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니기/2016 북유럽자동차여행'에 해당되는 글 72건

  1. 2017.02.16 Epilogue
  2. 2017.02.14 계획은 선택이다
  3. 2017.02.11 여행은 함께 한 사람을 새롭게 보게 한다
  4. 2017.02.07 여행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5. 2017.02.04 동행의 조건
  6. 2017.02.02 북유럽의 과속 단속 카메라
  7. 2017.01.31 초행에겐 혼란스러웠던 주차장 이용방법
  8. 2017.01.29 낯선 교통환경이 주는 교훈
  9. 2017.01.26 부러우면서 부끄러운 운전 관행
  10. 2017.01.24 정취 있는 운하를 보며 한강을 생각한다
  11. 2017.01.20 유유자적 돌아본 함부르크
  12. 2017.01.17 함부르크 성 미카엘 성당
  13. 2017.01.11 이번 여행의 원점 함부르크
  14. 2017.01.08 뤼벡의 행운
  15. 2017.01.03 소박한 정겨움이 느껴지는 뤼벡
  16. 2016.12.31 많은 걸 느끼게 한 빌리 그란트 수상 기념관 2
  17. 2016.12.28 경이로운 뤼벡의 성당들 1
  18. 2016.12.25 뤼벡에서 본 독일의 두 모습
  19. 2016.12.23 독일로 돌아오다. 뤼벡 입성~
  20. 2016.12.14 마지막 페리.. 생각 많이 날 거야~
  21. 2016.12.12 부러운 북유럽의 자전거 문화
  22. 2016.12.10 코펜하겐 이모저모
  23. 2016.12.08 포스가 느껴지는 코펜하겐의 건축물
  24. 2016.12.06 코펜하겐의 해방구 [크리스티아니아(Kristiania)]
  25. 2016.12.04 크리스티안스하운 섬의 [Vor Frelsers Kirke(구세주교회)]
  26. 2016.12.03 코펜하겐 티볼리 공원
  27. 2016.12.02 봉인 해제된 원초적 운전 본능
  28. 2016.11.29 비교되는 삶의 방식
  29. 2016.11.27 한국과의 기연(奇緣) [말뫼의 눈물]
  30. 2016.11.25 반가움과 고마움이 겹친 한국식당 [namu]



함부르크 공항에서 만나 3685km의 여정을 함께 한 지연이와 우리는 각자의 터전을 향해 다시 함부르크 공항에서 헤어졌다.

지연이는 파리를 경유해 뉴욕으로, 우리는 뮌헨을 경유하여 서울로.



여행을 다녀오면 우선 하는 일은 여행과 관련된 자료 정리다.

여행 중 담은 사진의 분류가 우선이 되고, 여행 중 수집했던 팸플릿을 비롯해 영수증 등이 대상이다.

하지만, 정리만 할 뿐 개인 SNS에 여행기를 올리는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여행후기를 뒤늦게 올리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여행을 다녀온 직후에는 함께 다녀온 사람과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고,

여행 다녀온 걸 아는 사람들에게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며 한동안은 자연스레 여행의 여운에 푹 빠지게 된다.

그렇게 입으로 여행을 되새기며 여행으로 지친(?) 몸을 나른하게 달랜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여행이 점차 화제를 잃고 기억 너머의 일로 차츰 퇴색되어질 때쯤 여행기를 작성한다.

다녀온 여행에 대한 마지막 추억 되새김이랄까.


여행 중 작성했던 메모 등의 기록을 간추리며 정리해둔 사진과 덧붙여 다시 글로 조립하다 보면 지난 여행의 추억이 새롭게 아로새겨진다.

뒤늦은 여행기를 가능케 하는 것은 기록이다. 여행을 다닐 때마다 늘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이동 중에도 메모를 하고, 잠들기 전에 그날의 행적과 느낌을 반드시 요약한다.

본 것 중 궁금한 걸 메모해 두고 여행이 끝난 후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면 뒤늦게라도 여행이 풍성해 짐을 느끼게 된다.

