끽해야 열흘 정도 이상의 장기간 여행을 해본 적이 없으니 무엇을 얼마나 챙겨야 할지 머리 속이 부산하다.
배낭여행 책자도 살펴보고 인터넷을 통해 유경험자의 경험담도 찾아 본다.

일단 중요한 게 배낭.
남대문 등산용품 전문점을 찾아 배낭을 고르는데, 일단 방수는 기본이고, 돈이 좀 들더라도
등에 착 달라붙는, 멜빵이나 등받이 라인이 편안한 것으로 골라야 할 거 같다.
그리고, 배낭 겉부분의 기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거 같다.
크기가 문젠데...  너무 크면 짐이 많아 무거울 거 같고, 그렇다고 너무 작아 필요물품이 다 안들어가도 문제고...   

대체 6주 이상의 생활에 얼마 만큼의 필수품이 필요한 건지...
겨울이 되다보니 옷의 종류와 가지 수를 가늠하기가 힘들다.
추울까?  더울까??   얇은 옷이 좋은가? 좀 두터운 것이 좋을까??
그중에서도 특히, 양말...
걷다 보면 발에 땀이 찰테니 매일 갈아 신어야 할 거 같은데, 빨 시간이 있을까? 
아니, 빨 시간이 있더라도 거의 매일 숙소가 바뀌는데, 건조시킬 시간이 될까??
그럼 얼마나 많이 가져가야 하는 건가...

생각이 복잡하다.  
그래도 부족해서 현지에서 돈주고 사는 거 보다는 가지고 가는 게 낫겠지.
짐이 많아 무겁고 부담되면 버리면 되잖아...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모든 옷가지와 속옷을 거의 폐기처리 직전의 낡은 것만 골랐다.
중간에 하나씩 버린다. 
유럽 곳곳에 내가 다녀간 흔적으로 나의 기념품을 남기자.

파카는 하나 새로 장만해야겠다.
입던 것도 있지만, 기능성이 문제다.
방수도 되고, 내부의 열과 땀이 발산된다고 디리 떠들어대는 고어텍스의 진가를 맛보자.
모자도 달려야겠지.

분당의 삼성플라자에 가보니, 1년 지난 재고가 50% 할인을 해서 27만원이 좀 넘는다.
50% 할인이 27만원???  와... 뭐가 그리 비싸...
근데, 입어보니 좋긴 좋다.  무엇보다 주머니가 다양해서 좋다.  지르자...

다음은 신발.
이것도 무척 중요하다.  6주동안 노상 신고 다닐 건데, 우선 발이 편해야겠지.
역시 방수는 기본이고, 땀이 차지 않아야 하고...
삼성플라자를 돌다보니, 이번엔 30% 세일해서 19만5천원이라네...
신발 하나에 19만원...  안돼... 그렇게는 못하겠다.
파카에 신발만 50만원에 가깝다.

같이 쇼핑을 간 아내에게도 미안하다.
같이 못 가는 것도 미안한데, 준비에만 그렇게 돈을 쓰다니...
그런데, 아내가 더 적극적으로 그 걸로 사야 한단다.

이왕 맘 먹고 떠나는 건데, 편안해야 되지 않겠냐는 거다. 
집사람의 강권에 떠밀려 미안한 마음으로 이렇게 중요한 것들을 장만했다.

준비물의 구입에 필요한 키워드는 기능성이다.
후에 여행을 하며 절감한 것은, 그때 집사람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이다.
배낭과 신발, 그 중에서도 신발의 선택은 걸어다니는 배낭여행의 경우 돈을 아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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