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니기/2001 유럽배낭여행'에 해당되는 글 153건

  1. 2007.03.01 호모사피엔스는 가라... 원초적본능으로 나간다. 12
  2. 2007.02.25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 5
  3. 2007.02.25 투어버스를 타고 돌아본 마드리드의 명소 11
  4. 2007.02.24 슬슬 마드리드를 돌아보자 11
  5. 2007.02.22 자세히 살펴 본 [돈 키호테] 15
  6. 2007.02.22 정열의 나라 스페인에서 열정적으로 터진 우리말 11
  7. 2007.02.13 우리나라도 동상을 폼나게 만들순 없을까... 5
  8. 2007.02.09 떠오르는 휴양도시 Cascais, 그곳에서 본 라이브. 30
  9. 2007.02.08 유럽의 서쪽 끝 Cabo da Roca 12
  10. 2007.02.06 신뜨라의 빼나궁 6
  11. 2007.02.02 리스본 - 블랭지구 12
  12. 2007.02.02 리스본 - Gorgie 城 6
  13. 2007.02.01 별미도 못 느끼고 뒤통수만 맞았다. 9
  14. 2007.02.01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다가선 포르투갈 2
  15. 2007.01.29 20시간 - 내 생애 최장 시간의 기차여행. 그리고, 쿠셋 이야기 10
  16. 2007.01.27 스치 듯 지난 파리 18
  17. 2007.01.26 나만 아는 건 모르는 것과 같다. 17
  18. 2007.01.23 천정없는 미술관 Brugge 26
  19. 2007.01.21 Exodus from ... ... 9
  20. 2007.01.20 오스땅드의 열차에 갇히다 18
  21. 2007.01.18 北海와 맞닿은 오스땅드 8
  22. 2007.01.17 배낭여행에서 느끼는 갈증... 28
  23. 2007.01.16 영어가 안 통하면 눈치라도 있어야지... [ 벨기에 브뤼셀 ] 14
  24. 2006.06.09 풍차마을 쟌세스칸스 12
  25. 2006.06.09 암스테르담의 운하 8
  26. 2006.05.27 암스테르담의 이모저모 15
  27. 2006.05.26 우리를 바보로 만들었던 Tram 10
  28. 2006.05.23 섹스산업 견학으로 시작된 배낭여행 첫날 10
  29. 2006.05.23 암스테르담으로 출발 7
  30. 2005.12.14 뭘 갖고가야 되는거야... 14
일찍 저녁을 먹고 힘차게 야행을 하고자, 여행 후 처음 발견한 한식당으로 가니
오후 8시 반에나 문을 연다고 써있다.  엥~~ @<@...  여덟시반이라고...???  
무슨 놈의 식당이 저녁장사 할 생각을 안하고 그리 늦게 문을 연디야...

시간이 두시간여 남아 이리저리 기웃거려보니 인터넷하는 곳이 있다.
인터넷 사용료는 한시간에 300 페세타.  그래...  간만에 세상소식 좀 접해보자.   

세상이 좋긴좋다. 스페인에서 한글 사이트를 볼 수 있다니...
집과 재원이, 그리고 준범이에게 이메일을 보내는데, 이게 한글자판이 없으니 아주 불편하다.
알파벳자판도 익숙치가 않지만, 갑자기 영작문 시험을 보게 되네...  
뭐 대충 보내도 알아서들 새겨듣겠지.  

다시 한식당으로 가 왜 이리 늦게 문을 여냐고 물으니,
스페인 사람들은 아침을 9시에서 10시, 점심은 오후 2시에서 4시, 저녁은 9시 이후에나 먹는단다.
그래서 식당은 주로 10시가 넘어야 사람들이 들어찬단다.
믿기지 않는 얘기지만, 식당 문을 8시 반에 여는걸 보면 맞긴 맞는거 같은데,  와~~  대~단~~혀~~~

스페인의 소주값은 우리 돈으로 만원 정도.   그래도 유럽에서 제일 싼 편이란다.
참이슬은 딱 한병 있고, 옛날 진로와 곰바우를 판다.   김치도 한 접시에 450 페세타.


저녁을 먹고 야경도 볼겸 낮에 돌았던 곳을 다시 한번 돌았다.



시벨레스광장의 분수대.   왼쪽에 보이는게 콜럼버스 동상이다.




패션가인 그랑비아 거리 입구. 
나무가지를 집어넣어 사진을 찍으니 도시가 딱딱해보이지만은 않아 좋네...


숙소에 들어오니 아직도 방이 춥다.
오전에 그렇게 말을 했거늘... 아니, 그렇게 몸을 떨었거늘...
아줌마를 불러 다시 한번 양 어깨를 감싸쥐고는 또다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혹시 이 아줌마 나의 전위예술을 즐기는건 아닐까...???

이렇게 몸짓에다 손짓 발짓까지 보태 겨우 담요 두장을 얻고, 아침 7시에 나간다는 모닝콜까지 부탁을 하자,
초이가 또 한마디 한다.  
"형... 볼 때 마다 거듭 느끼는건데,  정말 형의 body language는 가히 짐승 수준이야..."

얘는 처음도 아니고, 그렇게 봤으면서도 아직도 전율을 느낀다네..
내가 정말 잘하긴 잘하나봐...  그렇다면.. 흠... 흠... 좀 늦은 감은 있지만, 판토마임이나 배워볼까...


침대에 누워 초이에게 이색 제안을 했다.
면도를 하지말고, 욕을 원색적으로 하고 다녀보자고...

아는 사람 만날 일도 없고, 체면치례 할 일도 없으니,
그간 지적인 사회인 흉내를 내며 사느라 얽매였던 억압과 속박의 굴레를 모두 벗어버리고
몇주만이라도 말초적으로 살아보자.

잘 다려진 양복, 깔끔한 와이셔츠, 단정한 넥타이...  그리고, 매일같이 머리감고 면도하고... 
그리고, 가급적 정제된 표현과 절제된 말투...  지~랄~~~
이게 뭐 맨날 내가 좋아서 하고 다녔냐...    

자..자... 얼마동안이나마 최대한 자유롭게 살아보자고...  하고싶은대로 행동하고 말하고...
단, 욕은 여행 1주일 전까지만. 
욕이 입에 붙은 채 귀국을 했다간 서울에서 무슨 봉변을 당하고 망신을 당할지 모르니,  
서울로 들어가기 1주일 전부터는 정화기간으로 삼아야한다.

혼쾌히 동조하는 초이.
그래서 둘이 찐하게 욕을 해대며 잠자리에 들었다.
: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콜럼버스의 동상.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하여 세계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올린 콜럼버스.
비약적으로 생각하면 아메리카 인디언에게는 웬수같은 존재인 이 콜럼버스와 그의 신대륙 발견설에 대해
사실 나는 납득이 가지않는게 있다.


콜럼버스는 이태리 사람이다.
그런데, 이태리의 제노바에서 태어나 세계적 인물이 된 그의 동상이 정작 이태리에서는 볼 수가 없는 반면,
스페인에서는 한군데도 모자라 가장 큰 도시 두군데에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때문에 영문을 모르는 사람은 그가 스페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 같아도 남의 나라 사람 동상을 그것도 두 곳에나 세워 놓겠는가...

무릇 자기 돈 없이 뭔일을 벌이려면 외부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지금도 뉴스거리가 되는 탐험계획을 세우면 재력있는 기업의 협찬을 받지 않는가.    
그 대가로 성공하면, 산꼭대기나 정상에 자신을 협찬해준 기업을 상징하는 깃발을 꽂아준다.

콜럼버스는 이태리 사람임에도 이태리에서는 별로 협찬의 재미를 못 본 모양이다.
따라서 스폰서를 구하기 위해 포르투갈이나 스페인(당시는 에스파냐)을 찾아다닌 그의 행적은
어찌보면 당연한 얘긴지도 모른다.  그는 바다를 통한 탐험을 동경했고,
그런 그가 활동하던 시대는 이태리보다 포르투갈과 에스파냐가 해양 강국으로 명성을 떨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깃발을 꽂아 줬다고는 하지만, 스폰서는 동상을 두개씩이나 세워줬음에도, 조국은 무심했다.
(내가 이태리를 다 뒤져보지 못해 단정짓진 못하지만)  피가 꼭 물보다 진한건 아닌 모양이다.


또 하나 내가 납득이 안가는 것은, [신대륙]발견이라는 표현이다.
남미의 마야문명과 잉카문명은 유럽의 문명보다 그 역사가 훨씬 오래다.
그리고 당시 아메리카에는 이미 수천만명의 원주민이 거주하고 있었다.
단지 당시 교통이나 통신수단의 수준상 먼곳까지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가설이지만, 만약 비슷한 시기에 남미의 탐험대가 항해를 하다 유럽에 다달았다면,
그들에게도 유럽은 역시 신대륙이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인 것은 있다. 
하지만 자신들에게 처음이라 해서, 그게 모든 [새로움]의 기준이 될 수는 없지않은가.

콜럼버스가 발견했다는 아메리카대륙은 유럽인에게 [미지의 대륙]이었을뿐, 결코 [신대륙]은 아니었다.
더구나, 정작 콜럼버스 본인은 죽을 때 까지도 자신이 발견한 곳이 인도라고 믿고 있었다지 않는가.  



그건 그렇고...

거듭되는 감탄이지만, 유럽사람들 정말 동상 하나는 폼나게 만든다.
그냥 단순하게 사람 하나 뻘쭘하게 세워놓는 법이 없다.
밑을 넓게 하든, 위로 치솟게 하든, 좌우지간 티를 낸다.

:
3개 라인의 투어버스를 적절히 갈아타며 마드리드의 명소를 돌아보았다.



유럽의 그 어느 왕궁에 뒤지지않을 정도의 화려한 내부를 자랑한다는 스페인 왕궁.
안타깝게도 내가 들른 날은 문이 닫혀있어 그 화려함을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그저 굳게 닫혀있는 철문만 바라보았을뿐.  (* 나중에 인터넷으로 확인하니 정말 화려함이 느껴진다)




이사벨여왕Ⅱ세가 건축하여  왕실과 귀족들을 위한 공연장으로 사용되던 왕립극장.
1997년 재단장되어 지금은 오페라하우스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근데, 저 말타고 있는 동상은 누구의 동상일까??
누군데,  감히 왕립극장에 겁대가리없이 말을 타고 들어가려고 폼을 잡고있냐... 
경호실장 동상을 세웠을리는 만무고... 




왕립극장과 그랑비아 거리 중간쯤이 있는  [데스깔사스 레알레스] 수도원.

포르투갈 왕자 조안과 결혼한 카를로스5세의 딸 후아나가 미망인이 되어 스페인으로 돌아와
여생을 보내기 위해  지었다는데, 미망인이 여생을 보내기에는 너무 큰거 아닌가... 
아예 바깥 세상에 안나오고 안에서 모든걸 해결하려고 저리 크게 만들었나 보다. 

왕족들이 살았다면서 왜 수도원이라 했을까...   그래서 이름에 [레알]이 들어갔을까??

근데, 사진을 보니  저 위에 큰 새 한마리 멋지게 잡혔네... *^^*




쇼핑의 중심인 그랑비아 거리 입구.

  


그랑비아 입구의 건물이 그럴듯해 보여 크게 잡았다.




마드리드의 개선문이라는 알깔라문.

까를로스3세의 개선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고 하는데, 어디랑 붙어서 개선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개선]이라는 단어가 이기고 돌아오다는 의미임을 감안할 때, 원정경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아라곤으로 통하는 성문이라는 말도 있는데, 성문이면 성문이고, 개선문이면 개선문이지...
뭐야... 헷갈리게...
하여간 나중에 백과사전 찾으면 알 수 있는 얘기 때문에 시간 끌  필요없으니 패스...

파리의 개선문에 비해 스케일은 작지만, 아기자기한 맛은 있는거 같다.
어쨌든, 유럽엔 나라마다 내세울만한 유명한 쌈꾼이나 싸움의 대가가 하나씩은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개선문이 있던가???   
북한에 광개토대왕 개선문이나, 혹은 을지문덕 개선문이 있는지...
:
암스테르담과 벨기에 시내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자동차 경적소리가 요란하다.
여긴 자기 차 앞에 뭔가가 걸리적거리면 일단 경적을 누르고 본다.
자동차의 주행속도도 빠르다.  하루사이에 교통사고를 2건을 목격했다. 
에~구~~ 무시라... 몸조심해야지...

Madrid 시내 관광투어버스를 탔다.
1800페세타(약 13,000원)면 Tour Bus 3개 Line을 수시로 갈아타면서 마드리드 시내를 돌아볼 수 있다.

