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더/사람 사람들'에 해당되는 글 120건

  1. 2009.01.26 세밑을 함께 한 정겨운 친구 둘
  2. 2009.01.15 음주 덤앤더머 시무식 2
  3. 2009.01.13 오십중반 친구들의 추억만들기 - 춘천 이광호 위문방문 6
  4. 2009.01.11 가장 오랜 친구 이광호 6
  5. 2008.12.02 SK 와이번스 유격수 나주환
  6. 2008.11.06 편해서 좋다.
  7. 2008.09.28 35년 친구와의 라운딩 7
  8. 2008.09.11 기억 저편에 숨어있던 윤용암 19
  9. 2008.05.25 칼라님 귀국환영회 26
  10. 2008.04.29 경동고 30기 임원단. 16
  11. 2008.03.02 정감있는 모습을 보여준 친구 13
  12. 2008.02.22 교감선생님 두분을 모시고... 15
  13. 2008.02.14 늘 여전하고 늘 새로운 친구들 18
  14. 2008.01.01 함께 해줘서 고마운 재벌, 해탈 4
  15. 2007.12.29 블로그 친구분들과 함께 한 세밑 21
  16. 2007.12.06 육촌형제들의 모임 15
  17. 2007.08.05 작지만 정겨웠던 까사미오 블로그 번개 28
  18. 2007.06.12 백은경점장과 이영준 18
  19. 2007.05.13 [왕년의 명콤비] 김지영 아나운서와 이수만 PD 6
  20. 2007.04.13 나이먹음을 즐겁게 해준 임주숙, 장경선 동문. 20
  21. 2007.01.21 시종회 신년모임 25
  22. 2007.01.12 영원한 흑기사 박명흠 사장 19
  23. 2006.12.28 샤브미의 럭키맨님 8
  24. 2006.11.29 소 뒷걸음질 치다 쥐잡은 재벌 8
  25. 2006.08.07 항상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동호회 모임 10
  26. 2006.08.04 블로그를 통한 친구분들 25
  27. 2006.05.11 꿈이 아름다운 조영준 & 남자현 부부 9
  28. 2006.04.29 늘 변함없는 최경용 부부 21
  29. 2006.04.08 마음이 따뜻한 구본수 兄 14
  30. 2006.03.26 3-6 반창회 23
일요일 오후 4시쯤 울리는 휴대폰의 액정화면에 보이는 얼굴.



어~~  @>@..  얘가 왠일이야??

나 : 어... 광호야~~
그 :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이럴 때 그냥 "고맙다.. 너도 복 많이 받아..."  하고 전화를 끝낸다는건
왠지 전화를 건 사람의 배려에 보답하는거 같지가 않다.

나 : 너 지금 어디야?
그 : 응.. 집에 왔지...
나 : 소주나 한잔 할까?
그 : 언제?
나 : 있다 저녁에...
그 : 좋지...

이렇게 좋아하는걸...   그냥 끊었으면 섭할뻔 했지...

이번엔 내가 다이얼링을 해 액정화면에 띄운 얼굴.




나 : 집이야?
그 : 응..  왠일이야??
나 : 나올 수 있어?
그 : 뭔일 있어??
나 : 광호가 왔네...  소주 한잔 할까 해서...
그 : 어이그~ 어이그~~ 어이그...  좋지~~


이렇게 6시반에 수서역에서 만나 도미 한마리를 잡았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특이한 선생님들에 대한 이야기,
똘 짓을 하다 얻어맞은 이야기, 요즘 아이들과 학창시절 비교를 하다가,
광호로 부터 보톡스와는 다르게 주름을 없애주는 필러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소주 네병이 비워진다.

"세밑에 12시 넘어 들어가는건 그렇잖아...  맥주 한잔하고 오늘은 일찍 들어가지..."

생맥주 500cc 두잔씩을 비우며 나눈 얘기는 쌩뚱맞게도 역사이야기.

고려말 대표적 문장가인 삼은(三隱)이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 그리고 나머지 한사람 이색은 무슨 은이었나...
조선조 풍속화가 三圓은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인데,
기실 3대 풍속화가는 장승업이 아니라 김득신이라는 이야기.
하 은 주 ... 진 수 당 송 원 명 청 으로 이어지는 중국 역대 왕조의 순서.
고려에서 Korea 가 나왔고,  China 는 진(秦)이 어원인데, 그럼 Japan 은 왜 Japan 인가... 하는 이야기...

주위사람들이 우리 대화에 귀 기울였다면 아마 우리가 역사학자쯤 되는줄 오해했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이야기들이 친구들의 술자리에서 나올 화제는 아닌데...  참.. 우리도 연구대상이다.


10시가 조금 못미쳐 헤어져 집에 들어오자마자 문자메세지 수신음이 울린다.

형수겠지...



아니나다를까...   이 친구는 꼭 헤어지면 이런 멘트를 날려 민남을 깔끔하게 갈무리한다.

문자를 보고있는데, 울려든 전화는 광호.
"야~~ 오늘 즐거웠다...  다음엔 까사미오로 갈께...  그리고 내일 지연이 세배오라 그래.."


무자년 세밑 마지막 날을 정이 듬뿍 가는 가까운 친구 두명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너무도 행복했다.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한 친구야 ~~~
우리 건강하게 살면서 변함없이 이렇게 유쾌한 시간을 나누자구나...


그나저나 봄이 되면 필러 맞으러 오라는데...


:
월요일 오후 7시쯤..  해탈에게서 전화가 왔다.

- 형 내일 뭐해?
> 가게 지켜야지.
- 그럼 7시까지 가게로 갈께요.
> 그래.. 내일 보자.

왜 온다는건지, 누구랑 오겠다는건지 묻지도 않았다.
올 일이 있으니까 오겠지..

화요일 오후 3시쯤 형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해탈이가 보자더라.."

저녁 6시쯤 재벌에게서 온 전화. 
"형님 영등포시죠??  언제 퇴근하세요?"


답이 나왔다.
지난 주  해탈이가 덤앤더머 시무식을 해야하지 않겠냐길래 골프 덤앤더머 시무식일줄 알았더니.
음주 덤앤더머였구만...

까시미오에 모여 와인을 한잔하고 자리를 옮겼다.





직장을 그만두고 2002년 골프동호회에서 만난 해탈.
두번째 만남에서 내게 장난을 거는걸로 서로를 알아보고는 여지껏 불같은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다.
10년 차이에도 오히려 내가 배우는게 많은 다재다능한 친구다.
"둘째 형이 형보다 나이가 어린데도 오히려 강하형이 더 편하다."고 하지만,
집사람이 그런다. "장외 시동생이 장내 시동생보다 당신 생각을 더 끔찍히 한다."고.

2007년 4월 헬스클럽에서 만난 재벌.
열심히 골프연습을 하는걸 보고 동호회 이야기를 해줬더니 다음 날 바로 덜컥 입회를 해버렸다.
차라리 내버려뒀으면 골프실력이 많이 늘었을텐데, 괜히 악마의 꼬임에 빠져 노는거부터 배워버렸다.
종종 엉뚱한 생각과 행동으로 사람을 의아하게 만드는데, 뜸금없이 나오는 그런 사오정같은 언행이 재벌의 매력이다.

재벌과 해탈과의 만남에 우연히 낑기게된 형수.
선수는 선수를 알아보는건지, 아님, 뭐 눈엔 뭐만 보이는건지, 혹은 고상한 표현으로 염화시중의 미소인지...
셋이 만날 때는 둘이 의례 저 친구를 챙길 정도로 이제는 당당히 덤앤더머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알고지내다보니 앉은 자리별로 둘씩 대학 동문이다.
그리고 얘기를 나누다보니 묘하게도 넷이 모두 천주교 영세명을 가지고 있는데,
게중 하나만 그럴듯 하고, 나머지는 하나는 선무당, 하나는 돌팔이, 하나는 무늬만 신자다.
그래도 그게 공통점이라고 낄낄 웃고 있으니, 참 한심한 교우들이다. 


분위기 파장 무렵 해탈이가 비감한 어조와 표정으로 선수를 친다.

"형들... 내가 미리 말하겠는데, 오늘은 새해 첫 모임이고 해서 막내가 계산합니다.
 그러니 괜히 나가면서 복잡한 행동 하지 말자구요."

이런 망할 놈이 있나...
지가 낼꺼면 조용히 그냥 지가 계산을 하면 되지,
새해 첫모임이니까 막내가 내겠다는건 또 뭐야..
첫모임이라는 의미가 붙으면 형부터 내야지.  순서가 있는데...
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당한거 같아... ^&^~~


식당을 나서는데, 골목에 동물인형 좌판이 있다.
"채정이 인형 하나 사자..  큰아빠가 새해선물로."  
길다란 강아지 인형을 하나 사서 해탈에게 안겨주자, 해탈이가 그런다.
"형.. 이러면 재벌형한테 미안하잖아..." 
그 와중에 옆사람 챙기는 인간미 하고는...

아참...  의영이도 있었구나...  지갑을 들여다보니 하나 더 사기엔 지폐가 부족하다.
그렇다고 작은걸 사주기는 그렇고.  에이..  의영이껀 다음에...

재벌.. 삐치지마라..  의영이는 다음에 곰으로 사줄께...^^


:
작년 연말 광호가 두번 까사미오를 찾았다.
혼자 한번 오더니, 2주후 가족들과 다시 까사미오를 찾은 것이다.

워낙 서울을 자주 오지도 않지만, 까사미오 오픈 후 한번도 오지않던 친구가 갑자기 두번을 거푸 찾은걸보니
친구가 많이 그리웠던 모양인데, 그러고보니 2005년 4월 병원 개원시 춘천을 찾아가고는 나도 그 이후 가본 적이 없다.
그러던 차에 작년 딸아이 결혼식에 광호의 축의금을 전달받은 형수가 광호에게 한번 가자는 얘기를 했었는데,
그 제안을 지난 주말 실천에 옮겼다.


친구들과 함께 움직일 때 누군가의 입에서든 의례 나오는 얘기.  "누구 차로 가냐?"
기름값 제일 싼걸로 가자는데 의견을 모아 형수가 회사차 프라이드를 끌고 나왔다.

- 차가 좀 좁아 불편하겠지만...
> 좁긴 뭐가 좁냐.  오손도손 얘기하기 딱이구만.  주차하기도 편할테고...
  
