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산업 견학으로 시작된 배낭여행 첫날
돌아다니기/2001 유럽배낭여행 2006. 5. 23. 23:47 |
네덜란드는 나라는 작지만, 수도 암스테르담의 Schiphol 공항은 유럽의 관문으로 통한다.
어디 한 군 데 도착을 하면, 제일 먼저, 다음 행선지 티켓을 예매하고, 환전을 하는 것을 습성화 하자는 것이
여행 출발 전부터 머리 속에 세뇌시켜 놓은 기본 룰이다.
유레일 예매는 공항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에, 기차역보다 공항에서 하는 것이 사람도 적고 간단해서 좋다.
예매해주는 아줌마도 무지 친절하네...
네덜란드의 지폐는 무척 화려하다.
전철표를 끊기 위해 달러를 들이밀자 뭔가를 내주는데, 하도 색상이 화려해서, '이게 티켓이냐?' 고 묻자,
역무원이 웃으며 잔돈이란다. 지폐마다 빨강, 노랑 등의 원색을 사용한다.
Schiphol 공항에서 암스테르담 중앙역까지는 세 정거장이고 시간은 약 20분 정도가 걸린다.
중앙역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6시 반이 조금 넘었는데, 중앙역 앞 여행정보센터인 [V V V]는 이미 문을 닫아
여행정보와 숙박정보 취득에 실패하고 말았다. 어디 물어볼 데도 없고...
우리나라도 이렇게일찍 문을 닫던가...???
걷자.. 걸어...
하긴, 상황 자체가 걸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뭐.. 어딘줄 알아야 택시를 타던, 버스를 타던 할거 아닌가...
동서남북이 어딘지... 우리가 가야할 곳이 어딘 지도 모르는데...
배낭을 맨 채 밤 9시30분 너머까지 길거리를 헤맸다. 의외로 호텔마다 빈 방이 없다.
어~~~ 이거 이러다 정말 첫날부터 노숙하게 되는 거 아냐??? 노숙할 데라도 있긴 있나...
한 세 시간 여를 헤매다 한 군 데 호텔을 잡았는데, 다소 비싸지만 도리가 없다.
그래... 첫날이니까 앞으로의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라도 편하게 자자구...
숙소에다 짐을 놓고, 좀 늦은 감은 있지만, 밖으로 나왔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눈앞에 보이는 간판 [SEX MUSEUM].
음... 이게 말로만 듣던 그거구나... 꼭 뭐.. 그런 걸 밝혀서가 아니라 일단 견문확대 차원에서...
그런데.. 무슨 박물관이 이러냐... 완전 사기다. 볼게 없다. 일반 sex shop 수준이라고 할까...
한참을 다니다 보니, 정말 개천과 같은 운하가 많긴 많다.
그리고 다다른 곳이 암스테르담의 홍등가.
이곳의 풍경은 좀 색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홍등가는 일반인의 발길은 좀 뜸하다. 더더군다나 여성들의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런데, 이곳은 관광객이 엄청 많다. 그 관광객은 매춘을 위한 관광객이 아니라 구경온 관광객이다.
여자들도 엄청 많다. 홍등가 자체가 하나의 관광 명소처럼 느껴진다.
업소가 죽 늘어서 있는 것은 미아리나 용산과 비슷한데, 차이가 있다.
우리(?)는 한 업소에 직업여성들이 Show window(?)에 단체로 있다가 손님을 맞게 되면 안쪽 내실로 들어간다.
그러니까 밖에서 보면 마루와 같은 오픈된 공간에 아가씨들이 같이 앉아 있다.
반면에, 여기는 길가에서 커다란 유리를 통해 들여다보이는, 침대까지 있는 방 1개에 아가씨 한 명 씩이 있다.
그리고 남자와 흥정이 되면, 바로 커튼을 친다.
그러니까, window 에 커튼이 쳐있는 방은 현재 영업중이라는 얘기다.
그러니.. 수많은 관광객들이 호기심어린 눈초리로 지켜보는 가운데,
흥정을 하고 방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배짱도 보통은 아니다.
나는 아무리 섹스에 굶주렸다 해도, 저 많은 시선을 받으며 당당히 입장할 자신이 없다.
돌아오는 길에 택시 기사에게서, 아주 A급 여인은 우리 돈으로 5만 원 정도 하고,
아프리카 출신 흑인 여성들은 2만 5천 원 정도라는 소리를 들으니, 윤락 영업에도 존재하는 인종 차별에 기분이 씁쓸하다.
이렇게 암스테르담의 첫 날... 아니, 배낭여행의 첫 날 밤은 섹스산업 견학으로 지나갔다.
아참~~~ 그 택시 기사에게 우리나라의 월드컵 대표팀을 맡은 거스 히딩크를 아느냐고 물으니, 처음엔 어벙벙한 표정이다.
히딩크가 이곳에선 지명도가 별론가... 싶어, 몇 번을 반복해서 이름을 말하니,
'아~~ 구스...' 라며 아는 척을 한다.
근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안부르지???
한가지 상당히 짜증스러운게 있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남녀노소 할거 없이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물고 다니는데 (정말 담배피우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이 옆을 지날 때 마다 냄새가 좀 역겨운게, 단순한 담배 연기 냄새가 아니다.
이곳에서는 마리화나 같은건 단속대상이 아닌 것이다.
36일간 동고동락해야 하는 초이(최경용) 와 나.
시내를 걷고 있는데, 왠 검은 친구가 따라오며 뭐라뭐라 말을 건다.
처음엔 상대를 안하고 가는데, 자꾸 따라오며 말을 걸길래 뭐냐고 물으니 자기가 콜롬비아에서 왔다나...
그게 어쨌다고... ??? 그래서 어쩌자는 얘긴대??? 하고 되물으니... ... 나~ 참~~ 기가 막혀~~~~
우리 파카의 상표를 가리킨다.
얌마~~~ 이거 니네 나라꺼 아니거든 ~~~~ ..
니네 나라는 Colombia 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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