.


이번 배낭여행에 파리와 영국은 제외를 했다.
이왕이면 안가본 곳을 더 많이 찾기 위해,  몇번 다녀본 곳과 흔히 쉽게들 가는 곳은 배제했는데,
그러다보니 유럽이 초행인 초이에게는 좀 미안하다.
때문에, 파리도 리스본으로 가기 위한 경유지에 불과했다.

초이에게 파리는 다음에 집사람과 제대로 다시 오라 그러고,
오전 짧은 시간에 에펠탑, 콩코드광장, 쎄느강, 나폴레옹 기념관 등,
가장 많이 알려진 몇 군데만 급히 돌았다.
그래도 몇 번 와봤다고 도움이 된다.



나폴레옹 기념관.





초이가 주마간상식 수박겉핥기만 했음에도 연신 감탄을 한다.  도시 전체가 예술이라고...
미국에도 가끔 중세풍의 건물이 있지만, copy.. recopy 를 몇 번 해서 글자가 잘 안보이는
복사본 수준이란다. 

맞아.. 아무래도 유럽과 미국은 그런 면에선 격이 다르지.


아~참...  파리에 올 때 마다 느껴지는 것.

파리의 공원을 가보면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제법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사람들이 애완견의 배설물에 대해서는 신경을 거의 안 쓰는 것 같다는거다.
공원 잔디에 배설물이 곳곳에 깔려 있다.
명색이 최고의 문화시민이라는 사람들이, 왜 신경을 못 쓰는지...  안 쓰는건가???

세느강을 따라 걷다보면 아베크족을 많이 보게 되는데, 백인여성과 흑인남성 커플을 자주 본다. 
다른 나라에 비해 프랑스여성들은 흑인남성에 대해 우호적인거 같다.
유색인종에 대한 이질감이 덜 한건지... 아님, 性에 대해 더 개방적인지... 

그리고,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프랑스인들의 체구는 상당히 아시아틱하다.
사이즈나 체격이 대충 우리랑 비슷한거 같아 별 거부감이 없다. 
 

이제 꼭 가보고 싶었던 포르투갈로 가자.
:

브뤼쉘 Midi 역 화장실에 들어서다 문앞에 앉아있는 아가씨를 보고 나도 모르게 발길을 돌리니,
초이가 왜 그리 놀라냐며 묻는다.
젠장... 화장실마다 돈을 받으니, 정말 화장실가다 驚氣가 들릴 정도다.
그래도 예고도 없는 런던보다는 낫구만...

수년 전 겪은 영국 런던의 공중화장실.
동전을 넣어야 화장실의 문이 열리는데, 이게 시간제라는 사실을 처음인 사람은 알리가 없다.
느긋하게 앉아 배변의 쾌락을 느끼던지, 혹은 힘을 주며 사투를 벌이는 도중에
갑자기 문이 열린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이유라도 알면 대비를 하겠건만, 갑자기 문이 열리는 원인도 모를 땐 정말 당혹스럽다.
변비증세가 심한 사람은 여분의 동전을 단단히 준비해야만 한다.




브뤼쉘 Midi 역 플랫폼.


브뤼쉘 Midi 역에서 오후 5시40분 열차를 타고, 파리 Nord 역에 도착하니 7시가 좀 넘는다.

배낭여행시 목적지에 도착하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4~5일 정도 후에 이동할 열차표를 미리 예매하는 일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유레일패스는 1등석을 이용할 수 있는데,
예매를 미리 하지않아 1등석 티켓이 다 나가면 1등석을 이용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낭여행 안내책자를 보면 3일전에 하면 된다고 하는데, 서둘러서 나쁠건 없다.
특히, 야간 이동시 쿠셋이나 침대칸을 이용할 경우에는 더더우기 예약이 필수다.    

24일 이동할 마드리드 → 바로셀로나行 침대칸 예약을 하고, 
예약을 한 Y.H (Youth Hostel)로 가려고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는데,  아니~~  이게 왠 횡재냐... 

지하철 역무원의 파업으로 지하철이 공짜란다.
지하철은 운행 중인데, 역을 통제하는 사람이 없으니 공짜라는 얘기다.
그런데,  Line 5 의 역무원만 파업 중이라 Line 5 구간만 공짜라는 거다.

야 ~~ 그거 괜찮네... 
그러니까 기관사가 파업을 하면 서민들이 살맛 안 나지만, 역무원이 파업을 하면 살만한 건가...  

Line 5 를 공짜로 타고, Line 3으로 갈아타기 위해 초이가 표를 사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 왜 이렇게 시간이 걸려? 뭐.. 문제 있어??' 
- 얼마냐고 묻는데, 이 여자가 말을 못 알아듣네... 미치겠네 정말...