(근데 사실 볼보도 타보고싶었고, 제너시스도 타보고싶긴 했다.  녀석들... 좋은 차는 꼬불쳐두고...)
 
이런 대화를 시작으로 토요일 오후 세시에 만난 오십중반 친구들의 추억만들기가 시작됐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춘천의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니 4시 45분.
광호와 반갑게 만나 평소 즐겨 찾는다는 퓨전일식집 [누보]에 들어선게 다섯시 조금 넘어였다.

자리를 잡으며 내가 먼저 읊었다.

나 : 내가 광호 옆에 앉을래.
광호 : 왜?
나 : 내가 너 좋아하잖냐..
광호 : 그게 아니고 너 담배때문에 그러지??
나 : 알긴 아네...  지난번에 네 앞에서 두시간반동안 담배연기 받아먹다가 목이 잠겨 반벙어리되는줄 알았다.

그렇게 잡은 자리.




앉은 자리 왼쪽과 오른 쪽은 성향이 다르다.
광호와 나는 동창들을 만나기는 하지만, 대개 단체모임 외에 개별적으로 만나는 친구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반면에 형수와 굉복이는 마당발이다. 이쪽저쪽 모임 뿐 아니라 개별적으로 만나는 친구들의 폭이 매우 넓다.

나를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박굉복..  이 친구의 머리 속 구조는 대체 어떻게 되어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동기회장을 아마 10년이상 맡고있는거 같은데, 회비 걷는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졸업30주년을 기념하여 이 친구가 동기들로부터 모아 기증한 1억원은 역대 단일기수 최고액이라고 할 정도로
동창회의 뉴스거리였다.  오죽하면 내가 붙인 별명이 [빨대]인데, 그럼에도 누구하나 이 친구를 멀리하지 않는다.
그리고 누구나 이 친구의 말이라면 복종(?)을 한다.  그렇다고 어디가서 나서거나 생색을 내는 스타일도 아니다.
수백명 동기들의 수많은 경조사를 다 챙기고, 어지간한 동창들의 와이프와 아이들 이름까지 줄줄 외우는
그 열정과 관심이 개성강한 친구들을 다 빨아들이는 흡인력의 원천이 아닌가 싶다. 

김형수..  인상만큼이나 누구에게도 거부감을 주지않는게 이 친구의 강점.
수년만에 처음만난 친구에게도 바로 얼마전 만났던 것처럼 친근하고 스스럼없이 대해주는 인간미 넘치는 친구.
자기가 마음에 드는 친구는 다른 자리에서도 P.R(?)을 해가며 여러 곳에 끼워주고 싶어하면서도,
실망스러운 친구에 대해서는 별로 입을 열지않는 이 친구는, 방금 헤어지고도 택시안에서
"친구야.. 사랑한다." 라는 문자를 보낼 정도로 휴머니즘 가득한 로맨티스트다.
하지만, 자신의 고민은 늘 혼자 새기는 이 친구의 마음 한켠에는 가끔 언뜻언뜻 햄릿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기도 한다. 

이광호..  옆에 있으면 떡 한쪽이라도 생기는, 큰 코 만큼이나 모든게 여유로워보이는 친구.
자기보다 부족한 친구에게 모든걸 다 퍼주면서도 스스로를 뻐기거나 결코 상대를 낮춰보지 않는 것은,
그가 물질로만 넉넉한게 아니라 마음이 더 넉넉하기 때문일 것이다.
언뜻 까칠한듯 하면서도 마음이 모질지못해 손해보는 경우가 더 많은 이 친구는
관심분야만큼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취미이기도 한데, 이런 Newie 마니아가
그래도 40년 넘은 묵은 친구를 바꾸지않고 놔두는걸 보면 참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리에 앉으며 담배가지고 한마디했더니, 보이지않는 곳에 내려놓고 피워주는 저 센스.^^


광호가 와인 좋은 걸로 몇병 가져오라고 했지만,
식당에 너무 많이 들고가는건 예의가 아닌거 같아 두병을 가지고 갔다.
와인 세병을 비우고 광호가 잡아준 숙소에 차를 주차시키고 슬도 깰겸 당구장으로 직행.
모두 오랜만에 큐를 잡고 두시간여 당구를 즐긴 후 포차로.
그곳에서 소라를 안주삼아 소주 2병을 비우고 어디를 갈까 한참을 망설였다.

- 야...  오늘이야말로 늦게 들어가는거 걱정 안해도 되잖아...
> 그러네...  오늘은 정말 들어가는거 신경 안써도 되는 날이네..
- 그러니까 오늘같은 날 우리가 뭐좀 재밌는게 없을까??

그래봐야 대한민국 술문화가 다 거기서 거기지, 뭐가 색다른게 있겠나...
결국 찾은 곳이 노래주점.  그것도 길거리를 헤매다 추위에 쫒겨 골목에 있는 작은 집을 찾았는데,
간판의 이름같이 [매혹]적인 곳은 아니었다.  차라리 도전정신을 갖고 그 옆의 [벤쳐]로 갈걸 그랬나...
별로 맘에 들지않으면서도 결코 누구하나 나가자는 말도 하지못하는 50중반의 소심남들이 무엇을 하겠나.

결국 맥주에 노래만 부르다 숙소로 돌아왔다.  
요렇게...




맥주 여섯병을 사들고 모텔로 돌어온 소심남들.

잠자리를 아주 건전하게 확보했을을 인정함!!!

굉복이가 한 소리한다.

- 내가 오십이 넘어 대단한 이상범이하고 같이 잠을 자게 될줄이야...
> 그러게..  야~~ 우리가 오십넘어 이렇게 한방에서 잘거라고 생각을 했냐...  더구나 넷이서...

이렇게 새벽 네시쯤 잠이 들었다.
광호와 형수는 침대에서, 굉복이와 나는 바닥에서.  무슨 특실이 이래...

그날 동틀 때까지 트럼펫 분 사람이 누군지 세사람은 알고있다.^^


언뜻 눈을 뜨니 일곱시.  너무 빠르다.  꼼짝말고 자자. 
잠시 후 형수가 눈을 뜨더니 하는 말. "아~~ 배고프다."   이런...  늦잠자긴 틀린거 같다. 
다른건 다 참아도 배고픈건 절대 못참는 형수의 입에서 배고프다는 말이 나왔으니...
먼저 씻고 앉으니 어쩔 수가 없다.

9시에 나와 근처의 식당에서 곰치국을 먹는데, 춘천만 해도 서울과는 달라
생선이 먹고 싶다고 하자, 식당식구들이 먹으려고 구운 이면수를 모두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길이 막힌다고 등떠미는 광호의 성화에 쫒겨 11시에 출발하여 집에 도착하니 한시반이 좀 넘었다.
집사람이 깜짝 놀란다.  왜 이리 빨리 왔냐는 반응.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처럼 시간제한(?)없이 편안하게 친구들과 마주한 시간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엔 같이 통나무집에 가 고기라도 구워먹고 싶다.


집앞에 나를 내려주며 형수가 주먹을 쥐고 소리친다. "1박~~"
나도 주먹을 쥐어보이며 대꾸했다. "2일~~" 

비록 야생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우리도 리얼 1박2일을 한번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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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원 원장인 이광호는 내 가장 오랜 친구다.

중학교시절부터 서로 집을 들락거리며
고등학교 3학년 때는 패싸움에 같은 편으로 참전해
생활지도부에 불려가 나란히 앉아 진술서를 작성하기도 했던 친구.

내가 베푸는 것 보다 늘 더 많은 것을 내게 베푸는 이 친구는
남들에게 부탁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가장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때문에 80년대초 당시 회사에서 매년 가전제품 판매캠페인을 할 때 마다
 이 친구 집의 가전제품이 하나씩 바뀌곤했다.

재원이의 주치의(?)이면서 지연이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 친구에 대한 지연이의 호칭이 [시아빠]일 정도로 서로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이 친구는 친구들의 아이들에 대해서는 일체의 진료비를 받지않는데
  그 논리가 또한 기가 막히다.

"내가 친구들 아이들 진료비는 안받지만, 와이프들 진료비는 받는다.
친구 아이들이야 다 내 애들이라고 생각해도 되지만,
친구들 와이프를 다 내 와이프라고 생각하면 안되잖아...  그러니 받아야지."

한번은 이 친구가 내게 묻는다.

- 너 휴대폰 내 단축번호 몇번이야?
> 11번.
- 야~~ 왜 내가 11번이야...??
> 1번부터 10번까지는 우리 가족들이거든. 11번이면 제일 빠른거야..
- 그래...??
> 너는 내 번호가 몇번인데?
- 나도 11번.
> 그럼 비겼네...


40년을 늘 서로를 가까이 여기며 함께 했던 친구.
2005년 춘천으로 병원을 옮긴 후 오랫동안 만나지못했던 친구가
지난 연말 까사미오를 찾았다.

그렇게 술을 좋아하는 이광호.
함께 와인을 마시는데, 전과 같지않게 뒷심이 많이 약해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춘천으로 가서 혼자 생활하다보니 심신이 많이 약해진듯 하다.
요즘 전화를 하게되면 나의 마무리 말은 항상
건강 생각해서 술좀 적당히 마시라는 당부다.

내 좋은 친구야...  먼저 가면 안된다.


:


2006년 두산베어스에서 SK와이번스로 트레이드된 나주환은
재원이의 중학교 동창이다. 

인천 연고인 SK로 옮긴 후 자주 만나지 못하던 두녀석이
시즌이 끝나 주환이가 한가한 틈을 타
어제 까사미오에서 만났다.

마침 어제는 주환이가 WBC대표 1차후보에 선정된 날.

재원이는 아직 어려보이기만 한데,
대한민국 야구판에서 당당히 자기 이름을 새겨나가는
젊음이 새삼 대견하게 느껴진다. 

부상없이 건강하게 좋은 선수로 성장하길 바라며
친구들의 우정 또한 늘 변함없이 간직되길 바래본다.

:

편안함이 느껴지는 이 분위기가 좋다.



이렇게  장난할 수 있는 격의없음이 좋다.




기쓰고 낑기려는 이 친근함이 좋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내가 자랑스럽다.


그리고,

함께 할 수 있음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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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4학번 동기들.