빨간색 1호선은 주로 고적지, 파란 2호선은 현대시가지, 
그리고, 녹색 3호선은 양쪽을 섞어 중요한 곳을 하루종일 순회한다. 
라인별로 투어코스를 특화한 것은 관광객의 취향에 맞는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참 좋은 아이디어인거 같다. 

그런데, 위에 언급한 버스의 색은 버스 전체 몸통의 색이 아니다.
1, 2, 3호선 모두 몸체는 빨간 색인데, 버스 전면 상단에 작게 라인별 색이 들어가 있다. 



투어버스는 노선버스와 달리 2층버스인데, 2층은 천정이 없는 무개차다.

막힘없이 사진찍고 시원스럽게 시야를 맘껏 즐긴다는 면에서 2층이 참 좋은데,
2층에서 정신없이 사진촬영에만 몰두하거나, 멍청하니 어중간하게 서서 넋 놓고 뒤돌아보고 있다가는 
뒤통수 다치기 십상이다.  사진에서와 같이 나무가지가 아래로 무성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집무실.   요렇게 보면 한갓진 곳에 있는 듯 하지만,



[태양의 문]이라는 뜻의 Sol 광장 한복판에 위치한 대통령 집무실은 전혀 대통령이 기거하는 곳 같지가 않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그 앞을 지나다니고,  주변 경비도 여유로운 느낌이다. 
청사 앞에는 작은 로타리도 있어 번잡하고, 온갖 버스도 그 앞에 다 서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경호실이나 경찰이 나와 버스 빨리 빼라고 난리도 아닐텐데...




시벨레스광장 한쪽 코네에 엄청나게 규모가 큰 palace 같은 우체국이라는 거.
도대체 무슨 놈의 우체국이 저리도 거창한지 궁금해 들어가 보았더니,
엄청나게 큰 lobby 안에 창구가 즐비하고 시계가 많다.
우체국이 아니라 증권객장인가 물었더니, 맥빠지게 버스 티켓 파는 곳이란다.
그러니까 저 안에 우체국은 일부다. 그러면 그렇지...

근데, 얘네들 동네에는 왜 이리 화장실이 없냐... 
저 큰 건물에서 화장실 찾다가 정말 오줌보 터지는 줄 알았다.
그래서인지...  공원이나 광장에선 가끔 찌린내도 난다.  아 ~~  찝찝해...  
:
에스파냐 광장으로 불리는 스페인광장에는 돈키호테의 동상이 있다.



저 뒤에 보이는 큰 건물은 호텔이다.  보는 것 만으로도 규모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호텔 앞에는 큰 탑이 있고,  그 탑 앞의 검게 보이는 동상이 그 유명한 돈키호테의 동상이다.

탑을 좀더 가까이에서 보자.
 


저 탑의 중심부에 앉은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혹시...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는 아닐런지...

근데, 작가의 동상치고는 너무 거대하지 않나...   위에도 누가 있고, 좌우에도 입회인이 있고.
우리나라 작가 중 저 정도 동상으로 대우받는 사람이 있던가...  고작해야 흉상 정도.  

하긴  대한민국은 왕의 동상도 저 정도 품격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나마 이순신장군이 가장 위풍이 당당하시다. 
북한의 김일성 동상이 금으로 되어 있다던가... 엄청나다고 하던데, 그거야 논외로 치고.
아직 국가보안법이 있으니, 그거 인정하면 안된다.  하긴 국보법이 아니더라도 내 정서와는 안 맞지. 


가까이 가서 보니,  맞네...  세르반테스.
이 탑은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의 사망 3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기념비란다.
세르반테스...  호강한다.   자손들은 또 얼마나 좋을꼬. 
조상님이 저리 기상을 떨치며 자자손손에 영예를 주고 있으니...

그럼 돈키호테가 자리잡은 곳을 좀 보자.



돈키호테 동상 앞에는 연못이 있다.

이 연못이 왜 있을까 ?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저 단순한 조경일까 ??
그렇다면 왜 하필 돈키호테의 동상을 연못 앞에, 그것도 연못을 등지지 않고,
연못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설치했을까 ???
     
소설에는 돈키호테의 무모한 망상과 광기를 묘사하기 위하여,
돈키호테 일행이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돈키호테의 뭔가 특이한 성격 묘사를 동상에 담아줘야 할거 같은데,
표정에 담는 것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풍차 대신, 호수를 향해 돌진하여 뛰어드는 것으로
그의 괴팍하고 고집스러운 면을 부각시키고 싶었던건 아니었을까...

"돌격 앞으로 ~~~"    
지치고 피곤한 일행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것을 독려하는 돈키호테의 손짓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이건 어디까지나 정말 나의 무모한 망상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뭔가 있을 조각가의 의도를 읽고 싶었다.



가까이서 본 돈키호테 일행.
돈키호테와 그의 충실한 하인 산쵸, 그리고 그의 애마 로시난테.

먹을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한 로시난테의 지친 표정에도 아랑곳없이 돈키호테는 기세등등하다.
불만은 많고 할 말도 많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듯, 산초의 표정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 
무거운 산초를 태운 어린 당나귀만 죽어난다.


 

자신의 식솔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고지식하고 고집스러움이 묻어나는 돈키호테, 
주인에 대한 못마땅함에 갈데까지 가보자는 산초, 
팔자려니.. 하고 포기한 피골이 상접한 로시난테, 
작은 내가 왜 뚱뚱한 놈을 태워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당나귀.  
더구나 얘는 유일하게 이름도 없다.  

각각의 얼굴에 드러난 표정들이 참으로 절묘하다.
:

[ 2001. 11. 23.  Fri ]


8시 반이 좀 넘은 아침에 도착한 Madrid Chamartin역은 크고 활기가 가득하다.
역시 Spain.  온 동네가 시끄럽다.

서울에서 숙소 예약을 하지못해 역 구내의 여행자정보센터에서 Hostel을 소개받았다.
욕실이 있는 것은 6800 페세타 (우리 돈으로는 곱하기 약 7.1 정도),
욕실이 없는 것은 55200~5800 페세타인데, 소개수수료로 400 페세타를 받는다. 
무슨 돈을 받냐...???   이게 민간단체인가???
하지만, 그걸 따져볼 겨를이 없다. 그래도 Y.H 과 비교하면 싼 편이기 때문이다.
시내에 있는 Hostel 은 마치 민박같은 분위기다.

인상이 참 좋은 아주머니가 Key를 3개 건네주는데, 현관 대문, 2차 현관문, 그리고 우리 방 key 다.
아따... 많이도 주네...

방을 안내받으니 실내가 썰렁하다.  히터를 안 틀어놓았나.. 왜 이리 춥냐...
초이가 춥다고 말을 하는데, 이 아줌마.. 영어를 한마디도 못 하신다.
이럴 때 마다 초이는 늘 나를 쳐다본다.  형이 해보라는거다.

그렇다면 나의 실력을 보여야지..  근데, 실력을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실 나도 정말 춥다.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양 손으로 나의 양 어깨를 감싸쥐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더니
아주머니의 얼굴에 바로 화색이 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초이,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왈,
"형이 나보다 훨씬 생존력이 강한거 같은디... 뭐 여행 떠나서는 역할을 바꾸자더니
 오히려 나를 데리고 다니네..."
하며, 씩 웃는다.   여행 떠나서 역할 바꾸자는 말도 지가 했지, 내가 했나... 

우리 말 틀린게 없다.  형만한 아우 없다던가???   ^&^... 
역시 body language 는 내가 한수 위. 

하지만, 사실은 영어실력 딸리는 사람의 절박하고도 슬픈 생존방식이다.

하여간 그 아주머니와는 온갖 손짓 발짓을 통해 바디 랭귀지의 진수를 만끽했는데,
진짜 신기한건 이게 다 서로 뜻이 통한다는거다. 
이래서 세계는 하나 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건가... 별일이네...
재미있는건 정통 영어발음이 아닌 라틴계 액센트가 가미된 이곳 사람들의 영어는
초이에 비해 내가 더 빨리 알아 듣는다는거.
초이가 기가 차 한다.   hu hu hu ... ...  ^&^ ~~




마드리드 시내의 한 식당.  벽에 걸린건 take-out 용 고기.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다른 종업원이 오더니 음료는 뭘로 하겠냐고 묻는다.
초이가 영어로 커피를 주문했다고 하니,  역시 영어를 모르는 이 친구... 커피만 알아듣고는 
" Coffee two ? " 하고 되묻는다.
초이가 다시 영어로 "We  already  ordered." 하자,  다시 되돌아온 말은  "Coffee ?" 
급기야 초이의 입에서 결정적인 한마디가 작렬한다.

"인마 !!   우리 아까 시켰다니까 왜 자꾸 묻는거야...  짜식이 말귀를 못 알아들어..."

서울 출발 1주일 만에 초이가 현지인에게 내 뱉은 자랑스러운 첫 한국어였다.
 
 
참.. 내.... 그냥  'OK...' 하고 있으면 언놈이던 가져올테고,
나중에 가져온 놈은 누가 먼저 갖다줬나보다... 하고 돌아갈걸 왜 열을 받고 그래...

좌우지간, 영어 잘 하는 초이, 이래저래 영어 때문에 제대로 열 받는다.

내가 그랬지?     혼자 아는건 모르는 것과 같다고...




이게 우체국이라는데, 맞아???   우체국이 우체국 다워야 우체국이지...
영어 의사소통의 신뢰도가 떨어지니 믿을 수가 있어야지...




16세기에 펠리페2세가 휴식을 취하기 위해 별궁으로 만든  [레띠로]공원.
야외음악당이 있어 일요일이면 연주회가 열린다고 한다.

:
퐁발후작은 포르투갈의 대표적 개혁가다.
퐁발광장에 세워진 후작의 동상을 보며 초이가, 우리도 이순신장군의 동상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분개를 한다.
그러며, 나중에 돈벌면 자기는 이순신장군 동상을 다시 세울테니, 나는 세종대왕 동상을 다시 세우란다.




퐁발후작의 동상을 보면, 동상의 기저부분에 사람들이 엎드려 후작을 공경하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동상을 한번 떠올려보자.

세종대왕, 이순신장군, 김구선생 등등...  우리나라 역사상 인물들의 동상을 보면, 모두 혼자 외로이 서 있다.
이순신장군은 그나마 거북선이라도 하나 거느리고 계시지만, 세종대왕은 홀로 왜소하게 용상에 앉아 계시고,
김구선생이나, 신익희선생 등은 모두 쓸쓸히 서 계시다.

우리도 세종대왕 같은 분은 백성들이 떠받드는 모습으로 디자인이 됐어도 괜찮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구성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동상은 전반적으로 동상의 크기도 좀 작은 편이다.
이것도 국민의 스케일인지...

초이가 생각하는 이순신장군 동상의 컨셉은,
이순신장군의 발 아래 왜군들이 무릎꿇고 싹싹 비는 모습으로 하겠다는데,
그리되면 이거 또 외교분쟁으로 가는거 아닌가...
   

밤 10시에 Lisboa 에서 Madrid 로 가는 야간열차의 쿠셋은,
Irun 에서 Lisboa 로 갈 때 탓던 쿠셋과는 격이 다르다.
훨씬 안락하고 고급인데, 침대도 3단이 아닌 2단, 그러니까 4인실이며,
실내에 세면대와 치솔 등 간단한 세면도구도 비치되어 있다.

간단한 요기도 할겸 찾아간 식당칸에서 한국인 두명을 만나 와인을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Spain 카나리아 군도에 사는 이모부와 Argentina 에 사는 조카 사이라는데,
우리 생각에는 외국에서 살면서 한국인을 만나면 무척 반가울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별로 반가운 기색이 아니다.
이모부의 말에 의하면,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살아 동포에 대한 감정이 약하단다.    



  
배낭여행을 시작하며 작정을 한게 있다.
유럽 각 도시의 맥주를 매일같이 한 종류 이상 마셔보는 것.

포르투갈의 맥주 [Super Bock]은 내 입맛에 딱 맞는다.  정말 맛있네... 
욕심같아선 박스로 사가고 싶은데 그럴수가 없어 기차를 타기 전에 몇캔 샀다.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의 왼쪽 끝에 있는 Irun 에서 포르투갈의 서쪽 끝 Lisboa 로 갔다가,
이제 스페인의 한 복판인 Madrid 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서쪽의 Barcelona 로 이어지게 된다.

가자 ~~~   투우와 탱고로 대표되는 정열의 나라 스페인으로.
:



Csbo da Roca 에서 다시 남쪽으로 30분 정도를 버스로 이동하면 Cascais 에 다다른다.

