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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2012.06.07 1박2일 운악산자연휴양림 - 산사원
  29. 2012.06.06 1박2일 운악산자연휴양림 - 욕쟁이할머니집
  30. 2012.04.05 안면도 1박2일 4 - 영목항


오전 9시 40분 여객선으로 금오도를 떠났다.
10시 40분쯤 돌산공원에 도착하여 자산공원까지 운행하는 여수해상케이블카 왕복후,

올 때 패스한 참장어거리를 찾아 하모샤브샤브를 맛보는 게 오전 일정.

그.런.데.
가끔 겪지만, 세상 일이 늘 내 뜻대로만 움직여지지 않는다.

케이블카 매표소에 도착하니 창구가 닫혀있다.
'너무 이른가..'

화장실에 들르니 물이 안 나온다.
'이건 또 뭔 시츄에이션?'

분기 한번 하는 케이블카 정기점검일이란다.
정기점검일에 맞춰 화장실 저수조 청소도 하고.

작년 홍천 자작나무숲을 찾았을 때 휴일이었다.
발왕산을 찾았을 때도 케이블카 휴일이었다.
인제 곰배령을 찾았을 때는 폭우로 입산 금지.
이런 징크스가 계속되면 어디든 동행 찾기가 힘들어지겠지.

여하튼, 갑자기 스케쥴을 강탈 당한 기분.
돌산공원에서 한 시간 여를 보내기도 지루하고,
다른 곳을 들리기엔 시간이 애매하고,
그렇다고 바로 참장어거리로 가기엔 너무 이르고..

'이번 여정은 하모샤브샤브와 인연이 아닌가보다' 생각하며
완주로 향한다.


Bye 금오도, Wait 완주~

:


비렁길 코스 중간에는 화장실이 없다.
각 코스의 기점과 종점에만 있다.
이 화장실이 내가 꼽는 금오도의 베스트 원탑.
국내외 겪어본 여행지 공중화장실 중 주저없이 엄지 척.
(아.. 포르투갈 산악마을 몬산투의 화장실도 있었다)

규모가 크거나 내외부가 소위 럭셔리하진 않다.
내가 주목한 건 청결도.
외관은 허름한데, 화장지와 세면대의 물비누는 물론, 화장실마다 에어타올이 아닌 페이퍼타올이 비치되어 있다.
바닥에는 휴지 한 장, 물 한 방울 떨어진 것이 없다.
모든 화장실의 청결도가 한결같은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여수시에서 실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월 급여 50만 원의 화장실 관리요원 공모를 하는데, 신청자가 줄을 선다고 한다. 작은 시골 섬에서 50만 원 소득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으니 경쟁이 심하고, 그만큼 소임에 충실할 수 밖에.

관광객 유치가 중요한 지자체, 소득이 필요한 실버계층, 쾌적한 환경을 원하는 여행객, 모두를 만족시키는 상생 프로젝트가 아닌가 싶다.


비렁길 4~5코스를 마치지 못해 금오도 비렁길의 완벽한 리뷰라 할 순 없지만, 앞서 너저분하게 두서없이 늘어놓은 이야기들을 요약하면 이렇다.

- 줄기차게 해안을 끼고 도는 비렁길을 연상했다면 아니다.
- 하지만, 다양한 특성을 즐길 수 있는 충분히 걸어볼만한 길이다.

- 비렁길 안내문의 거리와 소요시간엔 +알파가 필요하다.
- 전 코스 당일 완주는 풍광을 음미하기엔 시간에 쫒긴다.
- 비렁길 선택코스로는 3코스가 핵심.
- 교행이 힘든 좁은 길이 많아 1코스→5코스 정주행을 권장한다.
- 5코스→1코스 역주행시 교행이 불편하여 주행시간이 더디다.

-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버스는 일찍 끊기고 택시는 두 대뿐.
- 무연휘발유 차량을 가지고 갈 경우, 入島前 연료 확인 필수.
- 마음에 드는 식당과 마트 찾기가 쉽지 않다.
- 현금을 소지하는 게 좋다. 카드 사용이 불편할 수 있다.

 


미완에 그친 비렁길 4~5코스가 궁금하긴 한데,
400km를 다시 달려가기는 망설여진다.
금오도에 대한 나의 속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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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이 금오도에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앞서 언급했듯, 비렁길 코스가 있는 서쪽 해안은 차량 운행이 안 된다.
동쪽 주 도로에서 비렁길 코스별 경유지인 두포, 직포, 학동, 심포로 차량 이동이 가능하지만,
특정코스에 주차후 코스를 돌고 주차지점으로 걸어서 되돌아오지 않는 한,
어차피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주차한 곳으로 이동할 거라면
굳이 차를 가지고 비렁길 코스로 이동하는 건 의미가 없다.

때문에, 금오도 섬 일주와 안도까지 돌아보고 싶다면 차를 가지고 들어가도 좋지만,
오로지 비렁길만 돌아보는 게 목적이라면 차를 가지고 들어갈 이유는 없다.
이 경우, 간단히 필요한 식재료는 여수에서 미리 구입하는 게 좋다.


차를 가지고 들어갈 경우,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금오도에 차는 많은데 주유소가 안 보인다.
가장 궁금했던 거다.
택시 기사님에게 이 부분에 대해 물어보니, 외지인들이 같은 질문을 한다며 알려준 이야기.

주 도로가 아닌 이면도로에 있어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금오도에는 농협에서 운영하는 주유소가 딱 하나 있다.
특이점은, 경유만 취급한다. 무연휘발유는 없다.
때문에, 금오도 주민들이 이용하는 차는 모두 경유차고, 그 중 대부분은 중고차라 한다.
금오도에 정착하고자 처음 들어온 사람 중 무연휘발유 차량을 소유한 사람도 결국 경유차로 바꾼다고 한다.
안그러면 연료를 채우기 위해 매번 배를 타고 여수로 나가야 하기 때문.

그러니 무연휘발유 차량을 가지고 금오도로 들어가는 경우, 금오도로 들어가기 전 연료 확인이 필수다.
안그러면 난감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하나.
친환경이 요구되는 섬에서 왜 하필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는 경유차 시스템이 정착된 것일까.
확인한 건 아니지만, 아마도 소득지수에 따른 경제성이 현실적 요인이 아닌가 유추해 본다.
언젠가는 이곳도 전기차 시스템으로 차츰 변해가지 않겠는가.

차량과 관련된 또 한 가지는, 금오도에는 차량 정비센터가 없다.
타이어나 오일 교환 등 간단한 것은 차주가 직접 하고, 수리를 요하는 정비는 여수로 나가야 하니 이 부분도 참조.


금오도 택시는 부부가 운행하는 카니발 두 대뿐인데,
성수기가 아닌 경우, 한 분이 가사일을 담당하느라 한 대만 운행하는 경우도 많은 듯하다.
학동에서 택시 콜을 위해 전화하니 수신자가 다른 번호를 알려준다.
예약이 밀렸기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여성기사님 말씀이 남편이 집에 일이 있어 본인만 운행하고 있다고.
그렇다면, 부부에게 일이 생기면 금오도에선 택시 이용이 안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택시비는 탑승시 미터기를 꺾고 정산한다.
시간거리 병산제 단가는 좀 높은 듯하지만 호출장소로 오는 콜택시 개념임을 감안하면 납득이 되는 수준이다.
8km 정도 거리에 17,000원 남짓 지불.

버스는 끊겼는데, 택시영업을 하는 부부에게도 일이 생겼다.
거리가 됐든 몸상태가 됐든 걸을 상황도 아니다.
그땐 대안이 뭔가?
숙박을 하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숙소에 도움을 청해봐야겠지만,
숙박을 하지 않는 경우엔 정말 어쩔 수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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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 점심을 먹었던 직포 삼코스식당을 다시 찾았다.
(달리 찾을 식당도 마땅치 않다)
주문한 갈치조림을 먹고 있는데, 앞 테이블에 자리잡아 메뉴를 고르던 커플이 돌아보며 묻는다.
"갈치조림 괜찮아요?"
"어제 뽈락구이를 먹었는데 괜찮던데요.." 라고 답하니,
일행에게 읊조린다. "갈치조림은 아니라는 거네.."
눈치하고는... 말폼새도 마찬가지...

2코스 중간쯤에서 무릎에 이상을 느껴 등산스틱에 의존하던 옆지기의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해 보인다.
엄살에 익숙한 성격이 아니라 힘들다는 표현은 안 하지만, 다리 움직임이 3코스를 돌기 힘들어 보인다.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게 어떻겠냐 물으니,
돌아온 답변은 "3코스가 제일 좋다며?"
글쎄.. 그게 좀 아쉽긴 한데, 비렁길 코스의 특징 중 하나가 중간에 빠지는 경로가 없다는 점이다.
일단 접어들면 되돌아 오거나 끝까지 직진이다.

3코스 완주가 가능할까 우려되면서도 옆지기의 강행 의지가 강해 일단 Go~

3코스는 탑 오브 비렁길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코스가 굉장히 아기자기하고, 길의 구성도 다채롭다.

밟으면 푹신할 거 같은 숲길을 따라가다

몽환적 느낌의 나무 동굴을 지나기도 하고

때로는 다이나믹한 분위기의 업다운이 이어지는 산길과,

탁트인 시원함이 온몸에 와닿는 해안길이 적절히 교차된다.

이날 바람이 엄청 거셌다.
바다와 맞닿은 암반에서는 카메라 셔터 누르지가 쉽지 않을 정도로 몸이 흔들려, 자칫 강한 바람에 떠밀려 바다로 입수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엄습할 정도.
스틱에 의존해 겨우 몸을 지탱하는 옆지기는 아예 바다와 접한 지점에는 다가올 엄두를 못냈다.

코스의 곳곳에서 보여주는 자연은 멋스럽다.


그런데, 사실 저 멋진 풍광들을 일단 카메라에 담아놓기만 할 뿐 그 순간엔 제대로 즐기질 못했다.