나를 제외한 셋은 문과출신이다.
지금은 명칭이 바뀌었지만
입학당시 명칭으로는 법정대 문과대 상경대 출신이다.

옥원호 유지설 배기홍.
지금은 대학교수로 사중은행과 중앙은행의 간부로 있는 친구들과
기홍이의 주선으로 남여주CC에서 모였다.

옥원호와는 처음 라운딩.
유지설과 배기홍과는 두번째던가...

우리 35년 친구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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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대학2학년때 신입생으로 써클에 입회해 인연을 맺은 친구.
나와는 1년 후배지만 늘 친구같은 윤용암부부가 까사미오로 나를 찾았다.

이 친구와는 대학시절 짧은 기간에도 에피소드가 많다.
소백산 겨울산행에서 커피를 먹겠다고 펄펄 끓인 물을 엎어 화상을 입은 나.
여름 치악산 등반시 지금의 부인에게 줄 버들강아지를 꺾다 자기 칼에 허벅지를 찔린 용암.
그 여름 치악산의 밤, 남자 넷의 엽기게임은 아무도 입을 열 수 없다.

이 부부는 대학 1학년때 첫 미팅에서 만나 지금까지 서로가 일편단심이다.
그것도 펑크난 친구 대타로 나가 만났으니 대단한 인연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승승장구하는 이 친구를 옆에 두고
제수氏에게 물었다.

대학1학년..  그 어린 나이에 어쩜 그렇게 잘 골랐냐고...
미래의 재목을 알아보는 혜안에 감탄했다고.


근 20년 이상 연락이 끊겼던 사람을 이어준건 이 블로그였다.
처음 나가는 골프장 탐색을 하다 우연히 내가 올린 글과  접속이 된 것이다.
두 사람은 너무 뜻밖에 맺어진 나와의 인터넷 접속에 너무 놀랐단다.

함께한 시간에 비해 더 깊은 情을 나눴음이 확인됐던 시간.
그 묵혀있던 情을 확인시켜준 두사람에게 애정을 보낸다.

두분...   앞으로 종종 봅시다 ~~~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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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에 계시는 칼라님이 일시 귀국을 하셨다.
내 블로그의 열렬한 왕팬(본인의 표현이니 괜찮겠지...)이 오셨으니 나도 그냥 있을 수가 없었는데,
이미 참석자가 지명되고 있었다.   역시...  인기있는 분은 뭐가 달라도 달라...

해서...  지난 금요일 강남의 풍년집에서 칼라님의 총애를 받아 차출된 사람들이 모였다.
아니, 모였다기 보다 집합을 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거 같다.

이 풍년집이라는 곳...
어항주인님과 럭키맨님의 단골집으로 알고 있는데, 
재작년부터 럭키맨님이 초대장을 날려놓은 상태에서 이제 겨우 방문을...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물리친다더니, 한국에 살면서 2년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캐나다에서 오신 분이 상봉을 시켜준 것이다.


호출당한 분들의 면면을 보자.



나무님과 어항주인님, 칼라님, 이렇게 세분은 초등학교 동문이시다.
어항주인님과는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신거 같고, 나무님과는 어항주인님을 통해 동문임을 아셨다는데,
서로의 터울이 4년, 2년쯤 되시는거 같던데...  (이건 천기누설인가...  참 인상들 좋으시네.)




럭키맨님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뜬금없이 나를 바꿔주셨다.
'여보세요~~  누구???  잘 안들리는데...'

요 주인공은 잠시 후에 모습을 보이게 된다.  


럭키맨님과 나무님 부부는 어항주인님과 어려서부터 같은 교회를 다니시며
친동기간 처럼 우애를 나누는 가까운 사이.

마침 세분이 사시던 동네와 초등학교가 내가 다닌 고등학교 바로 옆이라, 옛날 학교 얘기부터 블로그 이야기,
그리고 살아가는 이야기 등을 주저리 주저리 나누다 보니 진도가 여기까지 갔다.



빈 술병과 그릇 상태, 그리고, 살짝 보이는 배를 보니 먹을만치 먹은거 같다.

'일단 나가죠...  어디 가서 맥주를 한잔 하나... 아님, 커피를 한잔...???'
결국 럭키맨님의 제안으로 카사미오로.




'내가 이걸 쓰는 이유는...'

PDA폰에 관심을 보이는 럭키맨님에게 이 기능 저기능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한심한 쥔장.
메뉴판 깔아놓고 이러고 있으니 매출이 오르냐??  ㅉㅉ...

근데, 어째 사진 상태가 이래...??
똑같은 일본제품도 한국으로 보내는 것과 캐나다로 보내는게 품질이 다른가보다.




주문한거 나오기 전에 다시한번 출석체크 확실하게...

사진의 톤이나 분위기가 마치 무슨 드라마나 영화 제작발표회 모습 같다.
증명사진을 몇번 찍었는지 모른다. 
셔터가 열릴 때 꼭 눈을 감는 분이 계셔서... 지금도 좀 그렇긴 하지만, 할 수 없이 통과...


아~참~~~  이날 나온 럭키맨님의 풍채에 대한 기막힌 이야기 하나.

예술의 전당 인가...  합창을 하는 음악회를 가셨는데,
복도를 지나가는데 출연하는 합창단원으로 보이는 듯한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인사를 하더란다.
처음엔 의아해했는데, 바로 상황파악을 하시고는,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받아주셨다고.  '음...  잘 지내지???'  
하긴...   럭키맨님 풍채야 파바로티 격이지...
 

풍년집에서 럭키맨님이 전화를 걸어 나와 통화를 했던 사람이 왔다.  그것도 부부동반으로.

 

오른쪽 앞에 있는 친구는 내가 삼성에 있을 때 함께 일하던 후배인데, 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하다.
이 친구가 어항님, 나무님, 럭키맨님과 어려서부터 한 동네에 살며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다는걸
2년전 럭키맨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히 알고는 서로 세상이 좁다며 신기해 했는데,

이런...  정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좁긴 좁은 모양이다.

내가 참 좋아하는 후배 김범성이 칼라님과 초등학교 동기동창이란다.
나무님이 주먹셈을 하시며 밝혀낸 사실에 두 사람도 어리둥절...
서로는 잘 모르면서도 동네 내과병원 원장님 이야기에서부터 동질감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게다가 칼라님은 삼성에서 함께 일했던 나보다 1년 선배의 처제 아니신가.
그러고보니 여기 모인 모든 사람들이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사이다.

내 옆에 있는 여자분은 김범성의 부인인데, 나와 집사람이 무척이나 좋아하는 제수氏.

사진이 너무 어둡게 나오고 노이즈가 심해,
모두가 옛날부터 알던 관계라 빛바랜 추억의 느낌이 들도록 후보정을 해봤는데, 느낌이 괜찮은건가..??.




두분이 사진을 찍으시는데,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다.
이거...  두분의 화사한 모습을 보니 너무 누를 끼친거 같아 죄송하네...


한가지 퀴즈.

우리가 과연 저 뒤에 보이는 노래주점까지 섭렵을 했을까???
그건 아는 사람들만 안다.  


2년전 잠시 귀국하셨을 때도 일부러 당시 샤브미를 찾아주셨던 칼라님.  어항님을 만난 것도 그때였다.
2년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짧은 귀국기간동안 무척 바쁜 시간을 쪼개 쓰셨을텐데,
그 귀한 시간의 일부를 할애해 주신 것이 너무 고맙다.

가족은 물론이고, 동창들을 비롯해 만나야할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을텐데도
블로그를 통해 짧은 기간 알고지낸 사람에게 전해준 정이 진하게 다가온다.


칼라님...
시간내주셔서 고맙고요, 덕분에 좋은 분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답니다.
미국의 인상좋은 후배님께도 안부 전해주세요.
이번에 못 잡은 한우는 2년쯤 후에 반드시 잡자구요.
가능하다면 그때는 우리 후배님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참... 한강 유람선의 많은 이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맞은 **회 생일도 다시한번 축하드려요. *^^*


어항님... 
풍년집에서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럭키맨님과 다시 한번 만나시죠
이번엔 필히 칼라님이 다시 들어오기 전에 제가 빚을 갚을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

나무님과 럭키맨님도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어 너무 좋았습니다.
두분의 모습을 보니 제가 마음이 훈훈해지더군요.  또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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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달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기 간사모임.
그러니까 이 친구들이 고3시절의 각반 대표들이다.

삼성전자 부사장도, 고등법원 부장판사도, 건축회사 사장도, 그리고 중소기업 대표도
결국은 이순간만은 백수인 나랑 똑같이 반(班) 대표에 불과하다.


저 친구들 중에 새로운 삶을 사는 친구가 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있으면서 동창들 모임에 거의 나오지않던 이 친구가
암선고를 받고 투병생활 끝에 극적으로 삶을 건졌다.
이 친구는 투병시절에 간절히 기도를 했단다.

'여태까지는 나만을 위한 삶을 살아왔었습니다.
 하지만, 당신께서 제게 새로운 삶을 주신다면 정말 지금부터는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을 살겠습니다.
 저한테 기회를 주실 수 없으십니까...'

암을 이겨낸 이 친구는 지금은 모든 모임에 빠짐없이 참석을 한다. 
일 밖에 모르던 사람이 가족에게도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동창 중에 누군가가 병원에 입원을 하고있다는 소식을 접하면
평소 친분과 관계없이 잘 모르는 동창이라도 거의 빠짐없이 병문안을 간다.
자신의 구원을 갈구하던 분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동기회장 왈
-  야~~ 상범이 씨발놈아...   오늘은 니가 내...
> 왜 내가 내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회장님 命이라면 이유없이 존명(尊命) !!!

간사모임은 보통 동기회비로 계산을 하는데, 가끔가다 한번씩 동기회장이 권력을 남용하는 객기를 부린다.
오늘처럼 '야 오늘은 아무개가 내..' 한다거나, 혹은 '오늘은 누구하고 누구 둘중에 누가 낼래?'  이런 식이다.
그러면 누군가는 나서는데, 오늘은 내가 성은을 입었다.

기껏 내게 그래놓고는 회장이 계산하려는걸 내가 카드를 내미니,
-  어~~~ @>@..  진짜 니가 계산하는거야???
> 나보고 내라며???   회장님한테 보일게 충성심 밖에 더 있나...
   회장이 쎄긴 쎄다.   씨발놈 소리 들어가면서도 끽소리 못하고 계산하고 있으니... 

