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 11. 24.  Sat ] 


아침에 한시간만 일찍 서둘러 8시까지 역에 나왔어도 Toledo 와 Segovia를 다 볼 수 있었을텐데,
아줌마가 모닝콜을 제대로 못해주는 바람에...  에이~~~

두 곳을 다 보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아쉬움을 접고 Segovia를 택했다.
Segovia가 왠지 이름에서 더 스페인 풍이 강한 듯한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때 통기타 상표로 가장 유명했던 것이 세고비아 아니었나???  그랬거나 말거나... ... 

역에 나가보니, 주말이라서 학생들이 단체로 camping을 가는지 무리지어 있는데, 
기차를 타고 가는 도중 어느 역에서 모두 내린다. 
아마 서울 근교의 양수리나 양평처럼, 그 근처에 야영장이 있는 모양이다.

마드리드에서 세고비아로 가는 중간지점까지에는 양옆에 올리브나무가 한참을 이어지고 있다. 


Chamartin역에서 10:16 에 출발한 기차는 12:07 에 우리를 Segovia역에 내려주었다.

Segovia는 작은 시골도시이다. 아니.. 그냥 시골마을로 하자.
역에서 내려 다운타운까지 가는 버스도 있지만, 걷기로 했다.  안내표지판을 보니 20~30분이면 가능할거 같아서이다.

다운타운 초입에 들어서니, 여기도 뻥과자가 있네...
초이가 뻥과자를 한봉지 사더니 내게도 몇개를 꺼내어 내민다.
한개 먹어보니 맛도 별로 없구만...  더 주는걸  ' 너나 먹으라.' 고 거절했더니, 초이가 울상이다.
맛있으면 내가 왜 안먹겠냐고...   그러니, 저는 왜 맛을 모르겠어... 
그걸 왜 사느냐고 타박을 받아가며 사서는 한두개 먹고 버리자니 체면이 안서고, 나는 안 먹는데고, 자기도 먹기는 싫고,
결국 그것도 안먹어준다고 '형.. 정말 안먹을꺼지??  알았어.. 두고 봐..' 하고 궁시렁거리더니 비둘기에게 나눠준다.
되게 삐졌다.  두고보기는... 뻥튀기 안먹었다고 무슨 큰일이 생기겠어...  ㅋㅋㅋ...
(이게 글로 써서 이렇지 굉장히 웃기는 시츄에이션이었다. 비닐봉달이 들고, 외면하는 놈 따라다니며 사정하는 모습이라니...) 


Segovia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수도교(水道橋)다.



2000년前 산에서 물을 끌어오기 위해 로마인이 만들었다는데, 놀라운건 높이가 장난이 아니다. 마치 거대한 성벽같다.
아래 보이는 3층건물과 자동차와 비교해보면 얼마나 대단한 높이인지 가늠이 될 것이다.  



직접 위에까지 올라가보니, 도랑과 같은 수로의 폭은 약 50cm 정도되는데, 전체 길이는 800 미터 정도란다. 
위의 수로를 찍은 사진이 잘못된 것이 못내 아쉽다.

주말이라 관광객이 많은 편인데, 어느나라인지는 모르겠는데 일군의 여학생들이 이 거대한 수도교를 가리키며
' 겨우 2000년...' 하는 소리를 듣고는 초이가 한마디 한다.
' 애들은 어디서 뭘 보고 왔길래 겨우 2000년이래...???  그리스나 로마 쯤에서 왔나?  거기 말고는 그럴만한데가 없잖아.'
왜...  이집트도 있지..

초이는 우리 천년고도는 볼게 뭐가 있나를 걱정하고 있다.




내가 정말 신비스럽게 생각하며 이해가 안가는 것은 이 수도교의 건축방식이다.
밑에서부터 맨 위까지 이렇게 벽돌을 쌓아올렸는데, 이게 도대체 중간에 무엇을 접착제로 사용했는지...
수로의 폭이 50cm 정도라고 했지만, 사진에서 보다시피 벽돌 서너개의 폭이다.
그 폭으로 벽돌을 쌓아 이렇게 높이 올라간다는게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간다.
아무리 초강력 접착제를 사용했다하더라도, 이 동네는 태풍도 없나??
어떻게 그 오랜 세월을 앞뒤로 자빠지지도 않고 버틸 수 있는거지???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한 것도 아니고...  

로마인들이 만들었다지만, 결국은 스페인 사람들이 쎄빠지게 고생한거 아닌가... 
수십.. 수백명 죽어나갔겠지...  저 꼭대기에서 떨어지면...  아이고~~~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ㅡ.ㅡ
하지만, 이런 대역사(役事)를 구상한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로마제국???




수도교 위 까지 올라가는 계단.
 
그런데, 이 거대한 수도교를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 어린 남녀 한쌍이 또 라이브쇼를 하고 있다.
부둥켜안고 벌건 대낮에 입술을 부비고 난리가 났는데, 이게 도가 지나쳤는지, 여자애가 난리가 아니다.
어떤 생리적변화가 일어났는지는 내가 지가 아니라서 모르겠는데, 남자애의 온 얼굴을 혀로 핥아대기 시작하더니만,
나중에는 아예 남자애의 귀를 통채로 입 속에 물고 우물대고 있다.  
몬도가네...   니... 그리 배고프나...???

짜식들이 하라는 견학은 안하고...

좌우간 나중에 우리 애들.. 특히 딸래미는 절대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으로는 유학 안보낼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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