매표구를 돌아보니 아가씨 둘이 역시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 뭔 말이 필요한데?'
- 얼만줄 알아야 돈을 줄 거 아냐'
' 으이그... 영어 잘 한다는 놈들은 꼭 아는 걸 써먹으려 드는 게  문제라니까...  20프랑짜리 줘봐.' 

20프랑 지폐를 매표구에 들이밀고 지도에서 목적지를 가리킨 후,손가락 두개를 펴보이며 ' Two~' 하니,
여직원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웃으며 표 2장과 거스름 돈을 내준다.

' 봤냐?  모르면 큰 돈 주면 지가 알아서 거슬러주잖아.  말이 왜 필요한건데?' 
초이가 머쓱하니 웃으며 한마디 한다.   ' 우~~ 씨~  쉽네..' 

저만 영어를 알면 뭘해... 상대방이 모르면 써먹질 못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나만 아는 건 아는 게 아닌 것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예쁘고 깜찍하고 친절한 아가씨 둘을 만나 쉽게 Y.H 을 찾았다.


그래도 파리를 몇번 와봤다고 처음인 초이를 데리고 나가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 에펠탑의 야경을 둘러 보고, 쎄느강의 유람선을 탔다.

쎄느강의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다리 교각의 조명은 참 아름답다.
다리 교각의 조명 뿐 아니라, 파리에 올 때 마다 조명예술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든다.
갖가지 색깔의 조명과 다양한 조도를 이용한 조명이, 안그래도 멋진 건물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거 같다.
파리는 다방면에서 예술의 도시다. 
:

Oostende에서 악전고투(?) 끝에 도달한 Brugge.

오스땅드에서 기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브뤼헤는 참으로 매력있는 도시다.
출발하기 전 준비를 하면서 본 여행정보 책자에, 브뤼헤를 [천정없는 미술관]이라 소개한글을 읽었는데, 그 이유를 눈으로 확인했다.

기차에서 내리면 중심가까지 가는 마차가 기다리고 있는데,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살피며걸어서 가는 것도 좋다. 



브뤼헤 역에서 도보로 20~30분 정도 걸어서 들어오면 마르크트광장이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브뤼헤를 돌아보면 된다.  브뤼헤는 우리 시골의 읍내 정도 되는 크지않은
소도시이기 때문에 돌아보는데 그리 힘들지가 않다.

이 호텔의 마르크트 맞은 편 골목입구에 자그마한 레스토랑이 있어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원래 배낭여행 중에는 호의호식과 거리가 멀어야 되는데,
오스땅드 열차기지창에서 진을 빼, 좀 배불리 먹기로 하고 안심스테이크를 시켰다.

근데.. 왜 이리 두껍냐...???     두께가 손가락 두 마디 쯤 되어보인다.
두껍게 썰어 질기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햐~~~ 정말.. 이 맛이 뭔 맛이냐...

두꺼운 고기가  입안에 들어가 사~알~ 살~~ 녹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어~쩜~~ 이렇게 맛일 수 수가 있을까.  여지껏 먹어본 스테이크 중 최고다.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한다)




Brugge는  도시가 말 그대로 물 반, 땅 반 인거 같다. 
길 중간중간에 물이 뚫린건지, 물 중간중간에 길을 낸건지 구분이 안갈만큼 물이 많다.

유럽을 다니다 보면, 성당 보수작업을 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되는데, 여기도 예외는 아닌거 같다.




암스테르담을 운하의 도시라고 하지만, Brugge가 한술 더 뜨는거 같다.
암스테르담의 운하는 운하 양쪽을 축조를 하고,  건물은 땅위에 지었는데,
여기는 건물이 운하와 바로 맞닿았다.

이렇게 우람한 나무도 함께 공존한다는게 너무 신기하지 않은가... 
언뜻 보면 뿌리가 썩을거 같기도 하구만...




저렇게 제법 웅장한 건물이 흙 위가 아닌, 물 속에 뿌리를 두고 있다니...

참으로 대단한 건축술이다.  수중 기초골조작업을 어떻게 했을까...  여기도 큰 나무 한그루.


 

중세의 멋이 아름답게 살아있고,  도시 전체가 한폭의 그림이다.
작은 도시 안에 호수와 운하, 그리고 수목과 옛 고옥이 그림처럼 어우러져 있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도시.
   




94년에 프랑스의 아비뇽을 가보고, 언젠가 꼭 다시 들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여기 Brugge야 말로 반드시 한번은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시간이 짧은게 너무 안타까웠다.
망할 놈의 오스땅드에서 갇히지만 않았어도 조금 더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었을텐데..  
너무 아쉬워...