대신 2차로 까사미오 매출이 올랐다.

그럼 대체 내가 손해를 본거야??  이익을 본거야???
그런 계산기를 두들겨보고싶지 않은게 친구들의 모임인가 보다.

저 중에 한 친구는 파카 크리스탈 납품을 한다.
그 친구가 얼마 전에 까사미오로 와인잔 3박스를 보내왔다.
고마움의 표시로 헤어지면서 와인을 챙겨주니, '야... 왜 이래???   뭐하는거야....  나중에 와이프하고 오면 그때 줘...'

그래서 친구다.
:
친구야~~  어딨냐??

혀가 좀 꼬인거 같다.

- 어디긴... 점방에 있지.
> 어.. 그럼 일루 와라.

- 지금은 좀 곤란한데...  근데, 어딘데?
> 멤피스...  그럼 언제 올 수 있는데?

- 글쎄...  가게가 정리좀 되야지...
> 그럼 몇시쯤...??

- 1시나 돼야...
> 지금 몇신데??

- 지금이...  11시.
> 야~ 야~~ 너무 늦어... 하여간 빨리 와라.

- 누구랑 있는데??
> 동창들...  상범이 보고싶어 한다.


12시쯤 독촉전화를 또 한번 받는다.

12시 반쯤 가보니 이미 네명이 대충 평정이 돼가는 분위기.
도대체 [후래자 3배]라는건 언제 언놈이 만들어놓은 법도인지...
거푸 석잔을 받아 마시고 나니 파장 분위기. 

잘됐다싶어 일어나 다들 헤어지는데, 이 친구 나를 다시 붙잡는다.
'우리끼리 한잔 더 하자...'

그러더니 정말 한잔을 더 하고 이 말을 남기고는 이렇게 됐다.

'친구야...  내가 쟤들하고 술 한잔 하다보니 니 생각이 나지않겠니...' 



술이 취한 상태에서 보고싶다며 불러주는 친구. 
오십이 넘어 친구의 무릎을 베고 자는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근데... 어쩜 이렇게 예쁘게 자니... ^^*


고맙다  친구야 ~~~  너같은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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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 날, 그러니까 출퇴근길에 접촉사고를 한번씩 낸 날이었다. 
심란한 마음에 가게를 지키고 있는데, 8시반쯤인가...  부부가 들어온다.
 
'어서 오십시요...  두분이십니까?  저쪽으로...'
그런데, 여자분이 '안녕하세요??' 하며 웃으시는게 아닌가.
 
순간... 안그래도 머리가 멍하고 산만하던 차에,
어디서 낯이 익은데...  언제 까사미오에 오셨던 분인가??  표정이나 분위기로 봐서는 분명히 나를 아시는거 같은데..
누구지?? 햐~~ 이거 고민되네. 물어볼 수도 없고...  어떻게 알아낸담...
 
테이블에 모시고, 메뉴판을 건네드리고 등을 돌리는데, 등뒤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
- 모르시는거 같애...
> 기억을 하시겠어..??  면금이라고 그래야 알겠지...
 
그 순간... 아~차~차~~~  이런 한심한...
 
작년 11월에 골프동호회에 가입하신 부부회원이신데, 지난 년말 납회 및 송년모임에서 딱 한번 만난데다,
또 이렇게 갑자기 두분이 예고도 없이 까사미오에 나타나실 줄은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던지라 미처 기억을 못한 것이다.
 
어쨌던 그렇게 대단한 결례를 범하고 미안한 마음에 곁자리에 걸터앉아 얘기를 나누다보니,
양쪽 가족간에 공통분모가 제법 많았다.

얘기를 나누며 우울했던 마음도 풀어져 고맙기도 하고,
또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게 미안하기도 하고,
양 가족간 비슷한 점도 많아 부부동반 모임을 주선하겠다 하였는데, 어제 자리를 함께 했다.





저녁식사를 외부에서 하고, 까사미오에서 와인으로 2차를...
뭔 얘기가 그리도 많았는지, 7시에 만나 거의 1시가 되어 헤어졌다.

학교 이야기,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검도와 오토바이 이야기, 와인 이야기,
그리고, 나중에 등장한 재원이의 연애전략에 대한 조언까지...

그 시간동안 날라간 와인이 세병이니...
그래도 대화소재가 없어 난감한 것 보다야 훨씬 나은거 아니겠는가.
그만큼 분위기도 좋았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와인으로 취기를 느낀 즐거운 시간이었다. 
:



74학번.
만난지 34년.  햇수로 35년이다.

30여년 전의 앨범을 뒤적여 사진을 비교해보면 분명히 다름에도
그런데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여전히 변함이 없다고 생각되는건 왜일까.

이제 각자의 아들들이 이미 그때 우리의 나이를 넘어서고 있건만
함께 어울렸던 그 시절을 이야기할 때 우린 아직 결혼을 잊은 청년이다.

아이들이 군대를 가고, 유학을 가고, 교환학생으로 떠나있지만
우리의 마음은 백양로와 청송대와 성암관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일성집의 자리에 백화점이 들어서고 진로가 참이슬로 바뀌었지만
우리의 노래방 레퍼토리에는 석별, 아침이슬, 나는 못난이가 빠지지 않는다.

이제 정년을 생각하고 은퇴 후의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되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34년 전의 그 웃음으로 마주하고 있다.


나 때문에 담배를 배웠는데, 자기들에게 담배를 배우게 해놓고 나만 쏙 빠져나갔다고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항변하는 친구들.  나는 자기들이 먼저 피운걸로 기억하는구만...
 
나를 제외하고 여지껏 넥타이를 풀지않고 있는, 질긴 생존력을 갖춘 배기홍, 박중환, 유지설.
못나서인지, 잘나서인지는 다음에 만나 마이티를 하고 당구를 치며 가려보기로 하자.
:



40대 중반에 인터넷에서 만났지만 친형제처럼 늘 따뜻하게 내 곁을 지켜주는 아우들인 재벌과 해탈.

집에 늦게 들어갈 때 마다 내 이름을 파는 것 외엔 더이상 바랄게 없는 친구들이다.
물론 나 때문에 늦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다른 경우에도 내 이름을 도용하니 문제다.

돌려 생각해보면, 그만큼 제수씨들에게 내가 인정을 받고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러다 점점 가정파괴범으로 찍히는게 아닌가 하는 두려운 마음에 한 해가 가기 전
선무공작을 할 필요성을 느껴 지난 토요일 두 가족을 모셨다.

재벌부부와 의동이, 의영이.
해탈과 두딸 채린이와 채정이.  어~~ 해탈 제수씨가 렌즈에 안잡히셨네...


나보다도 더 내게 신경을 써주는 두 동생들에게 늘 고마움을 느낀다.
이런 후배들 덕분에 지치는 삶에 훈훈한 온기가 느껴지고, 나이 먹음을 잊을 수 있는 모양이다.


함께 해주어 고마운 사람들..
다가오는 시간에도 지금처럼 지냅시다.

그리고, 두분 제수씨...  내년엔 저 때문에 늦는 날은 미리 문자 보내드릴테니,
제 문자 없는 날은 꼭 누굴 만났는지 확인하세요. *^^*
:
크리스마스가 지난 26일 블로그 친구분들이 까사미오를 찾아주셨다.
모니터를 통해 생각들을 나누면서 해를 넘기기에는 뭔가 서로 아쉬움이 있었던 듯 싶다.

지난 8월에 한번 만나뵈었던 레몬님, 양평대군님, 자낭화님, 파천님에 별님이 새로 함께 해주셨는데,
나와는 처음이시지만, 레몬님과 자낭화님 파천님과 별님 네분은 다른 자리에서도 이미 친숙한 사이시고
블로그를 통해 이미 익숙해져서인지 분위기는 꽤 편했다.



사진을 꽤 많이 찍었는데, 막상 게재를 하려니 맘에 쏙 드는게 없다.
이 사진은 이분의 얼굴이 반쪽이고, 저 사진은 또 그분의 얼굴이 가려있다.
잘못 올렸다가 삐지신 분이 까사미오 안티운동이라도 벌리면 큰일이 아닌가...^^

그나마 모든 분들의 얼굴이 제대로 나온 사진은 요거 하나.
테이블을 중심으로 양 옆으로 나란히 앉으니 얼굴이 가려진다며, 한군데로 모이라는
까사미오 찍사 준하氏의 특명에 따라 의자 두개에 세사람이 걸치다보니 포즈가 좀 그렇다..
포지셔닝이 마치 신관사또 부임 잔치 같아 다른 분들께 누를 끼칠까 싶어
이 사진을 올려도 될지 나름대로 이틀간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냥 편하게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여름 휴가때 한번 떨어뜨려 경통이 찌그러진 이후 왠지 내 똑딱이가 예전의 기량을 발휘 못하는거 같다.
사진 상태가 영 맘에 안든다.   칼라사진은 양평대군님의 블로그에 이미 표출이 됐으니, 
흑백처리를 해봤는데 오히려 담백한 느낌도...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와 함께 어느새 와인 두병이 비워진다.
모두들 와인이 맛있다는, 나로서는 가장 기분좋은 말씀들을 들으며 일단 까시미오에서 아웃.


이구동성은 아니지만, 이심전심.
한국인의 회식문화는 어느새 노래방이 필수코스가 된지 오래다.



락에서 발라드까지 두루 섭렵하시는 양평대군님.

  

때론 예쁜 짓 까지... (좀 외람된 표현.. 죄송..^^*)
근데, 이분 정말 외과의사 맞나???


 

이건 아마 [내일이 찾아와도]가 아닌가 싶다.
앙평대군님 하품하는게 아님. 
마이크없이 육성만으로 엠프 기능을 수행하며 코러스 동참하기가 결코 쉬운게 아니다.




외투들을 입으신걸로 보아 아마도 마무리곡이 아닌가 싶은데, 뭐였지??
[세계로 가는 기차]였나...

노래방 안 갔으면 큰일날뻔 했다.
어쩜 그리도 노래들을 잘 하시는지, 대한민국 노래방이 성업하는 이유가 충분히 있다.


사진들을 보고있노라니 이럴 때 정말 DSLR을 지르고싶은 마음이 팍팍 밀려온다.
어쩜 화질이 모두 이 모양인지... 