2001년 배낭여행 시 대학노트 두 권 정도의 기록이 없었다면, 153회에 걸친 여행기를 블로그에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에전엔 노트를 많이 이용했지만, 요즘은 노트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여행 중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밴드 등 각종 SNS를 이용하여 그때그때 여행스케치를 담을 수 있어 기록 유지가 훨씬 편하기도 하고,

네이버메모나 keep과 같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메모 앱도 얼마나 많은가.


여행을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싶어서.

마음에 맞는 사람과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

또, 어떤 목적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나 막연한 호기심도 있겠다. 


어떤 이유가 됐든, 늘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지려 애쓴다.

그 호기심과 궁금증을 채우는 과정이 여행이 주는 가치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휴가가 필요한 사람은 막 휴가가 끝난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가장 여행이 필요한 사람은 여행 후기를 끝낸 사람인가.

하나의 추억이 이제 마무리됐기에.


언제 다시 지도를 펼쳐야 하나...



25일간 3685km의 여정을 아무 탈 없이 우리를 인도해준 AJ,

그리고, 다소 무리일 수도 있을 일정을 아무 불평 없이 건강하게 함께 해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


자유여행은 많은 추억과 배움을 남기지만, 그만큼의 아쉬움도 안긴다.

더 많은 곳을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더 깊히 알아보지 못한 아쉬움이 공존하는데,

사실 이 두 아쉬움은 여행자에겐 공존할 수없는 선택의 문제다.

주어진 시간에 더 많은 곳을 둘러 보고 싶은 욕구와 한 군데를 더 심도있게 보고 싶은 욕구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획없이 떠나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 하지만, 성격 때문인지 나의 여행은 늘 계획적이다.

2001년 떠났던 5주간의 유럽 배낭여행 일정표에는 5주간 이용할 기차역과 기차 시간은 물론 소요시간이 적혀 있었고,

출발 전 인터넷을 이용해 5주간의 유스호스텔도 미리 예약되어 숙박비 지불까지 완료되어 있었다.

(2001년 유럽 배낭여행 일정표 일부)


이런 방식은 분명한 장단점이 있다.

숙박비가 미리 지불되어 예정된 일정에 그곳에 가지 못하면 숙박비를 날리기 때문에,

몸이 피곤하더라도 움직여야 한다. 그러니 시간 낭비가 없어 알차게 돌아볼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반면,

마음에 드는 곳을 좀더 깊히 있게 돌아보고 싶어도 시간에 쫒겨 어쩔 수 없이 패스해야만 하는 단점이 있다. 


이런 아쉬움을 보완하기 위해 취한 방법이 여행 기간에 따라 10~20%의 예비일을 두는 일정이다.

20일의 일정이라면 계획을 세우며 3일 정도의 예비일을 둔다.

여행 중 마음에 드는 곳이 있거나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예비일을 이용하고,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하게 되면 남은 기간은 인근의 다른 지역을 추가로 돌아보면 된다. 


북유럽여행에서도 예비일은 아주 유용하게 활용됐다.

Preikestolen에서 비를 만났지만 예비일을 이용하여 감미로운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고,

예비일이 없었다면 스웨덴 말뫼의 아름다운 기억 역시 우리에게 없었을 것이다. 


릴랙스하며 즐기는 여행을 추구하는 입장이라면, 짜여진 계획은 그 자체가 구속이고 스트레스로 여겨질 수 있다.

반면에, 어느 정도의 계획은 다채로운 결과물을 남겨 준다.

결국, 각자의 성격과 취향에 따른 선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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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여행 동안은 네가 아빠 옆에 앉아 운행 중 아빠가 필요한 거 도와드려~"

여행 첫날 지연이에게 아내가 한 말이다.

지연이의 동행은 이번 여행에 큰 도움이 됐다.

어딜 가나 원활한 의사소통은 물론이려니와, 능숙한 자동차 내비게이션 조작과 스마트폰 검색, 처음 접하는 기기의 파악,

졸음 방지를 위한 음료와 젤리의 제공 등, 훌륭한 길라잡이 덕에 여행이 훨씬 수월했다.

