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는 건 모르는 것과 같다.
돌아다니기/2001 유럽배낭여행 2007. 1. 26. 03:54 |브뤼쉘 Midi 역 화장실에 들어서다 문앞에 앉아있는 아가씨를 보고 나도 모르게 발길을 돌리니,
초이가 왜 그리 놀라냐며 묻는다.
젠장... 화장실마다 돈을 받으니, 정말 화장실가다 驚氣가 들릴 정도다.
그래도 예고도 없는 런던보다는 낫구만...
수년 전 겪은 영국 런던의 공중화장실.
동전을 넣어야 화장실의 문이 열리는데, 이게 시간제라는 사실을 처음인 사람은 알리가 없다.
느긋하게 앉아 배변의 쾌락을 느끼던지, 혹은 힘을 주며 사투를 벌이는 도중에
갑자기 문이 열린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이유라도 알면 대비를 하겠건만, 갑자기 문이 열리는 원인도 모를 땐 정말 당혹스럽다.
변비증세가 심한 사람은 여분의 동전을 단단히 준비해야만 한다.
브뤼쉘 Midi 역 플랫폼.
브뤼쉘 Midi 역에서 오후 5시40분 열차를 타고, 파리 Nord 역에 도착하니 7시가 좀 넘는다.
배낭여행시 목적지에 도착하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4~5일 정도 후에 이동할 열차표를 미리 예매하는 일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유레일패스는 1등석을 이용할 수 있는데,
예매를 미리 하지않아 1등석 티켓이 다 나가면 1등석을 이용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낭여행 안내책자를 보면 3일전에 하면 된다고 하는데, 서둘러서 나쁠건 없다.
특히, 야간 이동시 쿠셋이나 침대칸을 이용할 경우에는 더더우기 예약이 필수다.
24일 이동할 마드리드 → 바로셀로나行 침대칸 예약을 하고,
예약을 한 Y.H (Youth Hostel)로 가려고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는데, 아니~~ 이게 왠 횡재냐...
지하철 역무원의 파업으로 지하철이 공짜란다.
지하철은 운행 중인데, 역을 통제하는 사람이 없으니 공짜라는 얘기다.
그런데, Line 5 의 역무원만 파업 중이라 Line 5 구간만 공짜라는 거다.
야 ~~ 그거 괜찮네...
그러니까 기관사가 파업을 하면 서민들이 살맛 안 나지만, 역무원이 파업을 하면 살만한 건가...
Line 5 를 공짜로 타고, Line 3으로 갈아타기 위해 초이가 표를 사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 왜 이렇게 시간이 걸려? 뭐.. 문제 있어??'
- 얼마냐고 묻는데, 이 여자가 말을 못 알아듣네... 미치겠네 정말...
매표구를 돌아보니 아가씨 둘이 역시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 뭔 말이 필요한데?'
- 얼만줄 알아야 돈을 줄 거 아냐'
' 으이그... 영어 잘 한다는 놈들은 꼭 아는 걸 써먹으려 드는 게 문제라니까... 20프랑짜리 줘봐.'
20프랑 지폐를 매표구에 들이밀고 지도에서 목적지를 가리킨 후,손가락 두개를 펴보이며 ' Two~' 하니,
여직원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웃으며 표 2장과 거스름 돈을 내준다.
' 봤냐? 모르면 큰 돈 주면 지가 알아서 거슬러주잖아. 말이 왜 필요한건데?'
초이가 머쓱하니 웃으며 한마디 한다. ' 우~~ 씨~ 쉽네..'
저만 영어를 알면 뭘해... 상대방이 모르면 써먹질 못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나만 아는 건 아는 게 아닌 것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예쁘고 깜찍하고 친절한 아가씨 둘을 만나 쉽게 Y.H 을 찾았다.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 에펠탑의 야경을 둘러 보고, 쎄느강의 유람선을 탔다.
쎄느강의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다리 교각의 조명은 참 아름답다.
다리 교각의 조명 뿐 아니라, 파리에 올 때 마다 조명예술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든다.
갖가지 색깔의 조명과 다양한 조도를 이용한 조명이, 안그래도 멋진 건물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거 같다.
파리는 다방면에서 예술의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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