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니기'에 해당되는 글 678건

  1. 2018.06.10 파리 미술가의 영원한 터전 몽마르뜨 언덕
  2. 2018.06.07 파리의 첫 끼니는 한식당 [잔치]에서 2
  3. 2018.06.06 처음 경험한 AIR FRANCE
  4. 2018.06.03 이른 항공편이라면 다락휴를 이용하자
  5. 2017.11.23 봄이 기대되는 [봄파머스가든]
  6. 2017.11.22 산정호수의 단풍
  7. 2017.09.28 시원한 공간감, 초월읍 [퍼들하우스]
  8. 2017.09.17 코엑스
  9. 2017.08.27 [부다페스트인], 평범한 곳의 이 매력은 뭐지?
  10. 2017.08.22 미야코지마. 그리고 또 드는 아쉬움..
  11. 2017.08.20 미야코지마 有無
  12. 2017.08.19 예상치 못한 미야코지마의 복병
  13. 2017.08.18 섬세한 일본도 구멍이 있더라..
  14. 2017.08.17 생애 첫 우측통행의 생소함
  15. 2017.08.16 미야코지마의 정신적 지주
  16. 2017.08.15 초밥의 스케일이 다른 [오와스시]
  17. 2017.08.14 미야코지마의 동쪽 끝 Higashi-Henna-zaki
  18. 2017.08.07 새로운 미각을 안겨준 설염제염소
  19. 2017.08.05 琉球の風와 시기라 황금온천
  20. 2017.07.30 좁은 길 끝에 펼쳐지는 스나야마(沙山) 비치
  21. 2017.07.28 구리마 섬(來間島)
  22. 2017.07.27 some more 마에하마 비치
  23. 2017.07.26 Miyako Blue의 정수를 보여준 Yonaha Maehama Beach
  24. 2017.07.24 미야코지마의 첫 식사
  25. 2017.07.22 역대급 반전을 안겨 준 미야코지마 게스트 하우스 2
  26. 2017.07.18 나름 괜찮은 방법의 의사소통법
  27. 2017.07.16 Miyakojima가 어디야?
  28. 2017.06.19 서래마을 [서래쭈꾸미]
  29. 2017.03.22 [아임홈 백현점]의 빙수
  30. 2017.02.16 Epilogue


2001년 이후 17년만의 세번 째 파리 방문 첫 목적지는 몽마르뜨 언덕.
특별한 이유는 없다.

숙소에서 지하철로 한 번에 이동 가능한데다, 가장 북쪽에서 아래로 움직이는 게 동선 잡기가 편할 듯해서. 
 
파리 Metro Line12의 Abbesses역..
몽마르뜨 언덕과 사크레쾨르 대성당 인근에는 여러 지하철 노선과 역이 많은데,
어지간한 체력이 안 되는 사람, 특히, 다리 근력이 약한 사람은 지하철 환승을 해서라도 다른 노선의 다른 역을 이용하기를 권한다.
세계 여러나라의 지하철 역을 이용해봤지만, Abbesses역 같은 출구는 처음이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출구에 이르는 통로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선형으로만 이루어진 것도 신기하지만, 계단이 150개는 족히 넘는 듯하다.
완전 산에 오르는 기분으로, 아이들과 함께 한 가족들이 중간중간 쉬는 모습들이 자주 보인다. 
 
무릎 관절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출구로 나오니 한 건물의 벽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사진 찍기 바쁘다.
"사랑해~"라는 문구가 세계 각국의 언어로 적혀있다는, 일명 [사랑해벽].




손으로 벽에 직접 쓴 것이 아니라, 문자가 적혀있는 타일을 벽에 붙인 듯하다. 
 
모두 몇 개 나라 언어가 적혀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히 한글도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찾아봤더니, 맨 윗 줄에 있긴 있는데..
타일공이 작업하며 딴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디자이너의 집중력이 약했는지..


일부 글자가 뒤집혔다. 타일을 거꾸로 붙인 듯.



사크레쾨르 대성당에 이르는 몽마르뜨 언덕은 2단으로 되어 있다.



잔디를 끼고 양 옆 계단을 이용하여 전면에 보이는 벽까지 오르면



그곳부터는 중앙 계단으로 사크레쾨르 대성당에 다가갈 수 있는데,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버스커가 놓칠리 없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단순히 서성이는 사람들이 아니다.

대성당 입장을 위해 구비구비 줄을 서있는 사람들이다. 




사크레쾨르 대성당보다 더 몽마르뜨 언덕의 상징이 되어버린 화가들 역시 여전히 분주하다.

지금 이 많은 화가들 중 내가 방문했던 2001년부터 여전히 이곳을 지키고 있는 화가는 몇이나 될까 생각하니,

17년이 지난 후에도 다시 이곳을 찾을 수 있게 된 내가 새삼 고맙다. 




몽마르뜨 광장 식당의 두 분 할머니.

저 연세에 언덕을 올라와 식사를 즐기실 수 있는 건강과 감성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17년만에 다시 만난 몽마르뜨 언덕의 사크레쾨르 대성당의 뒷 태는 여전히 웅장하다.




이제 이 길을 따라 물랭루주로 간다.


:


드골공항에서 숙소로 가기 전에 Nico가 파리 도시관광버스의 동선과 비슷하게 주요 명소 투어를 시켜준다.

어차피 차차 소개가 될테니 미리 사진을 올릴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특이한 게 하나 있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한 회전 교차로.  족히 6차선 이상은 되어보이는 이 넓은 교차로에 차선이 없다.

교차로 진입을 위해 끼어드는 차들과 교차로를 회전하여 바깥 도로로 빠져나가려는 차들이 사진에서와 같이 수직으로 뒤엉켜 범벅이 되는데,

용케들 빠져 나간다.  미국 유학기간을 포함하여 얼추 10년 가까이 핸들을 잡지 않았던 딸아이가 이런 곳에서 운전을 한다는 게 기이하게 여겨질 정도다.


딸아이 집 근처에 예약해둔 숙소 체크인을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나섰다. 

앞으로의 식생활 적응을 위해 기내식도 프랑스식을 택했건만, 예상과 달리 파리에서의 첫 식사는 한식.

한식을 좋아하는 Nico가 우리에 대한 배려를 빌미(?)로 평소 즐겨찾는 한식당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듯하다.



한식당 [잔치]. 이 집이 현지인에게도 꽤나 인기있는 식당인 모양이다. 

7시부터 저녁영업이 시작임에도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40분 전부터 줄을 서있다.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니 손님들이 빤히 보이는 창문 안 자리에서 직원들은 영업시간인 7시까지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이 음식의 본 모습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게 아쉽지만, 이집 음식 정말 괜찮다.

여지껏 해외에서 먹어 본 한식 중 가장 우리 본연의 입맛을 가장 잘 살렸다고 할까.. 

그럼에도 현지인에게도 인기가 있다는 건 의미하는 바가 크다.

외국의 많은 한식당이 현지화라는 명분으로 양념과 맛을 변화시켜 한식이 아닌 얼치기 맛을 내놓는 경우를 많이 접했는데,

우리 고유의 맛을 특성화시켜 정면승부를 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매운 맛의 강도 정도야 어느 정도 고려할 요소겠지만.


식사를 마치고 인근에 있는 한식 식자재 마트인 [K MART]에 들렀다.



입구 오른쪽 하단의 표지판에서 보는 것과 같이 한식 식자재 마트이지만 일식 식자재도 함께 판매한다.

한식 식자재 마트에서 일식 식자재를 판매하는 게 조금 거슬릴 수도 있지만,

일식 식자재 마트에서 한식 식자재를 판매하는 것보다는 훨씬 뿌듯하다면,

이 역시 지나친 국수주의라 할라나.. 


:


여행시 외국 항공사를 가끔 이용하지만, 처음 이용하는 AIR FRANCE는 몇 가지 특이점이 있다.


한국이 운항구간인 다른 나라 항공기의 경우,

좌석 또는 모니터에 간단한 한국어 매뉴얼 구비와 함께 한국인 승무원이 동승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둘 다 없다.

기내방송의 경우 한국어 공지를 하지만, "통역이 필요하신 분은 승무원을 통해 요청하라"는 안내만 있을 뿐

12시간 동안 기내 서비스를 하는 한국인 승무원은 보질 못했다.

정직원 채용이 아닌 파트타이머 활용 등 효율적 인력운용 방침의 일환인지..


영화 리스트를 보고 한국영화는 전혀 없는 줄 알았다.

한국을 오가는 항공기에 한국영화가 전혀 없다는 게 의아해 하나하나 자세히 검색해보니 없는 게 아니라 안 보인 거다.

제목이 [Battleship Island]인 영화를 [군함도]라고 바로 인지할 한국인 승객이 얼마나 될까?

제목 옆에 하다못해 (Kor) 혹은 (Gunhamdo) 정도만 붙여줬어도 조금은 검색에 도움이 될텐데,

다섯 편 정도의 한국영화가 모두 저런 식의 영어로 표현되어 있어 제목만으로는 식별이 안 된다.