뭐.. 그게 중요한건 아니고,
한해를 그냥 넘기기가 아쉽다는 마음으로 까사미오를 찾아주신 친구분들이 너무 고맙다.

샤브미 때 부터 꾸준한 관심을 보여주시고 이날 케익까지 들고오셔서 분위기를 돋우워주신 자낭화님,
직접 작업하신 귀중한 사진을 액자까지 만들어 석점이나 까사미오에 기증해주신 파천님,
모두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신 레몬님,
가깝지않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동참하여 주시고 다른 분들을 댁까지 모셔다드렸다는 양평대군님,
뵌 것 만으로도 즐거운데 예쁜 화분까지 선물해주신 별님.

한해동안 함께 해주셔서 더욱 즐거운 블로그가 되었습니다.
지금처럼 서로 즐거움과 정을 나누며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이어지기를 바라겠습니다.




플래쉬가 안터진 상태에서 새까맣게 나온 사진을 보정하니 느낌이 괜찮다.
마치 古書畵에 나오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는 듯.

이분을 앞으로 영생교주로 모실까요???
:
해마다 10월이면 당진으로 시제겸 벌초를 하러 간다.
이때는 아버님의 사촌형제들이 모이시는데, 자식들이 모시고 오니 내게는 육촌형제들이 모이는 셈이다.
그런데 할아버님 형제분이 5형제가 되시다보니 모이는 자손들의 수가 만만치않다.
당일 모이는 육촌형제만 대충 40여명이 된다.

이렇게 모이는 숫자가 많다보니 곤혹스러운 일이 생긴다.
사촌까지야 그래도 명절이나 집안의 대소사가 있을 때 자주 얼굴을 보게되지만,
육촌형제들은 얼굴 볼 기회가 잦지않다.  더구나 지방에 떨어져있는 육촌들은 1년에 한번 볼까말까다.
그러다보니 얼굴 익히기가 수월치않은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나는 집안의 종손이다. 
유교사상 덕에 종손만으로도 한 끗발 먹고들어가는데, 게다가 나이까지 한 몫을 거든다.
막내 숙부님과 불과 세살 차이에 그 숙모님과는 내가 알기로 나와 나이차가 없다.
처음 숙모님이 결혼하셨을 때 내가 '숙모님..' 이라고 부르면 그렇게 어색해하셨다. 
막내 사촌동생과 지연이가 동갑이다보니 명절 때 만나면 지들도 좀 어색해한다.
당숙 중에도 나보다도 나이가 어린 당숙이 계신 반면, 육촌형제들 중 바로 아래 동생과 7년 차이가 나니
저~ 아래 동생들과는 20년 이상 나이 차이가 있다.

그러니, 한번 모이면 형제들에게 인사받기 바쁘다.
일단 모두들 와서는 '형님.. 안녕하셨습니까..' 하고 인사들을 하는데, 처음에는 얼굴들도 생소했다.
그래도 몇년 지나니 얼굴은 낯이 익지만 이름은 계속 헷갈린다.
물어봐도 1년만에 보면 다시 얼굴과 이름이 따로 놀고...

그나마 남자들은 낫다. 남자들이 인사를 하면 동생이려니 하고
'그래... 오랜만이다.  잘 지내고??' 하면서 대충 아는 척을 하면 되지만,  여자의 경우엔 난감하다.
이 사람이 육촌여동생인지... 아님, 육촌동생 누구의 처인지...???
여동생이라면 말을 편하게 해도 되지만, 제수인 경우에는 함부로 하대를 할 수 없지 않은가.


지난 10월에 모였을 때 육촌들 소집공지를 했다.
매년 볼 때 마다 열심히들 하는 인사를 받기만하고, 윗사람(?)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 왠지 편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8월에 할아버지 계보중심으로 대표 모임을 갖고, 그제 수도권에 있는 형제들 모임을 가졌다.

총 11명이 모였는데, 당진에서 낯익은 얼굴들이지만 제대로 인사들을 나누지 못하다보니 서열감각이 없다.
비슷한 또래에서는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인지 모르니 인사를 나누면서도 자세들이 어정쩡하다.
존대를 해야할지.. 말을 낮춰도 되는건지...  그리고 이름들도 제대로 모른다.

다 모인 후, 일단 각자 신고를 하도록했다.
'앞뒷자는 다 같으니, 각자 가운데 자와 생년만 얘기해봐..'
이렇게 하다보니 이제 서열은 알겠는데, 도대체 누가 누구와 친형제고, 누구끼리 사촌간인지 계보가 헷갈린다.

그래서 나온 묘수.

각자 할아버지형제 순서와 아버지형제 순서, 그리고 자기형제순으로 가족코드번호를 매기게 했다.
예를들면, 나야 종손이니 당연히 1-1-1 이고 내 동생은 1-1-2 가 된다.
세째 할아버지의 둘째 아드님의 장남이면 3-2-1 이 되는 것이다.
'저는 4-3-1 입니다.'  이렇게 가족코드번호로 신고를 하니, 계보가 확실하게 잡힌다.
우리끼리도 기발나다며 한참을 웃었다.

앞으로 1년에 3회 정도 모이기로 했는데, 모일 때 마다 2차까지는 모르겠고 1차는 내가 쏜다고 하니,
넘버쓰리인 동생이 하는 말, '1차는 그래도 큰형님이 쏘시는게 맞는거 같고, 2차는 40대가 쏘는걸로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대화.

넘버투 : 큰형님이 계속 부담하시는건 그렇고, 다들 나이들도 있고 사회활동을 하니 조금씩이라도 회비를 걷죠.
나       : 그건 아닌거 같아..  경제력이 다 다르니, 괜히 회비걷고 그러면 나오는게 부담스러울 수가 있거든.
            회비관리의 문제도 있고...  

넘버투 : 그럼 40대 이상이 공동부담하는걸로 하시죠..
나       : 그러지말고, 앞으로 1차는 50대가 쏘고, 2차는 40대가 쏘는걸로 하지.

넘버쓰리 : 결국 형님이 쏜다는 얘기네요.
나           : 아니지...  니네 두명과는 3년은 중복되잖아.

막내 : 그럼 저희는 영원히 그냥 참석만 하면 되네요.
나    : 그러면 재미가 없고...  50대는 1차를 쏘고, 40대가 2차를 내고, 60 이 넘으면 오히려 면제를 하는거야. 
         그때는 니들이 형들 먹여야지.  그래야 순환이 되지.

그때 누군가가 그런다.  '그럼.. 국민연금 받는거네요...'
다같이 크게 웃었다. ^-------^

다음 모임은 내년 4월7일에 갖고, 여름엔 가족동반 야유회를 하기로 했다.




좌로부터 시계방향으로
7 영범, 5 기범, 2 창범, 11 진범, 9 강범, 10 성범, 4 항범, 3 준범, 6 인범.
(숫자는 어제 모인 연령순 서열)

20대부터 50대까지 폭넓게 모인 의미있고 즐거운 자리였다.

'형님이 이렇게 자리 마련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 말을 들으니 오래 묵은 일을 처리한거 같아 개운하다.
내년부터는 10월에 가벼운 마음으로 형제들을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편해진다. 

앞으로 모임이 잦다보면 정도 더 깊히 들겠지.
:
금요일 7시.

파천님에 이어 레몬님이 까사미오를 찾으셨다.
익히 서로 안면이 있는 분들이라 친숙한 분위기 속에 와인잔을 기울일 수 있었다.
나의 여행 이야기, 레몬님의 연수 이야기, 그리고 파천님의 사진 출사 이야기가 줄을 잇고 있을 때
자낭화님이 찾아주셨고,

자낭화님의 여행에 대한 끝없는 열정과 나름의 여행법이 마무리 될 무렵, 
갑자기 들이닥친 얼굴...
@<@...

전혀 예상을 못했지만, 그럼에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
양평대군님이 찾아오신 것이다.
양평대군님은 댁은 수지이고, 병원은 평택이시란다.
평택에서 교통이 가장 막히는 금요일 저녁에 서울까지 들려주신 그 마음이 참 고맙게 와 닿는다.

위치를 몰라 네이버 검색을 통해 찾아오셨다는 말씀을 듣는 순간,

앗~차~~~   이런 한심한 경우가 있나...
번개를 친다는 사람이 장소 위치와 전화번호에 대한 안내를 전혀 안한 것이다.
이런...  번개치는 사람의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   당연히 다들 알거라는...

양평대군님은 그간 사진에서 느낀 것 보다는 훨씬 동안이시고, 큰 키에도 불구하고 아담한 느낌을 주신다.
술~술~술~~술~~~  이어지는 대화는 와인 세병을 비우고도 끊김이 없다.

아쉬움과 함께 일어나니 이미 밤이 제법 깊어가고 있다.



 
비록 100% 맘에 들게 나오진 않았으나, 그나마 이 사진이 나오기 까지의 역경을 다섯사람은 다 안다.
파천님 뒤에 앉아 있을 그 아가씨... 집에 잘 들어갔을까...???


함께 해 주신 네분께 감사드리며, 다음 기회가 주어지면 더 즐거운 시간을 나누기를 기대해본다.

아울러 멋진 자작 사진을 액자에 담아 선물해 주신 파천님께 감사드린다.
(우리끼리 얘기지만, 레몬님... 우리 안목좀 기릅시다.  사진의 위 아래가 어딘줄 몰라 액자를 뱅뱅 돌리고 있으니... ^&^~~) 
:




샤브미에서 함께 일했던 백은경 점장과 이영준이 나를 찾았다.
작년 8월에 군에 입대한 영준이가 외박을 나와 백점장과 연락을 하여 찾아온 것이다.

영준이는 제주도에서 복무 중이며,
백점장은 인터넷 의류 쇼핑몰을 최근에 오픈하여 무척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주도에서 군복무 중인 사람이 서울에 와서 만날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럼에도 함께 일했던 만남을 잊지않고 찾아준 영준이가 무척 고맙다.
더구나, 다른 사람에 비해 짧게 일했던 친구인데...

동료들에게 강남에 정말 맛있는 집이 있다고 선전을 했는데,
샤브미가 없어져 무척 서운하다며, 그때 좀더 제대로 일을 못했던게 아쉽다는 영준이.
하지만, 영준이는 누구보다도 자기가 해야할 일에 대해 자존심이 강하고 재치있는 젊은이였다.   