이곳은 포르투갈의 휴양도시이며, 새롭게 떠오르는 해양 레져도시이다.
새로 부상되는 휴양도시답게 역과 버스터미날 주변에 건물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보통 휴양도시라고 하면, 상당히 번잡스럽기 십상인데, 이곳은 모든게 차분하고 정갈한 느낌을 준다.
휴양철로선 한물간 겨울이라서 그런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곳 다운타운의 골목에서 삼성전자 애니콜의 광고를 접하다니...
역시.. 대~~~한~민~~국~~~~ 이다.

광고의 비주얼이 흑인남자와 백인여자의 키스신인걸 보면,
이곳에서는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이 그리 심하지 않은 모양이다.
문화와 풍습에 가장 민감한 광고가 저렇게 표현되는걸 보면...
하긴, 포르투갈의 문화는 유럽보다 브라질과 더 가깝게 느껴지는게 많다.  언어도 그렇고.
과거 포르투갈의 남미 정복의 역사 때문인지...

 

까스까이스의 바닷가.

해변이 크거나 백사장이 넓은건 아니지만, 깔끔한 맛이 있다.
겨울이지만 기온이 낮지않아 산책하기에는 적격이다.

이 사진을 찍고 있는 순간에, 이 사진에 잡히지 않은 오른쪽 끝에는 눈이 휘둥그레해지는 장면이 연출..
아니지.. 연출은 의도하는 것이니까, 연출이 아니라 실제 행위가 리얼타임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백사장 한 구석에서 하이틴으로 보이는 백인 여자애와 흑인 남자애가 뜨거운...
아니 뭐... 직설적으로 얘기하자...
섹스를 즐기고 있다. 

우~와~~~  세상에나~~~    
저 대담함... 대단한 애들이다.   근데, 우리의 생각에만 대단한건가...???
마음과 눈의 시선이 따로 놀아야 한다는...  어른다움이라는거, 이거 대단히 불편한거다.
특히, 내가 원래 호기심이 또 좀 많은 사람인가...

그러고보니 애니콜 광고의 흑인남자와 백인여자가... 그게 정석인 모양이네...
(근데, 걔네들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Cascais 에서 Lisboa 로 돌아오는 기차는 바다를 끼고 해안선을 따라 달리기 때문에 풍광이 매우 좋다.
어둑어둑해지는 가운데 검붉게 물드는 석양과 갈매기들의 어울림이 정말 장관이다.


아침 일찍 서둘러 하루에 바삐 세군데를 돌았다.
신뜨라, 까보다로카, 그리고 까스까이스...
말 그대로 주마간상이다. 수박겉핥기 일수도 있으나,
짧은 시간에 여러 곳을 보고싶은 욕심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알차게 시간을 활용한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
신뜨라에서 403번 버스를 타고 서남쪽으로 45분을 가면 유럽의 최서단인 Cabo da Roca 에 이른다.
그런데, 거기까지 가는 지방도로가 재밌다.
마치 우리 시골의 농가 한복판을 지나 듯 대형버스가 마을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닌다.
보통은 농가가 몰려있고, 농가 앞에 조금이라도 큰 길이 있어 사람들이 그곳까지 나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게 흔한 모습인데,  여기는 마치 경운기가 다니듯 집 사이의
정말 좁은 골목을 요리조리 헤치고 다닌다. 



유럽의 최서단 까보다로까에서 바라 본 대서양.  
왠지 가슴이 벅차오름이 느껴진다.

그러니까, 여기가 유럽의 서쪽 끝이라는거지...    
그럼 저 바다 끝까지 가면 미국 동부가 있다는 얘긴데, 위도상으로는 워싱톤 쯤 되겠다.     




저게 뭐냐??? 
왠지 뽀대가 나길래 그래도 뭔가 있는 줄 알았는데, 등대란다.

등대...  등대라...
얘네들 노랫말에는 '외로운 등대...' 라는 가사를 못 붙이겠다.    저 정도면 등대지기도 할만 하겠네...    


까보다로까에는 딱 세가지가 있다.  등대, 상징탑, 그리고 관광안내센터.
경치도 별로 볼게 없다.  우리나라 제주도가 훨씬 낫고...  그냥 밋밋하다.

아~참...  특이한 볼거리가 하나 있었네...
덩치가 우람한 사내 두녀석이 계속 손을 맞잡고 관광을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예사롭지가 않더니, 식당에서 보니 나란히 앉아 볼을 맞대고 속삭이고 있다.
식당에서 나와 이쪽저쪽을 걷다보니 두 사람이 또 보이는데,
이번엔 한 녀석이 다른 녀석의 어깨를 감싸안고 있네 그랴...

호모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직접 보기도 했지만,
이런 호젓한 곳에서 덩치가 산만한 녀석들이 저러고 다니니 왠지 개운치가 않다.
 

 

유럽의 서쪽 끝이라는 상징탑.
돌탑인데, 끝에 십자가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의 종교 색채를 알거 같다.



북위 38도 47부 라면 우리나라 비무장지대와 위도가 비슷한가...


Information Center 에서 유럽 끝에 왔다는 인증서를 만들어 주는데,
양면증서는 900 에스쿠도 (약 4500원), 단면증서는 700 에스쿠도 지만, 별 의미가 없다. 
결국 장사속 아닌가.   사진 찍었으면 됐지, 뭘 또 돈을 들여...

일본 단체여행객들이 무더기로 몰려 인증서를 발급받느라 난리다.


짧은 기간 유럽의 몇개 나라를 거치는 동안, 깃발부대(단체여행객)를 보며 느껴지는게 있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일본 단체여행객을 볼 수가 없었다.  대신 한국 단체여행객이 많이 보인다.
반면, 파리에서는 한국 단체여행객도 볼 수가 없다.  그 자리를 이제는 중국 단체여행객이 대신하고 있다.
이제 일본의 단체여행객은 포르투갈에 온다. 
하지만, 아직 이곳에서 한국이나 중국의 단체여행객은 보이지 않는다.

여행의 단계가, 가장 잘 알려진 곳부터 시작해 차츰 덜 알려진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면,
일본은 이미 기초코스는 마스터하고 미지의 곳을 찾고있는 반면, 중국은 이제 기초코스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 그 중간쯤 있는 것이다.

단체여행객의 코스에서도 그렇게 국력과 경제력의 차이가 나타난다.
:

[ 2001. 11. 22.  Thu ]


아침 공기가 아주 상큼하다.
그 상큼한 공기를 마시며 기분좋게 신뜨라로 향한다.

리스본에서 4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는 거리에 있는 신뜨라에는 古城이 있는데, 몇개의 왕궁이 있다.



그 중  관람료 1000 에스쿠도로 내부까지 볼 수 있는 빼나궁.

宮 내부에서는 옛 포르투갈 왕과 왕비의 침실 및 거실 등을 볼 수 있는데,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등에 비하면 별거 아니다.
어쩔 수 없는 문화적, 국력의 차이를 느끼게 한다. 

흥미로운건 당시 왕족이 사용하던 침대가 생각보다 무지 작다는거.
저런걸 보면 프랑스도 그렇고, 그 옛날 유럽인들은 생각보다 체구가 크지 않았던 모양이다.
앵글로색슨이 아니라서 그런가...

또 하나 재밌게 생각한건, 동서를 막론하고, 군주시대에는 왕과 왕비의 침실이 별도로 있다는 것이다.
매일 같이 잔다면 별도로 있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어차피 집무실은 따로 있을테고...
또 그렇다고 부부간에 매일 따로 잔다는 것도 이상하다.

방이 남아서, 혹은 모든 왕 부부가 금슬이 안좋아서는 아닐테고, 
어쨌든 침실이 따로 있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는건데...
그 필요성이 왕에게 있는 것인지, 아님, 왕비를 위한 것인지는 각자 생각해 보자. 

왕궁의 화장실을 들여다보니  양변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게 그 당시부터 있었던건지, 후에 개보수를 한건지 모르겠다.

내부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좀 아쉬웠다.


궁궐 밖 산책로는 참 쾌적하다.
성 입구에서 부터는 거리가 어느 정도 되는데, 중간중간 조성된 공원도 조경이 잘되어 있다. 
하긴... 왕궁인데...
그 옛날 지엄하신 왕족의 산책로라서인지 가파른 오솔길에도 돌로 쫙 깔아 놓았는데,
아마도, 우천시에도 왕족의 신발에 진흙이 묻지않도록 하기 위한 도로포장이 아닌가 싶다.


 
   
빼나궁에서 내려다보이는 곳에 몇개의 왕궁이 더 보이는데, 산중턱 혹은 숲속에 잘도 지어놨다.
저 밑에 넓찍한 땅 놔두고 꼭 산에다 짓는 이유가 뭐냔 말이다.
백성의 삶의 터전이라서...???   농민의 경작지를 넘볼 수 없어서??? 

그러니까...  아랫 것들은 아래서 살고, 윗 분들은 위에서 살자는 말씀인지.

자기들이야 전망좋은 산중턱이나 오붓한 숲속이 얼마나 좋을까마는,
밑에서 부터 돌이니 목재 들고 올라와 저 공사를 하느라 백성들은 얼마나 뼈빠졌을까...
동서를 막론하고, 옛 사람들 정말 고생들 많이 했을거 같다. 

공사가 끝나고도 그렇다.

저 아랫마을에서 산꼭대기 왕궁까지 출퇴근하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필품 사러 다니기도 힘들었을테고.
또 왕에게 호출당한 사람들도 무지 힘들었을거야.  성질 급한 왕은 또 늦게 온다고 온갖 짜증을 다 냈을거 아닌가...
지금처럼 전화가 있어 뭐가 있어...   시종들만 안절부절...  상상을 하니 정말 웃길거 같다. ㅋㅋㅋ...

왕궁에서 연회를 해도 문젤세. 
술 취해서 언덕아래까지 가려면 무지 힘들낀데...
게다가 날이라도 추워봐...  에구~~~  그리 생각하니 피곤한게 한두가지가 아니구나...


성곽에서는 멀리 리스본 떼주강의 철교도 보이는데, 카메라 렌즈가 내 시력을 못 따라가네...
:
조르지城에서 내려와 블랭지구로 향했다.
원래 전철을 탔었는데, 공원등이 잘 조성되어 있어 중간에 내려 걸어가기로 했다.



  대통령宮도 블랭지구로 향하는 도중에 있는데, 중간중간 볼거리가 제법 된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저 큰 수도원에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도를 하는지 궁금하다.




  블랭지구로 향하는 길가의 성당 내부.
  특별히 보존되어 있는 유적지가 아님에도,(초점이 잘 안 맞았지만 그냥 느낌으로 보더라도)
  내부의 조각들이 범상치가 않다.




  기본이 이 정도니...  저게 다 금일까...???


블랭지구로 향하는 군데군데 공원이 굉장히 넓게 조성되어 있는데, 엄청 깨끗하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공원 곳곳에서 아베크족의 뜨거운 장면이 라이브로 생방송되고 있다.
처음에는 좀 낯 뜨겁게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낯 뜨거울 일이 아니다.  
행위자들이 괜찮다는데, 보는 사람이 낯 뜨거우면 그것도 예의가 아니지...  잘 봤습니다.


블랭탑에서 바라 본 석양 낙조가 일품이다.

 

  해가 반쯤 잠길 때 까지 기다려 잠기는 순간을 담았는데,
  기다림에 비해 찍사의 솜씨가 받쳐주질 못해 눈에 비친 모습을 제대로 담지못해 무척 아쉽다.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블랭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백과사전을 찾아보았다.
백과사전엔 벨렘탑이라고 되어있는데, 어느게 정확한건지...  아무래도 사전이 맞다고 봐야겠지...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마누엘 1세가 선조인 항해왕 엔리케를 기리기 위하여 착공하여 1551년 완공하였다.
석회암으로 된 건물은 1변의 길이가 약 300m에 이르며 웅장하고 화려한 노르만 고딕양식을 띠고 있다.

수도원의 산타마리아성당
파사드 가운데에는 마누엘 1세와 왕비 마리아, 성제로니무스, 세례 요한 등의 조각상이 있고,
남문 회랑에는 후기 고딕
마누엘 양식을 대표하는 성인과 고승들의 조각상 24개가 세워져 있다.
수도원 왕실묘지에는 마누엘 1세와 왕비의 돌널, 바스코 다 가마와
루이스카몽이스 등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타호강 근처에 있는 벨렘탑은 4층의 등대로서, 1515∼1521년 프란시스코 데 알다가 가마의 업적을 추모하여
건물 모퉁이마다 감시탑을 세우는 형식으로 지었다.
포르투갈 특유의 마누엘 양식을 띠고 있으며 밧줄·조개·바다풀 등의 장식을 새겨넣고 총안을 둔 흉벽 등을 설치하였다.