반면에, 좋은 점은 (누군가에게는 안 좋은 점일 수도 있겠지만) 면세품 기내판매가 없다는 것.

국내 항공사와 같이 면세품 카트를 끌고 좁은 통로를 이동하며 쇼잉하듯 판매하지 않고,

면세품 리스트를 보고 직접 요청하는 승객에게만 판매한다.


또 하나, 이건 모든 국가의 입국절차가 바뀐 건지, 아님 프랑스의 경우에만 이런 것인지 모르겠는데, 입국신고서 작성이 없다.

작년 오키나와 입국할 때만 해도 기내에서 미리 입국신고 양식을 배부하여 외국인의 경우 입국심사시

방문목적, 대략적인 체류기간, 숙박 예정지와 규정을 초과하는 휴대품목을 기록한 입국신고서를 제출했는데, 이런 절차가 없다.

그냥 여권만 제출하면 끝.

한술더떠 입국심사관이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립서비스까지.


이상하게도 비행기를 타면 잠을 못 자는 편이다.

빨리 잠들기 위해 와인에 맥주까지 다 마셔도 잠이 안 오니, 늘 도착해서 고생이다.


요 기내 와인 제법 괜찮았다.


:


인천공항 2터미널 지하1층에 위치한 캡슐호텔 [다락휴(休)].


캡슐호텔이라 해서 일본식 원통형이 아닌 미니 원룸.

싱글베드와 더블베드에 샤워부스가 있는 룸과 없는 룸이 있다.

화장실은 공용화장실 사용.

더블베드+샤워부스 12시간 이용료는 77,000원.


아침 9시 5분 항공편이라 집에서 나오기가 너무 바쁠 듯해 하루 전 저녁에 미리 와 널려있는 식당 중 마음에 드는 메뉴로 저녁을 해결하고,

드넓은 터미널 청사 구경도 할겸 지하1층부터 3층까지 걸어다니니 운동도 되고 좋다.

게다가, 밤이라 유동인구도 적어 조용하고 한적해 분위기 잡고 커피 한잔 하기도 딱이고.


아침에 엘리베이터로 1분만에 3층 출국장으로 올라가면 끝.

집에서 꼭두새벽부터 부산떨며 일어나 공항버스 시간 맞추느라 허둥대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한지..


 좀 좁은 듯하지만 하룻밤 아닌가..


 브랜드에 깜놀~



:


누군가와 대화 도중 우연찮게 알게 된 [봄파머스가든].


양평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드라이브삼아 찾은 [봄파머스가든]은 내가 막연히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난 그저 강변의 호젓한 카페 정도로 생각했는데, 규모가 꽤나 크다.


레스토랑 + 화원카페 + 강변 산책로와 노천 테이블 + 갤러리 + 채플 + 조각으로 구성된 [봄파머스가든]을 사진으로 소개한다.


  

  주차장에서 바라볼 때만 해도 저 안이 그리 넓을 줄 몰랐다.

  좌측 삼각형 지붕이 메인 레스토랑, 우측 갈색 건물이 채플과 갤러리.



  

  입구를 지나 아무 생각없이 걸어 들어가는데, 좌측 박스 안에서 불러 세우더니, 예약을 했느냐고 묻는다.

  '여기 예약하는 데였어...?'  당연히 아니라고 하니, 그럼 입장권을 사야 한다고..

  '뭐 이런....'  어쩌겠나..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지..



  1인당 7,000원 하는 입장권에는 밑에 소개하는 화원카페의 음료 교환권이 포함되어 있다.

  레스토랑 사전 예약자는 예약 확인후 입장권을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데, 처음 오는 사람이 그걸 알리가 있나..

  식사를 원할 경우 사전 예약을 하면 좋지만, 여기서 식사를 할 생각이 없으면 입장권 구입이 오히려 비용 절감이 될 수도 있다.

  단, 식사를 하지 않을 경우 입장권만으로는 레스토랑을 이용할 수 없다. 



 

  좌측 레스토랑을 지나면 강변과 이어지는 산책로와 노천 테이블, 화원카페가 이어진다. 




  여러 각도에서 본 레스토랑의 모습.

  좌측이 후면, 우측 상단이 정면, 우측 하단은 측면.  정면을 지키고 있는 강아지가 무척 귀엽다.




  레스토랑 내부.

  좌측 사진이 주방과 카운터, 우측 상단이 메인 실내 공간이고, 하단은 테라스처럼 넓힌 공간이다. 




  피자와 파스타를 주문하니 먼저 내준 식전 빵.



 

  요 피자.. 처음 듣는 이름이라 기억을 못 하는데, 피자메뉴 두 종류 중 고르곤졸라 말고 나머지 하나.

  샐러드와 피자의 조합이라 할만큼 야채 토핑이 풍부하고, 맛도 좋다.

  그러고보니, 이 피자 이름이 샐러드라는 뜻이라는 거 같던데..  




  요거는 명란 파스타. 새우의 양이 엄청 풍부하고, 명란젓을 이용한 소스의 맛이 일품이다. 

  주문한 두 메뉴가 모두 만족스러운데, 가격은 각각 24,000원.




  흠... 가격이 좀 후덜덜~~



 

  [봄파머스가든]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야채는 모두 이곳에서 자체 재배한다고.



 

  위에 화원카페라 칭한 곳. 좌측에 [BOM]이라 되어 있고 우측엔 KITCHEN이라 되어 있는데, 음식을 파는 것은 아니고 내부에 꽃이 많아 그냥 화원카페라 칭했다.

  입장권의 음료교환권은 여기서 사용 가능한데, 들어가면 아래와 같이 구성되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정면에 보이는 오더 데스크.

  입장권을 끊지 않은 레스토랑 예약 고객이 이곳에서 음료를 마실 경우, 레스토랑 식사 영수증을 보이면 2,000원 할인이 된다.




  오더 데스크 뒤에는 여러 형태의 좌석이 구비되어 있다.

  다양한 화초를 감상할 수도 있고, 강변을 바라볼 수도 있고, 간단한 세미나 형태의 모임을 할 수도 있다.

  내가 찾은 날 우측 공간에서 모 금융기관이 고객 초청 재테크 설명회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산책로..



 

  위에서 언급한 노천 테이블.






  좌측은 갤러리, 우측은 채플.



  채플의 내부.  이 채플의 용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겨울 초입에 찾은 [봄파머스가든]은 계절의 영향으로 다소 썰렁했지만, 봄에 다시 찾고 싶은 욕구가 든다.

그래서 [봄파머스가든]인지 모르겠지만, 겨울을 제외한 봄 여름 가을엔 제법 낭만적인 분위기를 제공해 줄 것 같은 기대감에 봄이 기다려진다.


나의 결론,

식사를 하지 않을 거라면 [봄파머스가든]은 겨울엔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겨울 강변의 멋을 즐기는 취향이라면 제외다.

하지만, 음식을 즐기는 미식가라면 겨울 방문도 괜찮을 듯하다.

계절에 따라 재료의 차이는 있더라도 맛은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을 거 같고,

이 집 맛...  좋다.  내 경우엔.



'돌아다니기 > 이곳저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화 석모도 미네랄온천  (0) 2018.12.28
신구대학교 식물원  (0) 2018.10.23
산정호수의 단풍  (0) 2017.11.22
시원한 공간감, 초월읍 [퍼들하우스]  (0) 2017.09.28
코엑스  (0) 2017.09.17
:


지난 10월 26일 산정호수를 다녀왔다.

고질적인 교통 정체가 짜증나 예정 골프를 칠 때도 포천 방면 나들이는 거의 기피하곤 했었는데,

고속도로 개통으로 굉장히 즐거운 드라이빙이 됐다. 


그렇게 찾아간 산정호수는 내게 오랜만에 멋진 단풍을 즐기는 즐거움을 안겨줬다. 


  허브카페에서 졸고 있는 귀여운 녀석.


  궁예의 동상도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리고, 운치있는 이곳.


  TV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근무지를 여기서 만나다니...




'돌아다니기 > 이곳저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구대학교 식물원  (0) 2018.10.23
봄이 기대되는 [봄파머스가든]  (0) 2017.11.23
시원한 공간감, 초월읍 [퍼들하우스]  (0) 2017.09.28
코엑스  (0) 2017.09.17
초밥의 스케일이 다른 [오와스시]  (0) 2017.08.15
:


아내의 가까운 친구가 경기도 광주 초월읍으로 둥지를 옮겼다.

방문길에 근처 갈만한 곳을 검색하여 찾아 간 [퍼들하우스(Puddle House)].


새로운 곳 찾아 다니는 게 일상의 재미인 우리에게 간만에 맘에 드는 곳을 만났다.



 전면에서 보면 당연히 아래가 1층, 위가 2층이라 생각되는데, 건물 뒤 우측에서 좌측으로 돌아가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건물 상단 좌측에 출입구가 있다.