꼭 다시 이 곳을 찾아 3박4일정도 이 아름다운 정취를 느끼며 천천히 돌아봐야지.
그리고, 안심스테이크도 꼭 다시 한번 먹어보고 싶다.  

주방장 그때까지 살아있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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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에 갇힌 지 어영부영 40분이 지났다.  슬슬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이러다 이거.. 진짜 여기서 날밤 새우게 되는 거 아냐...

환장하는 게, 이놈의 기차는 어디를 봐도 비상시 조치에 대한 영어 설명이 없다.
독일의 쾔른까지 가는, 명색이 국제열차 아닌가.
그럼 만국 공용어인 영어 설명 쯤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문득, 우리나라 각종 편의시설에 영어 안내가 얼마나 있었는가 되짚어 보게 된다.
이래서 외국인을 위한 영어 안내가 필요한 거구나...

역지사지...  당해봐야 안다.


그건 그거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 열차에서 빠져나가는 거다.
텅빈 객차의 이 칸 저 칸을 분주하게 옮겨 다니며, 뭔가 탈출의 실마리가 될만한 걸 찾느라
눈에 불을 켜고 있는데, 구석의 차창에 비상 탈출용 손도끼가 보인다. 
비상시 유리창을 깨기 위한 용도다.

그래... 이거라도 있으면 됐다.  좀 더 방법을 찾아보고, 최악의 경우엔 유리창 깬다.
까짓거 누가 와서 뭐라 그러면, 유리창 값 물어주면 될 거 아냐...

그리 생각하며 손도끼를 손에 움켜쥐니, 그나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다소나마 여유를 갖고 열차의 승강구 입구에 앉아  전동문을 꼼꼼히 살펴보니
언뜻 출입문 상단에 빨간색의 레바가 눈에 띈다.

그래... 비상시 수동 개폐기구가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바로 저 놈이로구나.

레바를 함부로 손대지 못하게 하기 위함인지 레바 위를 납으로 봉인해 둔 게 마음에 좀 걸렸지만,
그것 때문에 망설일 상황이 아니었다.  봉인한 납땜을 뜯고 레바를 슬쩍 아래로 당기니,
'따르르르릉...'
  비상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려댄다.

깜짝이야~~  도둑이 제발 저리다고,  벨소리에 놀라 레바를 당기다 말고 한발 뒤로 물러섰다.

어찌됐든 경보가 울렸으니 누가 달려와도 오겠지...
근데, 와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면,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하나...  그건 초이, 네 몫이다...

한 10분 여를 그렇게 예상 추궁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데...  이것도 쓸데없는 대책이었다.  
떡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 먼저 마신다는 우리 속담을 얘들도 알고 있는 걸까...
이 경보는 대체 뭐하러 만들어 놓은건지...    열차 집어갈 놈은 없다 그거겠지...

초이가 묻는다.

' 형.. 아까 뭐 만졌어??'
- 그 위에 빨간 레바 아래로 당겼는데...'

' 근데 안 열렸다...???   그럼 위로 밀어볼까...  ...  ...  이것도 아니네...'
- ...  ... 잠깐만.. 위로 밀어도 안돼??   그럼 아래로 더 당겨봐. 
  아까 내가 벨소리에 놀라 당기다 만 거 같거든...' 

초이가 빨간 레바를 아래로 힘주어 당기자,
' 찡~~~ ' 하며  뭔가 작동하는 소리가 나면서 개폐 보턴에 불이 들어온다.  
오~매~~  반가운 거...    설레는 마음으로 열림 보턴을 누르니 그제서야 문이 열린다.     


한 50분 정도 됐었을까...  바깥 공기가 그리 상큼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철로를 따라 얼추 30분을 걸어 다시 플랫폼으로 돌아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대체 뭐가 잘못됐는지를 모르겠다.

열차를 탈 때 기차 승강구의 출입구 보턴을 누르니 문이 열렸고,
게다가, 객차 내부의 출입문 위에  쾔른行 이라는 문구와 중간 정거하는 역 이름까지
LED 문자로 나타내지 않았는가.  망할 놈들... 
운행하는 열차가 아니라면, 문이 안 열리게 하던지, 혹은, 문자 안내를 하지 말았어야지...


그나마, 그래도 한참 멀리 떨어진 차량 기지로 갖다 놓지 않은 게 다행이랄까...
서울역에서 용산역 정도가 됐던 거 같다.
만약 정말 엉뚱한 곳에 떨구어 놓았다면,  우린 밤새 우왕좌왕 헤맸을지도 모른다.


흐이그~~~  정말 황당 그 자체였다.  ^^ㆀ


자...  탈출에 성공했으니,  이제 아름다운 도시 Brugge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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