탑의 안뜰에는 '성공의 성모' 조각상과 인도 양식의 작은 첨탑을 설치하였다.
지하감옥 위에 있는 '총독의 방'은 고딕 양식으로 꾸몄고, '찬란한 방'이라는 거실도 만들었다.
1983년
유네스코(UNESCO: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
Gorgie城은 올라가볼만하다.
조르지城에서 보이는 리스본 시가지와 떼주강, 그리고 대서양의 모습은 참 보기가 좋다.
마치 서울의 남산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조르지 城에서 바라본 예수상.




  城의 내부는 이렇게 많은 계단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멀리 가까이 보이는 성당들도 좋고, 사진 찍기도 참 좋은 곳이다. 

  城의 구석구석을 다 돌아보면 볼만한 것이 꽤 있다.



  조르지城안에 조성된 조각공원의 철학자像.

  대부분의 조각이 서서 뒷짐을 지고 있는 모습인데, 마치 마주보고 토론을 하는 듯한 형상이다.
  포르투갈의 철학자들은 꼿꼿했나보다.

  게중에는 머리가 없는 동상도 있는데, 경주 보문단지의 머리없는 부처상을 연상케 한다.
  궁금하긴 한데, 물어볼 데가 없다.  

  역시, 배낭여행의 갈증...  
:
점심을 먹자.
꼭 그걸 먹고싶은건 아니고, 사실 다른걸 먹고싶었지만,
배낭여행 안내책자 마다 포르투갈에 가면, 정어리요리를 먹어봐야 한다길래 무조건 시켰다.
   
대부분의 양식은 음식을 주문하면, 에피타이저로 마늘빵이나 바게트 등과 버터를 먼저 갖다주지않는가.
main dish 가 나오기 전 입맛을 돋구라고...
이건 적어도 여지껏 내가 가본 유럽도 같았다.

정어리요리를 시키니, 역시 빵을 몇개 접시에 갖다준다.  별로 맛있어보이진 않았지만, 배가 고프니 쩝쩝쩝...
이어 정어리구이가 나왔는데, 안내책자마다 그렇게 꼭 먹어보라고 떠들만큼 만족스럽지가 못하다.
물론 이건 내 개인의 취향일수도 있지만, 여하튼 나에게는 우리나라 양미리구이가 훨씬 낫다. 

계산을 하려는데, 뭔가 가격이 좀 이상하다.
메뉴에서 본 것보다 많이 나온거 같아 물어보니, 빵과 치즈값이 별도란다.

우리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왜 갖다주느냐??
그리고, 유료라고 말하지도 않았느냐???

따져봐야 의미가 없다. 
"시키지도 않았다면서, 왜 가져가라고 하지 않았느냐??" 고, 되레 반박이다.
그런 법이 어딨느냐고 말해도, "여긴 다 그런다"니 할 말이 없다. 
지네 동네 룰이라는데 뭔말을 하겠는가. 
개~~쉐~이들....



계산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포르투갈에서의 첫 식사라는 의미에서 사진도 찍고 좋았다.
그런데...   그놈의 빵 때문에, 별로 맛도 없는걸 먹어놓고, 초장부터 김 팍 샜다.
저 뒤에 사진 속 저놈아 웃는게 꼭 약올리는거 같네...

저녁에 다른 식당엘 들어가 브라질식 토끼구이를 시켰더니, 마찬가지로 빵이 나온다.
무료냐고 물으니, 아니란다. 유료란다.   가져가라니까 군소리없이 가져간다.
정말 여긴 다 그런가보네.   인정머리들하고는...


유스호스텔에 들어가 key를 받으며 메모판을 보니 [Choi Woo Jin]이란 이름이 있어
반가워 물어보니 어제 있었단다.



  리스본 시가지와 접해있는 떼주江.   파리의 쎄느강이나 런던의 템즈강과는 격이 다르다.

:
[ 2007. 11. 21.  Wed ]


13시간 45분을 쉼없이 달려 (실제로 쉬었는지 안쉬었는지는 자느라 모른다. 괜히 그리 표현해야
 정신없이 온거 같아서...) 도착한 Lisboa.  (여기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리스본을 이렇게 부른다.
 도대체 어떤 근거로 이렇게 부르는지 모르겠다)

역에서 내리자 마자 보이는 야자수나무. 모든 곳이 이국적이지만,
뭔가 이국적인 냄새가 더 풍기는듯 하다.
리스보아 중앙역은 생각보다 왜소하다.  파리를 거치며 눈이 높아졌나...


이번 여행계획을 짜면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미지의 나라 Portugal.
날씨가 참 좋고, 대서양과 연한 항구도시라서 그런지 11월 임에도 햋빛이 강하다.

역에서 유스호스텔로 이동하면서 본 리스본의 첫 느낌은 마치 유럽차 전시장인거 같다는 것.
폭스바겐, 벤쯔, 시트로앵, 오페르 뿌죠, 르노...  거기다, 도요다, 혼디 까지. 
가끔 대우차도 보인다.   여긴 자국차가 없나??? 
택시도 거의 Benz 인걸 보며, 갑자기 포르투갈의 경제지수가 궁금해진다.

대중교통 수단도 다양하다.
전철(지하철), Tram, 전차, 버스, 택시... 이런 모든 교통수단이 조화롭게 공존하며 잘 돌아다닌다.
마치 이곳 사람들은 탈 것(교통수단)을 지상과제로 생각하는 것 처럼...
그런데, 디젤차가 많아서인지 공기는 좀 안좋은거 같다.



전차정류장에서 바라본 조르지城.


주위를 둘러보니, 한때 해양강국답게 건축물도 제법 웅장한데,
재밌는건, 모든 유명인의 동상은 모두 대서양을 향해 서서 기상을 뽐내고 있다.  



대통령宮 앞의 동상은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맞은 편의 떼주강을 바라보고 있다.

 
뽕발광장에서 Black Horse 광장에 이르는 도로는 인도가 차도보다 넓다. 
마치 인도가 아니라 공원길처럼 엄청 넓은데, 도시가 굉장히 깨끗하다는 느낌을 준다.
광장도 조성이 잘 되어있는데, 광장의 대부분은 정사각형 형태로 큰 건물에 둘려져 있다.



레스따우라 도레스 광장
:

TGV.
과연 빠르다.  시속 250 Km라는데, 귀가 멍멍하다.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적응을 하기 전까지 고막이 압력을 받는다.
일본에서 타본 센깐센과 정확한 수치 비교는 어렵지만, 느낌상으로는 더 빠른 거 같다.

앞에 앉은 뚱뚱한 할아버지와 얘기를 나누는데, 여러가지 이야기를 한다.
깐느를 가본 적이 있다고 하니, 영화제에 대한 이야기와 외국의 영화배우에 대해 줄줄이 읊어대는데,
여지껏 자기 영어를 못 알아듣는다고 불만이 많던 초이가 신이 났다.
얼굴에 화색이 돌며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득의만만하다.  그래.. 넌 임자 만나 좋겠다...
프랑스 옛 여배우 이름을 서너명 대니까 나보고 프랑스에서 살으란다.
여배우 몇 명 소개시켜 주면 못할 것도 없다고 하니, 자기도 급하다나...  할배가 무슨...

코리아에서 왔다니까, 이번엔 월드컵에 대한 얘기를 비롯해 축구 얘기로 돌아간다.  
이 할아버지 아시는 것도 많네...



아시는 게 많은 할아버지와 영어 잘 하는 초이가 제대로 맞붙으니,
아는 건 많지만 영어가 짧은 내가 할 일은 앞으로의 일정을 점검하는 일 밖에 없다.
 

창 밖으로 한 없이 이어지는 평야.  곡물이 참 많이도 나오겠다.
보르도 지방 근처부터는 포도밭이 펼쳐진다. 
포도주로 인해 귀에 익은 보르도.  여기가 그 보르도구나... 

파리 몽빠르나스역에서 출발한 떼제베는 그렇게 6시간 정도를 달려 스페인 국경을 지나 Irun 에 도착한다.
이제 여기서부터 포르투갈 Lisboa S.A 역 까지 13시간 45분간의 내 생애 최장시간의 기차여행이 시작된다.
그러니까 몽빠르나스역 부터 포함하면 약 20시간 동안 기차만 타는 셈이다.


처음 타보는 침대열차 쿠셋. 

처음 쿠셋을 접한 느낌은 정말 [웃긴다]는 거였다.
사다리를 타고 상단에 올라가 시트를 깔다보니 왜그리 웃음이 나오는지, 시트를 깔다 말고 엎드려 한참을 웃었다. 
사실 별로 웃을 일도 아닌데, 왜 그렇게 웃음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탑승했던 열차에는 이미 다른 가족이 누워 있어, 사진을 찍는 게 예의가 아닌 거 같아 쿠세 내부사진을 찍지 못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쿠셋 내부를 가장 잘 표현한 사진을 빌려왔다.
[사진 원본은
 http://cafe.naver.com/cooset/33
써니 (siwoo51)님이 게재하신 것임]


쿠셋은 한칸에 좌우로 침대가 있다.
언뜻 보면 좌우 2단씩 침대가 있는거 같은데, 위 사진에서와 같이 아래 등받이 처럼 보이는 것을 들어올려
침대의 벨트를 천정 고리에 연결하여 3단으로 사용한다.  (사진에 설명을 참 잘 해주셨다)
중간 침대를 몸무게가 나가는 사람이 사용할 경우, 과연 벨트와 고리가 지탱을 할 수 있을까 매우 우려되지만,
어쨌든 좌우 세 개씩 6인용인 것이다.

쿠셋의 티켓에는 룸 호수만 지정되어 있을 뿐, 침대에 대한 좌석 지정은 없기 때문에,
먼저 선점하는 사람이 침대의 주인이 되는데,  개인적으로 맨 위가 제일 좋은 거 같다.



요렇게 천정에 수납받침대가 있어 배낭이나 소지품을 올려놓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도난의 가능성은 늘 있으니,  카메라 등 소지품이나 짐 관리를 잘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하단보다야 상단이 손을 탈 확률이 덜하지 않겠는가.


대충 짐을 정리하고 자리를 잡고 앉으니, 아래 층에 있는 꼬마 둘이 우리를 빤히 올려다 본다.
엄마와 아이 둘이 코앞에 가까이 있는 우리를 바라보며 신기한 듯 웃는데, 사실 신기한 건 우리도 마찬가질세 그려...
스페인인지 포르투갈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얘기를 하는 아이들에게 육포를 건네주며 초이가 말을 건넨다.

'What's your name?'
- @>@...???  

아이들이 비식비식 웃기만 할 뿐 대답을 못한다.   당연하지... 애들이 영어를 알간...  
초이.. 니가 낮에 할배와 말좀 통하더니, 바로 up됐구나...  기고만장하게시리...
' 야 ~~   얘들이 영어를 알겠냐...  잘 봐...'

초이의 어깨를 치며, '초이..' 라고 몇 번 반복하고는 내 가슴을 두드리며 '리..' 라고 반복한 후,
꼬마 한 명을 지정하니 '니노 도민치..' 그런다.  
이번엔 내가 초이에게 득의만만한 미소를 보낸다.

아이들과 제대로 통하지도 않는 손짓 발짓을 하고 있는데,  아시안이 들어온다.
파키스탄이라는데, 순진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땅콩을 건넨다.  
그런데, 동남아 사람들은 여기서도 왠지 불쌍해 보인다.  왜 그럴까...


그건 그렇고,  처음 쿠셋칸에 들어왔을 때 중간 침대가 벽에 접혀있어 2단 침대인 줄 알고,
상단에 준비된 담뇨와 베개를 하단에 하나 씩 내려주니 2개 씩이 남아 그냥 사용을 했는데,
나중에 가운데 침대를 사용한 사람은 뭘 덮고 잤을까??? 

 

:
[ 2001. 11. 20  Tue ]


파리 몽빠르나스역 coin-locker 에 배낭을 맡기고,
wife 가 부탁한 화장품을 사러 역 구내의 면세점을 찾았다.
화장품 파는 곳을 찾으며, 'cosmetic shop' 을 물으니, 알아듣는 사람이 없다.

내가 겨우 단어를 떠올렸으면 좀 알아들어야 나도 보람이 있고 신이 날거 아니냐... 
참 정말 니들 해도 너무한다.

facing cream.. skin lotion... foundation... 등등 화장과 관련된 온갖 영어 단어를 나열하니,
겨우 알아듣는다.