 때문에 건물 내부 표지판에는 출입구인 (사진에서 보이는) 2층이 1F, 보이는 1층이 B1F로 표기되어 있다.


 퍼들하우스는 1F은 카페, B1F은 레스토랑으로 구분되어 주문을 별도로 받는다.

 레스토랑에서는 커피를 판매하지 않고, 레스토랑 영수증이 있으면 카페에서 커피를 할인받는다.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여 아래 층 레스토랑 좌석을 이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영수증을 보면 사업자는 같은데, 주문만 따로 받는다.

 레스토랑은 오후 3시~4시까지 Break Time이다. 

 



 출입구 카페앞 데크.  데크에도 테이블이 많다.




 카페 데크에서 내려다 본 아래 층 레스토랑 데크.




 카페 내부 공간도 쾌적하게 느껴진다.



 카페에서 계단을 내려가면 레스토랑 공간이 나온다.



 레스토랑 실내.

 


 아래 사진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이, 다양한 형태의 테이블이 배치된 데크와, 야외 잔디로 이어지는 드넓은 외부가 무척 시원한 느낌을 준다.



 

 겨울에는 야외 공간을 어떤 형태로 활용할지 궁금해지는 퍼들하우스의 강점은 시원하고 쾌적한 공간감이다.

 3번 국도에서 진입이 간편함에도 교통 소음이 없어 숲속에 격리된 느낌이 든다.

 

 레스토랑의 주 메뉴는 피자, 샐러드, 파스타.

 다른 곳과 비교되는 가격은 다소 높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규모와 시설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게 어떻게 유지가 되나..' 하는 궁금증이 든다.

 가성비로 따지면 이해가 되는 가격이라는...

  

 당초 계획은 오늘 서울 성수동 서울숲 내의 카페를 들를 생각이었는데,

 우리 집 기준으로는 오히려 서울숲보다 여기가 거리는 비슷하지만 교통흐름이 더 편하고 공간적 넉넉함이 느껴져 앞으로 이곳을 자주 이용할 듯하다.  



'돌아다니기 > 이곳저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이 기대되는 [봄파머스가든]  (0) 2017.11.23
산정호수의 단풍  (0) 2017.11.22
코엑스  (0) 2017.09.17
초밥의 스케일이 다른 [오와스시]  (0) 2017.08.15
서래마을 [서래쭈꾸미]  (0) 2017.06.19
:


예전엔 메가박스를 비롯해 코엑스 지하를 자주는 아니더라도 이따금씩 들르곤 했다. 그러다보니 나중엔 별 특별함이 없어 인터콘티넨탈 호텔에 가끔 들르면서도 최근엔 코엑스 지하는 내려가 본 적이 없는데, 토요일 저녁 모처럼 가보곤 깜짝 놀랐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말 그대로 환.골.탈.태.  보이는 모든 것이 새롭다. 완전 낯선 곳에 온 느낌. 가장 놀란 것은 굉장히 넓은 공간에 2층 구조로 들어선 [별마당도서관]. 온갖 잡지를 비롯하여 분야별 도서가 빼곡하게 들어차있고, 책을 읽을 수 있는 탁자와 의자까지 구비된 이곳은 누구나 아무 조건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비싼 임대공간을 이렇게 무료로 개방한 주체가 누군지 궁금한데, 2층에 로고가 보이는 Starfield가 아닌가 싶다. 쇼핑몰과 엔터테인먼트 시설로만 알려졌던 코엑스 지하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업그레이드 시킨 신세계 그룹의 용단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별마당]은 [꿈을 키우는 열린 공간]이라는 의미의 네이밍이라고 한다. 외국인들이 열심히 카메라에 담는 모습을 보니 내가 괜히 자랑스럽다. 지상 공간도 새롭다. 한시적인지 모르겠는데, 야시장도 생겼고, 한편에선 누구나 볼 수 있는 영화도 상영한다. 흥미로운 건, 스크린 앞의 좌석. 에어쿠션 시트가 있는데, 이것도 무료 제공인지... 뒷 자리에서 이용하는 매트는 무료 제공이라는 표지판이 있던데. 이 좋은 일들을 하는 주체는 또 누구인지도 궁금. 그리고, 이런 이벤트는 주말에만 하는 건가.. 어쨌든, 맥주 등 먹거리와 함께 편안한 자세로 영화를 보며 가을 밤을 맞는 정경이 너무 좋았다. 함께 앉아 동참하진 않았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던 토요일 밤. 그 즐거움을 안고 귀가길에 삼성역에서 잠실역까지 여유로운 산책을 즐겼다.

: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펜션 [부다페스트인].



이색적인 이름에 끌려 찾은 이곳은 다소 특이하게도 주변에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없는 벌판에 우뚝 서 있다.

사방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다소 황량해 보이기도 하지만, [부다페스트인]은 묘한 매력이 있다.


일단 왜 [부다페스트]일까?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만난 헝가리 남정네와 한국 여인네가 몇 년 전 제주 한적한 곳에 사랑의 둥지를 틀었다.

외국계 금융회사에 근무할 정도의 인텔리 계층이라 인정받던 커플이 어떤 이유로 제주의 선남선녀가 됐는지 궁금했지만,

처음 만난 여주인께 깊숙한 질문을 던지는 건 예의가 아닌 거 같아 일단 질문을 STOP.


[부다페스트]의 의미는 알았는데, 그럼 [인]은 뭘까?

부다페스트 人 ?  아님, 부다페스트 inn ?

공동대표이신 부인의 말에 의하면 [부다페스트 in 제주]의 의미였다고. 


 

제주에 도착하여 다른 곳을 들렀다 가느라 예정 체크인 시간보다 늦었더니, [부다페스트인]에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제주 시내에 볼 일이 있어 나가니 숙소로 바로 들어가면 된다며 룸 이름과 함께 전자도어록 비밀번호를 알려 주신다.

비록 하룻밤이었지만 이곳 주인장님의 만만치 않은 감각을 여러 번 느낄 수 있었는데, 이 문자에서 주인장님의 첫 번째 내공이 느껴졌다.

도어록 비밀번호를 예약자의 전화번호로 세팅하신 것. 잊을 일이 없잖은가. 사소한 것 같지만 대단한 센스다.


이렇게 체크인도 없이 들어간 방은 우리에게 대단한 만족을 준다.



일단 아담하게 분리된 복층구조에 딸이 만족감을 보이는데, 




화이트 톤의 군더더기 없는 실내는 담백하면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복층구조 상단에서도 바다가 보이는 창문 구조.




2층으로 올라오며 본 벽면의 액자와 같이, 실내에 가지런히 걸린 액자와 정갈하게 정돈된 주방용품에서 주인의 취향을 느끼며,

이곳을 관리하시는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궁금해졌다.



실내 환경도 아주 만족스러웠지만, [부다페스트인]의 압권은 주인께서 직접 룸서비스로 제공하는 조식.

하루를 묵은 후에야 처음 대면하게 된 여사장님께서 방으로 찾아와 건네주신 이날의 조식 비빔밥은 센스의 집약체다.

(비빔밥 사진을 담은 거 같은데, 왜 없지.. 사진을 보면 이해가 빠르겠지만, 구두로 설명할 밖에..)


비빔밥의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 식기가 아닌, 덮개가 있는 2단으로 구분된 일회용 용기로 제공된다.

둘째, 비빔밥은 2단 구조의 아래 칸에 밥, 윗 칸에 고명으로 분리하여 제공한다.

셋째, 밥에 비비는 고명이 샐러드처럼 되어 있다. (이게 참 절묘하다)


식사를 하며 생각해 보니, 이렇게 제공되는 비빔밥은 주인과 고객 모두에게 대단한 편의성을 준다.

일단, 식기가 아닌 일회용 용기이다 보니 주인은 식기 세척과 설거지 작업이 생략된다. 고객이 분리수거를 하면 된다.


일회용 용기와 분리된 고명은 고객의 입장에서 편의성이 더 크다.

아침을 간단히 하는 사람은 샐러드처럼 제공된 고명만 먹어도 되고, 당장 식욕이 없거나 아침을 늦게 먹는 사람은

일회용 용기에 담긴 비빔밥을 그대로 take-out 하여 나중에 먹고 싶을 때 먹으면 된다. 


[부다페스트인]의 여주인님은 굉장히 소탈하면서도 사교적 성품을 지니신 듯하다.

남주인이신 부다페스트人도 함께 인사를 나누고 싶었는데, 몸살이 나신 것이 아쉬웠다.

매년 제주를 찾을 때마다 이곳을 들릴 듯한데, 앞으로 뵐 기회가 있지 않겠나.



서두에 밝힌 것과 같이 [부다페스트인]은 주변이 한적해 조용히 머물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최적의 장소다.