점점 고통이 심해 등산스틱에 끌리다시피 걸음을 옮기는 옆지기의 상태가 안쓰러우면서도
딱히 취할 조치가 마땅치 않다.
가파른 업다운이 자주 이어져 업는 것은 물론, 앞서 언급한대로 길 폭이 워낙 좁아 옆에서 부축하기도 쉽지 않다.
그저 스틱에 의존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을 바라볼 뿐이다.

그렇게 이동시간이 지체되다 보니, 그리 늦은 시각이 아님에도 마음이 급해진다.
산에서는 어둠이 언제 찾아올 지 예측이 안 되기 때문이다.

3코스에는 길바람통전망대와 매봉전망대가 있는데,
조급한 마음에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었는지 기억에 없다.
분명히 지나왔을테고, 사진들을 담은 어느 지점에 있었겠지.

그나마 제대로 기억에 남은 출렁다리.
출렁다리를 지나 10분여를 걸으니 3코스의 종점이자 4코스의 기점인 학동이 멀리 모습을 드러낸다.


무사히(?) 학동에 도착하니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울러, 극심한 고통을 극복하고 꿋꿋하게 3코스를 완주해준 옆지기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오후 4시 40분. 5시도 안 됐는데 버스는 끊긴 듯하다.
바로 택시를 불렀다.
예약된 손님이 있어 30분쯤 기다려야 한단다
예약이 많이 밀려있으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그나마 30분이라니 다행이다.

우리보다 10여분쯤 후에 도착한 남자 둘이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쑥떡공론끝에 걸어서 마을을 떠난다.
그들도 택시를 불렀는데, 한발 앞선 우리로 인해 대기시간이 길어져 그냥 떠난 게 아닌가 싶다.
금오도 대중교통이 이렇다.

:


1코스와 2코스의 연결지점인 두포.
금오도에 사람 발길이 처음 닿은 곳이 두포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를 마중나온 이 고양이가 금오도 고양이의 적통 후손인가..

 

두포마을을 가로질러 2코스에 진입하기 직전 잘 다듬어진 꽃들이 우리를 배웅한다.

 

다소 경사가 있는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니 순해보이는 훈견이 2코스 수문장인 듯 바위 틈 낮은 곳에 몸을 낮춘 채 지나는 사람들을 탐색하고 있다.

2코스 초입은 차량이 다니는 시멘트 포장도로라 비렁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걷는 재미가 없다.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도로가 끝나는 산중턱 지점에 작은 마을이 있다. 굴등마을이다.
굴등마을에는 민박을 겸한 식당(식당을 겸한 민박인가?)도 있다.

처음 보이는 집 앞 그늘막 아래 차량 두 대가 서있다.
'오~ 렉서스까지..?' 그곳 사시는 분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이 섬에서 수입차 정비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이 창고같은 헛간 우측에 있는 작은 길 계단으로 내려가면 굴등전망대가 있다.

 

굴등전망대는 2코스 진행방향에서 벗어나 있어 잠시 코스에서 벗어나 일부러 들리지 않으면 지나칠 수도 있다.
코스에서 그리 멀게 벗어나진 않는다.

 

이곳에 거주하는 분들의 생활방식이 궁금하다.

 

섬 기후의 특성인 태풍이 왔을 때 지붕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지붕 아래 쪽 기와 위에 돌을 줄로 연결하여 올려놓은 모습이 이채롭다.

 

들꽃은 이리 평화로운데,

 

비렁길 2코스는 굴등마을을 지나면 고르지 않은 돌길이 대부분이라 걷기가 불편하다.

 

마을 주민의 안녕을 기원했다는 촛대바위를 지나면 2코스와 3코스를 이어주는 직포가 보인다.

 

 

2코스에서 우리는 예기치 못한 난관을 겪는다.
내 친구들이 인정할 정도로 평소 웬만한 산행에는 어지간한 남성 이상의 지구력과 스피드를 갖춘 옆지기가

갑자기 양 무릎에 심한 통증이 왔다.
어찌해야 하나..
일단 직포에서 점심을 먹으며 무릎 상태를 보고 지속여부를 결정하기로 한다.

:


비렁길 1코스는 함구미에서 시작된다.
숙소에서 함구미까지는 5km 남짓.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지만 체력을 아끼기 위해 숙소 인근의 여천여객선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하기로 한다.

여천항 인근도 돌아볼겸 9시 20분 첫차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각에 숙소를 나서

여천터미널에 거의 다달았을 즈음 터미널을 떠나는 버스가 보인다.
이런.. 9시 20분이 첫차가 아니었나..
충분치 못한 정보로 40분의 시간을 잃은 게 아쉽지만,
이제 비렁길 경험을 시작하자.

 

함구미항의 비렁길 초입.

 

길 양 옆의 나무가 맞물려 터널같은 느낌을 주는 도로가 시작부터 느낌이 좋다.

 

바다에서 채취한 미역을 운반하여 널었다는 미역널방.
그만큼 바람과 햇볕이 좋은 곳인가 보다.

 

미역널방에서 바라본, 해안을 따라 데크로 조성된 비렁길 1코스.
'이래서 비렁길~ 비렁길~ 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내 가슴을 뛰게 만들며 멋스럽게 다가온 길.

 

이때만 해도 거의 모든 비렁길이 이렇게 조성되어 있는 줄 알았다.

이곳에서 바라본 미역널방.

절벽을 보니 문득 노르웨이의 Prekestolen이 떠오른다.

 

오붓한 분위기의 수달피비렁전망대.

 

고려 명종 25년 (1195년) 보조국사 지눌이 금오도에 절을 세운 기록에 의거 송광사 절터로 추정되는 곳.
지금은 아무 흔적없이 낡고 색바랜 안내표지판만 존재한다.

 

비렁길은 혼자 천천히 사색하며 걷기 좋은 길이다.
걷다보면 동백나무 군락도 지나고, 대나무 숲도 지나며, 길 옆의 작고 예쁜 들꽃들을 무수히 만나게 된다.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도 주는 비렁길의 특징 중 하나는, 길 대부분이 한 사람이 걸을 정도의 폭이라는 것.
교행이 힘들 정도로 폭이 좁기 때문에 비렁길은 1코스부터 시작하는 정주행이 바람직하다.

5코스에서 시작하여 1코스로 역주행할 경우, 마주오는 사람들과 통행에 불편이 야기되기 때문이다.

 

신선대에서 바라본 모습이 마치 수묵화를 보는 듯해 흑백 톤으로 담아봤다.

 

멋진 풍광에 취해 걷다 보니 어느덧 비렁길 1코스의 끝이자 2코스가 시작되는 두포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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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객이 금오도를 찾는 이유는,
모두 다섯코스로 구성된 비렁길 때문이다.
비렁은 벼랑의 사투리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름만으로는 섬의 벼랑을 따라 길이 나있다는 거고,

그만큼 걸으며 즐기는 바다와 섬의 경관이 좋다하여,
섬과 둘레길 마니아들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치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금오도 비렁길은 나에겐 다소 실망스럽다.
비렁길에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다.
비렁길에 대한 나의 이해에 오류가 있었던 듯하다.
내 뇌리에 스며든 비렁길의 모습은,

이렇게 해안과 절벽으로 접한 섬 중턱의 이어진 길을 따라 걸으며 바다와 섬의 정취를 만끽하는 둘레길이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의 비렁길은 아쉽게도 많지 않다.

비렁길 코스의 많은 부분은 산길 형태다.
이런 길을 걷노라면 기대했던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전혀 안 보이는 건 아니다.

비렁길을 걷노라면 중간중간 해안과 연결되기도 하고,

비렁길 코스에서 잠시 벗어나 전망대를 다녀올 수도 있지만,
비렁길이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늬앙스와 다녀온 분들의 소감을 종합하여 설정한 나의 과도한 기대치와는 다소 괴리가 있었다.
바다를 보며 걷는 코스를 원하는 분들이라면 오히려 태안의 청사포수목원을 권하고 싶다.

그렇지만, 내가 설정했던 이미지와 다소 차이가 있었을 뿐, 비렁길은 굉장히 걷기 좋은 둘레길이다.
다만, 비렁길에 대해 나와 비슷한 기대와 실망을 느끼는 분들도 계실지 몰라 금오도를 찾을 분들의 판단을 돕기 위함인데, 이 또한 개인의 사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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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오도는 자동차 도로가 섬의 동쪽에만 있다.
서쪽에는 금오도를 찾는 이유가 되는 비렁길 다섯 코스의 도보만 가능하며,

동쪽 자동차 도로에서 비렁길 코스별 기종착 지역과 횡으로 간선도로가 연결된다.

여수의 명물이라는 하모샤브샤브도 패스하고 오후 2시 반 여객선을 탔던 이유는,

입도(入島) 당일 여유롭게 자동차로 금오도의 동쪽 탐방을 하기 위해서다.

점심을 거르고 왔기에 숙소 체크인 후 식당 탐방에 나섰다.
금오도가 비렁길로 인해 인지도가 높은 섬이라 신선한 해산물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의외로 식당 찾기가 쉽지 않다.
몇몇 식당 간판이 눈에 보이는 곳은 민박집에서 운영하는 듯 영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구분이 안 되고 내부를 기웃거려봐도 기척이 없다. 게다가 수퍼나 마트도 찾기 어렵다.
금오도에서 뭔가를 구매하려면 동쪽 중간지점쯤 중심가인 남면에 있는 하나로마트를 이용해야 한다.

우리는 비렁길 코스 검색시 찾은 곳과 펜션의 추천이 일치한,
비렁길 2코스와 3코스의 분기점인 직포의 삼코스식당을 찾았다.

봄볼락구이로 점심을 해결하고 동쪽 도로를 따라 내려가 금오도 동남단 끝에서 다리로 연결된 안도로 들어갔다.
안도 중앙의 상산을 기준으로 대각선으로 나뉜 동고지마을과 서고지마을은 차로 한바퀴 도는 걸로 만족.

서고지마을은 좌측의 대부도와 노란 색의 예쁜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폭이 좁아 차량 진입은 불가하지만, 그리 길지 않으니 걸어서 대부도를 건너갔다 오는 것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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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에 차를 싣고나니 불현듯 북유럽여행이 생각난다.

