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에 사는 최경용부부와 모처럼 저녁을 함께 했다.

최경용.
이 친구는 삼성에서 같이 근무하던 후배다.

내가  이 친구를 제대로 접한건, 이 친구가 뉴욕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 였다.
95년에 내가 미국으로 출장을 갔을 때, 현지 업무지원을 담당할 주재원이 따로 있었음에도,
이 친구가 유난히 나를 많이 챙겨 주었다.

하루는 아침 일찍  밀워키로 이동을 하게 되어 있었는데, 
공항으로 나를 pick-up 하기 위해 새벽 5시반에 호텔로  찾아왔다.
그러더니, 차에 타자 마자 은박지 도시락을 건네준다.
열어보니 김밥이 들어 있는데, 한 눈에 판매용이 아닌, 직접 만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왠 김밥이야...???   파는거 같진 않은데...' 하며 물으니,
시간이 너무 일러 호텔에서도 식사를 못할거 같아 집사람이 새벽에 일어나 직접 말았다고 한다.

아니... 이른 아침에 pick-up 하러 와 준 것만도 미안한데, 왜 쓸데없이 집사람까지 고생 시키냐고 그러자,
매번 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소리냐며 정색을 한다.

그렇더라도...  아무리 남편의 직장 선배라 하더라도, 본인의 정이 없으면
새벽 4시에 일어나 김밥을 직접 싼다는게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지금은 나를 '아주버님' 이라고 부르고  남들에게도 [시아주버니]라고 소개를 하는 사이지만,
당시에는 서로 얼굴도 모르고 있었기에,
그때의 고마움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다.

이 친구와는 동향 선후배다.
그런데, 이 친구는 그걸 먼저 알고 있었고,  미안한 이야기지만,  사실 난 그 후 그걸 알았다.  
그러니 자기 딴에는 고향 선배라고 더 친밀감을 느꼈던거 같다.


이 친구와 얽힌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이 친구가 주재원 근무를 마치고 귀국하여 본사에서 교육을 받던 중,
당시 본사에 근무하던 내가 서울의 강남지역본부로 발령이 났는데,
그 소식을 들은 이 친구가 웃으며, '부장님... 제가 바로 따라 갈테니, 먼저 가 계세요.' 그런다.

그러더니 정말 정확히 열흘 뒤, 내가 맡은 부서로 발령이 난게 아닌가...
그때  난  내 위의 임원에게 이 친구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를 묻는 임원에게,
'최경용이는 내 고향 후배다. 처음엔 모르겠지만, 지내다보면 나와 같이 있는 부서원들이 알게 될거 아닌가...
  그럼, 마치 새로 온 부장이 오자마자 자기 후배 데리고 온걸로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그건 부서 전체의 융화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게 아니다.' 고 답했다.

결국, '그건 지나친 기우다. 당신의 뜻이 아니었으니 상관없다.' 는  임원의 뜻에 의해 같이 일을 하게 됐지만.

인연이란게 묘한게, 삼성을 그만 둘 때도 둘이 같은 날 그만두었다.
그리곤 같이 36일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지금 이 친구는 홍체인식에 관한 벤쳐기업을 키워나가고 있고,  나는 추호의 꺼리낌없이 투자를 했다. 


사실 최경용 이 친구보다, 난 이 친구의 와이프인 제수氏를 더 대단하게 생각한다.

시댁에 조그마한 무슨 일만 있어도 서산을 뻔질나게(?) 찾는다.
시댁 주변의 모든 친지들에 대한 경조사, 시댁어른 생신, 심지어 김장 담그러...
게다가 아이들이 진학할 때 마다 신고식(?).
정작 남편은 못가도, 혼자라도 다닌다.

정말 법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부부.
뚝배기 같은 후배와, 마냥 사람좋은 제수氏다.

같이 하면 언제나 훈훈하고 마음 편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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