조용한 주변 환경과 포근한 분위기의 숙소, 정갈한 조식만으로도 우리를 충분히 만족시켰지만,

바로 옆에 제주올레길 10코스인 송악산이 있어 산책하기도 좋고,

자동차로 10분이 채 안 되는 곳에 모슬포항이 있어 먹거리 즐기기에도 지장이 없다.

이래저래 다시 찾고 싶은 [부다페스트인]이다. 




송악산을 끼고도는 제주올레길 10코스에서 바라 본 [부다페스트인].




주인께서 소개해 주신 모슬포항 [도꼭지 정육식당].

고기가 좋다고 소개하여 주신 곳인데, 가보니 고기잡이 어선인 용진호 선장님 가족이 운영하시는 곳으로

큰 아들이 정육담당, 작은 아들이 생선담당이다.

제주 돼지고기를 먹으러 갔다가 엉뚱하게 갈치조림을 먹었는데, 35000원 中의 갈치 양이 얼마나 많이 나오던지..

이전에 먹었던 갈치조림과는 비교가 안 된다.



:



시기라 리조트의 한 부분.

여기서 아래 바닷물이 들어오는 지점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 간다.




미야코의 가장 중심 번화가 골목.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좌우로 식당, 주점, 기념품상회 등이 이어진다.




한 식당에 들어가 좌석이 없어 기다리며 새로운 시스템을 접했다.

번호표를 뽑고 원하는 유형의 좌석을 선택하면 모니터에 대기 순번이 표기된다. 

역으로, 빨리 자리를 잡고 싶으면 모니터를 보고 여유가 있는 유형을 선택하면 되는, 나름 센스있는 체계.




일본에서 맛보는 샤브샤브.




망고로 시작해서 망고로 끝나는 미야코지마. 




아.. 요 안주는 실패. 너무 비리다.

기린맥주에 [오키나와에 건배]라는 문구가 이채롭다.




마에하마 비치에서 돌고래 튜브와 놀고 있는 꼬마.

팔뚝의 에어튜브에서 이들의 안전의식이 보인다.



그리고, 아래는 플라잉 보트를 타기 전 출발시 자세와 일어서는 요령에 대한 시범.




:


미야코지마 해안을 따라 돌다보면 눈에 띄는 게 있다.

해안 주변에 동동 떠 있는 작은 바위들이 많이 보이는데,

흥미로운 건, 요 작은 것들이 민둥바위가 아니라는 거.



다 이렇게 식물과 공생하고 있다.

인위적인 조경은 아닐테고, 그렇다고 단순히 이끼라고 하기엔 규모(?)가 크고,

암튼, 저 작은 바위에 뿌리를 박은 생명력이 대단하다.



이 녀석은 완전 거북이.

 


반면에, 미야코지마에서 찾아보기 힘든 게 몇 가지 있다.

우선, 커피전문점.

카페는 있지만, 세계 도처에 널렸다는 스타벅스는 물론 간판이나 상호에 커피라는 단어가 들어간 업소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도 뭔가 맛이 밋밋하다.


또 없는 게 노점상.

유명 비치를 비롯해 관광객이 자주 찾는 명소에 늘어서 있을 법한 식당은 물론, 마실 물조차 구하기 힘들 정도로 단 하나의 노점상도 없다.

마에하마 비치에도 단 하나의 식당 건물만 있을 뿐이고, 스나야마 비치에도 비치와는 한참 떨어진 진입로 입구에 간이 카페 하나 뿐,

히가시 헨나 자키 역시 주차장 주변에 위치한 무인 자판기 뿐이다.

미야코 블루라고 칭해지는 청정 해변이 유지될 수 있는 이유인 거 같다.



그리고, 5일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경찰.

경찰서는 물론이고, 경찰 순찰차와 교통경찰관을 마주친 적이 없다. 반면에 경찰 마네킹은 자주 눈에 띈다. 

이런 것들을 한 마디로 친환경이라 표현 할 수 있을지...




미야코 블루라 칭해지는 아름다운 바다 색, 청정 환경, 깔끔한 아이스크림과 망고, 그리고, 공포(?)의 화상.. 

짧은 기간 많은 추억을 안겨 준 미야코지마.

네 식구가 함께 한 첫 해외여행이라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겨울에 가봐야지..


:


모든 게 좋았던 닷새간의 미야코지마 생활중 우리를 당황하고 곤혹스럽게 했던 유일한 사건(?).



마에하마 비치의 몇 시간이 우리에게 남겨준 잊지 못할 기념품이다.

햇살이 이 정도의 후유증을 남길 줄 미처 생각치 못 했다.  가히 살인적이다.

피부가 무엇이든 살짝만 스쳐도 엄청 쓰라려 다리를 포개지 못할 정도다. 


거의 화상 수준이라 저 상태에서 태양을 받으면 더 쓰리고,

그렇다고 긴 바지를 입자니 걸을 때마다 바지에 쓸리는 것도 고통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진퇴양난. 

아내 역시 응급실을 가야하지 않나 고민할 정도였는데, 약국에 들어가 다리를 보여주니 바로 연고와 알로에젤을 준다.

굳이 설명이 필요없다는 건 우리같은 경우를 허다하게 봤다는 반증. 

약국이 많고,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도 알로에젤을 구하기 쉬워 그나마 다행.


집에 돌아와서도 알로에젤은 한동안우리 식구와 함께 했는데,

미야코지마의 그 살인적인 태양은 그 이후 우리에게 또 다른 반대급부를 안겨줬다.

자연 선텐으로 인한 강한 이미지의 구리 빛 피부와 함께 피부 껍질 벗기는 재미까지 덤으로.

이거 해 본 분들 알겠지만, 껍질 벗기는 재미가 은근하다.  

누가 한번에 더 넓게 껍질을 벗기나 자랑할 정도로..^^ 



:


디테일에 강한 이미지의 일본도 멀리 떨어져 있는 곳까지는 행정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결코 크지 않은 작은 섬 미야코지마는 그보다 더 작은 세 개의 섬, 이라부섬 구리마섬 이케마섬과 아름다운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재밌는 건, 미야코 공항에서 취득한 여행가이드 맵에는 미야코섬과 이라부섬을 점선으로 연결하여

[2014년 이라부大橋 준공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그렇다면 이 가이드는 최소 2013년 이전에 제작된 거라는 얘기.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량을 찍어냈기에 최소 4년이 지난 2017년까지도 소진이 안 된 채 유통되고 있는 걸까.



그런데, 또 하나의 황당한 에피소드.

미야코에서 이라부섬으로 들어갈 때는 렌트카의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고 도로표지판을 보고 들어갔다가,

이라부섬에서 나올 때 내비에 미야코의 식당을 목적지로 설정하고 출발했는데,

이 내비가 이라부대교 방면으로 차를 돌리지 않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유도한다.

처음엔 '샛길이 있나 보네..' 생각하다 차가 항구 방면으로 진입할 때야 문득 머리를 스치며 내뱉은 말.

"아~ 얘는 다리가 없지.."


그랬다. 렌트카의 내비 맵에는 2014년에 준공된 이라부대교가  없다. 지도 업데이트가 안 되어 있다는 거.

그러니, 다리로 안내 하지 않고 배를 태우기 위해 항구로 안내 하는 것이다.

가이드 맵에서 예정한대로 2014년에 다리가 준공됐다면 근 3년이 지났는데도 어떻게 여지껏 내비 업그레이드가 안 되어 있는지...

더구나 인근 3개 섬은 중요한 투어코스임에도 내비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너무나 일본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일본을 과대평가한 것인가..


그간 렌트카를 사용한 사람들 중에 이런 불편을 지적한 사람이 없었을까?

반납하며 꼭 지적을 하려 맘 먹었는데, 나 역시 깜빡 잊은 게 아쉽다.

내가 업데이트 미비를 지적했다면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다.



하나, 궁금한 게 있었다.



이라부대교와 구리마대교의 공통점이 있다. 다리에 웨이브가 있다는 거. 


이유가 뭘까? 

세 번을 지나 다니며 다리 근처는 커녕 멀리 있는 배조차 본 적이 없는 걸로 보아 배의 통행을 위해 높이를 높힌 거 같진 않고,

그냥 미관상의 폼?  그러기엔 비용 측면에서 과투자 아닌가?


분명 뭔가 이유가 있을텐데 확인을 못 해 아쉽다.



: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시도를 앞두면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된다.

1979년 처음 자동차 핸들을 잡아본 이래 39년 동안 자동차 우측에 달린 핸들을 잡아본 적이 없다.

때문에 미야코지마의 렌트카를 신청하면서부터 설렜다.

처음 일본 방문시 도로를 건너며 아무 생각없이 고개를 좌측으로 돌리곤 했다.

정작 차는 우측에서 오는데, 나는 습관적으로 좌측을 살피고 있는 것이다.

이 우스꽝스런 모습은 좌측통행을 하는 나라를 찾을 때마다 반복되곤 했다.

걷는 것도 이렇게 습성을 쉽게 버리지 못 하는데, 하물며 그곳에서 반대방향의 운전을 해야 한다니..