덴마크 히르찰스에서 노르웨이 크리스티안샌드로 가는 페리에 차를 태우면서 얼마나 설레였는지..
벌써 5년이 지났다.
그러고보니 노르웨이를 여행하며 넌덜머리가 날 정도로 여객선에 차를 많이 태웠는데 정작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신기항을 떠나 20여분이 지나니 금오도 여천여객터미널에 도착한다.


여객터미널에서 불과 5분도 안 되는 거리의 숙소 [솔레이유].

옥상과 연결된 좌측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아래로 내려간다.

1층과 2층의 가격차는 2만 원.
우리는 2층에 묵었지만, 돌아보니 1층에서의 view도 충분히 훌륭하다.

 

옷장과 가방 등 휴대품 수납공간이 없는 게 옥의 티지만,

어차피 실내에서 오래 묵을 건 아니니 크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고,
뽀송뽀송한 느낌의 정갈한 침구만으로도 충분히 상쇄가 된다.

 

아침에 눈을 떠 침대에서 바라보는 바다도 Goooood !!!

 

금오도의 식당은 기대에 못미친다.
식당이 많지도 않지만, 주변에 보이는 식당은 메뉴와 내용의 만족도가 떨어진다.

오히려 식자재를 준비하거나 식당에서 회를 take away 하여 숙소 테라스를 이용하는 게 한결 깔끔하고 운치있다.

 

상당히 넓은 욕실에는 2인용 월풀도 구비되어 있다.

금오도의 다른 숙박시설에 대해 모르지만, 솔레이유 펜션의 시설과 조망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2박 이상 투숙시 1일당 1만원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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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지인으로부터 함께 가보자고 제안 받았던 금오도.
어떤 곳인지 궁금해 금오도 관련자료를 노트북에 keep해 놓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노트북 여행폴더를 뒤적이다 그때 금오도 자료를 보고는 불현듯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계획 5단계.
장소 - 일정 - 코스 - 숙소 - 교통.

◈ 장소는 정해졌고,
◈ 주말은 직장인들을 위해 공간을 비워주는 게 백수의 도리이니 일정은 주중 3박4일로.
◈ 금오도에서의 코스는 당연히 비렁길이 주가 될테고, 금오도만 들어갔다 바로 올라오긴 그러니, 올라오는 길에 BTS로 인해 유명해진 완주 한옥마을을 들러보기로 한다.
◈ 숙소는 금오도에서는 바다 조망이 좋은 곳, 완주에서는 당연히 한옥에서.
◈ 교통편은 잠시 KTX를 고려했으나, 운전이 좀 피곤하더라도 차를 가지고 가는 게 아무래도 짐 휴대 와 동선 조정 등 움직임이 용이하겠지.

이렇게 갑작스레 계획을 잡은 금오도 - 완주 여행.
여수와 금오도에는 선착장이 여러 곳이 있다.
따라서, 여수에서 금오도로 들어가는 경로도 다양한데,
돌산 신기항 ↔ 금오도 여천여객선터미널 코스가 운행시간, 차량탑재, 소요시간 등에서 가장 적합해 보인다.

 

(P.S : 여객시간표 등의 자료에는 신기항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정작 지도에는 신기항이 없고 신기선착창으로 표기된다.)

▶ Tip : 차를 가지고 가는 경우 네비 목적지에 신기선착장이 아닌, [금오도비렁길여객터미널]을 설정해야 한다.
이름만으로는 마치 금오도에 있는 비렁길 인근 터미널 같지만, 신기선착장에서 400여 미터 거리의 여객터미널 명칭이다.

오후 2시 30분 여객선을 타기 위해 8시 45분에 집을 나섰는데,
줄기차게 비가 내린다. '그래도 이 정도 비면 배는 뜨겠지..'
소심한 기우마저 불식시키려는 듯 여산을 지나니 비가 그친다.
하지만, 천안까지 차가 붐벼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당초 계획은 여수 참장어거리에서 하모샤브를 맛보고 신기항으로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여객선의 차량 적재용량을 몰라 자칫 2시 30분 승선을 못하는 거 아닌가 싶어 바로 여객터미널로 향했다.

오후 1시 25분 도착한 금오도비렁길여객터미널에는 이미 금오도로 들어가는 여객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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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쯤 체크아웃 후 태종대로 향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오는데 유람선을 타라는 권유가 막강하게 다가온다.

1인 1만원. 잠시 타볼까 생각했지만, 아내가 태종대를 원했던 건 걷기였기에 이내 고개를 돌렸다.

 

태종대 입구를 지나니 이번엔 코끼리열차다.

유람선도 지나쳤는데, 여기에 혹하면 안 되지.

우린 그냥 걷기로 한다.

 

 

 

자갈마당을 지나 태종대 순환코스의 거의 반환점 지점에 위치한 등대.

내 기억이 맞다면, 등대 내부의 계단을 따라 배의 진화과정이 설명되어 있다.

 

 

 

태종대 순환코스 최정점의 동백은 이미 봄을 느끼고 있었다.

 

 

태종대 산책을 마친 후 중구 보수동의 꼼장식당을 찾아 나섰다.

 

말린 아구를 사용하는 아구찜.

 

 

서울에서 접한 아구찜은 대개 양념이 강한 경향이 많은데, 여긴 색깔에서 부터 자극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담백한 맛에 양은 어찌 그리 많은지.. 이게 3만원이면 가성비가 엄청 좋은 거다.

아구를 다 먹은 후 면을 추가하여 비벼 먹는 맛도 괜찮았다.

 

계산을 하며 물꽁의 의미가 뭐냐 물으니,

"아구를 부산에서는 물꽁이라 합니다. 인천에서는 물텀벙이라 하지요?"

 

 

아내가 포항을 가본 적이 없단다. 그럼 올라가며 들렀다 가면 되지 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속도로를 안 타고 해안도로를 타기로.

 

울산과 경주 감포를 거쳐 과메기로 인지도가 높은 구룡포로 접어들었다.

 

 

가장 번화한 구룡포시장을 지나 적산가옥이 있는 한적한 곳 야트막한 언덕에 위치한 어느 팬션의 테라스에서

커피 한잔을 들고 바라본 해안가는 평화롭다. 커피를 만들어 주는 이 집 젊은 따님의 표정과 미소가 참 활기찼는데.. 

 

 

이어 거친 호미곶.

 

 

포장마차가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는 모습은 보기 좋다.

저 끝에 보이는 전망대까지 가보자.

 

 

사진이나 TV 영상에서 많이 본 것. 

저 손 조각의 사진마다 새를 볼 수 있었는데, 오늘도 새 한 마리가 손가락 끝에 올라 있다,

 

 아내가 담아준 한 컷.

 

마지막 경유지는 포항 죽도시장.

여기 주차장을 찾느라 얼마나 헤맸던지..

 

어찌어찌 보인 주차장에 차를 맡기고는 죽도시장을 말 그대로 겉핥기했다.

여기서 저녁을 해결하고 이제 집으로 가야 하는데..

어차피 모르는 곳이니 아무데나 들어가 물회와 전복죽을 주문하니 일단 이렇게 깔아준다. 

 

 

여기까진 좋았다.

 

 

여긴 물회의 개념이 내가 서을에서 접하던 것과는 다르다.

뭐.. 이게 포항식이려니 하고 먹었는데, 글쎄.. 내 입맛엔 별로..  아내가 주문한 전복죽도 전혀 아니란다.

그래도 모두 3만원이면 깔아준 게 있으니 크게 아쉽진 않다.

 

서울에 올라와 포항이 고향인 사람에게 얘기하니, 죽도시장에서는 전복죽을 먹는 게 아니라는..

전복을 먹으려면 오히려 구룡포에서 먹어야 한다고. 죽도시장에서는 회만 먹어야 한단다. 누가 알았나..

 

 

저녁 8시 이제 집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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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짧은 부산 나들이 코스.

 

동래 - 금수복국 - 해운대 - 광안대교 야경 - 허심청 온천 - 소문난 원조 장어구이 - 호텔농심

- 태종대 - 보수동 물꽁식당 - 구룡포 - 호미곶 - 죽도시장.

 

이번 부산 나들이는 온천에 초점을 맞춰 숙소를 동래의 농심호텔로 잡았다.

호텔 체크인 후 점심 겸 저녁을 복국으로 때운 후,

부산의 바다 야경을 제대로 보고 싶다는 아내의 요청애 따라 찾은 해운대.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다섯 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각.

하늘에 걸린 초승달이 너무 예쁘게 다가 온다.

 

 

해운대 웨스턴 조선호텔 옆 동백공원 아래 조각상.

 

해운대에서 광안리로 넘어가는 광안대교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정말 일픔이다.

운전하느라 담지 못 한 게 아쉬울 정도.

 

 

숙소인 농심호텔로 돌아와 온천을 즐기기 위해 찾은 허심청(虛心廳)은 정말 압권 그 자체였다.
높은 돔형 천정과 복층 구조 내부에 다양한 온도와 수질의 온천탕이 몇 개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넓고 크다.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데, 내부를 담을 수 없는 게 많이 아쉬웠다.

 

허심청에서 온천을 즐기고 나와 편의점에 들렀다.
서울에서도 구할 수는 있지만, 기왕 부산까지 왔으니 막걸리 마니아들이 인정하는
금정산성 막걸리를 맛 보고 싶었기 때문. 하지만 정작 금정산성 막걸리가 없어 꿩 대신 닭.

 

 

호텔 룸에서 막걸리를 마시다 갑자기 주변에 쫙 깔려있던 장어구이 간판이 떠올라 옷을 챙겨 입고 그 중 한 곳을 들렀다.

 

양념구이와 소금구이 중 자극이 적을 소금구이를 선택.

 


야채가 많은 게 맘에 든다.

장어와 낙지를 먹을 때마다 인간의 잔혹성을 느끼는 거같아 마음이 찝찝하다.
나의 미각을 위해 뜨거운 불판에서 몸을 비트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영~ 

어느 정도 익혀서 나오면 안 되나..