지연이가 없었다면 아마 훨씬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거다. 그만큼 에피소드도 더 많았겠지만.

능력 되는(?) 기사와 비서를 앞에 둔 덕에 아내는 뒷좌석에서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여행 마지막 날, 지연이와 함께 여행 갈무리 삼아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여행을 함께 하며 지연이가 영어를 사용할 때의 모습은 나를 놀라게 했다.

표정은 물론, 목소리 톤과 음색, 억양이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어와 영어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나에게는 너무 다른 사람으로 느껴졌다.

"네가 얼마나 원어민과 같은 영어를 구사하고 싶어 했는지, 영어에 대한 네 갈망이 느껴지더라."

지연이에게 처음 전한 메시지다.


"우리 딸이 아빠를 완전 맹탕으로 생각하진 않데~^^"

아이에게 전한 두 번째 메시지다.

아니, 이건 달리 보면 지연이가 내게 전한 메시지일 수도 하다.

내가 영어를 사용할 때 지연이는 옆에서 함께 할 뿐 별로 나서질 않는다.

영어에 부담을 느낀 내가 오히려 내심 나서 주길 바랄 때도 지연이는 무심히 서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뭔가 아빠의 의도와 어긋남을 느끼면 그때서야 나서서 정리를 한다.

지연이에게 전한 두 번째 메시지의 결어는 이랬다.

"딸~ 아빠 자존심 세워주느라 애썼어~^^"



그 외, 여행 중 보여진 여러 행동과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 등 서로에게 느꼈던 점들을 이야기하며,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강하기도 하고, 때론 여리기도 한 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지연이는 우리에게 그런다. "엄마 아빠가 아직 나와 같은 페이스로 움직일 만큼 건강해서 참 다행이고,

여행 내내 나를 많이 생각해줘서 고마웠어요."


함께 하는 여행은 함께 한 사람을 새롭게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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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아내는 평소 본인이 드러나거나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에 익숙지 않다.

취향 역시 화려하거나 화사한 것보다 담백한 걸 선호한다.

인테리어도 그렇고 패션, 음식까지 그렇다. 액세서리는 물론.

취향이 그렇다 보니 남들에겐 보편적인 것도 본인에겐 과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남들을 이해 못 하는 게 아니라, 단지 자신에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담백함이 몸에 배다 보니 본인이 소화할 수 있는 범위를 스스로 한정한 듯하다.


아내가 딸과 함께 스페인 여행을 계획할 때,

짙은 선글라스를 부담스러워하던 아내에게 그린 컬러 미러 선글라스를 떠 안기다시피 했다. 그것도 고글형으로.

스페인을 다녀온 후 아내는 햇살이 강한 날은 미러 선글라스를 챙긴다.

컬러가 곁들인 짙은 선글라스가 소화하기 부담스러운 패션용품이 아닌 시력보호를 위한 필수품으로 인식한 것.



노르웨이는 담백함이 모토인 사람에게 일생일대(?)의 변화를 줬다.

아내는 모자에 거부감이 있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인지, 거추장스럽게 느끼는 건지, 아님,

머리 형태가 변형되는 게 부담되서인지 모르겠지만, 결혼 후 30년이 넘도록 아내의 모자 쓴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나마 산을 다니면서 햇빛 때문에 어쩔 수 없이 hat을 사용하지만, 아내에게 cap은 여전히 금기 품목이다.


그런 아내가 게이랑게르에서 cap을 산다.

전날 송네 피오르드의 페리에 쏟아지는 태양으로 곤욕을 치른 경험에 딸아이의 강추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건지..

연유야 어찌 됐든, 아내의 cap 착용은 우리 식구에겐 엄청난 이슈다. 결혼 33년 만의 변화이기 때문.

그런데, 생각보다 그림이 괜찮다.

"내가 당신하고 지연이가 좋다니까 쓴다~"

실제 남편과 딸아이의 '엄지 척'을 외면하기 미안했는지, 본인 스스로 크게 나쁘지 않다고 인식이 됐는지,

혹은, 쏟아지는 태양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그도 아님, 여행의 정취 때문이었는지,

아내는 그 이후 모자에 대해 크게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다.