외국인이라고 10% D/C 를 해주고, 그 가격의 12% 를 tax refund 해준단다.
이 아가씨가 내가 맘에 들어서 그런건 아니겠지...   어쨌든, 그럼 20% 정도 save가 된건가... 

세관에 가서 refund stamp 를 받으라길래, 세관을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이게 뭐좀... 사무실 분위기가 이상하다.
도무지 세관 같지가 않다.  tax 에 대해 물어도 뭔말인지 통하지도 않고.
한참을 서로 떠들다 보니, 그곳은 세관이 아니라, 고객상담실이란다.
custom office를 찾았더니, customer office로 알아들은거다.
그럼 상담이라도 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1시간여를 역 구석구석을 헤매다 주워들은 얘기로는,
EC (지금의 EU)는 어디서나 되는데, 유럽을 떠나는 마지막 도시에서 하는거라는구만.


이번 배낭여행에 파리와 영국은 제외를 했다.
이왕이면 안가본 곳을 더 많이 찾기 위해,  몇번 다녀본 곳과 흔히 쉽게들 가는 곳은 배제했는데,
그러다보니 유럽이 초행인 초이에게는 좀 미안하다.
때문에, 파리도 리스본으로 가기 위한 경유지에 불과했다.

초이에게 파리는 다음에 집사람과 제대로 다시 오라 그러고,
오전 짧은 시간에 에펠탑, 콩코드광장, 쎄느강, 나폴레옹 기념관 등,
가장 많이 알려진 몇 군데만 급히 돌았다.
그래도 몇 번 와봤다고 도움이 된다.



나폴레옹 기념관.





초이가 주마간상식 수박겉핥기만 했음에도 연신 감탄을 한다.  도시 전체가 예술이라고...
미국에도 가끔 중세풍의 건물이 있지만, copy.. recopy 를 몇 번 해서 글자가 잘 안보이는
복사본 수준이란다. 

맞아.. 아무래도 유럽과 미국은 그런 면에선 격이 다르지.


아~참...  파리에 올 때 마다 느껴지는 것.

파리의 공원을 가보면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제법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사람들이 애완견의 배설물에 대해서는 신경을 거의 안 쓰는 것 같다는거다.
공원 잔디에 배설물이 곳곳에 깔려 있다.
명색이 최고의 문화시민이라는 사람들이, 왜 신경을 못 쓰는지...  안 쓰는건가???

세느강을 따라 걷다보면 아베크족을 많이 보게 되는데, 백인여성과 흑인남성 커플을 자주 본다. 
다른 나라에 비해 프랑스여성들은 흑인남성에 대해 우호적인거 같다.
유색인종에 대한 이질감이 덜 한건지... 아님, 性에 대해 더 개방적인지... 

그리고,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프랑스인들의 체구는 상당히 아시아틱하다.
사이즈나 체격이 대충 우리랑 비슷한거 같아 별 거부감이 없다. 
 

이제 꼭 가보고 싶었던 포르투갈로 가자.
:

브뤼쉘 Midi 역 화장실에 들어서다 문앞에 앉아있는 아가씨를 보고 나도 모르게 발길을 돌리니,
초이가 왜 그리 놀라냐며 묻는다.
젠장... 화장실마다 돈을 받으니, 정말 화장실가다 驚氣가 들릴 정도다.
그래도 예고도 없는 런던보다는 낫구만...

수년 전 겪은 영국 런던의 공중화장실.
동전을 넣어야 화장실의 문이 열리는데, 이게 시간제라는 사실을 처음인 사람은 알리가 없다.
느긋하게 앉아 배변의 쾌락을 느끼던지, 혹은 힘을 주며 사투를 벌이는 도중에
갑자기 문이 열린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이유라도 알면 대비를 하겠건만, 갑자기 문이 열리는 원인도 모를 땐 정말 당혹스럽다.
변비증세가 심한 사람은 여분의 동전을 단단히 준비해야만 한다.




브뤼쉘 Midi 역 플랫폼.


브뤼쉘 Midi 역에서 오후 5시40분 열차를 타고, 파리 Nord 역에 도착하니 7시가 좀 넘는다.

배낭여행시 목적지에 도착하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4~5일 정도 후에 이동할 열차표를 미리 예매하는 일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유레일패스는 1등석을 이용할 수 있는데,
예매를 미리 하지않아 1등석 티켓이 다 나가면 1등석을 이용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낭여행 안내책자를 보면 3일전에 하면 된다고 하는데, 서둘러서 나쁠건 없다.
특히, 야간 이동시 쿠셋이나 침대칸을 이용할 경우에는 더더우기 예약이 필수다.    

24일 이동할 마드리드 → 바로셀로나行 침대칸 예약을 하고, 
예약을 한 Y.H (Youth Hostel)로 가려고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는데,  아니~~  이게 왠 횡재냐... 

지하철 역무원의 파업으로 지하철이 공짜란다.
지하철은 운행 중인데, 역을 통제하는 사람이 없으니 공짜라는 얘기다.
그런데,  Line 5 의 역무원만 파업 중이라 Line 5 구간만 공짜라는 거다.

야 ~~ 그거 괜찮네... 
그러니까 기관사가 파업을 하면 서민들이 살맛 안 나지만, 역무원이 파업을 하면 살만한 건가...  

Line 5 를 공짜로 타고, Line 3으로 갈아타기 위해 초이가 표를 사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 왜 이렇게 시간이 걸려? 뭐.. 문제 있어??' 
- 얼마냐고 묻는데, 이 여자가 말을 못 알아듣네... 미치겠네 정말...

매표구를 돌아보니 아가씨 둘이 역시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 뭔 말이 필요한데?'
- 얼만줄 알아야 돈을 줄 거 아냐'
' 으이그... 영어 잘 한다는 놈들은 꼭 아는 걸 써먹으려 드는 게  문제라니까...  20프랑짜리 줘봐.' 

20프랑 지폐를 매표구에 들이밀고 지도에서 목적지를 가리킨 후,손가락 두개를 펴보이며 ' Two~' 하니,
여직원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웃으며 표 2장과 거스름 돈을 내준다.

' 봤냐?  모르면 큰 돈 주면 지가 알아서 거슬러주잖아.  말이 왜 필요한건데?' 
초이가 머쓱하니 웃으며 한마디 한다.   ' 우~~ 씨~  쉽네..' 

저만 영어를 알면 뭘해... 상대방이 모르면 써먹질 못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나만 아는 건 아는 게 아닌 것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예쁘고 깜찍하고 친절한 아가씨 둘을 만나 쉽게 Y.H 을 찾았다.


그래도 파리를 몇번 와봤다고 처음인 초이를 데리고 나가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 에펠탑의 야경을 둘러 보고, 쎄느강의 유람선을 탔다.

쎄느강의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다리 교각의 조명은 참 아름답다.
다리 교각의 조명 뿐 아니라, 파리에 올 때 마다 조명예술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든다.
갖가지 색깔의 조명과 다양한 조도를 이용한 조명이, 안그래도 멋진 건물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거 같다.
파리는 다방면에서 예술의 도시다. 
:

Oostende에서 악전고투(?) 끝에 도달한 Brugge.

오스땅드에서 기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브뤼헤는 참으로 매력있는 도시다.
출발하기 전 준비를 하면서 본 여행정보 책자에, 브뤼헤를 [천정없는 미술관]이라 소개한글을 읽었는데, 그 이유를 눈으로 확인했다.

기차에서 내리면 중심가까지 가는 마차가 기다리고 있는데,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살피며걸어서 가는 것도 좋다. 



브뤼헤 역에서 도보로 20~30분 정도 걸어서 들어오면 마르크트광장이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브뤼헤를 돌아보면 된다.  브뤼헤는 우리 시골의 읍내 정도 되는 크지않은
소도시이기 때문에 돌아보는데 그리 힘들지가 않다.

이 호텔의 마르크트 맞은 편 골목입구에 자그마한 레스토랑이 있어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원래 배낭여행 중에는 호의호식과 거리가 멀어야 되는데,
오스땅드 열차기지창에서 진을 빼, 좀 배불리 먹기로 하고 안심스테이크를 시켰다.

근데.. 왜 이리 두껍냐...???     두께가 손가락 두 마디 쯤 되어보인다.
두껍게 썰어 질기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햐~~~ 정말.. 이 맛이 뭔 맛이냐...

두꺼운 고기가  입안에 들어가 사~알~ 살~~ 녹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어~쩜~~ 이렇게 맛일 수 수가 있을까.  여지껏 먹어본 스테이크 중 최고다.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한다)




Brugge는  도시가 말 그대로 물 반, 땅 반 인거 같다. 
길 중간중간에 물이 뚫린건지, 물 중간중간에 길을 낸건지 구분이 안갈만큼 물이 많다.

유럽을 다니다 보면, 성당 보수작업을 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되는데, 여기도 예외는 아닌거 같다.




암스테르담을 운하의 도시라고 하지만, Brugge가 한술 더 뜨는거 같다.
암스테르담의 운하는 운하 양쪽을 축조를 하고,  건물은 땅위에 지었는데,
여기는 건물이 운하와 바로 맞닿았다.

이렇게 우람한 나무도 함께 공존한다는게 너무 신기하지 않은가... 
언뜻 보면 뿌리가 썩을거 같기도 하구만...




저렇게 제법 웅장한 건물이 흙 위가 아닌, 물 속에 뿌리를 두고 있다니...

참으로 대단한 건축술이다.  수중 기초골조작업을 어떻게 했을까...  여기도 큰 나무 한그루.


 

중세의 멋이 아름답게 살아있고,  도시 전체가 한폭의 그림이다.
작은 도시 안에 호수와 운하, 그리고 수목과 옛 고옥이 그림처럼 어우러져 있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도시.
   




94년에 프랑스의 아비뇽을 가보고, 언젠가 꼭 다시 들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여기 Brugge야 말로 반드시 한번은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시간이 짧은게 너무 안타까웠다.
망할 놈의 오스땅드에서 갇히지만 않았어도 조금 더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었을텐데..  
너무 아쉬워...

꼭 다시 이 곳을 찾아 3박4일정도 이 아름다운 정취를 느끼며 천천히 돌아봐야지.
그리고, 안심스테이크도 꼭 다시 한번 먹어보고 싶다.  

주방장 그때까지 살아있어야 하는데...

'돌아다니기 > 2001 유럽배낭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치 듯 지난 파리  (18) 2007.01.27
나만 아는 건 모르는 것과 같다.  (17) 2007.01.26
Exodus from ... ...  (9) 2007.01.21
오스땅드의 열차에 갇히다  (18) 2007.01.20
北海와 맞닿은 오스땅드  (8) 2007.01.18
:

기차에 갇힌 지 어영부영 40분이 지났다.  슬슬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이러다 이거.. 진짜 여기서 날밤 새우게 되는 거 아냐...

환장하는 게, 이놈의 기차는 어디를 봐도 비상시 조치에 대한 영어 설명이 없다.
독일의 쾔른까지 가는, 명색이 국제열차 아닌가.
그럼 만국 공용어인 영어 설명 쯤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문득, 우리나라 각종 편의시설에 영어 안내가 얼마나 있었는가 되짚어 보게 된다.
이래서 외국인을 위한 영어 안내가 필요한 거구나...

역지사지...  당해봐야 안다.


그건 그거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 열차에서 빠져나가는 거다.
텅빈 객차의 이 칸 저 칸을 분주하게 옮겨 다니며, 뭔가 탈출의 실마리가 될만한 걸 찾느라
눈에 불을 켜고 있는데, 구석의 차창에 비상 탈출용 손도끼가 보인다. 
비상시 유리창을 깨기 위한 용도다.

그래... 이거라도 있으면 됐다.  좀 더 방법을 찾아보고, 최악의 경우엔 유리창 깬다.
까짓거 누가 와서 뭐라 그러면, 유리창 값 물어주면 될 거 아냐...

그리 생각하며 손도끼를 손에 움켜쥐니, 그나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다소나마 여유를 갖고 열차의 승강구 입구에 앉아  전동문을 꼼꼼히 살펴보니
언뜻 출입문 상단에 빨간색의 레바가 눈에 띈다.

그래... 비상시 수동 개폐기구가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바로 저 놈이로구나.

레바를 함부로 손대지 못하게 하기 위함인지 레바 위를 납으로 봉인해 둔 게 마음에 좀 걸렸지만,
그것 때문에 망설일 상황이 아니었다.  봉인한 납땜을 뜯고 레바를 슬쩍 아래로 당기니,
'따르르르릉...'
  비상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려댄다.

