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학번.
만난지 34년.  햇수로 35년이다.

30여년 전의 앨범을 뒤적여 사진을 비교해보면 분명히 다름에도
그런데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여전히 변함이 없다고 생각되는건 왜일까.

이제 각자의 아들들이 이미 그때 우리의 나이를 넘어서고 있건만
함께 어울렸던 그 시절을 이야기할 때 우린 아직 결혼을 잊은 청년이다.

아이들이 군대를 가고, 유학을 가고, 교환학생으로 떠나있지만
우리의 마음은 백양로와 청송대와 성암관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일성집의 자리에 백화점이 들어서고 진로가 참이슬로 바뀌었지만
우리의 노래방 레퍼토리에는 석별, 아침이슬, 나는 못난이가 빠지지 않는다.

이제 정년을 생각하고 은퇴 후의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되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34년 전의 그 웃음으로 마주하고 있다.


나 때문에 담배를 배웠는데, 자기들에게 담배를 배우게 해놓고 나만 쏙 빠져나갔다고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항변하는 친구들.  나는 자기들이 먼저 피운걸로 기억하는구만...
 
나를 제외하고 여지껏 넥타이를 풀지않고 있는, 질긴 생존력을 갖춘 배기홍, 박중환, 유지설.
못나서인지, 잘나서인지는 다음에 만나 마이티를 하고 당구를 치며 가려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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