렌트카 인수를 하면서 이곳의 일반적인 도로 제한속도가 얼마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40km."

얼마? 40? 복잡한 도심도 아니고, 이 한적한 시골길을 40km로 다녀야 한다고?

평소 같으면 답답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상황이었겠지만, 좌우방향이 바뀌어 쫄아있는 상태에서는 오히려 저속운행이 반갑다.

차를 인도받아 숙소로 향하면서 '좌회전은 작게, 우회전은 크게'를 머리 속에 계속 주입시켰다.

그런데, 이런... 우회전 깜빡이를 켠다고 켜니 엉뚱하게 와이퍼가 눈 앞을 어지럽게 만든다.

'아~ 이것도 국내차와는 반대구나..'


이런 거야 별 문제가 아니지만, 안그래도 왕복 2차선이 대세인 도로에서 우회전 할 때마다 맞은 편 차량을 의식해

회전을 크게 돈다고 생각하니 지나치게 좌측으로 붙게 된다.



이튿날부터 아들에게 핸들을 넘겼다.

뒷 좌석에 앉은 딸의 한마디.

"아빠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오빠가 운전하는 게 훨씬 안심이 되네."

아내는 웃음으로 동조하고, 나역시 궁색한 동조를 한다.

"60대보다 30대가 순발력과 반사신경이 우월해야 정상이지~"


***


숙소로 돌아온 아들의 표정과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룸 키를 방안에 둔 채 문을 잠그고 나온 것.

마스타 키를 청하려는데 주인도 안 보인다.

이리저리 분주한 아들에게 한마디 했다.

"집 뒤로 돌아가 창문 열고 들어가~"


그렇게 방안에 들어가서 아들에게 한 소심한 복수(?).

"신체를 이용한 판단은 네가 빠르겠지만, 위기상황에서의 판단은 아직은 아빠가 빠르다~" ^&^


아들 이겨 먹으니 좋냐고?  ㅎㅎ~ 노코멘트.



:


아무리 부족함이 없는 풍요로운 시대에 살더라도 인류는 궁극적으로 뭔가에 기대고 싶은 심리적 욕구를 저버릴 수 없는 모양이다.

현재가 불안하면 불안할수록 구원을 갈망하게 되고, 현재가 편하면 편한대로 미래에의 영속성을 담보받고 싶어 한다.

그런 욕구에 대한 보험으로 생긴 신앙이 오랜 인류사의 변천과정을 거쳐 근대종교로 정착되지만,

지구 곳곳에는 인류 신앙의 근원인 토템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 가운데 동서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게 도깨비다.



도깨비의 형상과 성격 등 각 지역 도깨비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세세한 지식이 없어 알 수 없으나,

그게 공포의 대상이건 은혜의 대상이건 유사한 형태의 도깨비를 설정하여 그에게 구원을 갈구한 건 흥미롭다.


노르웨이에서 그들의 도깨비인 트롤을 흥미롭게 접했는데, 미야코지마 곳곳에서도 도깨비를 만나게 된다.

일본 도깨비를 [오니]라고 칭하는 걸로 아는데, 일본 본토로 부터 1,000km 이상 떨어진 여기 도깨비도 오니인지는 모르겠다.

(아.. 그걸 현지에서 물어봤어야 했는데.. ㅉㅉ~)


여튼, 섬 외곽의 건축물은 물론 시내 중심의 건물에서도 도깨비 형상을 흔히 볼 수 있다.


陶房의 담과 지붕에도 있고,


관광객과 자연도 지키고,


은행의 자산도 지킨다.


그렇게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지키는 도깨비를 기념품점에서 그냥 놔둘리 없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새의 형상.



섬 주변을 조망하는 전망대가 새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걸 보면서, 갇혀진 섬에서의 넓은 세계에 대한 동경이

자유롭게 바다 위를 날으는 새를 토템으로 삼은 게 아닌가 하는 나름의 추론을 해본다.



:


성남시청 앞 [오와스시].


초밥을 시켰는데 가위가 왜 나오나 했다.

초밥 회가 두툼하면서도 엄청나게 길어 한 입에 먹기가 벅차 1/3 정도를 잘라야 한다.

그러다보니 초밥을 시켰는데 회가 덤으로 나오는 격.

그외 이곳의 특징은, 초밥 메뉴가 다양하다는 거.

예를 들어, 반반스시는 광어 半 연어 半 식으로 선택하면 된다. 단품으로도 주문 가능하다.

또한, 회덮밥, 탕, 사시미 등 모든 메뉴가 다른 곳과 스케일이 다르다.



초밥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아들과 내가 각각 1인분으로는 다소 아쉬울 듯 해 와규스시를 추가로 시켰다가,

남기기 아까워 기를 쓰고 먹고도 2/3를 남긴 가슴 아픈 사연이..

혼자 1인분이 다소 버거울 정도다.

앞으로 자주 들리게 될 듯.



'돌아다니기 > 이곳저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원한 공간감, 초월읍 [퍼들하우스]  (0) 2017.09.28
코엑스  (0) 2017.09.17
서래마을 [서래쭈꾸미]  (0) 2017.06.19
[아임홈 백현점]의 빙수  (0) 2017.03.22
고당의 변신  (0) 2017.02.09
:


Higashi-Henna-zaki (East Henna Cape)는 지명 그대로 미야코의 동쪽 끝에 있다.



이곳에는 무엇을 파는 개인이나 상점도 없다.

관광안내도 뒤의 음료 자판기 뿐이다.



동쪽과 남쪽 끝을 상징하는 등대로 향하는 도로의 우측 너른 잔디 끝에 벙커 입구 같은 것이 보이는데 무엇인지 확인은 하지 못했다. 



뜨거운 태양을 받으며 저곳까지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등대로 향하는 길 왼편으론 표주박처럼 동동 떠있는 작은 섬과 절벽이 어우러져 이어진다.




등대로 햔하는 도중에 미야코지마의 위치가 표기된 구조물이 있는데, 여기 표기된 주변 3국 수도까지의 거리는 이렇다.



도쿄 1843km, 서울 1434km, 타이페이 403km.

이걸 들여다보면 일본의 집요함과 과거 중국의 안이함이 느껴진다.

일본은 띄엄띄엄 늘어진 섬을 타고 야금야금 최대한 갈 수 있는 데까지 간 반면, 중국은 대륙의 거대함에 취해 바로 등 뒤의 것을 놓쳤다.

하긴, 거의 거저 알라스카를 미국에 넘겨준 구 소련도 있었으니..

어쨌든, 위로는 러시아, 옆으로는 한국, 밑으로는 중국 등 주변 3국과 끊임없이 영유권 분쟁을 이어가는 억지를 보더라도

영토에 대한 일본의 집착은 대단하다.



같은 지점에서 각기 다른 지향점을 바라보는 순간의 모습이 너무 재밌어 서둘러 담았다.


그리고...  아름다운 배경과 함께한 母女의 모습이 너무 평화롭게 느껴져 각기 다른 필터를 이용해 두 컷.


네 식구도 함께 뭉쳐보자~


:


미야코에서 가장 와보길 잘했다고 생각한 [설염제염소(雪鹽製鹽所)].



일반적인 소금이 바닷물을 증류시켜 만든 거라면,

이곳에서는 농축장치를 이용해 바닷물을 해수(海水)와 담수(淡水)로 분리한 후 海水만을 증류시켜 만들어

인체에 필요한 염분은 함유하면서도 짜지 않은 게 특징이다.


매장에는 설염으로 만든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즉석에서 설염을 이용하여 먹거리를 만들어 팔기도 하는데, 


특히, 설염을 가미하여 만든 아이스크림..  이게 정말 환상이다.

다 먹고 난 후에도 단맛이나 끈적이는 느낌이 없이 입 안이 아주 개운하다.

마치 아무 것도 안 먹은 거처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내가 여지껏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맛을 준다.

이 아이스크림에 입안에 다양한 느낌을 주는 토핑이 가능하다.



이 역시 설염을 가미하여 만든 것.



설염 판매장 옆으로 나오면 설염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이라 하여 대단한 게 전시되어 있는 건 아니고,



설염 제조공정에 대한 설명과 과정을 보여주고, 현장에서 생산한 설염을 판매도 하는데, 우리가 찾은 시간엔 당일 생산이 끝났단다.

이것도 일일 생산량이 정해져 있는 건지, 아님, 일요일이라 일찍 끝난 건지..




정수기의 물조차 설염을 가미한 걸 보아 이들의 설염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한 듯하다.


미야코는 MANGO의 고장이다. 미야코 어딜 가나 꼭 있다.

편의점은 물론 카페나 음식점에도 망고를 재료로 한 것은 뭐든 꼭 있다. 물론 망고농장도 있다.



설염제염소 판매점 바로 앞에 있는 조그만 카페 역시 망고를 재료로 한 메뉴가 主인데, 여기서도 설염의 매력은 여지없이 배어 있다.