깜짝이야~~  도둑이 제발 저리다고,  벨소리에 놀라 레바를 당기다 말고 한발 뒤로 물러섰다.

어찌됐든 경보가 울렸으니 누가 달려와도 오겠지...
근데, 와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면,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하나...  그건 초이, 네 몫이다...

한 10분 여를 그렇게 예상 추궁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데...  이것도 쓸데없는 대책이었다.  
떡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 먼저 마신다는 우리 속담을 얘들도 알고 있는 걸까...
이 경보는 대체 뭐하러 만들어 놓은건지...    열차 집어갈 놈은 없다 그거겠지...

초이가 묻는다.

' 형.. 아까 뭐 만졌어??'
- 그 위에 빨간 레바 아래로 당겼는데...'

' 근데 안 열렸다...???   그럼 위로 밀어볼까...  ...  ...  이것도 아니네...'
- ...  ... 잠깐만.. 위로 밀어도 안돼??   그럼 아래로 더 당겨봐. 
  아까 내가 벨소리에 놀라 당기다 만 거 같거든...' 

초이가 빨간 레바를 아래로 힘주어 당기자,
' 찡~~~ ' 하며  뭔가 작동하는 소리가 나면서 개폐 보턴에 불이 들어온다.  
오~매~~  반가운 거...    설레는 마음으로 열림 보턴을 누르니 그제서야 문이 열린다.     


한 50분 정도 됐었을까...  바깥 공기가 그리 상큼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철로를 따라 얼추 30분을 걸어 다시 플랫폼으로 돌아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대체 뭐가 잘못됐는지를 모르겠다.

열차를 탈 때 기차 승강구의 출입구 보턴을 누르니 문이 열렸고,
게다가, 객차 내부의 출입문 위에  쾔른行 이라는 문구와 중간 정거하는 역 이름까지
LED 문자로 나타내지 않았는가.  망할 놈들... 
운행하는 열차가 아니라면, 문이 안 열리게 하던지, 혹은, 문자 안내를 하지 말았어야지...


그나마, 그래도 한참 멀리 떨어진 차량 기지로 갖다 놓지 않은 게 다행이랄까...
서울역에서 용산역 정도가 됐던 거 같다.
만약 정말 엉뚱한 곳에 떨구어 놓았다면,  우린 밤새 우왕좌왕 헤맸을지도 모른다.


흐이그~~~  정말 황당 그 자체였다.  ^^ㆀ


자...  탈출에 성공했으니,  이제 아름다운 도시 Brugge로 가자.


:
Oostende 에서  예정에 없던 北海의 차고 상큼한 공기도 맛 봤으니,
이제 당초 예정된 Brugge로 가자.

Oostende 에서  Brugge 로 가는 기차시각표를 살피니, 쾔른까지 가는 기차가 있다.
쾔른이라면 독일이 아닌가...  
야~~ 국가간 기차라는게, 반토막 짤리고 아래 끊긴, 작은 나라에 안에서만 뱅뱅 돌아본
나에게는 무지 스케일 커 보인다.    하긴...  올 때도 국가간 열차를 타고 왔지만서도...

마침 시간이 맞아, 플랫폼에 정차되어 있는 기차를 올라탔다.

근데, 네덜란드도 그렇고, 얘네들은 개찰구와 역무원이 보이질 않는다.
표를 끊고 그냥 지가 알아서 집어타는 모양이다.

기차에 올라 자리를 잡고보니 객실에 우리 밖에 없다.
우리 외에 사람이 전혀 없는게 좀 이상하다 싶었지만,
올 때도 마지막 역 구간에서는 우리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다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더구나 우리가 구입한 유레일패스는 1등석 탑승권이 제공되지 않는가.
' 음... 얘네들도 1등석은 요금이 비싸 아무나 타질 않는 모양이구만... 
  배낭여행이지만 그래도 기분이 괜찮네...'

객차의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계를 보니 출발시각보다 2분쯤 늦다.  얘들도 정확하진 않구만...

그렇게 한 5분쯤 달리던 기차가 속도를 줄이면서 멈춘다.
' 어... 뭐야... 벌써 정류장...??? '
그러는 사이 이 녀석이 갑자기 뒤로 가기 시작한다.
이건 또 뭔일이래...  기관사가 뭐 두고온게 있나... 

뒤로가던 기차가 다시 멈추더니 이번엔 다시 앞으로 간다. 
그리곤 멈췄다가 다시 뒤로...  @<@~~~   
우리나라 태백선을 타면 높은 곳을 오르기 위해 지그재그로 왔다갔다 하지 않는가...
여기도 그런 식으로 선로를 갈아타나...  그러기엔 너무 평지인데...

이렇게 한두번 반복을 하다가 서더니...  그걸로 끝이었다.  완전 정지.


여기가 어디냐???

플랫폼이 안 보이는걸 보니, 정상적인 역은 아닌거 같다.
창밖을 살피니 복잡하게 얽힌 수많은 선로 한복판에 서있는게 아닌가.

여긴 계류장이 아닌가...  아차.. 기차를 잘못 탔구나...

뭔가 잘못됐음을 깨닫고, 일단 기차에서 내리려 하는데,  어랍쇼... 왜 문이 안 열리지...

(참고로, 이 동네에서는 기차건 버스건, 트램이건 차량 문 옆에 있는 보턴을 눌러야,
탈 때건 내릴 때건 문이 열린다.  암스테르담에서, 앞문으로 사람이 타는걸 보고,
중간 문이 열리겠거니... 기다리다 정류장을 지나친 적이 있다.)

어쨌든, 자동문이 열리질 않는다. 보턴을 아무리 눌러도 미동도 않는다.
그때서야 정신이 번뜩 든다.   전원이 차단된 것이다.

창밖을 내다보니, 마침 철로 보수요원이 보인다.
초이가 유리창을 두드리며 소리를 지른다. ' Help me...  We're locked...'
보고있던 내가 한마디. ' 야..  어차피 우리 소리 안들려. 쉬운 말로 하지..'
' 아.. 그런가...  그렇겠네...'   그 와중에도 인정할건 인정하는 초이의 유연함이라니...

다시 초이가 소리친다. 
' 얌마~~~  우리 지금 갇혔거든...  문이 안 열려...  문 좀 열어주라...'   
한참동안 그 놈과 눈을 맞추며 손짓발짓을 했더니 (그 놈이야 발짓은 안보였겠지만...),
그 친구,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어디론가 갔다.

햐... 그래도 다행이다. 이제 좀 기다리면 되겠네... 

그런데...  그 놈을 믿은게 잘못이지...   얼추 20분을 기다려도 감감 무소식.
이 자식은 도대체 뭘 알았길래,  엄지 손가락 치켜 세우고 대체 어디로 간거야... 

그나저나, 이제 우리 스스로 뭔가를 해결해야만 한다.
:
[ 2001. 11. 19.  Mon ]


여행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해(태양)를 봤다.
암스테르담에 비해 위도가 낮음에도 브뤼쉘의 날씨는 쌀쌀하다.
네덜란드는 해수면보다 고도가 낮아서 따뜻한건가...

배낭여행을 시작해 이제 고작 2개 도시 밖에 안돌아봤지만, 변화가 느껴지는게 있다.
90년대 중반에 유럽을 다닐 때는 일본인 관광객이 많았는데, 이번엔 일본 단체관광객을
아직 보지 못했다.  반면에 중국 단체관광객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중국의 개방력이 살감나는 부분이다.  한국의 단체여행은 아직도  여전히 위력적이다.


예정에 없던 Oostende.
벨기에 북북서 방향의 북해와 접하고 있는 항구도시다.
Brugge에서 15분 거리. 

항구도시치고는 규모가 작지만, 깨끗하고 깔끔한 느낌을 준다.
아마 북해의 찬 공기가 그런 느낌을 더해 주는거 같다.




오스땅드 기차역.

저게 원래 驛舍로 지었을까... 아님, 다른 용도로 건축한걸 개조해 쓰는걸까...
Choi 이 친구의 사진촬영 포인트는 사람만 들어가면 된다. 
구도 좀 제대로 잡지... 지붕이 짤렸잖아...  ㅡ.ㅡ




오스땅드 성당.

저 안에 엘리배이터는 없겠지...
저 시계는 뭘로 작동할까?




북해의 갈매기.   가까이서 보면 엄청 크다.




北海와 맞닿은 끝이라는데,  그냥 갈 순 없잖아...



여행이란게 원래 예상치 못한 해프닝이 있어야 뒷날 얘기꺼리가 있는 법인데,
3일밖에 안됐지만  이상하게 잘 나간다 했더니,  예정에 없던 곳에서 드디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단이 벌어지고 만다. 
:


시청사.

지붕 하나하나를 참 정교하게도 만들었다.
저런건 대체 누가 설계해서 어떻게 저렇게 선을 세밀하게 할 수 있을까...

하긴... 유럽에 저런게 한두개가 아니지만은...




유럽을 처음 여행하다 보면, 건축물의 화려함과 세밀함에 이리저리 카메라 들이대느라
정신이 없는데, 그러다 보면 가는 곳마다 찍을게 너무 많다.

결국 나중에는, 아~하~~  이 동네는 이런게 즐비하구나... 하면서 무감각해지고 만다.




그랑폴리스를 벗어나 이리저리 한참을 걸어 내려가니 이런게 나타난다.
뭔가 유서가 깊은거 같아 카메라에 담긴 담았는데, 뭔지 모르겠다.

유스호스텔에 돌아와 직원에게 보여주며 물었더니 승전기념탑이라는데,
어디와 맞짱을 떴는지는 모르겠다.


 

요건 브뤼셀 시내에 있는 박물관이다.   뭐가 있냐고 ???      안들어가봐서 나도 모른다. 
배낭여행 다니면서 박믈관 다 들락거리려면 시간과 돈이 남아나질 않는다. 
그럼 배낭여행이 아니지...    보고싶은건 맘에 새겨 놓았다가 다시 노리고 오자.  




해가 떨어진 다음 다시 찾은 시청사의 야경.




배낭여행의 단점은, 궁금한걸 확실하게 풀 수가 없다는거다.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하고, 그 지역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가더라도, 궁금증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

말이라도 잘 통한다면 이것저것 세밀히 물어볼 수라도 있겠지만, 
묻는 놈도 짧은 영어, 답하는 놈도 짧은 영어가 되다 보니, 대충 눈치로 알아듣는데,
이게 가끔은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이 되고 만다.

이게 왕궁이라던데...   맞는건지... 
:
[ 2001. 11. 18.  Sun ]


08:30 기차로 벨기에의 수도 브뤼쉘로 이동.

기차의 무늬가 다르구나...
네덜란드 기차가 노랑바탕에 푸른 줄이 들어가 있는 반면,
벨기에 기차는 자주색 몸체에 흰줄이 있다. 

국경을 지나 벨기에로 접어들면서, 갑자기 철로 양 옆에 나무가 많아지기 시작한다.
주택 양식도 조금씩 다르다.  이웃하고 있는 나라임에도 건축양식이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시골집에는 집집마다 모두 잔디가 없는 집이 없다.
지나는 집을 보면 가축을 기르는 집이 제법 많은데, 죄다 양을 기른다.
마치 우리 농가에서 돼지 기르듯...


Be Generation Europe Youth Hostel 은 브뤼쉘 Midi 역에서 18번 Tram을 타고
다섯 정거장인데, 트램에서 내려 이 곳을 찾느라 무지 고생을 했다.

Choi가 지나가는 사람을 따라가며 열심히 길을 묻는다.
나야 뭐.. 역할이 없으니 두 사람의 뒤만 졸랑졸랑 따라가고 있는데, 
뭔놈의 길 하나 묻는데 그리 오래 걸리는지...
그런데, 갑자기 경용이가 뒤돌아서며 일갈한다. 

' 우~이~~ 씨~~~  형.. 형이 해봐..'
- 왜??

' 이 자식이 영어를 대체 못 알아듣네...'
-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 아..  body language는 형이 나보다 낫잖아.. 거의 world-wide 수준이잖아.'

이거야 원...  칭찬이야..??  모욕이야...???
어찌됐던, 난 경용이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대화 시작 3분만에 위치를 알아냈으니까.

짜식~~  일단 비행기만 타면 지가 다 알아서 한다더니...   지만 영어 잘 하면 뭐하냐... 
뜻이 안 통하는데...


8인용 방을 배정받고 배낭을 침대에 던져놓고 화장실로 직행.