 

여기도 막걸리는 생탁 밖에 없다.
금정산성 막걸리가 갑질을 하는 건지, 부산합동양조가 갑질을 하는 건지.

기회를 만들어 다음엔 양념구이를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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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함께 하면 그 사람이 더 보인다고 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해탈이에게서도 그랬다.

 

 

마라톤 서브쓰리 인증자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생각 이상으로 몸이 단단하다.
미륵산을 오르내리는 소요시간도 내 예측을 훨씬 밑돌았으며,

가파른 경사를 오름에도 호흡에 변화가 없다.

나와 현격한 차이를 느낀 부분이다. 나의 거친 숨소리에 하는 말.
"형~ 뭐 잡아먹고 왔어? 왜 그렇게 씩씩대?"

(그래~ 너 잘났다~~)

 

원래 박학다식 - 폭넓게 아는 게 많은 친구지만,
야생화에도 그리 관심이 많은지는 몰랐다.
끊임없이 관찰하고, 사진으로 담고, 모르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묻고..
참 지적 호기심이 많은 친구인데,

그런 것들이 각계 각층 누구와 어울리면서도 상대로부터
호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의 근간이 아닌가 싶다.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누구에게나 정말 참 편하게 다가간다.

처음 마주하는 사람에게도 적절한 호칭과 거부감없는 화법으로

어색함없이 다가가 대화를 이끌어낸다.
뭐.. 하긴 나도 거기에 말려들었으니...^^
나도 처음 대하는 사람과 친화력이 좋은 편이지만,
나와는 차원과 개념이 다르다.

 

그런 친화력을 바탕으로 한 전국구 인맥.
여행 경로를 따라 들렀다 가라는 러브콜이 쉼 없이 이어진다.

원님 덕에 나팔분다고 덕분에 진주에서 초대형 약초장어까지 맛 봤다.

 

니 것 내 것의 경계가 없는 해탈이. 이런 능력자 해탈이에게,

보고싶지 않지만 문득 문득 내게 보이는 내면이 있다.
천안으로 내려간 후 오랜만에 둘이 함께 한 시간의 그늘 속에

좀더 길게 드러난 듯한 외로운 그림자가 내 마음 한 켠을 찌른다.
그리고, 내게 그 그림자를 거둬줄 빛이 준비가 안 돼 미안하다.

 

 

해탈~
바다를 등지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네 건각과 같은 의지와,

흐트러짐없는 표정과 같은 이성으로 너를 아는 사람들에게

'해탈이가 내 친구' 라는 자부심을 주며 일어서리라 믿는다.
너를 알기에 네 뒤의 배처럼 너를 기다릴께~

 

 

 

 

골프를 목적으로 한 동행은 많았지만, 순수한 여행 동행은 처음이었다.

달리 신경쓸 게 없을 정도로 워낙 서로를 잘 알아 난 참 마음이 편했는데,

해탈이 고생만 시킨 거 같아 미안하다.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 해탈이에게 다시금 고마움을 전한다.

좋은 시간 함께 해준 해탈이.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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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짧은 일정에 소매물도까지 다녀 오느라 통영을 자세히 돌아보지는 못 했지만,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잠깐 잠깐 겉핧기식으로 다닌 곳을 모아 본다.

 

 

통영항 여객터미널.

 

 

해산물이 푸짐한 중앙활어시장

 

 

 

횟감과 해산물 뿐 아니라 생활용품까지 다양하다.

 

 

 

요게 모두 3만원. 물론 회만 떠주는 것이니 초장집에 가면 또 그만큼의 비용이 필요할지 모른다.

 

 

 

저 큰 갈치가 두 마리에 오천원이라는데, 국산 맞나?

 

 

 

활어시장 골목 안에 있는 은성횟집의 한상. 쯔끼다시가 간결하다.

소주는 해탈이, 막걸리는 내 몫.

 

 

 

좋은데이는 경상도 사투리와 영어 번역의 합작품?

저 소주는 차게 마시는 것보다 조금 미지근한 게 제 맛이라는데,

진짜 그런지 냉장 재고가 없어 하는 말인지 알 길이 없다.

그렇다니까 그런 줄 알고 마신다.

 

 

담백한 삶이 느껴지는 靑馬 生家

 

 

[깃발]의 詩人 청마(靑馬) 유치환의 生家.

 

 

가운데 석가래에 柳藥房이라 씌여 있는 걸 보니 의원 집안이었던 모양이다.

 

문헌에 의하면,

靑馬는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후 퇴폐적인 분위기에 불만을 품고 1년 만에 중퇴했다고 하는데,

당시 대학에서 퇴폐적인 분위기를 느꼈다면 요즘엔 무슨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다.

 

 

청마문학관은 월요일 휴관이란다.

소매물도에서도 그러더니 월요일은 여행다닐게 아니다.

 

 

무작정 걷고 싶었던 이순신공원

 

 

이순신공원의 이순신 장군 동상.

개인적으로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보다 훨씬 기개가 있어 보인다.

그런거보면 사람(?)은 있을 자리에 있어야 하는 모양이다.

 

 

시간이 부족해 직접 걸어서 둘러보진 못 했지만,

안내도를 보면 이순신공원은 면적이 꽤 넓고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는 듯하다.

조경도 잘 되어 있고, 게다가 바다와 연해 있어 탁 트인 조망과 함께 산책이나 조깅코스로 최고일 듯.

 

 

이순신공원에서 만난 낭만고양이.

꼬맹이를 만난 후 어디서나 고양이를 보면 친근감이 가며, 꼬맹이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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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을 간다하니 경익수가 문자를 보내왔다.

[통영가면 오미사에서 꿀빵좀 사와라].  꿀빵은 뭐고, 오미사는 뭐냐 물으니,

꿀빵은 경주 행남빵, 안흥 짠빵과 같이 통영에서 파는 빵이라 하고, 오미사는 그 꿀빵의 원조란다.

 

소매물도에서 돌아와 들른 [이순신 꿀빵].

 

 

통영에서는 곳곳에 꿀빵집이 있는데, 이순신 꿀빵은 독특하게 카페스타일이다.

다른 곳이 대부분 TAKE-OUT 방식인데 비해 여기는 내부에 작으나마 음료와 함께 꿀빵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커피와 국산차 등 다양한 음료 메뉴 중 내 준에 띄는 것 하나. 앗~ 빙수가 있다~~ [꿀빵 컵빙수].

하지만 아쉽게도 빙수는 5월부터 판매를 한다고 한다.  사진은 우리를 위해 보이차를 준비중인 실장님.

 

 

다섯 개 단위로 판매하는 꿀빵은 한 개에 천원. 

비록 친구가 지정한 오미사 꿀빵은 아니지만, 친구에게 스무 개 택배로 송부.

 

이순신 꿀빵은 나름대로 개발한 방법으로 꿀빵을 송달해 경화되지 않는 강점이 있다고.

냉동 보관하여 20초 정도 전자레인지로 돌리면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테이블 벽에 뻬곡하게 붙어있는 방문객의 칭찬 포스트잇에서 이 집의 인기를 실감한다.

 

통영의 많은 꿀빵집 중에서 이순신 꿀빵과 인연을 맺은 건 참 우연이었다.   

 

Episode 3.

 

달아공원의 노을을 보고 내려와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겸 회를 하러 통영 활어시장내 골목의 횟집을 찾아들었다.

해탈이와 둘이 잔을 기울이는 중 옆 자리에 손님이 들었다.

 

 

이 두 분은 부자지간이다. 넉살좋은 해탈이가 청년에게 물었다.

- 삼촌은 뭐하시는 분이신가?

> 저는 꿀빵집 하고 있습니다.

 

꿀빵이라고?  

"안 그래도 내가 통영에 간다니까 내 친구가 꿀빵을 사오라 하던데.."

이렇게 시작된 대화가 기묘한 인연으로 이어질 줄이야..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던 중,

청년 : 제가 대전대학교 일어과를 나왔는데..

강하 : 어~ 그래요? 아까 얘기한 꿀빵 사오라던 친구가 대전대 부총장으로 있는 친군데..

청년 :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데요?

강하 : *** 교수라고.. 법학과 교수니까 법학과 아니면 잘 모르겠지.

청년 : 일어과 *** 교수님이 제 은사십니다.

 

그 자리에서 친구에게 전화해 일어과 *** 교수를 아냐고 물으니, 잘 안단다.

그러니까 서로 잘 아는 교수의 친구와 제자가 우연찮게 인연을 맺은 것이다. 

 

세상 참 좁다는 걸 다시금 확인한 순간.  정말 몹쓸 짓 하지 말고, 남의 말 함부로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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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島.海.

 

정말 섬이 많다. 배를 타고 가며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섬이다.

각기 다른 형태의 수 많은 섬들. 물 위에 둥둥 떠있는 모습들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그 섬 사이를 가르는 배들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입술사이로 대학시절 부르던 노랫말이 흘러나온다.

YRC 정이근 선배가 곡과 노랫말을 만들어 오로지 우리 YRC만이 알고 부르던 노래.

그리고 지금도 연그린 모임에서 고참들이 잊지않고 즐겨 부르는 노래 [작은 배]

 

 

 

 

남쪽 바다 수 많은 작은 섬 사이로

고요하게 헤쳐 나가는 작은 배 있네

 

외딴 섬 절벽 위에 하늘같은 절에서

들려나오는 목탁소리 오히려 적막이어라

 

뱃전에 선 사공의 그을린 얼굴보라

뱃길이 끝나는 곳 사공 아내 있겠지

 

저 바다와 섬에 얽힌 많은 전설 감추고

갈매기와 희롱하며 배도 가고 섬도 간다 ♪♬

 

 

정이근 兄은 어떻게 이런 아름답고 예쁜 멜로디와 노랫말을 만들어냈을까..

이근 兄은 여기 한려수도를 보고 이 노래를 만들었을까?

유난히도 감성이 풍부했던 이근 兄의 재주에 다시금 탄복한다.

