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 원장인 이광호는 내 가장 오랜 친구다.

중학교시절부터 서로 집을 들락거리며
고등학교 3학년 때는 패싸움에 같은 편으로 참전해
생활지도부에 불려가 나란히 앉아 진술서를 작성하기도 했던 친구.

내가 베푸는 것 보다 늘 더 많은 것을 내게 베푸는 이 친구는
남들에게 부탁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가장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때문에 80년대초 당시 회사에서 매년 가전제품 판매캠페인을 할 때 마다
 이 친구 집의 가전제품이 하나씩 바뀌곤했다.

재원이의 주치의(?)이면서 지연이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 친구에 대한 지연이의 호칭이 [시아빠]일 정도로 서로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이 친구는 친구들의 아이들에 대해서는 일체의 진료비를 받지않는데
  그 논리가 또한 기가 막히다.

"내가 친구들 아이들 진료비는 안받지만, 와이프들 진료비는 받는다.
친구 아이들이야 다 내 애들이라고 생각해도 되지만,
친구들 와이프를 다 내 와이프라고 생각하면 안되잖아...  그러니 받아야지."

한번은 이 친구가 내게 묻는다.

- 너 휴대폰 내 단축번호 몇번이야?
> 11번.
- 야~~ 왜 내가 11번이야...??
> 1번부터 10번까지는 우리 가족들이거든. 11번이면 제일 빠른거야..
- 그래...??
> 너는 내 번호가 몇번인데?
- 나도 11번.
> 그럼 비겼네...


40년을 늘 서로를 가까이 여기며 함께 했던 친구.
2005년 춘천으로 병원을 옮긴 후 오랫동안 만나지못했던 친구가
지난 연말 까사미오를 찾았다.

그렇게 술을 좋아하는 이광호.
함께 와인을 마시는데, 전과 같지않게 뒷심이 많이 약해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춘천으로 가서 혼자 생활하다보니 심신이 많이 약해진듯 하다.
요즘 전화를 하게되면 나의 마무리 말은 항상
건강 생각해서 술좀 적당히 마시라는 당부다.

내 좋은 친구야...  먼저 가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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