여행은 경쾌함을 준다.

몸에도.

마음에도.

패션에도.


여행이 필요하고 좋은 이유다.


:


혼자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지만, 아직 대개의 여행은 동반자가 있다.

그리고, 그 동반자는 가족이거나 친구 등, 평소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이다.

별로 감정을 섞고 싶지 않은 사람과 소중한 추억을 남길 여행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한 사람과의 동반이 꼭 여행의 즐거움과 행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신혼여행지에서 다투는 사람들도 많다지 않은가.

1주일 이내, 혹은 패키지 여행이라면 몰라도, 친분이 여행의 즐거움을 보장하진 않는다.

패키지 여행의 경우는 어차피 개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짜여져 있는 일정이므로 누구 탓을 할 수도 없다.

1주일 정도의 여행은 동반자와 의견이 다소 다르더라도 평소의 친분으로 맞춰 줄 수 있다.

하지만, 1주일 이상의 자유여행에는 서로의 지향점이 다를 경우 인내심에 한계가 있다.


내 경험으로, 1주 이상의 여행에서 동반자가 함께 할 경우라면, 친분관계을 떠나 몇 가지 코드를 확인해야 한다.

취향, 체력, 식성, 하나 덧붙이자면 여행을 즐기는 유형.


나는 여행 지역의 유적지 중심으로 돌아보고 싶은데, 동반자는 쇼핑을 중시한다.

나는 곳곳을 걸어다니며 살펴 보고 싶은데, 동반자는 힘들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어 한다.

나는 현지식을 즐기고 싶은데, 동반자는 한식을 먹고 싶어 한다.

결정적으로, 나는 하나라도 더 보고픈 마음에 계속 다른 지역을 돌아다니고 싶은데,

동반자는 한군데 머물며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며 릴랙스하고 싶어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 이런 경우 결국은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다행히도, 우리 가족은 이런 조건에서 서로가 만족스러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쇼핑보다는 돌아보는데 관심이 많고,


호수나 공원이 있으면 무조건 걸어야 하며, 숙소를 잡으면 차는 그곳에 두고 시내 투어는 걷는 게 불문율이다.


설사 메뉴 선택이 잘못 되어 한 끼를 굶더라도 식사는 무조건 현지식.

25일의 여행 중 한식은 스웨덴 말뫼의 namu 레스토랑이 유일했는데, 호기심에서 찾았으며, 정통 한식은 아니었다.


거듭 얘기하지만, 중장기 자유여행의 동반자 선정시, 친분관계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


이번 여행경비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석 달 뒤쯤 정산이 가능할 거 같다고 답한다.

과속 범칙금이 언제 얼마나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



북유럽의 과속 단속 카메라는 우리와는 다른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일단, 단속 카메라가 주행 차선 위가 아닌, 도로변에 있다.

우리의 박스형 단속 위치인데, 박스형은 아니고, 신호등과 같은 형태다.

고속도로 주행 시 가끔 주행 차선 위에 뭔가가 달려있기도 한데, 이게 단속 카메라인지, 단순 CCTV인지 판단을 못 하겠다. 아직도 찜찜하다.


또 하나 우리와 차이점은, 우리는 전방 얼마 지점에 카메라가 있다고 표지판에 거리가 명시되어 있는 반면,

북유럽은 단속지점 표시 없이 표지판에 카메라 그림만 있다. 그런데, 거리 표시는 없지만 가다 보면 꼭 있다.

그러니, 우린 알려준 지점에서 주의하면 되지만, 북유럽은 카메라가 나타날 때까지는 계속 규정속도에 신경을 써야 한다.

표지판 후 3km 정도에 있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보다 심리전에서 한수 위.


내가 많이 당했으리라 우려되는 부분은 터널 안.

여행 일정의 반이 지난 시점 어느 날 조도가 낮은 터널 안에서 카메라를 본 순간,

머리 속에 지난 기간 터널 속 운행을 어찌했었는지에 대한 복기가 빠르게 지나간다.