갑자기 정이근 선배가 보고싶다.

 

 

 

 

 

 

:

 

소매물도는 배편으로 통영에서 1시간 반, 거제에서는 30분 정도가 걸린다.

그러니 소매물도가 목적이라면 거제에서 들어가는 것이 시간과 요금이 절감된다.

통영에서 하루 밤을 보낸 우리는 아침 7시에 여객선을 탔다.

 

 

 

한 시간 반쯤 걸려 보이는 소매물도 전경.

전면에 보이는 마을이 소매물도의 2/3를 차지한다.

규모가 대충 나오지 않는가. 나머지 소매물도의 다운타운(?)은 저 밑에 소개한다.

사진 한 가운데 보이는 그럴 듯한 집은 팬션이다.

 

 

 

소매물도의 물가지표.

재밌는 건 팬션과 민박의 존재다. 그건 결론부분에서 다시 얘기하자.

 

 

 

선명하지가 않지만, 맨 위에 보이는 글자는 [여기는(6구간)]이다.

그렇다면 1구간부터 5구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 표지판을 보질 못했다.

선착장에 도착해 특별한 안내표지판이 없음에도 사람들은 다 이 길로 접어든다.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 뿌리는 매물도産임을 입증함?

저거 왜 적어놓은 이유가 진짜 궁금.

 

 

 

얘가 소매물도 공인 가이드인 모양이다.

사람들에 앞서 다니는데, 다니며 곳곳에서 몇 번을 마주쳤다.

얼굴도 잘 생겼고, 약초를 캐먹는지 몸도 아주 튼실해보이는데다

관광객에 익숙한지 누구에게도 낯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리드해 나간다.  

 

 

 

기원하는 것에 대한 믿음의 증표를 남기고픈 것은 인간의 본능인가 보다.

 

 

 

소매물도의 선착장에서 본 절벽의 형태가 마치 공룡의 머리와 몸통 같다.

앞쪽으로 짧게 돌출된 부분은 공룡의 앞 발.

공룡절벽이라 이름을 붙여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섬을 일주하다보니 유사한 게 또 있다.

 

 

 

이 모습은 비룡 혹은 시조새의 머리와 목덜미같지 않은가... 양 쪽으로 길게 날개를 펼치고.

소매물도는 쥬라기공원이다.

  

 

 

소매물도에서 바라본 대매물도.

 

 

통영에서 아침 식사용으로 준비해온 충무김밥.

절벽과 같은 바위 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충무김밥을 먹는 이 기분이라니...

 

 

 

소매물도에 전해오는 전설을 품은 남매바위.

어렸을 때 헤어져 오누이임을 모른 남매가 사랑을 맺자

하늘에서 벼락을 쳐 오빠는 산 중턱에, 누이는 바닷가의 바위로 변했단다.

 

 

 

소매물도의 남쪽에 있는 등대섬.

등대섬은 바닷물이 차면 소매물도와 분리된 작은 섬이지만,

물이 빠지면 소매물도와 연결되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소매물도 최고의 절경으로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훨씬 아름다운데,

저 아래까지의 거리 800미터가 거의 가파른 계단으로 되어 있다.

 

 

 

여기가 계단을 내려와 등대섬까지 가장 가까운 지점으로, 물이 빠지면 길이 열린다.

물 빠지는 시간은 매일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우리가 간 날은 2시 넘어서 물이 빠진단다.

물 빠질 때를 기다리려면 4시 반 돌아가는 여객선을 타야 하는데,

섬이 워낙 좁아 그때까지 할 일이 없어 아쉽지만 등대섬 진입은 포기.

 

 

 

매물도 관세역사관.

예전에는 이곳에서 밀수선을 감시하고 배의 항로 이탈 여부를 파악했다고 한다.

섬의 사방을 관제하는 곳이니 만큼 소매물도에서 가장 지대가 높은 곳이라

이곳을 보려면 일주코스에서 계단을 제법 올라가야 하는데,

기껏 올라가보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입구에 월, 목요일은 휴관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젠장~ 그런 안내판은 계단 입구에 붙여놔야 하는거 아냐?

     

 

 

아무리 작은 섬이라도 여기도 관광지.

관광객을 대상으로 산나물을 파는 토산품점(?).

이곳 사람들의 생계를 생각하면 뭔가 구매를 해야 할 거 같은데,

슬쩍 사진만 찍는 것이 참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가운데 보이는 정말 토속적인 민박집. 그 위에 위치한 팬션과 대비된다.

저 민박집은 어떤 경쟁력으로 팬션에 대응하는지 궁금하다.

 

 

 

소매물도의 모든 주거시설. 가운데 사진에 보이는 곳이 전부다.

 

 

 

선착장에는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싱싱한 해산물이 있다.

멍게, 굴, 해삼, 소라..

 

8시 25분에 도착해 쉬엄쉬엄 돌았음에도 시계를 보니 11시가 좀 넘었다.

돌아갈 여객선이 들어오는 12시 20분까지 한 시간여가 남는다.

 

 

 

남는 시간에 해야 할 일이란게...  싱싱한 해산물이 20000원.

 

 

소매물도는 차량은 고사하고 자전거 탈 일도 없다. 자전거로 다닐 거리도 안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천천히 돌아도 세 시간이면 섬 일주가 가능한 작은 섬에서 숙박을 할 일이 흔할까..

아무 생각없이 휴식을 취하거나, 외부의 유혹없이 몰입할 일이 있다면 모를까

관광을 목적으로 숙박하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서두에 언급한 팬션이나 민박의 존재가 재밌다는 이유다.

 

소매물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며 이 섬을 지키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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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서 석양을 볼 수 있는 달아공원.

서해안에서도 많이 본 노을을 꼭 봐야 할 이유는 없지만, 딱히 저녁에 할 일도 없다.

해질 무렵 볼거리가 마땅찮은데다 초저녁부터 술자리를 벌리기엔 너무 벅차다.

그래서 달아공원으로 방향을 잡았다.

 

낮까지 비가 이어져 석양을 보기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오후부터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 해가 떨어지긴 이른 시간 달아공원에서 바라본 삼면의 바다.

위에서 보지 않더라도 보이는 모든 곳이 섬이다.  

 

 

서서히 해를 넘기기 시작하는 多島海.

 

 

 

 

 

 

많이 봐온 노을이려니 생각했었는데, 다도해의 노을은 다른 곳과는 또 다른 감흥이 있다.

둥둥 떠있는 섬 사이로 숨어드는 석양은 긴 수평선 너머 사라지는 석양과는 다르다는 걸 알았다.

바다와 하늘만의 조화가 아니라, 그 사이 멀고 가까운 섬까지 어우러져 각기 다른 콘트라스트의 노을을 남긴다.

 

 

사진에서 느끼는 기묘함 중의 하나가 가로 세로 길이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

같은 피사체임에도 느낌이 다르게 와닿는 이유는 스케일과 임팩트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내 사진이야 누구나 하는 졸작이라 표현이 제대로 안되지만,

제대로 된 노을 작품을 보면 붉은 화면 전체가 장엄하다.

그 경우 가로로 담은 사진은 더욱 그렇다.

 

반대로 세로로 담은 사진은 가로 폭이 좁은만큼 강조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보는 사람의 집중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는 거 같다. 

 

 

 

 

 

 

 

위 두 가로 세로 사진에 대한 짧은 느낌을 적자면,

가로 사진이 사진 하단의 지나가는 배의 궤적으로 해가 떨어지는 시간의 여운을 남긴다면,

세로 사진은 섬너머 사라지는 석양의 형태가 여운으로 남는다고 해야 하나..

 

 

:

 

동피랑마을은 최근 언론에 자주 소개가 되어 이미 유명해진 곳인데, 동피랑의 어원이나 의미가 무엇인지는

인터넷 이곳저곳을 뒤져도 제대로 나오지를 않으니 호기심많은 나도 어쩔 수 없이 패스. 후에 다시 알아보기로 한다.

 

 

동피랑마을 진입로.  언니는 동피랑 스타일이라는데, 동피랑 스타일의 정의가 뭐야?

 

 

벽화마을로 변모한 달동네

 

직접 가보니 동피랑은 통영의 달동네였던거 같다.

대책없는 환경에 떠나는사람들이 늘어나자, 떠날 곳 조차 없는, 또 잔류를 희망하는 마을사람들과 뜻 있는 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환경이 열악한 달동네를 벽화마을로 renewal 하여 관광명소로 새롭게 태어난 곳이 동피랑마을이다.

    

 

 

일단 마을 입구 축대부터 마을 안내도로 활용된다.

 

 

 

안내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동피랑마을은 항(港)에서 걸어가기에도 멀지가 않다.

 

 

 

축대도 좋고, 담이건, 골목길이건, 집의 벽까지 마을 곳곳 그릴 수 있는 곳엔 거의 그림이 들어가 있고,

심지어는 개인 집 처마 공간에 적힌 관광객의 낙서마저 관광의 대상이 된다.

 

 

 

동피랑마을 그림은 단순히 보는 벽화가 아닌, 함께 참여하는 벽화가 많다.

그림 일체가 될 수 있게 그려진 벽화. 사진과 같이 의자에 함께 앉는 듯이 하거나, 공중전화 수화기를 받는다거나,

천사 날개 사이에 서서 본인이 마치 천사의 날개를 단 것과 같은 재미난 연출을 할 수 있게 한다.

그림에 人과 木을 집어넣은 것도 참신하게 와닿는다.

 

 

 

달동네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진. 지붕을 원색으로 재단장하여 깔끔한 느낌을 준다.

관광명소가 되기 전에는 저 위치에 매점이 있었을라나..?

 

 

 

마을에서 내려본 통영항.

 

 

 

동피랑의 몽마르뜨.

 

 

 

개발에는 늘 명(明)과 암(暗)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동피랑마을이 모두 벽화로 채워진 건 아니다. 일부는 여전히 달동네인 곳이 동피랑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따르는 건 당연지사. 동피랑에는 이런 쉼터와 매점, 스낵코너가 여럿 있다.