그런데...   
좌변기가 왜 이리 높으냐...   걸터 앉으니 양발이 들리고, 여~엉~~ 자세가 안 나온다.
자세가 안 나오니 힘만 잔뜩 들어갈 뿐 성과가 없다.
짜식들... 지들도 체구가 크지도 않으면서  왜 이랬을까...???


유스호스텔에서 시내 중심부를 찾았다.
 
우리가 묵는 유스호스텔에서 나와 다리를 하나 건너니, 그 주변은 이슬람 타운인거 같다.
파키스탄, 인도 등 동남아인들이 눈에 많이 뜨이는데, 동네가 유럽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
많이 낙후된 시설이 다소 실망스럽다.

그런데, 지나면서 보니 브리쉘은 재미난 매력이 있다. 
이슬람 타운을 두 블럭 정도 지나니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진다.
중심부와 외곽이 거의 붙어 있는 듯 한데, 모든 차이가 크게 난다.


브리쉘의 관광은 그랑폴리스 광장에서 부터 시작이 되는데,
도시가 좁아 걸어서 관광이 가능하다.

 




그랑폴리스 광장의 바로크 양식 [길드하우스].

길드하우스는 17~18세기에  제빵, 목공, 양복업자, 맥주 양조업자 등 각종 동업조합이 있던 건물인데,
지금은 레스토랑, 은행, 카페, 맥주박물관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붕의 양식이 저마다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음이 재밌다.

'돌아다니기 > 2001 유럽배낭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北海와 맞닿은 오스땅드  (8) 2007.01.18
배낭여행에서 느끼는 갈증...  (28) 2007.01.17
풍차마을 쟌세스칸스  (12) 2006.06.09
암스테르담의 운하  (8) 2006.06.09
암스테르담의 이모저모  (15) 2006.05.27
:
쟌세스칸스는 암스테르담 북서쪽에 있는 매력적인 작은 마을이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알카마르행 기차를 타고 15분 정도 가면  쟌다이크역에 다다른다.
역에서 내려 좌측으로 나가면 쟌세스칸스 표지판이 보이는데, 그 길을 쭉 따라가다 왼편으로 돌면 풍차의 날개가 보인다.
기차는 매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쟌세스칸스 입구.

이곳의 집들은 짙은 회색의 기와에 암록색과 밤색계열의 two-tone color 로 되어 있는데, 
재밌는 것은 유리창은 모두 하얀 창틀로 단장되어 있다.




쟌세스칸스 안에 있는 시계박물관.
우리가 갔을 때는 문을 열지않아 볼 수가 없어 안타까웠다.

마을이 마치 동화의 나라  세트장 같은 느낌이다.




강변을 따라 있는 풍차. 

풍차는 모두 6개 있는데, 높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으면서도 단단한 느낌을 준다. 
특이하게 눈길을 끄는건 날개의 구조.   날개마다 마치 모기장같은 그물모양의 망이 붙어 있는데,
아마 날개가 돌아갈 때 바람의 흐름이나 유압과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
6개중 가동되는 것은 2개이며, 내부를 구경할 수 도 있다는데, 우린 들어가질 않았다.

저 풍차를 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로시난테를 타고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가 생각났다.
안그래도 뚱뚱한 산쵸는 말도 없이 낑낑대며 맞바람을 뚫고 주인의 뒤를 쫒았을거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쟌세스칸스에 있는 나막신공장.

기계를 이용하여 나무를 깎아내고 속을 파서 나막신을 만든다.
밑에 떨어져있는 나무밥만 봐도 얼마나 힘들여 만드는지 짐작은 간다만, 저게 과연 얼마나 편할까... 하는 생각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
암스테르담의 운하는 그들의 생활이고, 교통이고, 그리고 관광요소다.
도심 곳곳에 크고 작은 운하가 가로지르고 있다.


 

저 다리 사이로도 작은 배들은 지나 다닌다.

 
 

주차되어 있는 차량과 정박되어 있는 배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
그 뒤에 보이는 건축물도 아름답지 않는가.
이래서 운하가 더욱 정취있게 느껴진다.


 

운하에 띄워져 있는 이 배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저 배가 주거지인 경우도 많다.  배 안을 들여다보니 왠만한 생활필수품이 모두 들어차 있다.
배안에서 생활을 하는 것이다.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운하크루즈의 요금은 12 FL ~ 13 FL.
유람선의 길이가 25m 정도 되는데, 좁은 다리 사이와 굽은 길을 아찔아찔할 정도로 놀랍게 cornering 해서
빠져 나가는데, 그 운전 솜씨가 정말 귀신같다.   




마헤레다리.

부산의 영도다리와 같은 개폐식 다리인데, 규모는 영도다리와 비교가 안된다.
:

벼룩시장이 열린다는 워털루 광장을 찾았다.
그런데, 광장이라는 곳이 생각보다 무척 작다. 
시청앞 광장이나 여의도 광장에 익숙한 우리가 볼 때는 이건 광장이 아니다.
그리고 그 안에 펼쳐진 벼룩시장도 청계천의 황학동에 비교하면 굉장히 실망스럽다.
원래 외국에 나가면 별거 아닌 것도 반은 먹고 들어가 괜히 신기해 보이는 법인데,
잡동사니 위주로 눈길을 끌거나 호감이 가는 게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득실거린다.

왜 이러지...???  내가 뭐가 잘못된건가??? 



벼룩시장에 사진 찍을 만한게 없어 워털루광장의 한쪽에서 나를 찍었다.
운하의 도시라는 게 실감 날 정도로 곳곳이 물이다.



다니다보니 이상하게 백화점이라든지 쇼핑센터가 안보인다. 
그런데, 잠시 다니다 그 이유를 알았다.  고정관념이 백화점이나 쇼핑센터를 감춘 것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이나 일본에서 보던 쇼핑몰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곳은 유럽이다.
내 눈을 사로잡는 왠만한 건축물은 모두 내 눈에는 왕궁으로 와닿는다.  그러니 백화점이 안 보일 수 밖에.




유럽에 익숙치않은 사람의 눈에 이 건물이 쇼핑몰로 보이지가 않은 것이다.


꽃시장도 겨울이라 그런지 생화는 없고, 그 유명한 네덜란드의 Tulip 도 조화 밖에 볼 수가 없어 좀 아쉬웠다.
대신 Tulip 씨를 많이 판매한다.


여행을 다니다 보니 물가지수를 알아보는 내 나름대로의 척도가 있다.

바로 햄버거와 코카콜라.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왠만한 데는 이 두 가지가 있다. 
이 두 가지의 가격만 비교해 보아도 대충의 물가가 짐작이 된다.

암스테르담은 물가가 많이 비싼거 같다.  코카콜라 캔의 가격이 3 FL, 우리 돈으로 약 1,500원 정도다.

도시는 생각보다 작은데, 거리의 담배 냄새가 고약하고 역겹다.
한번 언급했지만, 마치 마리화나를 물고 다니는 거 같은데, 도시 전체가 이런 냄새다.

중앙역 부근에는 호텔 삐끼도 많고, 거지도 많은데,  세상에 태어나서 희안한 프로포즈(?)를 받았다.
어떤 녀석이 따라오면서 자기가 호모라며, 나보고 남녀중 선택하란다. 그럼 자기가 상대 역을 하겠다나... 
이런...  별 놈이 별 짓을 다 하네 정말...

그리고...  정말 얘네는 없는 게 너무 많다. 
도로 표지판도 안 보이니... 도대체 이 사람들은 모두 더듬이를 달고 다니는건지...


여기선 대낮부터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소규모 맥주집이 골목마다 즐비한데, 낮임에도 무척 붐빈다.  좁은 공간에서 서서 마시는 사람도 많다.
우리는 술... 하면 죽치고 앉아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이 사람들은 그냥 즐기듯이 한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Heineken 과 Amstel 이 major brand 다.


한참을 돌아다니는데, 갑자기 초이가 그만 들어가잔다.
피곤하냐고 물으니, 그게 아니고 날도 꾸물꾸물하고 시간이 너무 늦은거 같으니 들어가서 자야하지 않겠냐는 얘기다.
'야~~  3시 반인데 무슨 잠을 벌써 자...???' 
그 말에 초이가 깜짝 놀라 자기 시계를 들여다 본다.
위도가 높아 해가 일찍 떨어지다 보니, 세시 반 임에도 주위가 어둑어둑하고, 아무 생각없던 초이가 착각을 한 것이다.

둘이서 한참 웃고, 우리도 가까운 맥주집을 찾아 초이의 생일파티를 했다.
초이는 서울에서 출발할 때 생일이었는데, 아직도 생일이다.
시차가 생기다 보니, 암스테르담에 도착해서도 생일이 8시간 남았다.  이런 일이 있네...
아마 초이 일생에 가장 긴 생일이 아니었나 싶다.

거꾸로 돌았으면 생일이 없어질 뻔도 했네...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본 성당.

:

 

네덜란드의 옛이름 홀랜드는 [hole + land] 의 합성어다. 
바다보다 낮기 때문에 마치 배수구와 같은 이름을 붙인 것은 아닌지...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산이 없는 나라, 네덜란드.
기차를 타고 내내 달려도 산이 보이질 않는다.  고층 빌딩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11월 중순임에도 기온은 10도C 이상으로 포근하지만, 전체적으로 흐리다.

없는 건지 안보이는 건지...   얘네들 기차엔 대체 행선지 표시가 없다.
뿐만 아니라 기차역에도 다음 역 표시가 안 보인다.


시내 교통편으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Tram 이다.
기본이 3길더,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500원 정도니 꽤 비싼 편이다.
우리 전철이 1구간, 2구간 하듯, 얘네는 1zone, 2 zone 으로 표시하는데, 표는 역이 아닌, Tram 안에서 발매를 한다.

모든 트램은 중앙역을 지나는데, 시내에는 차량의 차도와 트램의 철로의 경계가 불분명 함에도 희안하게 공존하며 다닌다. 


이놈의 트램 때문에 완전 촌놈이 됐던 사연.

트램은 승강구가 앞과 중간 둘이다. 

트램이 왔다. 가운데 문 앞에 섰다.  문이 안 열린다. 옆을 보니, 앞 문으로는 다들 잘 타고 있다. 그리고 떠났다. 
'아~하~~~ 이게 우리 버스처럼 문에 역할 분담이 돼있구나...  타는 건 앞 문, 내리는 건 뒷 문으로...

다음 트램이 왔다.  우린 잽싸게 앞 문 앞에 섰다.  그런데, 역시 문이 안 열린다.
옆을 보니 가운데 문으로 사람들이 오르내린다.  오~잉~~~ @>@...   옆 문으로 이동하는 순간 트램은 또 떠났다.
우~이~~씨~~~  어케 된거야...???

다음 트램이 온다.  우리 머리가 바쁘게 움직인다.  앞 문??  옆 문???  어디로???
그런데... 문이 둘 다 열린다.

알고보니, 트램에는 내부와 외부의 문 옆에 보턴이 하나 씩 있다.
내릴 사람이나 탈 사람은 그 보턴을 누르면 문이 열린다.  그걸 몰랐으니... 빙~~~신~~

트램의 측면에는 각종 광고면이 부착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의 LG 광고면도 보인다. 왠지 친근감이 가고 뿌듯하다.
 

암스테르담은 수도 임에도 도로 폭이 무척 좁다. 대부분 2차선 정도.
중형차는 보기 힘들고 눈에 보이는 대부분이 소형차인데, 기아 카렌스, 현대 트라제, 대우 마티즈 등이 눈에 뜨인다.
외제차도 신형은 보기 힘들며, 대부분이 old fashion 이다.  

운하 이야기는 별도로 하자.

:



네덜란드는 나라는 작지만,  수도 암스테르담의 Schiphol 공항은 유럽의 관문으로 통한다. 



어디 한 군 데 도착을 하면, 제일 먼저, 다음 행선지 티켓을 예매하고, 환전을 하는 것을 습성화 하자는 것이
여행 출발 전부터 머리 속에 세뇌시켜 놓은 기본 룰이다. 

유레일 예매는 공항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에, 기차역보다 공항에서 하는 것이 사람도 적고 간단해서 좋다.
예매해주는 아줌마도 무지 친절하네...


네덜란드의 지폐는 무척 화려하다.
전철표를 끊기 위해 달러를 들이밀자 뭔가를 내주는데, 하도 색상이 화려해서, '이게 티켓이냐?' 고 묻자,
역무원이 웃으며 잔돈이란다.  지폐마다 빨강, 노랑 등의 원색을 사용한다. 


Schiphol 공항에서 암스테르담 중앙역까지는 세 정거장이고 시간은 약 20분 정도가 걸린다.