몇 번 언급했듯이, 좁고 어두운 터널이라 사고의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해 터널 속 규정속도 단속 강화 차원에서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너무 어두워 차량 식별이 안 될 거라 여겨 카메라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둘 중 하나겠지.

ISO가 높은 고감도 카메라이거나, 뻥카거나..  뻥카이길 바란다.


가끔.. 카메라가 두 개 그려진 표지판이 있다. 그리고 각 카메라 밑에 거리 표시가 되어 있다.

'북유럽답지 않게 왜 이리 친절하지..' 싶었는데, 구간단속 표지판이다.

다만, 500m와 5km라 표시되어 있으면, 500m 이후가 구간단속 시작 지점이라는 건 맞는 거 같은데,

지금부터 5km 지점까지 인지, 시작 지점부터 5km까지를 의미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다행히도 여행 종료 반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과속 스티커는 날아들지 않았다)



:


북유럽은 주차시설이 다양하다.

건물 주차장과 나대지를 이용한 주차장, 그리고, 골목 곳곳에 노변 주차장이 있다.

하지만, 주차장이 많은 것과 주차가 용이한 것은 별개다.


도심 골목의 노변 주차장은 2차선 골목을 일방통행으로 지정하여 한 차선을 노변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골목골목에 주차장이 있다 보니, 방문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주차장을 찾아 헤매지 않고 가까운 거리에 주차할 수 있어 좋다.

방문지까지 이동시간이 단축되어 그만큼 주차요금도 절약할 수 있다.


높은 인건비 때문인지 유인 주차 정산소를 본 적이 없다. 모든 곳이 무인 시스템이다.

무료주차를 하는 얌체족에 의한 손실이 인건비보다 적다는 판단이겠지.

그러니 모든 곳에서 주차료 무인 정산기를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주차장 이용방법과 무인정산기 형태가 다양하다.

건물 주차장과 나대지의 주차장은 주차 시간에 제한이 없지만, 노변 주차장의 경우 장소에 따라 최대 주차 가능 시간이 30분 혹은 2시간으로 제한되는 곳이 많다.

이런 곳은 모두 선불 정산이며, 제한 시간이 되면 다시 요금을 선지급하여 시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귀찮음을 유발해 여러 사람에게 기회를 주려는 배려인 듯싶다.

시간제한이 없는 노변 주차장도 있다.


주차료 정산방법은 선불정산과 후불정산이 있는데, 선불정산의 경우, 원하는 시간만큼 미리 요금을 지불한다.

제한시간 30분인 경우 무조건 30분 요금, 제한시간 2시간 이상인 경우는 주차기에 2, 5, 10 크로네 세 개의 버튼이 있는데 이 보턴을 누를 때마다 주차 가능 시간이 시각으로 표시된다.

후불정산인 경우 우리와 같이 입차시 주차권을 뽑고 출차시 주차권을 투입하여 정산하는 게 보통이지만,

기기에 따라서는 주차권없이 주차 시 신용카드를 투입하면 기기가 카드번호를 기억했다가 출차시 카드를 다시 투입하면 입력된 카드정보로 알아서 정산을 하는 똘똘한 놈도 있더라는 거.

주차료 정산은 현금과 카드 모두 가능한데, 카드의 경우 PIN 번호(카드 비밀번호로 외국에서는 끝에 00을 붙여 6자리로 입력) 입력을 요구하기도 한다.


선불과 후불의 혼합 형태도 있다.

입차시 카드로 본인이 원하는 주차시간에 해당하는 주차료를 우선 예치(deposit) 해놓고, 출차시 정산하는 방법.

이런 경우 신경 써야 할 점은,

주차장에 따라 예치해놓은 시간 이전 출차시 실제 주차시간만큼 예치금을 정산해주기도 하고, 예치금 정산이 없는 곳도 있다는 거.

또한, 예치금 시간을 초과할 경우 초과시간만큼 자동 정산을 하는 곳도 있고, 초과시간에 대해 과태료를 징구하는 곳도 있다.