심지어 기념품 매장까지.  이곳에 스타벅스까지 침투한 줄 알고 순간적으로 흠칫 했었다는..^^

 

 

 

언동스.. 우린 언니가 아니니 오동스.  오빤 동피랑 스타일.. 

 

 

 

동피랑마을에서 담아온 모습중 가장 정이 가는 모습이다. 

 

 

동피랑마을은 사실 평범한 언덕 위 골목마을이다.

돌아보면 그냥 골목마다 벽에 그림을 그린 그저 그런 마을이다. 그림도 평범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건, 황폐해가는 마을을 버려두지 않고 마을을 되살리려는 의지와 열정을 보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이제 길을 닦았으니, 길을 얼마나 넓히고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앞으로 동피랑마을 사람들의 숙제가 될 것이다.

 

 

:

 

줄을 서시오

 

그렇게 미륵산에서 나는 돈을 벌고, 해탈인 체력을 기르다보니 점심 때가 훌쩍 지났다.

금강산도 식후경. 스마트폰으로 [통영 맛집]을 검색하니 대체로 두 군데가 나온다.

[대풍관]과 [원조 밀물식당]. 위치는 비슷해 보이지만, 이름에서 느껴지는 뉘앙스가 다르다.

왠지 주차는 대풍관이 편할 거 같은데, 우린 좀더 서민적인 느낌의 원조 밀물식당을 찾았다. 

 

 

작은 골목길에 위치한 여기는 역시 주차장이 없다. 주차는 각자 알아서 능력껏...

 

 

 

메뉴판 좌우로 KBS, SBS, MBC 공중파 3사의 음식관련 프로에 소개된 화면 사진이 훈장처럼 자랑스럽게 부착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점심 시간으론 늦은 오후 세 시가 됐음에도 자리가 없어 기다려야만 했다. 오늘은 줄 서는 날인가 보다.

 

 

 

우리의 주문은 통영 브랜드인 멍게비빔밥과 계절메뉴인 봄도다리쑥국. 사장님 표현을 빌자면,

통영에서 가장 먼저 멍게비빔밥을 론칭한 곳이 바로 이 가게란다. 그러니 사장님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통영의 수많은 멍게비빔밥은 모두 그 이후에 생긴 고상한 표현으론 이미테이션, 순 우리말로는 짝퉁이라는 얘기.

뒤이어 개발한 멍게전골은 아직 다른 곳에는 존재하지 않는 메뉴란다. 통영에서 밀물식당이 유일하다고.

주차를 하고 온 해탈이가 오다가 근처에서 밀물식당을 봤다고 하니, 사장님이 어떤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사실 확인이 안된 내용자칫 음해와 비방이 될 수 있으니 더 이상 언급은 생략하자.

개인적으로, 도다리쑥국은 서울 강남의 진동횟집에서 맛본게 더 인상적이다.

    

 

 

통영을 간다고 하자, 친구 경익수가 오미사에 들러 꿀빵을 사오라고 카톡을 날렸다. 거기가 꿀빵의 본산이라고.

내겐 익숙치 않은 꿀빵이 뭔가 했는데, 통영 시내의 곳곳이 꿀빵이다. 안흥 찐빵, 경주 행남빵과 같이 통영은 꿀빵이다.

요 꿀빵에 대한 이야기는 별도로 하는데, 이 집도 줄을 서네..

 

 

 

충무공 이순신 수군의 본산답게 통영에서는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의 상징이 곳곳에서 보인다.

차를 타고 지나다 찍은 거라 거북선 머리가 안보이는 게 아쉽지만, 통영의 분위기를 느끼기엔 충분하다.

 

 

Episode 2.

 

활어시장 주변을 걸으려면 어딘가 주차를 해야 하는데, 특히 주말이어서인지 마땅치가 않다.

골목으로 들어가니 모텔 주차장에 여유 공간이 있어 주차를 하고,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동피랑 마을로 가기 위해

다시 주차장으로 가니 건장한 남자가 다가온다. 그를 본 해탈이 갑자기 먼저 다가가며 나선다.

"오늘 여기 묵을라 하는데..."  오늘 밤 우리 숙소는 나폴리모텔로 결정됐다. 체크 인을 하고나서 해탈이가 하는 말.

"형.. 주차료 받으러 오는건데, 어차피 어디선가 묵을거 괜히 주차료 낼 필요가 없잖아."

이래서 너랑 다니면 편해..^^

 

 

거리의 차량도 줄, 주차도 줄. 통영의 휴일은 줄의 연속이다. 우린 주차가 당당하게 해결됐으니 이제 어디든 다녀도 된다.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우린 언덕배기 그림이 있는 마을로 향한다.  

 

 

:

 

"형~ 같이 소매물도 한번 갑시다~"

2주 전 밤 11시가 넘어 휴대폰을 타고 들려온 조금은 취기에 젖은 목소리.

그저 취중에 있을 수 있는 감상적인 제안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실행이 됐다.

 

4월 14일 일요일 아침 8시 20분, 야탑에서 시외버스로 천안 터미널에 도착해 해탈이의 차에 올랐다.

그간 골프를 목적으로 한 동행은 여러 번 있었지만, 순수 여행을 위한 동행은 처음이다.

특히, 해탈이가 천안으로 거처를 옮긴 후에는 자주 만나지도 못 했기에 이번 여행이 의미가 있다. 

제안을 먼저 해준 해탈이가 고마운 이유다.

 

 

처음부터 꼬이

 

천안에서 세 시간을 달려 통영에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한려수도 케이블 승강장.

주말이어서인지 주차장은 물론, 도로 양 쪽으로 차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 정상에 오르면 아름다운 다도해 한려수도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단다.

 

"형은 복장도 그러니 케이블카 타고 가~ 난 등산로로 올라갈테니까 위에서 봐요.

 대신 부탁 하나 할께. 위에 올라가면 추울거 같은데, 형이 내 자켓만 들고 와줘?"

겨우 빈 곳을 찾아 차를 주차한 해탈이가 겉 옷을 내밀고는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해탈이를 보낸 후 케이블카 탑승권을 샀다.

그런데.. 이게 뭐야~ 사람이 많아 케이블카를 타려면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그럼 해탈이가 먼저 도착하겠는데...'  해탈에게 전화를 하니 알았다며 기다리겠단다.

 

그리고 30여분이 지났나.. 해탈에게서 자기는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마라톤 풀 코스를 세 시간 안에 주파하는 서브쓰리 인정자라는 건 알고 있지만, 생각보다 빨리 올랐다.

그런데, 위에는 비가 온다고. 아래도 빗줄기가 보인다. 

난 아직도 대기시간이 한참이나 남은데다 바람도 거세다. '쟤 겉 옷도 없이 얼어죽는거 아냐.' 

탑승권 번호대로 승차하는데, 내 번호는 6458번. 이제 5000번쯤 탑승장 입장이다.

환불하는 게 어떨지 물으니 여전히 기다리겠다던 해탈에게서 다시 연락이 온건 그로부터 30분쯤 후.

"형~ 환불해라~ 여기 비가 많이 와서 올라와도 아무 것도 안 보여."

 

30분쯤 지나 다시 만난 해탈이는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의 모습이다.

 

 

Episode 1.

 

환불을 위해 매표구 앞에 서있는데, 한 중년 남자가 다가오더니 역시 환불을 위해 내 앞에 있던 청년에게 묻는다.

중년 : 몇 사람분 환불하실건가요?  

청년 : 두 명인데요.

다시 내게 묻는다.

중년 : 몇 사람입니까?

나 : 혼잡니다.

중년 : (잘 됐다는 듯) 제가 세 명분이 필요한데, 그럼 두 분께 만원씩 계산해드리면 안될까요?

 

팔천원에 산 걸 만원에 달라는데 안 될 이유가 뭐가 있을까?

 

 

이렇게 통영에서의 첫번 째 일정은 각기 다른 성취감으로 마무리됐다.

 

 

:

 

허브아일랜드를 구성하고 있는 단지를 한번 돌아봤다.

 


시간이 부족해 모든 곳을 일일히 들어가보지는 못하고, 겉모습만 훑어봤다.


  호수도시 베네치아를 모방하여 꾸민 허브박물관.
 
 


  요거는 이태리 로마의 트레비분수와 비슷한가...


 


  아~ 여기서 빵을 구입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야금야금 맛있게 먹었다. 양도 제법 후하게 준 거 같다.


 


  조 위 트레비분수 비슷하다고 한 뒤에 위치한 허브카페.

 


  요건 허브힐링센터인데, 여기서는 여러가지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허브아일랜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여러가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많다.


 


  요건 왜 이렇게 뭐냐고?

 

 

 안으로 들어가 요런 포즈로 기대봤다.  아직도 뭔지 감이 안 잡힌다면...


 


  생각보다 포즈가 자연스레 잡혔다.


허브아일랜드의 이곳저곳을 관심있게 돌아보려면 하루는 족히 필요할거 같은데,
한군데서 많은 시간을 허비할 수 없는 짧은 여행의 제약인 시간이 문제다.

욕쟁이할머니집 - 산사원 - 운악산휴양림 - 평강식물원 - 허브아일랜드로 이어진 1박2일.
시티밸리까지 욕심이 났지만, 시간상 도저히 무리인거 같아 접었다.
여름에 간다면, 첫날 오후에 허브아일랜드를 방문하는 것도 괜찮을거 같다.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내에게 물었다.

"과정평가를 하겠습니다. 이번 여행코스에 대한 당신의 만족도는,
 매우 만족, 만족, 보통, 불만, 매우.. ..."

예문이 다 끝나기도 전에 튀어나온 아내의 응답은,  
"매우 만족~~"


7월엔 유명산휴양림이다.

 

 

:

 

이제 여름 속 산타마을로 들어가 보자.

 


  마을 입구에는 산타들이 보초를 선다.
  여기서부터 벌써 산타와 연관된 캐롤이 울려 퍼지는데, 여름에 듣는 캐롤도 이채롭다.

