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물도는 배편으로 통영에서 1시간 반, 거제에서는 30분 정도가 걸린다.
그러니 소매물도가 목적이라면 거제에서 들어가는 것이 시간과 요금이 절감된다.
통영에서 하루 밤을 보낸 우리는 아침 7시에 여객선을 탔다.

한 시간 반쯤 걸려 보이는 소매물도 전경.
전면에 보이는 마을이 소매물도의 2/3를 차지한다.
규모가 대충 나오지 않는가. 나머지 소매물도의 다운타운(?)은 저 밑에 소개한다.
사진 한 가운데 보이는 그럴 듯한 집은 팬션이다.

소매물도의 물가지표.
재밌는 건 팬션과 민박의 존재다. 그건 결론부분에서 다시 얘기하자.

선명하지가 않지만, 맨 위에 보이는 글자는 [여기는(6구간)]이다.
그렇다면 1구간부터 5구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 표지판을 보질 못했다.
선착장에 도착해 특별한 안내표지판이 없음에도 사람들은 다 이 길로 접어든다.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 뿌리는 매물도産임을 입증함?
저거 왜 적어놓은 이유가 진짜 궁금.

얘가 소매물도 공인 가이드인 모양이다.
사람들에 앞서 다니는데, 다니며 곳곳에서 몇 번을 마주쳤다.
얼굴도 잘 생겼고, 약초를 캐먹는지 몸도 아주 튼실해보이는데다
관광객에 익숙한지 누구에게도 낯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리드해 나간다.

기원하는 것에 대한 믿음의 증표를 남기고픈 것은 인간의 본능인가 보다.

소매물도의 선착장에서 본 절벽의 형태가 마치 공룡의 머리와 몸통 같다.
앞쪽으로 짧게 돌출된 부분은 공룡의 앞 발.
공룡절벽이라 이름을 붙여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섬을 일주하다보니 유사한 게 또 있다.

이 모습은 비룡 혹은 시조새의 머리와 목덜미같지 않은가... 양 쪽으로 길게 날개를 펼치고.
소매물도는 쥬라기공원이다.

소매물도에서 바라본 대매물도.

통영에서 아침 식사용으로 준비해온 충무김밥.
절벽과 같은 바위 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충무김밥을 먹는 이 기분이라니...

소매물도에 전해오는 전설을 품은 남매바위.
어렸을 때 헤어져 오누이임을 모른 남매가 사랑을 맺자
하늘에서 벼락을 쳐 오빠는 산 중턱에, 누이는 바닷가의 바위로 변했단다.

소매물도의 남쪽에 있는 등대섬.
등대섬은 바닷물이 차면 소매물도와 분리된 작은 섬이지만,
물이 빠지면 소매물도와 연결되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소매물도 최고의 절경으로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훨씬 아름다운데,
저 아래까지의 거리 800미터가 거의 가파른 계단으로 되어 있다.

여기가 계단을 내려와 등대섬까지 가장 가까운 지점으로, 물이 빠지면 길이 열린다.
물 빠지는 시간은 매일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우리가 간 날은 2시 넘어서 물이 빠진단다.
물 빠질 때를 기다리려면 4시 반 돌아가는 여객선을 타야 하는데,
섬이 워낙 좁아 그때까지 할 일이 없어 아쉽지만 등대섬 진입은 포기.

매물도 관세역사관.
예전에는 이곳에서 밀수선을 감시하고 배의 항로 이탈 여부를 파악했다고 한다.
섬의 사방을 관제하는 곳이니 만큼 소매물도에서 가장 지대가 높은 곳이라
이곳을 보려면 일주코스에서 계단을 제법 올라가야 하는데,
기껏 올라가보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입구에 월, 목요일은 휴관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젠장~ 그런 안내판은 계단 입구에 붙여놔야 하는거 아냐?

아무리 작은 섬이라도 여기도 관광지.
관광객을 대상으로 산나물을 파는 토산품점(?).
이곳 사람들의 생계를 생각하면 뭔가 구매를 해야 할 거 같은데,
슬쩍 사진만 찍는 것이 참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가운데 보이는 정말 토속적인 민박집. 그 위에 위치한 팬션과 대비된다.
저 민박집은 어떤 경쟁력으로 팬션에 대응하는지 궁금하다.

소매물도의 모든 주거시설. 가운데 사진에 보이는 곳이 전부다.

선착장에는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싱싱한 해산물이 있다.
멍게, 굴, 해삼, 소라..
8시 25분에 도착해 쉬엄쉬엄 돌았음에도 시계를 보니 11시가 좀 넘었다.
돌아갈 여객선이 들어오는 12시 20분까지 한 시간여가 남는다.

남는 시간에 해야 할 일이란게... 싱싱한 해산물이 20000원.
소매물도는 차량은 고사하고 자전거 탈 일도 없다. 자전거로 다닐 거리도 안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천천히 돌아도 세 시간이면 섬 일주가 가능한 작은 섬에서 숙박을 할 일이 흔할까..
아무 생각없이 휴식을 취하거나, 외부의 유혹없이 몰입할 일이 있다면 모를까
관광을 목적으로 숙박하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서두에 언급한 팬션이나 민박의 존재가 재밌다는 이유다.
소매물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며 이 섬을 지키는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