(오슬로에서 자동 정산될 거라는 호텔 직원 말을 믿었다가 과태료를 물기도 했다)


문제는,

북유럽은 위에 길게 언급한 주차장 및 무인정산기 이용에 대한 설명이 거의 대부분 현지 언어로만 표기되어 있다는 게 함정.

대충 짐작으로 건너짚고 눈치로 판단해야 하니 머리가 아프다.

(코펜하겐의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겪었던 상황은 글로 표현하기에 너무 복잡해 생략하지만, 정말 난감했다)

그래도 독일은 영어 버전을 선택할 수 있어 좀 낫다. 이것도 유로권과 비유로권의 차이인지..

어쨌든 어쩌다 간혹 영어 설명이 보이면 그 기쁨이 마치 모국어를 만난 듯하다.


베르겐의 무인 주차정산기. 1kr 5kr 10kr 보턴으로 주차시간 설정 후 카드로 결제하는 방식.


6월 4일 15:08에 입차하여 6월 5일 09:00에 출차. 주차료 세금 25% 포함하여 220 노르웨이 크로네 후불 결제.


6월 14일 17:46에 주차하여 6월 15일 14:22까지 주차하겠다고 160kr을 선불 결제한 영수증.

운전석 유리창 아래 놓아두면 된다.


오후 8시 이후는 무료이므로 17:24에 19:54까지만 선불 지급.


12:27분까지 1시간 20kr 예치 후, 11:42에 출차 하자 5kr로 정산하여 카드 결제.


10시 43분에 2시간 선불 결제 후 12시 42분 출차. 기가 막히게 맞췄다.

:


교통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

낯선 교통 환경은 이방인을 당혹스럽게 할 때가 많다.

먼저 언급한 적이 있지만, 직접 운전을 하니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때는 안 보였던 부분이 많이 보인다.


우리와 가장 큰 차이는, 좌회전 신호가 없고, 중앙선이 노란색이 아닌 흰색이라는 거.

근데, 좌회선 신호가 있을 때도 있고, 중앙선이 노란색일 때도 있다. 일관성이 없다. 그래서 더 헷갈린다.

좌회전 신호가 있을 때와 없을 때, 노란색과 흰색의 중앙선이 어떤 경우에 구분되는지는 끝내 알지 못했다.

어쨌든, 기본이 비보호 좌회전이라 생각하면 된다.

제법 차량 통행이 많은 곳에서도 이 기본 비보호 좌회전이 이방인에게 주는 대략 난감에 대해서는 이미 한번 궁시렁댔으니 생략.

중앙선이 흰색인 거까진 그렇다 치더라도, 그 흰색마저 실선이 아닌 점선인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좌회전을 할 때마다 내 차선을 제대로 탔는지 확인하기 바쁘다.


또 하나 익숙지 않은 건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언급했지만, 북유럽은 자전거 도로가 자동차 도로와 거의 비슷한 폭으로 도로의 가장 바깥에 위치한다.

그러니 우회전을 하다 보면 무심결에 자전거 도로로 진입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여기서 또 헷갈리는 건, 어떤 경우에는 우회전시 자전거 도로 앞부분이 우회전 가능 차선으로 표시되기도 한다.

게다가, 버스와 택시 전용차선이 구분되는 경우도 있다.

네 개의 차선이 안쪽부터 [좌회전 - 직진 - 버스 택시 전용 - 자전거] 차선이다.

이러한 차선 구분이 도로면에 표시되어 있으니 진입 후에야 알게 된다.

초행길인 운전자가 좌회전이나 우회전시 이런 도로를 만나면 제 차선 찾기 바쁜데,

이 경우 직진 차선에서 우회전을 하려면 차선을 또 어찌 타야 하는 건지..

우리와는 다른 이런 것들이 이방인을 완전 초짜로 만든다.


3~4일에 걸쳐 회전 교차로 진입에 대한 불문율을 눈치껏 인지했음에도, 습관이 안 돼 집중하지 않으면 매너 없는 운전자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쫄 필요는 없다.  초행인 나도 우왕좌왕하면서도 접촉사고 한 번 없었으니..