백점장은 여성 사업가로 발을 내디뎠다.
이제 어엿한 사장인데, 나는 자꾸 점장이라고 한다.
아직 사이트가 완성단계가 아니고 한창 다듬고 보완하느라 정신이 없는 듯 하다.


지금 자신의 삶이 무척 즐겁다는 두사람의 방문은 내게도 사는 즐거움을 주었다.
모두 몇발짝 앞서가는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를 기원한다.

:




두 사람은 삼성생명 사내방송의 아나운서와 PD였다.
내가 광고팀장으로 재직시 사내방송을 담당하던 옛 동료들이다.


이수만...

이 친구는 블로그에 소개했던,
나에게 결혼식 주례의 영광을 안겨주었던 주인공이다.

인상만큼이나 그저 사람 좋았던,
다섯손가락의 [풍선]이 애창곡이던 이 친구는
결혼 3개월후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Iowa  State  University 의 홍보학 조교수로 재직중이다.

10년전엔 나이에 비해 겉늙어보이더니, 지금은 오히려 교수의 경륜이 묻어난다.


김지영...

야리한 몸매와는 달리 성격이 활달하고
왠만한 남자들보다 주량도 더 강했던 여자.

14년전 이 친구를 처음 대했을 때  너무 말랐다는 느낌이었는데,
10년이 지나 마주한 그의 표정에서는  여유로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10년이라는 세월이 오히려 그를 더 돋보이게 만든 것 같다.

지금 당장 방송국 아나운서를 해도 손색이 없을거 같은데...


이 자리는 이수만 교수가 잠시 귀국을 해서
보고싶던 사람들을 수소문해서 마련된 모임이었다.

이교수와는 5~6년만, 그리고 김지영氏와는 얼추 10년만이지만
서로가 만나자마자 한 첫 마디는 '하나도 안 변했네.' 였다.

이교수나 나 처럼 젊었을 때 또래에 비해 들어보이는 사람의 장점은
나이가 들어서도 별로 변함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이수만 교수가 내게 묻는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
???

'오늘이 제 결혼 8주년입니다.
일부러 이벤트를 하려고 한건 아닌데, 이렇게 결혼기념일에 주례를 만나게 됐네요.'

그랬구나... 
5월9일이 내가 주례를 섰던 날이었구나...


미국의 대학에서 교수로 자리를 잡아나가는 이수만 교수.
초등학교 3학년과 다섯살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김지영氏. 

이수만교수의 풍선을 열창하는 모습과
김지영氏의 멋진 댄스실력을 다시 못봐 아쉬웠지만
두 사람의 미래가 행복으로 가득하길 바란다
.

:

 


수요일,  나를 찾는 전화가 있었다.

'상범이兄~~  나...'
'어~~ 주숙이구나... 왠일이야??'
'장경선 언니 알아요?  오늘 같이 가려고...'  



임주숙 (사진 왼쪽)

대학써클인 YRC 1년 여후배다.
학창시절부터 성격이 쾌활하고 붙임성이 좋아
선배들에게 귀여움을 받고, 동기들과 후배들에게도 두루 인기가 좋았던 동문.

학교를 졸업하고는 통 연락이 끊겼고, 언젠가 미국에서 생활한다는 소식을 들었었는데,
재작년 불쑥 샤브미를 찾았다.  남편과 함께 완전히 귀국했단다.  

졸업과 함께 30년에 가까운 오랜 세월을 각자 보냈음에도
만나자마자 서로에 대한 호칭은 [상범형]과 [주숙이]였다. 
임주숙氏의 부군과 자녀들이  혹시 조금 불쾌하실지도 모르나,
그만큼 아내와 엄마가 모든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는 넉넉하신 분이라고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사실, 그 옛날 20대 초반의 호칭을 50이 넘은 지금,
그것도 고작 1년 차이인 사이에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겨운 일이다.

여하튼, 귀국 후 가끔 친구들과 샤브미를 들르곤 했는데,
이 날은 정말 뜻밖의 사람과 동행했다.



장경선 (사진 오른쪽)

내가 그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마지막 기억은 75년인거 같다.
남학생들의 시선을 끌만한 외모였지만, 늘 생초롬하고 말이 거의 없던 탓에
써클 동기 남학생들마저 쉽게 말을 나눠본 사람이 없었던 여학생이었다. 

그런 친구를 32년만에 만난 것이다.
젊어서 같이 생활을 하던 때도 별로 말을 나눠본 기억이 없는데,
더구나 30년이 넘은 세월의 흐름 다음에 무슨 말을 나눌 수 있을까... 

그런데... 
세월의 풍화작용은 자연뿐만이 아니라, 사람의 성격마저도 연마(
磨)시키는 모양이다.
그 긴시간의 흐름만큼 이 친구도 엄청 변해있었다.
어찌나 말을 스스럼없이 편하게 잘 하는지...
그 믿기지않는 변화의 신기함에 나는 계속 웃고만 있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것은 결코 나쁘지만은 않은 것이며,
오히려 삶을 참 편하게 해주는 요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이렇게 즐겁게 나이들어감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



시종회는 삼성생명 교육본부에서 한때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친목모임이다.

물론 방대한 삼성생명의 교육조직에 여기 모인 사람들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때 7만5천여명의 보험설계사와 천명이 넘는 영업소장 등
보험업계 최고의 세일즈 조직을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일했던 시절,   
본사와 지역본부, 그리고 3개 연수소에서 100여명의 교육요원들이
지금 대한민국 보험업계 교육의 근간이 되는 각종 제도와 기법과 시설을 만들고 도입하느라
정말 밤을 지새우며 일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만큼 자부심도 대단했다.

삼성생명을 떠난 후, 비슷한 시기에 위아래로 연결됐던 사람들이 연락을 주고 받으며 가끔 모이다보니 
알게모르게 정기적인 모임이 되어버렸는데,  당시 같이 일했던 다른 사람들에겐 좀 미안한 면이 없지않다.


[시종회] 란 이름은 당시 교육조직의 수장이셨던 이시용 교육본부장님과 강종태 교육부장님 (물론 당시 직함이다),
두 분의 성함 가운데 한 자씩을 따서, [시종일관 정을 나누며 살자] 라는 의미로 만들었다.
꿈보다 해몽이라 하지 않던가. 

계절별로 한번씩 모임을 갖는데, 매년 첫 모임은 신년하례 겸 부부동반으로 모여 식사를 하고 각종 공연을 보는게 관례다.
직장생활 동안 뒷바라지 잘 해주어 고맙고, 남은 生도 잘 부탁드린다는, 부인들에 대한 아부의 발로다.


오늘, 샤브미에서 신년하례식를 겸해 모였다.

작년 12월16일 이시용 사장님의 고희연 때,  사장님과 함께 하객들 테이블을 돌며 인사를 나누시던 사모님께서,
우리 시종회원들이 모여있던 테이블에서 인사를 하시며, 작은 목소리로
' 이 테이블에 가장 情이 많이 가는거 아시죠...???'  하시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식사 후, 영화 [데쟈뷰]를 관람했다.

그리고, 샤브미를 찾아주신게 고마워 신년 인사 겸 와인을 한병씩 드렸더니, 다들 즐거워 하시는데,
사실은 내가 더 기분이 좋다.


삼성의 교육조직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강의]에는 저마다 한가닥 씩 하는 쟁쟁한 언변의 소유자들.
그래서  만나면 입담이 끊이질 않는데,  그러니 늘 유쾌한 모임일 수 밖에 없다.
:



골프동호회를 통해 알게된 [흑기사].

한때 사업실패로, 컴퓨터를 조립해 용달차로 전국을 돌며 판매를 했다 해서
처음 동호회의 필명을 [박기사]로 했으나, 너무 기사 티가 난다는 나의 권유를 받아즐여 [흑기사]가 되었다.

그 뒤 또 한번의 실패로 식당 종업원과 빌딩 청소 등, 와신상담 끝에 재기에 성공해
지금은 300여개가 넘는 별정통신사 중, 년간 매출 100억이 넘는 국내 5대 별정통신사의 대표다.

며칠 전, 새해를 맞아 얼굴 한번 보자고 만났는데, 그 날도 이런 이야기를 한다.
'형님.. 저는 설사 지금하는 일이 잘못된다 하더라도, 또 재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늘 듭니다.'
그러면서, 다시 하게 된다면 무엇을 할지 콘텐츠에 대한 청사진을 살짝 들려준다. 

그런 자신감은, 어쩌면 두번의 실패를 딛고 일어선 성공을 기반으로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도 이 친구는 충분히 그럴만한 자질과 능력과 뚝심이 있다고 인정한다.

4년여를 알고 지내면서 내가 흑기사에게 배우는건,
성실함과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 그리고 남에 대한 배려다.
하지만, 사업에 관한 한, 배포 큰 승부사적 기질이 있다.

이 친구에 대해 놀란 것이 두가지 있다.

하나는, 위에 언급했던, 시업 실패 후 식당 종업원과 빌딩 청소를 했었다는 점.
기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의 신분에 있던 사람이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이 말 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정말 자신을 내던지는 집념과 현실인식이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또 하나는, 주식으로 큰 돈을 한번 벌고는, 그 이후 일체 주식에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
행운은 한번으로 족하지, 결코 두세번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좋게 찾아온 것을 반복해서 바라는 욕심이 결국 얻은 행운을 다시 잃게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위의 두가지가 가능케 하는 요인을,  나는 마음을 비울 줄 아는 대범함이라고 생각한다.
 
흑기사와 함께 한 자리에서는, 일행이 늘 신경쓰이는 일이 하나 있다. 
마치 서부영화에서 게리쿠퍼가 속사권총을 뽑듯, 어느 자리에서든 항상 지갑을 먼저 뽑기 때문이다.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애인으로는 더 할 수 없는 만점이지만, 남편으로서는 빵점인 셈이다.
처음엔 그런가보다...  했지만,  어디 그것도 한두번이지, 무지 신경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다보니 계산 실강이 하느라, 자리가 끝날 무렵이면 서로 먼저 나가기 바쁘다.  


직장에서 나온 뒤, 이런 멋진 사람을 만나 친교를 맺고 지낸다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행운이자 축복인지 모른다.

