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같이 소매물도 한번 갑시다~"

2주 전 밤 11시가 넘어 휴대폰을 타고 들려온 조금은 취기에 젖은 목소리.

그저 취중에 있을 수 있는 감상적인 제안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실행이 됐다.

 

4월 14일 일요일 아침 8시 20분, 야탑에서 시외버스로 천안 터미널에 도착해 해탈이의 차에 올랐다.

그간 골프를 목적으로 한 동행은 여러 번 있었지만, 순수 여행을 위한 동행은 처음이다.

특히, 해탈이가 천안으로 거처를 옮긴 후에는 자주 만나지도 못 했기에 이번 여행이 의미가 있다. 

제안을 먼저 해준 해탈이가 고마운 이유다.

 

 

처음부터 꼬이

 

천안에서 세 시간을 달려 통영에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한려수도 케이블 승강장.

주말이어서인지 주차장은 물론, 도로 양 쪽으로 차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 정상에 오르면 아름다운 다도해 한려수도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단다.

 

"형은 복장도 그러니 케이블카 타고 가~ 난 등산로로 올라갈테니까 위에서 봐요.

 대신 부탁 하나 할께. 위에 올라가면 추울거 같은데, 형이 내 자켓만 들고 와줘?"

겨우 빈 곳을 찾아 차를 주차한 해탈이가 겉 옷을 내밀고는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해탈이를 보낸 후 케이블카 탑승권을 샀다.

그런데.. 이게 뭐야~ 사람이 많아 케이블카를 타려면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그럼 해탈이가 먼저 도착하겠는데...'  해탈에게 전화를 하니 알았다며 기다리겠단다.

 

그리고 30여분이 지났나.. 해탈에게서 자기는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마라톤 풀 코스를 세 시간 안에 주파하는 서브쓰리 인정자라는 건 알고 있지만, 생각보다 빨리 올랐다.

그런데, 위에는 비가 온다고. 아래도 빗줄기가 보인다. 

난 아직도 대기시간이 한참이나 남은데다 바람도 거세다. '쟤 겉 옷도 없이 얼어죽는거 아냐.' 

탑승권 번호대로 승차하는데, 내 번호는 6458번. 이제 5000번쯤 탑승장 입장이다.

환불하는 게 어떨지 물으니 여전히 기다리겠다던 해탈에게서 다시 연락이 온건 그로부터 30분쯤 후.

"형~ 환불해라~ 여기 비가 많이 와서 올라와도 아무 것도 안 보여."

 

30분쯤 지나 다시 만난 해탈이는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의 모습이다.

 

 

Episode 1.

 

환불을 위해 매표구 앞에 서있는데, 한 중년 남자가 다가오더니 역시 환불을 위해 내 앞에 있던 청년에게 묻는다.

중년 : 몇 사람분 환불하실건가요?  

청년 : 두 명인데요.

다시 내게 묻는다.

중년 : 몇 사람입니까?

나 : 혼잡니다.

중년 : (잘 됐다는 듯) 제가 세 명분이 필요한데, 그럼 두 분께 만원씩 계산해드리면 안될까요?

 

팔천원에 산 걸 만원에 달라는데 안 될 이유가 뭐가 있을까?

 

 

이렇게 통영에서의 첫번 째 일정은 각기 다른 성취감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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