다른 곳의 망고 음료물이 단맛이 강한데 비해, 여기서 주문한 망고쥬스 망고스무디 망고파르페는 하나같이 뒷맛이 개운하다.

설염.. 그거 참 묘한 매력이 있네...



:


시기라 리조트 단지 범주에 있는 [琉球の風].



기념품을 판매하는 쇼핑몰과 바베큐도 가능한 식당, 그리고 이벤트 홀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의 이름 풀이인 [유리공의 바람]은 무슨 뜻일까?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 쇼핑몰 직원에게 물어보니 琉球가 오키나와의 옛 이름이란다.

그러니까 오키나와 바람의 근원이 미야코지마?


바베큐는 가격이 간단치 않다. A set ¥3500, B set ¥4500, C set ¥5500.



[琉球の風]에서 바베큐를 먹은 후 운동 겸 걸어서 1km 정도 떨어진 시기라 황금온천을 들렀다.



시기라 황금온천을 한 번만, 그것도 밤에 간 건 좀 아쉽다.

짧은 여정에 훤한 낮에 온천에 틀여박혀 있는 건 아니라는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로 하루 일정을 마친 밤에 찾았는데,

내부 구조를 보고는 낮에 한번 들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일정에 조금 여유가 있다는 전제하에..


시기라 황금온천은 naked 상태로 들어가는 온천탕과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야외 풀로 나뉘는데, 한번 입장으로 양 쪽 모두 이용이 가능하다.

온천탕도 천정과 벽이 있는 실내 공간과 樹木으로 꾸며진 옥외 공간으로 나뉘는데, 두 공간을 구분하는 벽과 문이 없는 게 특징.

겨울엔 어쩌지? 뭔가 방법이 있을텐데, 그걸 확인하러 겨울에 다시 와야 하나..

아.. 맞다. 여기는 겨울에도 춥지 않은 곳이구나..


온천탕은 규모가 크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함이 있다. 옥외공간 역시 연못이 있는 정원을 거니는 듯 하다.

야외 풀은 아베크 족이 많은 게 특징.

베개가 있는 매트리스와 비슷한 2인용 튜브에 누워 밤 하늘을 촘촘히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며 낭만적인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들이 많다.

나도 튜브에 몸을 싣고 누워 참 오랜만에 북두칠성을 봤다.

튜브는 풀 주변에 구비되어 있으며, 야외 풀 옆에는 아이들을 위한 수영장도 있는데,

밤이라 이곳저곳의 다양한 모습을 사진에 담지 못 해 아쉽고, 한 번 더 들르지 못 한 아쉬움도 있다.


입장권을 파는 입구에서 수영복 렌탈(¥500)이 가능하며, 작은 문신이라도 있는 사람은 테이프를 구매하여 문신을 가려야 입장이 가능하다.

문신 부착용 테이프는 크기별로 가격이 다르다. 중간 사이즈가 ¥300.

온라인에서 보기는 입장료가 ¥2000으로 알았는데, 우린 ¥1000에 입장을 했다. 저녁 늦은 시간 할인제가 있나..



:


미야코 북쪽 해안의 스나야마(沙山) 비치는 일반적인 비치와는 접근로가 다르다.

입구가 탁 트여 개방된 여느 비치와는 달리 스나야마 비치는 주차장에서 좁은 모래언덕을 넘어가야 한다.   



지명이 모래 산일 정도로 모래로 이어지는 좁은 입구를 따라 주차장에서 4~5분 정도 들어가면

어느 순간 그림 같은 모래사장이 활짝 열리며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그리고 그리 넓지 않은, 소박하지만 발이 푹푹 빠지는 풍부한 모래사장이 우리를 맞는다. 


스나야마 비치의 상징이자 포토존인 터널.

여기는 파라솔을 대여하는 장사도 없다. 때문에 태양을 피할 곳이라고는 터널의 그늘이 유일하다.

기념사진 배경이기도 하고, 찾는 이에게 그늘도 제공하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에 특정인에 의한 장시간 독점 방지를 위해  

오른쪽 아래 [관광객을 위해 터널 안에 돗자리 깔지 말라]는 문구가 있지만, 어디든 이단아는 있나 보다.



우리도 인증샷.



작열하는 태양을 꼬박 받아 가며 푹푹 빠지는 모래언덕을 넘어 주차장에 되돌아오느라 온몸은 땀범벅이 되어 버린 방문객에게

주차장 입구에서 판매하는 망고 스무디는 꿀맛이다.  



:


마에하마 비치에서 뜨거운 태양을 잔뜩 품은 후 구리마 섬으로 향했다.



미야코지마는 세 개의 새끼 섬과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좌측에 있는 섬이 셋 중 가장 큰 이라부 섬이고, 위에 있는 섬은 이케마 섬, 남서쪽에 있는 섬이 구리마 섬이다. 



미야코 섬과 구리마 섬은 구리마대교로 연결되어 있다.

위 지도에 표시된 것과 같이 우리 숙소인 게스트 하우스 미야코지마와 마에하마 비치는 자동차로는 5분, 도보로 25분 거리다.




구리마대교를 타고 찾아간 류규조(龍宮城) 전망대.

전망대 입구 위에도 여지없이 도깨비는 존재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구리마대교.




전망대에서 마주 보이는 우측 백사장이 우리가 들렀던 마에하마 비치, 좌측 건물은 미야코지마 도큐 리조트.




시선을 좌측으로 돌리니 이라부 섬과 함께 이라부대교가 보인다.




전망대 초입의 카페 겸 기념품 판매장.

5시 이후에는 카페 테이블 착석이 안 되고 take-out만 가능하다.  뭐 이런...




이 동네는 거미가 너무 많아... 그것도 덩치 큰 녀석들이.



:


마에하마 비치의 바다 색은 아무리 보여줘도 모자라다.

바다 고유의 색은 부족함이 없으나 그 아름다움을 내가 카메라에 담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임을 느낀다.



비치는 너무나 깔끔하다.

파라솔 대여업자는 비치 초입에 위치하며 비치 안쪽으로는 들어오지 않는다.

그게 대여업의 규제사항인 모양이다. 그러니, 군더더기 없이 청결하다.




미야코지마 도큐 리조트 앞의 비치는 더 그렇다.

사람의 발길이 잦은 관광단지임에도 청정해역을 보존하고 있다.




마에하마 비치의 유일한 식당 겸 카페 (이름이 어려워...)

우리 같으면 몇 개의 식당이 공존할 텐데, 오직 하나뿐.



이 식당에 들어오니 얼마 전 국내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했던 [윤식당]이 생각난다.




마에하마 비치를 그냥 나오기가 너무 아쉬워 이름 석자라도 남기고 싶었다.

물론, 바로 없어지겠지만.



:


미야코에서는 들러야 할 해변이 세 개 있다고 한다.

그 중 숙소에서 6분 거리인 Yonaha Maehama Beach를 먼저 찾았다.

Miyako Blue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색이 아름답다는 미야코의 바다는 어떤 색일까..

찾아보니 독특하긴 하다.



비치와 맞닿은 부분은 투명할 정도로 맑고, 바로 하늘색이 탈색된 듯한..

이걸 무슨 색이라 표현해야 하는지.. 이래서 미야코 블루라는 별도의 이름이 생겨난 모양이다.



그런데, 저 청아한 색과 달리 바닷물이 엄청 짜다.

얼마나 짠지 몇 번 잠수하고 나오니, 콧 속이 완전히 텅 비는 느낌이 들 정도로 콧물이 쉬지않고 줄줄 흐른다. 



베드의자 두 개가 딸린 파라솔 가격은 3000엔.

한국어를 하는 우리에게 자기는 재일교포 3세라며 두 세트에 5000엔에 해준다.


 


가운데 GREAT라고 써있는 저 빨간 넓은 소파같은 튜브.

저게 어떤 감흥이 있길래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대는지 궁금했다. 단순한 거 같은데..

타기 전에 주의를 준다.

안경 벗고, 카메라는 휴대하지 말란다. 다 날라간다고.

그리고 출발할 때는 몸을 조금 앞으로 숙이라고. 튜브에 기댄 상태에서 출발하면 뒤로 훌러덩 넘어간단다.

실제 타보니 시종일관 몸이 떴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마치 엉덩이로 드럼을 치는 듯하다. 그만큼 수면 위에서 반동이 심하다는 얘기.

때문에, 앉은 자리 양 옆의 안전고리를 꽉 잡지 않으면 어느 순간 튕겨 나갈지 모른다.



직접 타 보고 남들이 타는 걸 보니, 앞에서 리드하는 제트스키(수상오토바이) 조종 실력에 따라 익사이팅의 강도가 달라짐을 알겠다.

제트스키는 원을 그리거나 직선방향 질주를 반복하며 튜브를 리드한다.