그 와의 만남이 앞으로도 계속 좋은 인연이 되기를 바란다.
:
블로그 친구이신 어항주인님이 회사 송년모임을 위해 샤브미를 찾아주셨다.
뱅뱅사거리에서 전 직원들을 이끌고 이동하기가 사실 불편한 일이건만,
그럼에도 일부러 찾아주신 어항주인님께 감사드린다.

송년모임에는 어항주인님 회사에 기술자문역을 맡고 계신 럭키맨님도 함께 하셨다.




열심히 카메라를 만지고 계시는 럭키맨을 도촬하려 했는데, 셔터를 누르는 순간, 그만 들켜버렸다.

몹시 어정쩡한 표정의 럭키맨님. ^&^~~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다시 제대로 폼 잡고...



그래~~~  이게  바로 나의 본 모습인데...


달라도 너무 달라..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가 있지... *^^*

럭키맨님의 웃음은 상대방에게 넉넉함을 넉넉함을 준다.  


그런데, 허락없이 이렇게 사진 올렸다가 초상권 침해로 피해보상 청구소송 들어오는거 아닌가...
럭키맨님... 넓은 아량으로 봐 주세요...


어항주인님, 럭키맨님..
일부러 찾아주셔서 너무 고맙고요, 두 분 뵐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는 풍년집에 한번 불러주세요. ^-----^ 
:



다니는 헬스클럽에서 만나 친교를 맺어, 우리 골프동호회에 들어온 재벌. 
보통 골프동호회는 골프를 어느 정도 친 후 가입을 하는게 일반적인데,
이 친구는 동호회에 가입을 하고 머리를 올렸다.
어찌보면 대담하고, 어찌보면 기가 찰 일이지만,
참 순진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우리 동호회에는 특이하면서도 기발난 시상이 많은데,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별도로 기술하기로 하고...


우리 동호회 시상의 하이라이트인 월상.

月賞은 핸디캡 조정없이 무조건 타수순으로 하여, 그 월의 등수에 해당하는 사람이 수상자가 된다.
1월에는 당연히 1등이 수상자가 된다.
만약 그 등수에 해당하는 타수를 기록한 사람이 복수일 경우에는,
해당월에 해당하는 홀의 성적으로 따진다. 

예를들어,  7월에는 타수순으로 따져 7등을 한 사람이 월상 수상자가 되는데,
공동 7등이 나왔을 경우에는, 먼저 아웃코스 7번홀의 성적이 좋은 사람이,
그것도 같을 경우에는 인코스 7번홀의 성적을 보고,  그마저 같을 경우에는 추첨을 한다.


재벌, 이 친구의 하소연...   '왜 1년이 12월까지만 있는거야...'
그러면서도 내심 12월상만 노리고 있었다.
12월엔 날이 추울테니 많이들 안 나올테고, 딱 3팀이 형성되면 당연히 자기가 꼴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들이 12명이 안되면 어떡할거냐고 짓궂은 농담을 하곤 했는데...

지난 11월 주중정모에 바쁜 일들이 많았는지 이상하게 평소와 달리  3팀이 나갔다. 
당연히 참석자는 12명.   그런데, 거기서 이변이 생겼다.

모두들 장난스레 재벌은 어차피 꼴찌일테니,
재벌을 제외하고 나머지 11명중 꼴찌를 하면 쌀 한가마니를 받는다며
느슨하게 장난(?)들을 놀다가 그만 한명이 덜미를 잡힌 것이다.

얼떨결에 생각지도 않았던 월상을 한달 빨리 조기(?)수상하게된 재벌.

'드디어 나도 이걸 어깨에 둘러매 보는구나...' 하며,
쌀포대를 어깨에 올려놓고는 득의만만한 포즈를 취했다.
:
 


일요일인 어제 동호회 골프모임이 있었다.
우리 동호회는 한달에 두번 정기모임이 있는데, 지난 7월의 주중모임은 수해로 인해 취소를 했다.
모든 회원들이, 전국적으로 수해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단체로 골프모임을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여 취소를 한 것이다.

그래서 한달만에 갖게 된 모임.
당초에는 휴가철이라 참석인원이 많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만났다.
부부팀도 일곱팀이 나오시고...

자신의 생각대로 말하고 행동하기 보다는, 서로를 배려하는게 습성이 되어버린 우리 회원님들.
그래서 이제는 가족처럼 편하고, 친형제처럼 정이 깊다.

만나면 늘 즐겁고 화기애애한 이 모임에 늘 자부심을 갖는다.



이 사진을 찍으며 한마디씩 한다.

'우리 꼭 수학여행 온거 같애...'

'맞아...  그럼 담임선생이 있어야지...'

'있잖아.. 강하 담임선생님.. 초심 반장님..'
:
지난 수요일 낮에 샤브미로 걸려온 전화.

'형님... 제가 좀 늦을거 같습니다. 2시쯤 갈거 같네요...'

저녁에 파천님과 만나기로 예정되어 있던 주바리님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무슨 소리야...  7시 약속인데, 좀 늦어서 2시에 온다니...???

얘기를 들어보니, 로사님과 자스민맘님이랑 1시에 샤브미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되었단다.
난 아무 것도 들은 것도 없고, 아는 바가 없는데...

그런데, 로사님과 자스민맘님 외에 어항주인님과 양배추님.. 주바리님, 그리고, 또... 자스민맘님의 언니.. 이렇게들 모이셨다.
Surprise Event 란다.


(사진제공 : 주바리님)


로사님과 자스민맘님과는 그간 꾸준히 블로그를 통해 교분이 있었지만,
어항주인님과는 바로 며칠전 불로그에서 서로 인사를 나눴고, 양배추님과는 블로그에서도 초면.

물론 모두 실제 대면은 처음이었지만, 교분을 나눴던 두분과는 정말 오랜 지인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정말 넓은 듯 하면서도 참으로 좁은게 세상인 모양이다.

자스민맘님의 형부는 나와 같은 직장에서 20년을 같이 일해 온, 나보다는 1년 선배이고,
어항주인님은 내가 가장 아끼는 고등학교 후배와 어려서부터 같은 교회에 다니셨다고 한다.
어항주인님이 그 후배보다는 6년 선배시고.
게다가, 어항주인님과 자스민맘님은 또 같은 초등학교 선후배 사이인데,
그 초등학교가, 내가 나온 고등학교에서 빤히 내려다 보이는 지근거리에 있다는거...

매년 신학기에는,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지는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교육,  
- 앞으로 나란히...부터 시작하여, 나비야~~ 나비야~~~  노래 까지 - 때문에 우리는 수업이 제대로 안돼 짜증이 났었는데,
따져보니, 1970년대의 어느 해에, 자스민맘님의 나비야~~ 노래소리에 내가 잠이 깬 적도 있었을거 같다. *^^*

세시간여를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정겨운 대화에 묻혀 지냈다.
분명 처음임에도, 서로에게서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  이것이 블로그의 마력인 모양이다.
그것도 태평양을 건너서...

어제 함께 즐거운 오후를 만들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정을 보내고 싶다.
특히, 바쁘신 일정에서도 모든 분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해 주신 로사님과,
모든 분들에게 기꺼이 점심을 사주신 어항주인님께 감사드린다.  


오후에는 파천님과 주바리님과 저녁을 함께 했는데, 결국 그 날은 블로그 미팅데이가 되고 말았다.
그러고보니 주바리님과는 오후 내내 함께 있었네... 
:





대학 써클 연그린 후배 조영준.
21년 후배인 이 친구는 작년 2월 결혼을 했다.

그리고 맞벌이부부로 남들과 비슷한 안정된 신혼을 꾸미나보다 싶더니,
남들은 취업에 목숨을 거는 이 시대에
신랑과 신부가 차례로 잘 나가던 직장을 미련없이 뛰쳐 나왔다.

그리고...  5월17일,
1년2개월의 일정으로 둘이 세계일주여행을 떠난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팔자가 늘어졌다느니...
집안이 먹고살만하니까 그럴 수 있다느니...

물론 그럴 것이다. 
아무래도 남들보다 여유는 있을 것이다.
못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부럽다.
출발 인사차 네이키드트리에 들른 그들이 나도 부럽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팔자가 늘어졌더라도...  먹고살만하더라도...
1년 2개월간 지구를 떠돈다는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같은 환경에 있더라도 결코 아무나 쉽게 결심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다.


이제 더 큰 세상을 여는
이 사랑스럽고 당찬 젊은 부부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새로운 느낌으로 그들의 머리와 가슴 속에 각인되길 바란다.

1년 2개월 후,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내 앞에 다시 나타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세계 구석구석에서 만나게 될 세계인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제작했다는 자기들의 명함 앞.뒤.

나는 젊음의 이런 톡톡튀는 아이디어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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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아파트에 사는 최경용부부와 모처럼 저녁을 함께 했다.

최경용.
이 친구는 삼성에서 같이 근무하던 후배다.

내가  이 친구를 제대로 접한건, 이 친구가 뉴욕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 였다.
95년에 내가 미국으로 출장을 갔을 때, 현지 업무지원을 담당할 주재원이 따로 있었음에도,
이 친구가 유난히 나를 많이 챙겨 주었다.

하루는 아침 일찍  밀워키로 이동을 하게 되어 있었는데, 
공항으로 나를 pick-up 하기 위해 새벽 5시반에 호텔로  찾아왔다.
그러더니, 차에 타자 마자 은박지 도시락을 건네준다.
열어보니 김밥이 들어 있는데, 한 눈에 판매용이 아닌, 직접 만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왠 김밥이야...???   파는거 같진 않은데...' 하며 물으니,
시간이 너무 일러 호텔에서도 식사를 못할거 같아 집사람이 새벽에 일어나 직접 말았다고 한다.

아니... 이른 아침에 pick-up 하러 와 준 것만도 미안한데, 왜 쓸데없이 집사람까지 고생 시키냐고 그러자,
매번 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소리냐며 정색을 한다.

그렇더라도...  아무리 남편의 직장 선배라 하더라도, 본인의 정이 없으면
새벽 4시에 일어나 김밥을 직접 싼다는게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지금은 나를 '아주버님' 이라고 부르고  남들에게도 [시아주버니]라고 소개를 하는 사이지만,
당시에는 서로 얼굴도 모르고 있었기에,
그때의 고마움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다.

이 친구와는 동향 선후배다.
그런데, 이 친구는 그걸 먼저 알고 있었고,  미안한 이야기지만,  사실 난 그 후 그걸 알았다.  
그러니 자기 딴에는 고향 선배라고 더 친밀감을 느꼈던거 같다.


