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후 7시쯤..  해탈에게서 전화가 왔다.

- 형 내일 뭐해?
> 가게 지켜야지.
- 그럼 7시까지 가게로 갈께요.
> 그래.. 내일 보자.

왜 온다는건지, 누구랑 오겠다는건지 묻지도 않았다.
올 일이 있으니까 오겠지..

화요일 오후 3시쯤 형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해탈이가 보자더라.."

저녁 6시쯤 재벌에게서 온 전화. 
"형님 영등포시죠??  언제 퇴근하세요?"


답이 나왔다.
지난 주  해탈이가 덤앤더머 시무식을 해야하지 않겠냐길래 골프 덤앤더머 시무식일줄 알았더니.
음주 덤앤더머였구만...

까시미오에 모여 와인을 한잔하고 자리를 옮겼다.





직장을 그만두고 2002년 골프동호회에서 만난 해탈.
두번째 만남에서 내게 장난을 거는걸로 서로를 알아보고는 여지껏 불같은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다.
10년 차이에도 오히려 내가 배우는게 많은 다재다능한 친구다.
"둘째 형이 형보다 나이가 어린데도 오히려 강하형이 더 편하다."고 하지만,
집사람이 그런다. "장외 시동생이 장내 시동생보다 당신 생각을 더 끔찍히 한다."고.

2007년 4월 헬스클럽에서 만난 재벌.
열심히 골프연습을 하는걸 보고 동호회 이야기를 해줬더니 다음 날 바로 덜컥 입회를 해버렸다.
차라리 내버려뒀으면 골프실력이 많이 늘었을텐데, 괜히 악마의 꼬임에 빠져 노는거부터 배워버렸다.
종종 엉뚱한 생각과 행동으로 사람을 의아하게 만드는데, 뜸금없이 나오는 그런 사오정같은 언행이 재벌의 매력이다.

재벌과 해탈과의 만남에 우연히 낑기게된 형수.
선수는 선수를 알아보는건지, 아님, 뭐 눈엔 뭐만 보이는건지, 혹은 고상한 표현으로 염화시중의 미소인지...
셋이 만날 때는 둘이 의례 저 친구를 챙길 정도로 이제는 당당히 덤앤더머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알고지내다보니 앉은 자리별로 둘씩 대학 동문이다.
그리고 얘기를 나누다보니 묘하게도 넷이 모두 천주교 영세명을 가지고 있는데,
게중 하나만 그럴듯 하고, 나머지는 하나는 선무당, 하나는 돌팔이, 하나는 무늬만 신자다.
그래도 그게 공통점이라고 낄낄 웃고 있으니, 참 한심한 교우들이다. 


분위기 파장 무렵 해탈이가 비감한 어조와 표정으로 선수를 친다.

"형들... 내가 미리 말하겠는데, 오늘은 새해 첫 모임이고 해서 막내가 계산합니다.
 그러니 괜히 나가면서 복잡한 행동 하지 말자구요."

이런 망할 놈이 있나...
지가 낼꺼면 조용히 그냥 지가 계산을 하면 되지,
새해 첫모임이니까 막내가 내겠다는건 또 뭐야..
첫모임이라는 의미가 붙으면 형부터 내야지.  순서가 있는데...
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당한거 같아... ^&^~~


식당을 나서는데, 골목에 동물인형 좌판이 있다.
"채정이 인형 하나 사자..  큰아빠가 새해선물로."  
길다란 강아지 인형을 하나 사서 해탈에게 안겨주자, 해탈이가 그런다.
"형.. 이러면 재벌형한테 미안하잖아..." 
그 와중에 옆사람 챙기는 인간미 하고는...

아참...  의영이도 있었구나...  지갑을 들여다보니 하나 더 사기엔 지폐가 부족하다.
그렇다고 작은걸 사주기는 그렇고.  에이..  의영이껀 다음에...

재벌.. 삐치지마라..  의영이는 다음에 곰으로 사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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