제트스키가 원을 그리며 회전을 하면 회전방향에 따라 물보라가 튜브의 좌우에서 얼굴을 때리는데,

회전반경이 짧을수록 튜브의 회전도 빨라지며 그 강도가 쎄진다.

원심력이 강해지는 만큼 제트스키도 전복 리스크가 높아 조종자의 고난도 스킬이 요구된다.

제트스키가 직선 질주를 하면, 제트스키 후미가 뿜어내는 강력한 물보라가 고스란히 튜브 전면을 덮쳐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을 강타한다.

비용은 기본 ¥2000에 1인당 ¥1000씩 추가.



이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익스트림 스포츠 중 가장 멋져 보이는 건 단연 플라잉 보트.

발바닥에 부착한 보드와 연결된 호스를 통해 뿜어 올리는 수압에 의존하여 수면 위로 부상(浮上)하는 건데,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정강이 발목 발바닥 근육의 유기적인 조화로 몸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앞으로 엎어지고 뒤로 자빠지기를 수차례 거듭한 끝에 수면을 박차고 올라온 아들.

오빠에 이어 딸도 같은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플라잉 보트 도전에 성공했다.

성공하는 순간의 멋스러움에 나도 도전하고픈 욕구도 들었지만, 저리 되기까지 이어질 수많은 짠물 세례 공포가 욕구를 잠재운다.

어떻게 하면 될지 감이 잡힌다는 아이들에게 그럼 한 번 더 타라니 됐단다.

아마 7000엔이라는 결코 만만치 않은 비용을 의식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고보니 아이들과 함께 비치를 즐긴 게 참으로 오랜만이다.

아이들이 성장한 후에는 처음이다.



내가 수영복을 입어본 것도 언제였는지...





:


놀란 가슴에 반전을 선사하며 Guest House Miyakojima에 만족스레 짐을 풀었으니,

이제 어디서 Miyakojima(宮古島)에서의 첫 식사를 하나..

일단 리조트 단지인 시기라 황금온천 방향으로 대충 길을 잡았다.

어차피 모르는 곳이니 어디로 간들 무슨 상관이랴.


20분 쯤 가다보니 온라인에서 봤던 1박에 300만 원 하는 리조트 단지가 오른 쪽에 보인다.
별거 아닌 거 같은데...  그래.. 우린 거기 묵었다치고 그 돈으로 맘껏 먹자~


그리 맘 먹고 조금 더 가다 길가 왼 편에 보인 스시집 [すし屋のかつ勘].



다시금 일본 식당에 놀란 건, 예약을 했냔다.

안 했다니 몇 명이냐 묻고는 나가 있으라며 문 밖으로 밀어낸다.

'이건 뭐지.. 예약을 해야 하는 곳인가. 사람이 그리 많은가.. 그렇더라도 얼마 정도 기다리라는 말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다른 곳으로 가나 마나 망설이는데, 창 너머 빈 룸에서 우리를 내보낸 직원이 열심히 테이블 세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를 불러 그 룸으로 안내한다.

우리를 내보내며 뭔가 몇 마디 추가로 건넸는데, 아마 준비되면 부를테니 기다리라는 말이 아니었나 싶다.


여기서 우리와의 차이점을 봤다.

우리의 경우 손님이 왔으면 일단 빈 자리로 안내한 후 손님이 보는 앞에서 세팅을 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곳에서는 완전히 준비를 마친 후 손님을 안내한다.

손님에 대한 예의에 앞서, 준비된 상태에서 손님을 맞는다는 자존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테이블. 좁은 창 밖으로 보이는 외부가 실내에 아늑함을 안겨 준다. 


계란말이에 그려진 얼굴들이 재밌다.



음료도 필요하고, 아침도 해결해야 하길래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 패미리마트에서 장을 봤다.


편의점에서 무려 7만 원 이상이라니..




오키나와 나라공항에서 본 오키나와의 오리온 맥주와 함께 미야코지마의 첫 밤을 맞는다.



:


차를 받았으니 이제 숙소에 가 짐을 풀어야 한다.


네 식구들이 모두 함께 한 해외여행의 부푼 기대를 품고 도착한 4박5일 우리의 보금자리 미야코지마 게스트 하우스.



'여긴가...'

게스트 하우스라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역으로 게스트 하우스에 대한 최소 기대치는 있었는데,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주차 관계로 핸들을 잡은 채, 집안에 먼저 들어선 아내의 순간적으로 변하는 얼굴 표정을 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번 여행은 망했구나..'

제법 많은 여행을 다니며 여러 종류의 숙소에 묵었었지만 숙소의 격에 대해 내색을 해본 적이 전혀 없던 아내였는데,

그런 아내의 동공 지진을 보았으니..



좁고 허름한 입구, 마당 가득히 펼쳐진 정리되지 않은 듯한 각종 기구와 도구들, 늘어진 줄에 걸려있는 이부자리들,

자유분방하게 펼쳐진 내실, 위 아래가 트인 비닐 커튼으로 가려진 옥외 샤워실.

'저기서 샤워을 하는 것인지..  화장실은 어떨 것이며, 방 내부는 어떤 모습일지..

방에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는 있는지..'

심란한 마음을 억지로 추스리며 우리의 예약 룸에 들어서며 우리는 또 한번 놀랐다.


미야코지마 게스트 하우스에는 모두 6개의 객실이 있고, 우리가 예약한 두 개를 제외한 나머지 네 객실은

2층 침대가 있는 도미토리 스타일인 듯하다.(들어가보지 못해 단정지을 순 없지만 지나치며 언뜻 눈에 스친 모습은 그렇다)


그리고, 우리가 예약한 방.

하나는 트윈 베드에 작은 냉장고와 에어컨이 있지만, 욕실과 화장실은 없다. 공용 욕실과 공용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놀라움을 준 건 또 하나의 방.



에어컨은 물론 대형 냉장고에 개인 욕실과 화장실도 구비되어 있는데, 최근에 리뉴얼한 흔적이 확연하다.

게다가, 테이블이 놓인 발코니에, 천정엔 커다란 선풍기도 돌고 있어 마치 동남아 어느 별장에 온 느낌이다.

이런 반전이 있을 줄이야... 이곳의 스위트룸 격으로 웬만한 호텔의 일반 객실보다 훨씬 낫다.

게스트하우스라 하여 타올을 준비해 갔는데, 방에 개인별 두 개씩의 타올이 구비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이틀이 지나니 방을 비운 사이 청소를 해놓고 타올도 새 것으로 교체해 놓았다.

아들 왈 "타올 갈아주는 게스트 하우스도 있네.."


개인 욕실은 물론 공용 욕실까지 모든 목욕 용품이 깔끔하게 비치되어 있고, 자유여행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주방용품도 완비되어 있다.

커피와 차(茶)도 무료로 이용 가능하고, 생맥주는 본인이 따라 마시고 300엔을 통 속에 넣는 자율판매다.



자전거도 무료 대여라 자전거를 타고 인근 해변에 나갈 수도 있다.

아침 일찍 아내와 딸이 마에하나 비치까지 산책을 다녀올 정도로 해변도 가깝다.



낮엔 대문은 물론 거실도 활짝 열린 채 아무도 없다.

모처럼 느껴보는 평화롭고 순박한 시골 정취. 날씨부터 환경까지 모든 게 슬로 라이프의 전형이다.

우리가 지불한 숙박료가 48,000엔. 방 두 개에 하루 12만 원 정도면 아주 훌륭하다.


역대급 반전을 안겨 준 미야코지마 게스트 하우스.

다시 여길 온다면 반드시 이 방을 예약하자는 게 우리의 결론이다.




: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일상생활의 필수가 되면서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각 개인의 신상도 글로벌하게 노출되는 걸 피할 수 없다.

미야코지마行 항공권 구매 대행사 본사 주소가 한국도 일본도 아닌 스웨덴이더니, 렌트카 대행업체 주소는 런던이다.

일본의 작은 섬, 그 섬 안의 일본 소형차 렌탈을 런던을 기반으로 하는 업체가 알선한다는 게 다소 엉뚱하기도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예약된 렌트카 업체에서 난 색다른 경험을 한다.

렌트카 업체 직원은 일본어만 한다. 내게 물어 본 영어는 딱 한 마디.

"잉글리쉬? 코리안?"

어느 언어가 편하냐는 질문인 듯해 당연 "코리안"이라고 하니, 어디론가 전화를 해 한참 대화를 한 후 내게 수화기를 내민다.

이후 직원과 나는 수화기를 주고 받으며 그 수화기 너머의 여성을 통해 계약사항을 포함해 추가적인 궁금증을 해결했다.


한국에서 예약시 선택한 풀커버 옵션이 반영되지 않아 전화 통역을 통해 해결했지만,

온라인 전산을 통해 반영되는 사항이 왜 현장에서는 누락되어 있는지도 의문이다.

계약사항이 런던 본사 다녀오는 사이에 빠질리도 없고.