이 친구와 얽힌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이 친구가 주재원 근무를 마치고 귀국하여 본사에서 교육을 받던 중,
당시 본사에 근무하던 내가 서울의 강남지역본부로 발령이 났는데,
그 소식을 들은 이 친구가 웃으며, '부장님... 제가 바로 따라 갈테니, 먼저 가 계세요.' 그런다.

그러더니 정말 정확히 열흘 뒤, 내가 맡은 부서로 발령이 난게 아닌가...
그때  난  내 위의 임원에게 이 친구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를 묻는 임원에게,
'최경용이는 내 고향 후배다. 처음엔 모르겠지만, 지내다보면 나와 같이 있는 부서원들이 알게 될거 아닌가...
  그럼, 마치 새로 온 부장이 오자마자 자기 후배 데리고 온걸로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그건 부서 전체의 융화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게 아니다.' 고 답했다.

결국, '그건 지나친 기우다. 당신의 뜻이 아니었으니 상관없다.' 는  임원의 뜻에 의해 같이 일을 하게 됐지만.

인연이란게 묘한게, 삼성을 그만 둘 때도 둘이 같은 날 그만두었다.
그리곤 같이 36일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지금 이 친구는 홍체인식에 관한 벤쳐기업을 키워나가고 있고,  나는 추호의 꺼리낌없이 투자를 했다. 


사실 최경용 이 친구보다, 난 이 친구의 와이프인 제수氏를 더 대단하게 생각한다.

시댁에 조그마한 무슨 일만 있어도 서산을 뻔질나게(?) 찾는다.
시댁 주변의 모든 친지들에 대한 경조사, 시댁어른 생신, 심지어 김장 담그러...
게다가 아이들이 진학할 때 마다 신고식(?).
정작 남편은 못가도, 혼자라도 다닌다.

정말 법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부부.
뚝배기 같은 후배와, 마냥 사람좋은 제수氏다.

같이 하면 언제나 훈훈하고 마음 편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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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오후에 느닷없이 아는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평소에도 가끔은 통화를 하지만,
이날은 왠지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다르다.

어디야...?
뭐하냐...?
... 응... 그냥 생각나서 전화했지... 쏘주나 한잔 할까 하고...

뭔가 이상하다... 이 양반이 무슨 일이 있나...
분명히 뭔가 할 얘기가 있는거 같은데, 말은 안하고...

> 저녁에 일찍 들어가요?
- 그럴거 같으네...

> 그럼 오랜만에 형수랑 저녁이나 같이 하죠.
- 우리끼리 하자..

> 아~ 그래도 오래만에 형수 얼굴도 봐야지...
- 야~~ 여자들 껴봤자, 쓸데없는 소리 한다고 옆구리 찌르기나 하지 뭐... 우리끼리 해.

> 그래요 그럼...


해서... 7시반에 만났다.

단둘이 만난게 도대체 얼마만인가... 단둘이 만난 적이 있긴 있었나... 기억도 안날 정도로.
오랜만에 둘이 홍탁삼합과 동동주 뚝배기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만나서도 한동안은 일상적인 얘기만 하는데, 본론이 제대로 안 나온다.

내가 이 선배를 처음 만난 것은 대학 1학년 때.
같이 써클활동을 하는 동기 여학생의 오빠로, 같은 대학의 4학년이었다.
캠퍼스에서 같이 생활한 기간은 1년이었지만,  선배는 8남매로 누나와 형이 있고 여동생도 있지만 
남동생이 없는, 남자형제로서는 막내였기에,  나를 친동생처럼 가까이 대해 주었고,
나 역시 형이 없는 장남이라 첫 인상이 좋았고 성격도 좋은,  선배에게 스스럼없이 ' 형 ' 이라고 부르며
만난 기간 이상으로 가까워 졌다.

선배도 ROTC를 하고 나 역시 같은 길을 걸어 동질성을 느끼곤 했지만,
서로 엇갈리는 군 입대로 연락이 끊겼었는데, 
수 년이 지나 내가 결혼 후 신혼살림을 차린 아파트의 같은 동에 살고 있었다.
아파트 출입구 앞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얼마나 놀랍고 반가웠던지...

그 후, 서로 이사를 다니고 직장을 옮기며 또 연락이 끊기고, (그 때는 핸드폰이 없었으니까)
딸아이가 한영외고에 입학하여  집사람이 학교엘 갔다가  우연히 학교에서 형수를 만난 것이다.
선배의 둘째 아이가 딸아이의 일어과 선배였던 것.  

참.. 인연이란게...
 

그런 절친한  선배가, 뭔소리를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나 하고 있는데,
얘기를 슬슬 시작한다.


자기가 일요일에 베란다 창고 정리를 하다가 상자를 발견했다는 얘기.
그 상자 안에는 오래 묵은 편지가 있었다는 얘기.
그 편지속에 내가 보낸 편지가 있었다는 얘기.
내가 보낸 편지를 다시 읽어보며, ` 아... 얘가 나한테 이렇게 많은 편지를 보냈었구나...` 생각했다는 얘기.
그러고보니 자기는 내게 편지 한통 못 보낸거 같아 새삼 미안하더라는 얘기.
그 어릴 적에 자기를 형처럼 따랐던 동생에게 제대로 못 해준거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더라는 얘기....


그래서 새삼스레 생각이 나서 쏘주한잔 하고 싶었단다.

- 네가 보낸 편지가 꽤 많아... 열 몇통..한 열일곱통 정도 되던가...
> 내가 그렇게 많이 보냈어요?  뭘 그리 많이 보냈지...

그러면서 편지 한통을 안 주머니에서 꺼내 건네준다.

- 아무거나 하나 가져왔다.

그 편지의 겉봉 주소엔 그 형이 처음 입대했던 군부대의 주소가 적혀 있었다.
쭈~욱 읽어내려가는데 석장이나 된다.
내용도 재밌다. 나름대로 내 속 마음이 다 담겨져 있는거 같다.
심지어는 뭔지 기억도 안나는 얘기지만, 학교 써클활동을 하면서 속상한 이야기까지...

1975년에 쓴 편지니까  얼추 30년 전에 쓴 글이다.
한가지 스스로 놀란건 20살의 아직 어린 젊은이가 쓴 글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내용이나 필치가 제법 어른스럽더라는거다. (결국 자랑하는게 되지만...)
나름대로의 생각이 많이 녹아 있다.

내가 썼던 그 편지 속에 대충 이런 문구가 있었다.

[ 많은 좋은 사람들을 아는게 성공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면, 나는 성공할 자신이 있습니다.]

글쎄... 기억도 안나는 30년 전의 다짐대로 내가 지금 성공하고 있는건지...

한가지 분명한 건  비단 내가 아니더라도 당시 스무살의 청년과 지금 스무살의 청년과는
많은 의식의 차이가 있을거라는거다.

형이 다음에 만날 때 내가 보냈던 편지를 모두 복사해서 주겠단다.
젊은 시절의 생각과 지금을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겠냐고...
좋은 얘기 같다.


그날,  무척 행복했다.

내가 의도하지 못해서 결코 간직할 수 없었던 내 생각의 타임캡슐을
누군가의 세심한 배려덕분에 찾을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보다 더 행복한 것은,
그 옛날, 단순히 정감있게만 느껴졌던 형이
30년이 지난 지금, 내게 커다란 나무그늘과 같은 존재로 다시 다가왔다는 점이다.

그간 가끔 만나기도 했지만,  그 형이 새삼 정겹게 느껴지며 기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집에 와 그 이야기를 했더니,  집사람과 딸애가 오히려 더 황홀해 한다.


- 집사람 : 옛날 편지를 들춰보고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일부러 전화를 한다는게... 
                지연아...  너무 아름다운 50대 아니니???    너무 멋있다...

- 딸아이 : 향모언니네 아빠가 그렇단 말이야...    얼~~~ 감동이야.
                아빤 행복하겠다.  나도 나중에 성은이와 그럴 수 있을까...


내게 너무나 커다란 행복감을 안겨준 본수兄 !!!

兄... 고마워..
나머지 편지 복사본 받는 날은 내가 한잔 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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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동기들 중,  3학년 6반 반창회가 샤브미에서 있었다.

사실 이름도 기물가물한 친구가 며칠 전 갑자기
'상범아.. 나 경동 30기 3학년 6반 아무개야...  너 강남에서 음식점 한다며??  니네 집에서 우리 반창회를 하려 하는데...' 
라고,  전화를 해왔을 때 무척 놀라고 고맙기도 했다.
그래서 동창이 좋은 모양이다.

어제, 당시 6반의 담임선생님이시던 한상표선생님이 자리를 함께 해 주셨다.
당시 상당히 엄하셨던 모습의 수학선생님.

3학년 첫날 빠따를 맞은 이야기를 꺼내자,
'그때니까 가능했던 얘기지... 지금 같았으면 당장 핸드폰으로 전화하고 난리났겠지...' 하시며
껄껄 웃으시는 그 모습이 너무 건강해 보이셔서 좋았다. 


선생님께 내가 경악한 것이 있다.

선생님이 들어오시면서 6반 친구들이 각자 인사를 드리고 나서,
내가 '선생님 전 5반에 있었습니다... ' 하며, 이름을 말씀드리려 하자, 내 얼굴을 쳐다보시며
'아~~ 강하 사장..' 하시며 환히 웃으시는게 아닌가...

순간, 나도 모르게  '아니... 선생님이 어떻게 그 이름을...'
친구들이 오히려 무슨 말인지 의아해 하고 있는데,
'강남 샤브미에서 모인다길래 내가 인터넷으로 다 찾아봤지...   다른 사람들이 여기 사진 많이 올려놨더구만. 
 신문에도 나고...' 그러시는게아닌가.

아마 샤브미를 검색하셨다가 이 블로그까지 오셨던 모양이다.
그리고 여러 블로그 친구분들이 올려주신 내용을 보신 것이다. 경향  매거진 X 까지...

그 연세에...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블로그에 좋은 평을 많이 해 주신 블로거님들께도 감사드린다.


좌측 나부터, 원종헌, 김대휘, 한상표선생님, 전종현, 김귀남, 유만식.

김형수와 이광호가 참석치 못한 것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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