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y of 2001 Europe Backpack Tour
돌아다니기/2001 유럽배낭여행 2005. 12. 13. 02:03 |몇년 전부터 미루고 있던 일이 하나 있다.
2001년도에 다녀 온 유럽배낭 여행기를 정리하는 일.
이게 4년 째 끌고 온 나의 숙제다.
당시 여행을 다니며 메모했던 내용을 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 양이 만만치 않아 스스로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단지 사진만 지역별, 도시별로 정리하여 잃지 않도록 CD에 구워 놓았을 뿐이다.
이제 더 이상 미루면 정리 자체의 의미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지금도 많이 늦었는데...
해서, 천천히 조급해 하지 말고 일단 손을 대기로 했다.
그냥 서두르지 말고 조금씩 조금씩 하다보면 끝이 나겠지...
이미 4년 전의 이야기라 지금과는 달라진 것도 많고, 변한 것도 많고,
또 이미 현실적이지 못한 이야기들도 많을 것이다.
화폐 단위만 하더라도 지금은 유럽이 [유로]로 통합되었지만, 그때는 통합되기 직전이었다.
지난 토요일 새벽 독일월드컵 조 추첨이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것을 TV로 보며,
4년전 배고픔 속에 3시간 여를 헤매다 찾아 들어간 나폴리의 골목에 있는 한 스파게티집에서,
엉성한 빵 한조각과 스파게티를 먹으며, 부산에서 실시되는 한일월드컵 조 편성 중계를 보던 기억이 난다.
이태리식당의 종업원과 같이 한국과 이태리가 결승에서 만났으면 좋겠다는 서로의 덕담과 함께...
이제 그 때의 이야기를 노트의 페이지를 한장 한장 넘기며 다시 열어보자.
이야기의 시제는, 2005년 12월인 지금 2001년 11월을 돌아보는 과거형이 아닌,
2001년 11월을 기점으로 한 현재형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리고 필요시 ( )를 통해 지금의 생각을 적을 수는 있겠다.
얼마나 빠른 시간에 정리가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빨리 될 수도, 혹은, 시작만 해놓고 며칠 몇주를 그냥 보낼지도 모르겠다.
가장 좋았을 때는 2001년 10월 배낭여행을 준비하던 때 였던거 같다.
배낭여행은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직장생활을 그만두게된 이유 중 하나가 더이상 늦으면 체력등의 이유로 시기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도 이런 걸 해보는구나... 하는 설레임.
과연 어떤 것들이 내 눈앞에 펼쳐질까... 하는 기대감.
정말 내가 그 기간동안 굶지 않고, 길 잃지 않고, 지치지 않고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두려움.
어떻게 하면 일정기간동안 최소한의 경비로 가장 많은 곳을 돌아볼 수 있을까...
유럽 열차시각표와 유럽 지도를 펼쳐놓고 국가와 국가간, 도시와 도시간의 이동시간과,
숙박비를 줄이고 낮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야간열차 이용 가능구간等을 체크하며
출발점을 어디로 잡고, 시계 방향으로 도는 게 좋은지,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게 좋은지 등을 수도 없이
시뮬레이션하는 2주간의 준비기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 기간이 내게 그렇게 큰 행복감을 줄 수 있었던 이유는,
학교를 졸업한 후 처음으로 나만을 위해 나를 몰입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속에서 일을 하며 밤도 많이 세워보고 휴일도 없이 일을 해봤지만, 그건 엄밀한 의미에서
나를 위한 일이라기 보다는 내가 소속되어 있던 집단을 위한 일이었다.
그런의미에서 배낭여행의 준비기간은 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100% 나만을 위한 작업이었다.
그렇게 나름대로는 치밀하게 준비한 일정대로 14개국 42개도시에 대한 여행이
열차시간 하나의 오차도 없이 마무리되었을 때 스스로에게 느낀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여행기간 내내 나는 무척 행복했다.
비록 싸구려 유스호스텔의 빵 조각으로 아침을 때우고,
점저(점심겸 저녁)를 햄버거나 스파게티로 채우고 다니면서도
TV에서만 보던 도시들을 돌아다니면서 생각지도 못 했던 일을 당하기도 하고,
생김새와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과 짧은 말과 큰 동작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세계사 교과서에 밑줄을 그어가며 무작정 외우기만 하던 유적들을 눈으로 확인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많은 것을 보고 우리와 비교하면서 [왜? 쟤네들은...]과 [왜? 우리는...]을 수 없이 생각했다.
안타까운 것은 그런 자문자답을 활용할 만한 기회와 방법이 내게 주어지지 않을 거라는거.
-------------- 내 블로그의 다른 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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