이로 인해 적지않은 시간이 지체됐지만, 만약 이런 일을 남미에서 겪었다면 웬지 찜찜했을텐데,

일본이라는 나라는 이런 면에서는 그래도 덜 불안하다는 게 스스로 우습기도 하다.


중간에 우리의 대화를 중계한 여성의 정체는 모른다.

렌트카 대행업체 직원인지, 이런 형태의 통역 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있는 건지, 아님,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는 사람인지..

전문성 여부를 알 수 없고, 그들의 중립성과 전달하는 내용의 정확성을 담보할 순 없지만,

작은 섬에서 언어 스펙을 갖춘 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도 나름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도 든다.



:


딸아이가 8월이면 다시 떠난다.

이번에 떠나면 앞으로 동생과 함께 온전히 네 식구가 여행할 기회가 없을 거라 생각됐는지 아들이 먼저 뜻밖의 제안을 한다.

"년차휴가를 낼테니 주말 이용해서 같이 여행을 가면 어때요?"

"오빠가 가고 싶다는 곳이 어디였지? 그곳으로 가면 되겠네~" 


여행지가 결정되면 이어지는 절차는 항공권 예매 - 숙소 예약 - 렌트카 예약이다.

항공권은 그래저래 예매가 됐는데, 숙소가 문제다. 도무지 숙소가 잡히지 않는다.

희한하게도 우리가 잡은 일정 그때 가격 불문 모두 동이 났다.

해변에 텐트치고 지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 끝에 겨우 Miyakojima Guest House를 잡을 수 있었다.

4박 룸 두 개에 약 50만원. 살짝 걱정도 되지만,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다.



그렇게 네 식구의 Miyakojima 여행은 시작된다.


미야코지마는 오키나와 남서쪽으로 280km 가량 떨어진 작은 섬이다.

성수기 때 아시아나항공에서 전세기 형태의 직항기를 띄운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오키나와에서 일본 국내선으로 환승해야 한다.

항공기가 오키나와 나하공항의 할주로에 내려 앉아 일본 육상자위대 해상자위대 항공자위대의 기지를 지나 승강장을 통해 내리자

가장 처음 눈에 들어온 모습.



어서 와~ 오키나와는 처음이지? 



흠.. Orion이 오키나와 맥주인가 보네..




입국심사가 까다롭다.  양 손 검지 지문에 얼굴 촬영까지..



그리 크지 않은 공항 임에도 나하공항은 국제선과 국내선 청사가 별도로 있다.

두 청사를 연결하는 셔틀버스가 분명 있을텐데, 두 청사간 거리에 비해 셔틀 정류장 찾아 다니는 게 더 번거로울 거 같아 우린 걸어가기로 한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사항은, 환승 연계 항공권을 구매했더라도 국내선으로 환승시 수하물 자동 환승이 안 되니 국제선 크레임에서 짐을 찾아

미야코지마行 국내선 체크인時 다시 국내선 수하물로 부쳐야 한다는 거. 


국내선 청사에서 미야코지마行 티켓 체크인을 하고 수하물을 부치고 보딩 존에 들어가 주위를 둘러 본다.

인천공항 라운지에서 식사를 해 기내에서 준 빵도 남겼지만, 그래도 일본에 들어왔으니 뭔가 입맛은 봐야겠지..



내가 염두에 두고 주문한 소바는 이게 아니었다.  말이 짧은 여행의 시작이다.




담백함이 일본 음식의 일반적인 특징이지만, 궁금해서 주문한 일본 빙수의 외모는 지나치게 담백하다.

속에 있는 건 팥이 아닌 강낭콩.



:


친구가 알려줘 아이들과 함께 찾은 서래마을 [서래쭈꾸미].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코다리정식과 쭈꾸미정식, 부추전과 오징어튀김.




주메뉴에 앞서 나오는 쭈꾸미샐러드와 전병.

상큼한 샐러드도 미각을 돋우지만, 전병의 바삭한 느낌과 소도 입안에서 잘 어우러진다.




도토리묵냉채와 새우가 토핑된 부추전.

밀가루 전분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부추전의 고소한 맛에 모두 매료됐다.




코다리는 살코기도 푸짐하지만, 밥과 비벼 먹기 딱인 양념이 일품.




여지껏 먹어본 것 중 최고급의 부드러운 식감을 준 쭈꾸미볶음.




기회 되면 한번쯤 들러보아도 실망하진 않을 듯하다. 발렛파킹도 가능하다.

다른 곳에 비해 발렛비 3000원이 다소 과한 느낌이 있지만,

과밀한 지역 특성을 감안하면 그리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돌아다니기 > 이곳저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엑스  (0) 2017.09.17
초밥의 스케일이 다른 [오와스시]  (0) 2017.08.15
[아임홈 백현점]의 빙수  (0) 2017.03.22
고당의 변신  (0) 2017.02.09
이색적인 즐거움을 주는 [동검도 DRFA 365 예술극장]  (0) 2016.10.06
:


빙수라면 사족을 못쓰는 빙수 마니아인 내가 놀란 동판교의 [아임홈 백현점].

백현동 카페골목에 위치한, 여기 빙수에 놀란 두 가지.

둘셋이 먹기에 충분한 엄청난 사이즈에 놀라고,


그 안에 내장된 엄청난 견과류는 마치 광산에서 노다지를 발견한 느낌이다.

요즘 우유를 얼려 빙수를 만드는 부드러운 느낌의 빙수가 대세인데 비해,

이곳 빙수는 오리지널 얼음 빙수의 찬 얼음가루를 먹는 느낌으로 소프트한 맛은 덜하다.

대신에, 저 거대한 빙수를 다 먹을 때까지 얼음이 쉬 녹지 않는 장점이 있다.

얼음과 견과류를 함께 먹는 재미랄까..


왼쪽 파티션은 독립된 공간으로 단체 예약을 하면 이용이 가능할 듯.

 
식사를 위한 세트 메뉴와 케이크, 아이스크림과 다양한 음료 등, 밖에서 느껴지는 규모에 비해 메뉴가 엄청 다양하고 많은데,

다음엔 브런지를 먹으러 한번 들러야겠다.


주차장이 없어 주차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



함부르크 공항에서 만나 3685km의 여정을 함께 한 지연이와 우리는 각자의 터전을 향해 다시 함부르크 공항에서 헤어졌다.

지연이는 파리를 경유해 뉴욕으로, 우리는 뮌헨을 경유하여 서울로.



여행을 다녀오면 우선 하는 일은 여행과 관련된 자료 정리다.

여행 중 담은 사진의 분류가 우선이 되고, 여행 중 수집했던 팸플릿을 비롯해 영수증 등이 대상이다.

하지만, 정리만 할 뿐 개인 SNS에 여행기를 올리는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여행후기를 뒤늦게 올리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여행을 다녀온 직후에는 함께 다녀온 사람과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고,

여행 다녀온 걸 아는 사람들에게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며 한동안은 자연스레 여행의 여운에 푹 빠지게 된다.

그렇게 입으로 여행을 되새기며 여행으로 지친(?) 몸을 나른하게 달랜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여행이 점차 화제를 잃고 기억 너머의 일로 차츰 퇴색되어질 때쯤 여행기를 작성한다.

다녀온 여행에 대한 마지막 추억 되새김이랄까.


여행 중 작성했던 메모 등의 기록을 간추리며 정리해둔 사진과 덧붙여 다시 글로 조립하다 보면 지난 여행의 추억이 새롭게 아로새겨진다.

뒤늦은 여행기를 가능케 하는 것은 기록이다. 여행을 다닐 때마다 늘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이동 중에도 메모를 하고, 잠들기 전에 그날의 행적과 느낌을 반드시 요약한다.

본 것 중 궁금한 걸 메모해 두고 여행이 끝난 후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면 뒤늦게라도 여행이 풍성해 짐을 느끼게 된다.

2001년 배낭여행 시 대학노트 두 권 정도의 기록이 없었다면, 153회에 걸친 여행기를 블로그에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에전엔 노트를 많이 이용했지만, 요즘은 노트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여행 중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밴드 등 각종 SNS를 이용하여 그때그때 여행스케치를 담을 수 있어 기록 유지가 훨씬 편하기도 하고,

네이버메모나 keep과 같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메모 앱도 얼마나 많은가.


여행을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싶어서.

마음에 맞는 사람과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

또, 어떤 목적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나 막연한 호기심도 있겠다. 


어떤 이유가 됐든, 늘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지려 애쓴다.

그 호기심과 궁금증을 채우는 과정이 여행이 주는 가치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휴가가 필요한 사람은 막 휴가가 끝난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가장 여행이 필요한 사람은 여행 후기를 끝낸 사람인가.

하나의 추억이 이제 마무리됐기에.


언제 다시 지도를 펼쳐야 하나...



25일간 3685km의 여정을 아무 탈 없이 우리를 인도해준 AJ,

그리고, 다소 무리일 수도 있을 일정을 아무 불평 없이 건강하게 함께 해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