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렁길 코스 중간에는 화장실이 없다.
각 코스의 기점과 종점에만 있다.
이 화장실이 내가 꼽는 금오도의 베스트 원탑.
국내외 겪어본 여행지 공중화장실 중 주저없이 엄지 척.
(아.. 포르투갈 산악마을 몬산투의 화장실도 있었다)

규모가 크거나 내외부가 소위 럭셔리하진 않다.
내가 주목한 건 청결도.
외관은 허름한데, 화장지와 세면대의 물비누는 물론, 화장실마다 에어타올이 아닌 페이퍼타올이 비치되어 있다.
바닥에는 휴지 한 장, 물 한 방울 떨어진 것이 없다.
모든 화장실의 청결도가 한결같은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여수시에서 실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월 급여 50만 원의 화장실 관리요원 공모를 하는데, 신청자가 줄을 선다고 한다. 작은 시골 섬에서 50만 원 소득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으니 경쟁이 심하고, 그만큼 소임에 충실할 수 밖에.

관광객 유치가 중요한 지자체, 소득이 필요한 실버계층, 쾌적한 환경을 원하는 여행객, 모두를 만족시키는 상생 프로젝트가 아닌가 싶다.


비렁길 4~5코스를 마치지 못해 금오도 비렁길의 완벽한 리뷰라 할 순 없지만, 앞서 너저분하게 두서없이 늘어놓은 이야기들을 요약하면 이렇다.

- 줄기차게 해안을 끼고 도는 비렁길을 연상했다면 아니다.
- 하지만, 다양한 특성을 즐길 수 있는 충분히 걸어볼만한 길이다.

- 비렁길 안내문의 거리와 소요시간엔 +알파가 필요하다.
- 전 코스 당일 완주는 풍광을 음미하기엔 시간에 쫒긴다.
- 비렁길 선택코스로는 3코스가 핵심.
- 교행이 힘든 좁은 길이 많아 1코스→5코스 정주행을 권장한다.
- 5코스→1코스 역주행시 교행이 불편하여 주행시간이 더디다.

-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버스는 일찍 끊기고 택시는 두 대뿐.
- 무연휘발유 차량을 가지고 갈 경우, 入島前 연료 확인 필수.
- 마음에 드는 식당과 마트 찾기가 쉽지 않다.
- 현금을 소지하는 게 좋다. 카드 사용이 불편할 수 있다.

 


미완에 그친 비렁길 4~5코스가 궁금하긴 한데,
400km를 다시 달려가기는 망설여진다.
금오도에 대한 나의 속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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