중앙역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6시 반이 조금 넘었는데, 중앙역 앞 여행정보센터인 [V V V]는 이미 문을 닫아
여행정보와 숙박정보 취득에 실패하고 말았다.  어디 물어볼 데도 없고...
우리나라도 이렇게일찍 문을 닫던가...???

걷자.. 걸어...
하긴,  상황 자체가 걸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뭐.. 어딘줄 알아야 택시를 타던, 버스를 타던 할거 아닌가...
동서남북이 어딘지...  우리가 가야할 곳이 어딘 지도 모르는데...

배낭을 맨 채 밤 9시30분 너머까지 길거리를 헤맸다.  의외로 호텔마다 빈 방이 없다.
어~~~  이거 이러다 정말 첫날부터 노숙하게 되는 거 아냐???  노숙할 데라도 있긴 있나...
한 세 시간 여를 헤매다 한 군 데 호텔을 잡았는데, 다소 비싸지만 도리가 없다.

그래... 첫날이니까 앞으로의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라도 편하게 자자구...

숙소에다 짐을 놓고, 좀 늦은 감은 있지만, 밖으로 나왔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눈앞에 보이는 간판 [SEX MUSEUM].
음...  이게 말로만 듣던 그거구나...  꼭 뭐.. 그런 걸 밝혀서가 아니라 일단 견문확대 차원에서...

그런데..  무슨 박물관이 이러냐...   완전 사기다. 볼게 없다.  일반 sex shop 수준이라고 할까...

한참을 다니다 보니, 정말 개천과 같은 운하가 많긴 많다.

그리고 다다른 곳이 암스테르담의 홍등가.
이곳의 풍경은 좀 색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홍등가는 일반인의 발길은 좀 뜸하다.  더더군다나 여성들의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런데, 이곳은 관광객이 엄청 많다. 그 관광객은 매춘을 위한 관광객이 아니라 구경온 관광객이다.
여자들도 엄청 많다.  홍등가 자체가 하나의 관광 명소처럼 느껴진다. 

업소가 죽 늘어서 있는 것은 미아리나 용산과 비슷한데, 차이가 있다.
우리(?)는 한 업소에 직업여성들이 Show window(?)에 단체로 있다가 손님을 맞게 되면 안쪽 내실로 들어간다.
그러니까 밖에서 보면 마루와 같은 오픈된 공간에 아가씨들이 같이 앉아 있다. 

반면에, 여기는 길가에서 커다란 유리를 통해 들여다보이는,  침대까지 있는 방 1개에 아가씨 한 명 씩이 있다.
그리고 남자와 흥정이 되면, 바로 커튼을 친다.
그러니까, window 에 커튼이 쳐있는 방은 현재 영업중이라는 얘기다.  

그러니..  수많은 관광객들이 호기심어린 눈초리로 지켜보는 가운데,
흥정을 하고 방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배짱도 보통은 아니다.  
나는 아무리 섹스에 굶주렸다 해도, 저 많은 시선을 받으며 당당히 입장할 자신이 없다.

돌아오는 길에 택시 기사에게서, 아주 A급 여인은 우리 돈으로 5만 원 정도 하고,
아프리카 출신 흑인 여성들은 2만 5천 원 정도라는 소리를 들으니, 윤락 영업에도 존재하는 인종 차별에 기분이 씁쓸하다.

이렇게 암스테르담의 첫 날... 아니, 배낭여행의 첫 날 밤은 섹스산업 견학으로 지나갔다.

아참~~~ 그 택시 기사에게 우리나라의 월드컵 대표팀을 맡은 거스 히딩크를 아느냐고 물으니, 처음엔 어벙벙한 표정이다.
히딩크가 이곳에선 지명도가 별론가... 싶어, 몇 번을 반복해서 이름을 말하니,
'아~~ 구스...' 라며 아는 척을 한다.

근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안부르지??? 



한가지 상당히 짜증스러운게 있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남녀노소 할거 없이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물고 다니는데 (정말 담배피우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이 옆을 지날 때 마다 냄새가 좀 역겨운게, 단순한 담배 연기 냄새가 아니다.

이곳에서는 마리화나 같은건 단속대상이 아닌 것이다. 



 
 

36일간 동고동락해야 하는  초이(최경용) 와  나.


시내를 걷고 있는데, 왠 검은 친구가 따라오며 뭐라뭐라 말을 건다.
처음엔 상대를 안하고 가는데, 자꾸 따라오며 말을 걸길래 뭐냐고 물으니 자기가 콜롬비아에서 왔다나...

그게 어쨌다고... ???  그래서 어쩌자는 얘긴대??? 하고 되물으니... ...  나~ 참~~ 기가 막혀~~~~

우리 파카의 상표를 가리킨다.





얌마~~~  이거 니네 나라꺼 아니거든 ~~~~ ..

니네 나라는 Colombia 잖아... 

'돌아다니기 > 2001 유럽배낭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암스테르담의 이모저모  (15) 2006.05.27
우리를 바보로 만들었던 Tram  (10) 2006.05.26
암스테르담으로 출발  (7) 2006.05.23
뭘 갖고가야 되는거야...  (14) 2005.12.14
어딜 어떻게 갈까??  (2) 2005.12.14
:
2001년 11월 16일 13시 55분.

나를 태우고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으로 떠나는 비행기의 이륙시간이다.

공항의 보안검사에서 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일명 맥가이버 칼이라고 불리는 스위스산 다용도 칼이 걸린 것이다.
간단한 비상용 도구로만 생각하고, 화물칸에 들어간 배낭에 넣지않고 휴대를 한 게 잘못이었다.

이제와서 어쩌겠는가...
방법을 물어보니 보안검색요원이 봉투에 넣어 기내 승무원에게 전달할테니 도착지에서 승무원에게 받아 가란다.
도리가 없지 뭐...


기차나 고속버스, 혹은 비행기 등 장거리여행에서의  호기심은 옆자리의 동행이다.
내 옆에 누가 앉을까...  하는 것은 여행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잠을 잘 것인지...  깨어 있을 것인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좌석을 잡고보니 나는 복도.  내 옆은 초이(최경용)로 결정됐으니,
이제 나는 초이의 옆사람에 따라 안도하거나 부럽거나 할 것이다.

입구를 통해 들어와 좌석을 찾아 두리번 거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호기심이 극에 달하는 순간...

Oh~~~  your god ~~~~

아프리카 우간다 나 콩고의 추장 사모님 정도로 추정되는 빅마마가 초이의 곁에서 인사를 건네는 게 아닌가.
위아래로 훑어보며 순간 떠오르는 의문점 - 의자 하나로 될까???

전염이라든가 전이현상이 꼭 바이러스에 의해 나타나는 것만은 아님을 초이의 얼굴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초이의 안색이 추장사모의 피부색에 동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장난기가 발동해 초이를 가리키며 추장사모에게 한마디 했다.
'Today is his birthday.' (이건 사실이다)

외국인들은 얼마나 감정표현이 적극적인가...   
특히 흑인들은 언어와 몸짓의 조합을 통한 표현이 얼마나 경이로운가. 
초이를 향해 쏟아붓기 시작하는 추장사모의 축하 메세지.
... 이러쿵 저러쿵... ... 어쩌구 저쩌구... ... 설왕설래... ...  횡설수설... ...  !$^&%*&)*&%^^%$%#$!#^%$&%*^(^ ....

ㅋㅋㅋ...   초이... 처음부터 욕봤다.


암스테르담 Schiphol 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
승무원에게 인천공항 보안요원이 맡겨놓은 봉투를 달라고 하니, 받은 게 없단다.
그러더니 공항의 짐 나오는 곳에서 찾아보란다.

baggage claim 에서 배낭을 먼저 찾은 후 한참을 기다려도 보관한 봉투가 안 나온다.
이미 빠질 화물은 다 빠져나가고, 계속 돌아가는 벨트에 다른 봉투가 하나 있어 집어보니 그 안에도 swiss knife 가 들어있다.
봉투의 이름을 보니 중국인인 거 같다.

아하~~~ 이 친구가 내 것을 가져갔구만...  내 꺼는 새 것인데, 이건 완전 구닥다리다.

KLM 항공사의 분실물 보관소를 찾아, 이러이러 해서 이러이러한 물건을 분실했다고 이의를 제기하니,
무지 커다란 목재 박스 (박스라기 보다 적재함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함)를 가리키며,
그럼 저 안에서 아무 거나 가져 가란다.

적재함을 열어보니 그 큰 상자 안에  swiss knife 만 하나 가득이다.  세상에...
이리저리 뒤적여도 신형은 없다.  할 수 없이 그중에 그래도 가장 나은 놈 두개를 들고 나왔다.


이렇게해서 시작부터 뭔가 하나를 흘리고 다닌다.

뭔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을 해야 할지...  초장에 액땜을 했다고 생각해야 할지...

어찌됐던, 첫 기착지인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고 생각하니 설레이기 시작한다.
지금부터 5주다.    


 

기내에서 내려다 본 고비사막.


 

줌을 이용해 조금 당겨보니, 사막의 일부가 마치 새의 부리형상을 하고 있다.

 


저 실핏줄처럼 보이는 것도 실은 엄청난 고도차가 있겠지...
윗부분은 마치 고원 같다.

:


끽해야 열흘 정도 이상의 장기간 여행을 해본 적이 없으니 무엇을 얼마나 챙겨야 할지 머리 속이 부산하다.
배낭여행 책자도 살펴보고 인터넷을 통해 유경험자의 경험담도 찾아 본다.

일단 중요한 게 배낭.
남대문 등산용품 전문점을 찾아 배낭을 고르는데, 일단 방수는 기본이고, 돈이 좀 들더라도
등에 착 달라붙는, 멜빵이나 등받이 라인이 편안한 것으로 골라야 할 거 같다.
그리고, 배낭 겉부분의 기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거 같다.
크기가 문젠데...  너무 크면 짐이 많아 무거울 거 같고, 그렇다고 너무 작아 필요물품이 다 안들어가도 문제고...   

대체 6주 이상의 생활에 얼마 만큼의 필수품이 필요한 건지...
겨울이 되다보니 옷의 종류와 가지 수를 가늠하기가 힘들다.
추울까?  더울까??   얇은 옷이 좋은가? 좀 두터운 것이 좋을까??
그중에서도 특히, 양말...
걷다 보면 발에 땀이 찰테니 매일 갈아 신어야 할 거 같은데, 빨 시간이 있을까? 
아니, 빨 시간이 있더라도 거의 매일 숙소가 바뀌는데, 건조시킬 시간이 될까??
그럼 얼마나 많이 가져가야 하는 건가...

생각이 복잡하다.  
그래도 부족해서 현지에서 돈주고 사는 거 보다는 가지고 가는 게 낫겠지.
짐이 많아 무겁고 부담되면 버리면 되잖아...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모든 옷가지와 속옷을 거의 폐기처리 직전의 낡은 것만 골랐다.
중간에 하나씩 버린다. 
유럽 곳곳에 내가 다녀간 흔적으로 나의 기념품을 남기자.

파카는 하나 새로 장만해야겠다.
입던 것도 있지만, 기능성이 문제다.
방수도 되고, 내부의 열과 땀이 발산된다고 디리 떠들어대는 고어텍스의 진가를 맛보자.
모자도 달려야겠지.

분당의 삼성플라자에 가보니, 1년 지난 재고가 50% 할인을 해서 27만원이 좀 넘는다.
50% 할인이 27만원???  와... 뭐가 그리 비싸...
근데, 입어보니 좋긴 좋다.  무엇보다 주머니가 다양해서 좋다.  지르자...

다음은 신발.
이것도 무척 중요하다.  6주동안 노상 신고 다닐 건데, 우선 발이 편해야겠지.
역시 방수는 기본이고, 땀이 차지 않아야 하고...
삼성플라자를 돌다보니, 이번엔 30% 세일해서 19만5천원이라네...
신발 하나에 19만원...  안돼... 그렇게는 못하겠다.
파카에 신발만 50만원에 가깝다.

같이 쇼핑을 간 아내에게도 미안하다.
같이 못 가는 것도 미안한데, 준비에만 그렇게 돈을 쓰다니...
그런데, 아내가 더 적극적으로 그 걸로 사야 한단다.

이왕 맘 먹고 떠나는 건데, 편안해야 되지 않겠냐는 거다. 
집사람의 강권에 떠밀려 미안한 마음으로 이렇게 중요한 것들을 장만했다.

준비물의 구입에 필요한 키워드는 기능성이다.
후에 여행을 하며 절감한 것은, 그때 집사람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이다.
배낭과 신발, 그 중에서도 신발의 선택은 걸어다니는 배낭여행의 경우 돈을 아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