  


  마을을 들어서니 한가롭고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마치 동화 속 마을에 들어온 느낌이다.
  산타마을은 비가 오는 날에는 개장을 하지 않는다고.


 


  산타마을의 이곳 저곳. 
  밤에 곳곳에 있는 조명트리에 불이 들어오면 꽤 인상적인 분위기가 조성될거 같다.
  혹시 다음에 운악산휴양림을 다시 찾게 된다면 야간 개장을 보러 와야겠다.
  

 


  산타마을 맨 오른쪽 집 내부 중 일부.  아이들과 함께 들러도 좋은 이유다.

 

 


  산타들도 굴뚝을 타기 위해 여름부터 꽤나 강도높은 체력훈련을 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산타마을을 둘러보고 나와, 허브식물박물관 옆 꽃가게에 들어갔다.


  눈이 매우 호강한다.



  에구~ 귀여워라~~



  갖가지 색으로 예쁘게 치장한 다육식물들. 얼마나 아기자기하고 귀엽던지...

  그리고, 그 외...

 

 

:

 

허브아일랜드는 평강식물원에서 남서쪽으로 40여분 거리다.

이곳의 입장료는 3,000원.
허브아일랜드는 주차장을 중심으로 여러 부대 시설이 둘러있어 관람객의 동선이 다소 산만한 편이다.

가장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허브식물박물관을 먼저 찾았다.


 


  안에 들어가기 전 만 해도 이 안이 얼마나 넓은지 예측을 못했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화사한 허브식물들.


 

 


  여러가지 꽃들을 그냥 눈으로만 본다.

 

 

  나는 꽃에 대해 문외한이라 그저 예쁘고 멋있는 꽃들이 많다는거 외에 별 감흥이 없는데,
  집에서는 작은 화분에서 자라던 것들이 여기서는 큰 나무처럼 자라고 있다며 아내의 놀라움이 크다.

 
 

 

  근데, 얘는 몸통이 어쩜 이렇게 꼬일 수가 있지..??  정말 신기하네.


 


  다양한 종류의 허브식물을 감상하며 넓은 곳을 왔다갔다 하다보니 입구의 맞은 편에 출구가 있다.


  이 출구는 다시 새로운 공간으로의 연결 통로가 된다.
  안내표지에 산타마을이라 되어 있는데, 6월 여름의 초입에 산타마을이라니..

 

 

:

 

의외로 많은 드라마 촬영이 이곳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평강식물원의 풍치가 입증된다.
촬영된 드라마에 대한 안내가 곳곳에 있고, 입구쪽에는 세트장도 있지만, 시간에 쫒겨 거기까지
확인하지 못한게 조금 아쉽다.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중 하나.
  초록을 배경을 한 노랑과 보라, 그리고, 나무와 수초의 조화가 너무 예쁘다.


 


  연못 속 작은 수초 하나하나의 이름까지 알려주는 세심함.  문제는 이걸 구분하는 안목이 내게 없다는거..

 

 


  평강식물원에는 곳곳에 나무 의자가 있다. 잘 짜맞춘 듯한 의자가 아니라,
  그냥 대충 대충 만든 듯한 투박스러워 보이는 의자가 주변과 잘 어우러지며 친근감을 준다.  
  

 


  언뜻 보면 무슨 공룡의 등뼈 같아 보이는 이것은 나무 화석이다.

 


  정말 보기 힘든 장면을 보고 너무 반가웠다. 올챙이를 본 것이다.
  서명 위아래 보이는 것이 올챙이인데, 아래 모습은 올챙이가 기포 흡입을 위해 수면 위로 치솟는 모습.
 
  이 녀석들 한번 담아보겠다고 줌을 당기긴 했지만, 손각대로 흔들림없이 빠른 움직임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측 큰 나무는 왜 저 혼자 저리도 밝은 연두색으로 치장했는지...

평강식물원은 이끼류, 고산식물, 늪지대 등 테마별로 단지가 구성되어 있는데, 제대로 구분하여 담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잘 알려진 식물원 중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아침고요식물원]이 있다.
내 느낌으로는, 아침고요식물원이 인위적인 색채가 강한 반면 (물론 모든 식물원이 다 인위적이지만),
평강식물원은 보다 자연미를 잘 살려낸 조경이 훨씬 편안함을 준다.


계속 운전을 하는게 미안했는지, 아내는 이제 돌아가도 된다고 하지만, 염두에 둔 곳이 하나 더 있다.
시간이 좀 애매하긴 하지만, 모처럼 포천까지 왔으니 그곳을 들렸다 가기로 한다.

 

:

 

운악산휴양림 근처에 찾을 만한 데를 검색해보니 산정호수 못미처  평강식물원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길찾기를 하니 운악산휴양림에서 42분 거리로 나오는데,
스마트폰은 규정속도로 시간이 산출되니 대략 30분이면 될거 같다. 그럼 가 봐야지.

평강식물원 입장료 6000원을 지불하고 들어서니 처음 보이는 공간.


  상품판매 코너다.
  무엇이 있나 이것저것 살펴본 후 저 끝의 문을 통해 나가면 평강식물원이 시작된다.

  근데, 왜 식물원 이름이 평강인가?
  자꾸 바보 온달이 생각나는 건 내가 너무 역사의식에서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인지..  

    


  여기가 식물원 초입.



  초입 좌측에서 입장객의 눈길을 가장 처음 잡아끄는 애들.
  작은 식물에게도 하나하나 각기 이름이 있는데, 얘네들의 이런 이름은 누가 어떻게 부여하는지도 궁금하다. 



  요런 이름 말이다.  산솜방망이라니...


 


  평강식물원은 꽤 넓다.
  입구의 안내도에는 1시간 코스, 1시간 반 코스, 2시간 코스로 구분하여 동선을 보여주고 있는데,
  곳곳에 관심을 갖고 돌아보려면 서너 시간은 족히 걸릴거 같다.


  워낙 보이는게 많아 욕심껏 카메라 셔터를 눌렀지만, 그 중에서도 내게 인상적인 모습만 소개하는데,
  나무나 꽃에 대한 지식이 없다보니 설명할 능력이 못된다. 그저 이런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는 걸 알려만 줄 뿐.

     


  민속놀이를 가볍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 앞에 보관된 건 윷, 뒤는 모두가 아는 널.


 

 

 


  숲속 벤치. 참 운치있지 않은가..
 

 

 

 
  아내가 담은 이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든다.  

 

 

:

 

산사원을 들러 10분 거리에 있는 운악산 휴양림에 도착하니 정확히 check-in 시간이다.

운악산 자연휴양림은 다른 자연휴양림에 비해 단지 및 숙소 규모가 작다.
숲속의 집도 한 채 밖에 없고, 연립동 두 채(3실), 휴양관 한 채(10실), 그리고, 숲속수련장 한 채가 전부다.

 


  우리가 예약한 연립동 산벚나무는 플로피 스타일로, 숙소를 띄우고 아래 식탁과 바베큐 그릴이 있다.
  

 


  주방과 방의 경계에 단차를 두니, 제법 독립된 공간으로 분리된 느낌이 든다. 

        


  여기는 휴양관.

  


 유일한 숲속의 집인 운현정.
  다른 휴양림의 숲속의 집이 대부분 통나무집 형식인데 비해, 운현정은 한옥 형식이다.

  12인실이지만, 내부에 거실, 주방, 욕실, 심지어 현관까지 따로 구분되어 있어 두 가족이 함께 이용하거나,
  다수가 함께 와서 남녀 공간을 따로 사용해도 괜찮을거 같다.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데크.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서니, 숲속수련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저녁을 먹고 있다.
  고기를 굽고, 술과 함께 화기애애한 모습들이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치고 산길을 찾아들었다.

 


  요거.. 초입부터 경사가 심상치가 않네..

 

 


  이 산길에 운동기구까지..

 

 


  우리는 자연탐방로를 택했다.  근데, 이왕이면 목적지와 거리표시도 해놓으면 좀 좋아~

 


  자연탐방로도 만만치가 않다. 사진에서와 같이 폭이 좁고, 옆 경사가 심해 조심해야 한다.
  특히, 코스 대부분의 경사가 결코 만만치 않은데다, 바닥이 주로 모래로 되어 있어 오르막이나
  내리막에서 주의를 게을리하면 자칫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얘 참 특이하게 꼬고 있다.

  자연탐방로를 크게 돌면 여유롭게 50분 정도가 소요된다.



운악산휴양림은 산음이나 청태산에 비해 규모가 작아, 체험학습장 같은 별도의 시설도 없고,
아기자기한 맛이 별로 없고 다소 밋밋하다. 반면에, 굳이 집에서부터 먹을거리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휴양림에서 승용차로 15분 거리의 이동에 커다란 마트가 있어 필요한 모든 걸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욕쟁이할머니집에서 운악산자연휴양림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check-in 시간인 오후 3시까지는 시간이 남는다. 
그래서 휴양림에서 10분 거리인 산사원을 먼저 들러가기로 했다.

산사원 박물관 맞은 편에 있는 안내도는 산사원 전체를 조망해준다.

 

 

  산사원은 크게 산사정원전통술 박물관으로 나뉘어지는데, 
  안내도 중앙 상부가 산사정원이며, 우하단이 전통술 박물관이다.

 

 

 

  산사정원 입구.

  산사정원은 배상면주가의 대표酒인 산사춘의 원료인 산사나무 정원이라는 뜻인데,
  전통술 숙성공간인 세월랑과 부안당, 취선각, 우곡루와 자성재, 네 채의 한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술 숙성공간인 세월랑.
  세월랑은 위 안내도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위에서 보면 밭 田(전)자의 형태를 띄는데,
  수많은 술 항아리를 이용해 미로를 성한다.

 

 

 

  세월랑 좌측에 전시된, 전통술 제조에 쓰였던 여러 기구들.

 

 

 

  세월랑 내부의 모습.

  여러 테마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테마공간으로 접어들 때 마다 동작센서가 이동하는 사람들을 감지하여
  스피커를 통해 그 공간에 대한 설명을 들려주는데, 관람객이 많을 경우 소리가 중첩되어 소음처럼 될 소지도 있다.

