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포천 방향으로의 나들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골프를 치러 다닐 때도 그쪽의 골프장은 별로 선호를 하지 않았는데,
가장 주된 이유는 교통 때문이다. 우회도로가 없어 한번 잡히면 빼도 박도 못하고
기나긴 차량 행렬 속에 속수무책으로 갇혀야 하는 지루함이 싫었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예전의 기억은 강북으로의 나들이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다 정말 오랜만에 포천으로 핸들을 잡게 됐다.
자연휴양림 예약을 하는데 가용한 일정이 운악산자연휴양림이었기 때문이다.


길지않은 여행의 즐거움은 먹거리에서 찾아야 한다.
머무는 시간에 비해 오가는 시간의 비중이 크기에, 
그 오가는 시간에 무얼 먹느냐에 따라 즐거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고 퇴계원IC에서 빠져 진접중학교를 지나 광릉 국립수목원 방향으로
접어드니 그늘진 길이 매우 호젓하다. 길이 구불구불하기 때문에 자연히 속도를 줄인 채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이 기분좋게 얼굴에 와닿는다. 그런 싱그러운 느낌을 만끽하며 직동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좁은 죽엽산로 양 옆에 다양한 형태의 식당들이 이어지는데, 
온갖 종류의 먹거리 유혹을 뿌리치고 죽엽산로 끝자락에 다달으면 나타나는 여기 이 집.


  욕쟁이할머니집.

 

 


  발로 한번 차면 무너질 듯 허름해 보이는 토담 안에 보이는 모습도 전형적인 시골집이다.

 


  문을 들어서니 바로 오른쪽에 여러 종류의 판매용 장과 밑반찬이 판매대에 진열되어 있다.
  왼쪽에 보이는 건 조선간장.

 

 


  벽에 걸려있는 빛 바랜 액자속 사진들이 이 집의 오랜 연륜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아마 욕쟁이할머니의 결혼사진인 듯.
 
 


  저기서 양배추와 고추, 그리고 토속된장을 가져다 먹으면 된다.

 

 


  시골집은 아무래도 방보다 마루가 더 운치가 있지...
  천정에 매달린 저것들이 무언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음식 재료들을 건조시키는거 같다.

 

 

 
  재밌네.. 똥을 복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여유롭게 느껴진다.


  욕쟁이할머니집의 식사 메뉴는 오직 하나다.
  때문에 자리를 잡으면 "식사 둘이요?" 하고 물을 뿐이고, 메뉴 이름도 모른 채 나온 결과물은 이거다.  

 

 


  밥 한번 정말 푸짐하게 준다. 식당이 아니라 마치 시골 할머니집에 온 느낌. 
  이 집의 일품은 뚝배기 사이 우측에 있는 시래기. 하~ 이건 그 맛이 말로 설명이 안되는데,
  하여간 우린 리필을 부탁하여 두 그릇을 먹었다. 저 시래기 때문에 둘이 엄청 과식을 했다는...
 
  여튼, 이게 1인분 6000원이라니 참.. 좋다.  그러니,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지.    

  


  음.. 저거 이름이 우거지정식이었구나..  참숯불고기가 6000원이네..
  메뉴를 진작 봤으면 저것도 한번 먹었을텐데, 이미 시래기로 뱃속이 꽉 차 더 이상 들어갈게 없다.

  동동주를 맛보고 싶은데, 한사발은 2000원이란다.
  운전 때문에 그러니 맛만 보게 1000원어치 반사발도 가능하냐 물으니 사장님이 혼쾌히 가져다 주셨는데,
  나중에 계산시에 동동주는 서비스라며 계산에서 뺀다. 현금결제를 해서 그런가..  
   

 


  시래기, 고추된장절임, 등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결국 우리도 이렇게 양 손에...

  여기는 식사 매출보다 Take-out 매출이 더 클거 같다. 많은 주부들이 이것저것 많이들 싸가시는데,
  우리도 식사비 12000원에 사들고 나온게 25000원이니.. 

 

 



욕쟁이할머니집에서의 아쉬웠던 것은, 정작 욕쟁이 할머니를 만나지 못했다는거.

네비에서 [욕쟁이할머니집]을 검색하면 나오던데, 혹시라도 상호 검색이 안될 경우,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고모리 231-2]로 주소 검색을 하면 될 듯. (전화 031-542-4939) 


욕쟁이할머니집으로 인해 운악산 가는 길이 한결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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