 

 

 

  술 항아리 사이를 걷다보면 술 익는 향이 코를 은근히 자극한다.
  술이 발효되는 향이 이렇게 그윽하고 구수한 줄 미처 몰랐다.  여기서 맡은 건 냄새가 아닌 향(香)이었다.  

  그 와중에 관람객들의 소감을 낙서하는 항아리를 놓아준 센스라니..

 

 

 

  세월랑을 지탱하는 기둥은 소나무 여든 여덟개를 껍질만 벗겨 그대로 사용한거란다.     
  그런데, 세월당 여기 정말 놀라울 정도로 선선하다. 그래서 술도 맛잇게 익나..??

  한 곳에서는 스님의 詩가 차분하게 낭송되기도 하는데, 선선한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와 어우러져
  정말 아늑하고 평화로운 느낌이 온 몸을 감돈다. 그냥 그 자리에 선 채 머물러도 너무 좋다.  

 

 

 

  냇물을 바라보는 긴 복도라는 의미의 간천주랑.
  아래 화살표 방햔으로 나가면 네 채의 한옥을 만나게 된다.

 

 

 

  맨 위 안내도를 보면, 한옥 두 채가 마주보고, 두 채는 앞뒤로 나란히 있는데,
  마주보는 두 채중 우측이 부안당, 좌측이 취선각이고, 앞뒤로 마주하는 한옥의 앞이 우곡루, 뒤가 자성재이다.

  - 부안당 : 근대 양조장의 모습을 재현한 한옥인데, 이게 1877년에 지어졌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 취선각 : 요거 어디서 많이 한번 본 거 같다는 느낌이었는데, 담양 소쇄원 광풍각 복사판이다.
  - 우곡루 : 우곡은 배상면주가의 창업주인 배상면 회장의 호.
                  1층은 [茶酒軒(다주헌)]이라 하는 관람객들의 휴식공간인데, 에어컨도 없음에도 더위가 없고,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피아노 곡이 사람을 마냥 나른하게 만든다.
                  2층은 산사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연회장.
  - 자성재 : 배상면 회장 부인의 호를 딴 한옥. 
                 최고가의 술을 지하에서 숙성시키며, VIP를 위한 공간으로도 쓰인다고.

 

 

 

  부안당 내부에 전시된, 술 재료 중 가장 중요하다는 누룩.

 

 

 

  마치 경주 포석정을 본딴 유상곡수.
  저 위 상류에 술잔을 놓아 띄우면, 맨 아래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1분이라는데,
  그 사이 시 한수를 못쓰면 벌주를 받는다고 한다.

 

 

 

  우곡루에서 내려다본 산사정원 마당.
  맞은 편이 세월랑, 좌측이 부안당, 우측이 취선각이다.

 

 

 

  전통술 박물관.

 

 

 

  박물관 내부의 모습.
  전통술을 만드는데 쓰이는 도구, 술 제조법을 기술한 책들이 전시되어 있고, 양조시설도 보이며,
  직접 술을 빚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가양주 교실도 있다.


산사원은 생각하기에 따라 단조로운 시설일 수도 있으나, 평소에 접할 수 없는 곳이기에 호감이 간다.
산사원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은 한가하면서도 참 여유로운 공간이라는 것.

이제 운악산 휴양림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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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포천 방향으로의 나들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골프를 치러 다닐 때도 그쪽의 골프장은 별로 선호를 하지 않았는데,
가장 주된 이유는 교통 때문이다. 우회도로가 없어 한번 잡히면 빼도 박도 못하고
기나긴 차량 행렬 속에 속수무책으로 갇혀야 하는 지루함이 싫었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예전의 기억은 강북으로의 나들이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다 정말 오랜만에 포천으로 핸들을 잡게 됐다.
자연휴양림 예약을 하는데 가용한 일정이 운악산자연휴양림이었기 때문이다.


길지않은 여행의 즐거움은 먹거리에서 찾아야 한다.
머무는 시간에 비해 오가는 시간의 비중이 크기에, 
그 오가는 시간에 무얼 먹느냐에 따라 즐거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고 퇴계원IC에서 빠져 진접중학교를 지나 광릉 국립수목원 방향으로
접어드니 그늘진 길이 매우 호젓하다. 길이 구불구불하기 때문에 자연히 속도를 줄인 채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이 기분좋게 얼굴에 와닿는다. 그런 싱그러운 느낌을 만끽하며 직동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좁은 죽엽산로 양 옆에 다양한 형태의 식당들이 이어지는데, 
온갖 종류의 먹거리 유혹을 뿌리치고 죽엽산로 끝자락에 다달으면 나타나는 여기 이 집.


  욕쟁이할머니집.

 

 


  발로 한번 차면 무너질 듯 허름해 보이는 토담 안에 보이는 모습도 전형적인 시골집이다.

 


  문을 들어서니 바로 오른쪽에 여러 종류의 판매용 장과 밑반찬이 판매대에 진열되어 있다.
  왼쪽에 보이는 건 조선간장.

 

 


  벽에 걸려있는 빛 바랜 액자속 사진들이 이 집의 오랜 연륜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아마 욕쟁이할머니의 결혼사진인 듯.
 
 


  저기서 양배추와 고추, 그리고 토속된장을 가져다 먹으면 된다.

 

 


  시골집은 아무래도 방보다 마루가 더 운치가 있지...
  천정에 매달린 저것들이 무언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음식 재료들을 건조시키는거 같다.

 

 

 
  재밌네.. 똥을 복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여유롭게 느껴진다.


  욕쟁이할머니집의 식사 메뉴는 오직 하나다.
  때문에 자리를 잡으면 "식사 둘이요?" 하고 물을 뿐이고, 메뉴 이름도 모른 채 나온 결과물은 이거다.  

 

 


  밥 한번 정말 푸짐하게 준다. 식당이 아니라 마치 시골 할머니집에 온 느낌. 
  이 집의 일품은 뚝배기 사이 우측에 있는 시래기. 하~ 이건 그 맛이 말로 설명이 안되는데,
  하여간 우린 리필을 부탁하여 두 그릇을 먹었다. 저 시래기 때문에 둘이 엄청 과식을 했다는...
 
  여튼, 이게 1인분 6000원이라니 참.. 좋다.  그러니,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지.    

  


  음.. 저거 이름이 우거지정식이었구나..  참숯불고기가 6000원이네..
  메뉴를 진작 봤으면 저것도 한번 먹었을텐데, 이미 시래기로 뱃속이 꽉 차 더 이상 들어갈게 없다.

  동동주를 맛보고 싶은데, 한사발은 2000원이란다.
  운전 때문에 그러니 맛만 보게 1000원어치 반사발도 가능하냐 물으니 사장님이 혼쾌히 가져다 주셨는데,
  나중에 계산시에 동동주는 서비스라며 계산에서 뺀다. 현금결제를 해서 그런가..  
   

 


  시래기, 고추된장절임, 등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결국 우리도 이렇게 양 손에...

  여기는 식사 매출보다 Take-out 매출이 더 클거 같다. 많은 주부들이 이것저것 많이들 싸가시는데,
  우리도 식사비 12000원에 사들고 나온게 25000원이니.. 

 

 



욕쟁이할머니집에서의 아쉬웠던 것은, 정작 욕쟁이 할머니를 만나지 못했다는거.

네비에서 [욕쟁이할머니집]을 검색하면 나오던데, 혹시라도 상호 검색이 안될 경우,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고모리 231-2]로 주소 검색을 하면 될 듯. (전화 031-542-4939) 


욕쟁이할머니집으로 인해 운악산 가는 길이 한결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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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자연휴양림을 나서 안면도의 가장 남단인 영목항으로 향했다.
안면도에 접어들어 돌아다니며 주유소를 보지 못했는데, 고남면에 접어드니 주유소가 보인다.

영목항은 휴양림에서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목항은 섬사람들이 생계를 이어가는 한가하고 평화로운 모습의 작은 어항이다.
여기서 평화롭다는 것은 단지 보여지는 모습이 그렇다는 것일 뿐, 그들도 삶의 무게는 있지 않겠나..   


선착장에서 마주보이는 작은 섬에 팬션시설이 보인다.
작은 접안시설이 보이는 걸로 보아 배를 타고 들어가는 모양인데,
저런 곳까지 어떻게들 알고 찾아드는지 신기하기도 하다.


영목항에서는 영목항 주변의 섬을 돌아볼 수 있는 유람선 투어를 할 수 있다.

저 정도 비용이라면 다음에는 시간을 맞춰 3코스인 저녁노을코스를 한번 체험하고픈 생각이 든다.

유람선 코스는 아래 지도를 참고하시면 될 듯.

 

영목항의 활어시장은 규모가 크지 않다.  사실 클 이유도 없다.

보이는 게 전부다.
일반적인 수산시장 같이 저 곳에서 횟감을 골라 식사를 하면 되는데,
우리 둘이 먹기에는 양이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고, 회보다는 다른 먹거리를 위해 주변 식당을 찾았다.

바람이 많이 불어 급히 들어가느라 식당 사진을 못 담았는데, 여기가 현해탄식당이던가..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온 메뉴판. 가격표시 한번 화끈한데, 바지락칼국수가 옥의 티네..

우리가 주문한 건 게장백반과 영양굴밥.

원래 영양국밥은 1인분은 하지 않는데, 한가한 시간이라 특별히 해주는 것이라며,
이 곳도 장사가 예전만 못하다고 주인 아주머니가 걱정을 많이 하신다. 


식사를 마치고, 오래 전에 들러 사우나를 했던 롯데에서 운영하는 오션캐슬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가보니 명칭이 [리솜리조트]로 바뀌었다. 평일이라서인지 여기도 생각보다 한산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충 돌아볼 곳은 본 거 같다.

이제 돌아가자.

 

 

오후 5시가 조금 지나 리솜리조트를 출발하여 집에 도착하니 7시 반이 조금 넘어간다. 

꼬맹이가 현관에서 뚱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너~ 우리 1박하고 온거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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