여행 중 처음엔 이해가 안 되다가 감탄한 부분이 있다. 신호등의 위치!

우리의 신호등은 교차로의 경우, 주행 차선 바로 앞 건널목과 사거리 맞은편 건널목 위에 두 개가 있다.

교차로가 아닌 왕복 차선 건널목의 경우에는 주행 차선에 가까운 정지선이 아닌 맞은편 차선 정지선 위에 신호등이 걸려있다.

때문에 정지선을 조금 넘어 정지를 하더라도 맞은편에 걸려있는 신호등 식별이 가능하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 대부분의 신호등이 주행 차선 정지선의 보행자 신호등과 같은 위치에 있다.

신호등이 정지선과 같은 선상 옆에 있는 것이다. 가끔 위에 설치된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옆에 있다.

어느 경우든, 정지선에 바짝 붙어 정지했을 경우 주행에 필요한 신호등이 보이지 않는다.

처음엔 왜 이리 불편하게 설치했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며칠 지나며 깊은(?) 의미가 새겨졌다.

정지선 가까이 정지를 하면 신호등이 보이지 않으니, 정지 신호를 받으면 신호등을 보기 위해서라도 정지선 조금 못미처 정지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건널목을 건너는 보행자의 안전이 강화되는 것. 당연히 정지선 침범 단속 강화라는 말이 필요 없다.


어찌 보면 참 쉽고 간단한 발상인데,

우리는 틀을 못 깨는 걸까, 아니면, 국가 재정 확보에 필요한 범칙금 재원의 소멸이 두려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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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기간 내내 나를 일깨운 건 따로 있었다.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것. 운전 관행이다. 우리 교통환경에선 생각하기 어려운,

하지만 사실 기본적인 여러 교통질서를 거의 예외 없이 당연시하는 그들의 운전 습관이 놀라웠다.

그들의 운전 관행을 축약하면, [배려, 양보, 기다림]이다.



떠오르는 대로 상기해 보면, 가장 기본인, 규정 속도 준수.

대개 주택가는 50km 이하이고, 일반 도로는 보통 60~80km인데,

아무리 사람이 없고 앞에 차가 없어도 대부분 규정 속도를 지키고, 다들 앞 차를 졸졸 따라간다.

급히 가야 할 차는 적정지점에서 추월을 할 뿐, 앞 차가 늦게 간다고 뒤에서 경적을 울리는 일이 없다.

그리고, 보행자나 다른 차가 보이면 일단 멈춤이다. 보행자가 차도에 근접하지 않아 차가 먼저 지나갈 시간이 충분함에도,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는 의도로 다가오는 거 같으면 먼저 멈추고 보행자를 기다린다. 차가 보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직진 차선이 우선권을 갖고,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하는 차가 눈치를 보는데, 그들은 먼저 나오라고 직진 차들이 기다려 주는 경우가 많다.

회전을 하는 차들의 경우도, 충분히 먼저 끼어들 여유가 됨에도 직진 차가 오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시내가 아닌, 2차선의 경우 1차선은 추월차선이다. 이건 사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실행하는 마인드가 다르다.

추월 시만 1차선으로 주행하고, 추월 후에는 반드시 2차선으로 다시 들어간다.

규정속도를 지키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으로 2개 차선을 같이 사용하지 않는다. 추월 차선은 바쁜 사람을 위해 비워두는 게 기본이다.

때문에 바쁜 차들이 느리게 가는 차 때문에 짜증 날 일이 없다. 4차선일 경우도 마찬가지로, 속도가 느린 순서대로 바깥 차선이다.

규정을 준수하면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깔려 있다. 규정 준수도 민폐를 끼칠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다.


내가 가장 놀랐던 건, 차선 합류지점에 대한 안내 표지를 만났을 때다.

전방 700m 지점에서 차선 합류 혹은 도로 폭이 좁아진다는 안내 표지판이 있을 경우,

그들은 표지판을 보는 순간부터 미리 차선을 하나로 만들어 나간다.

차선 합류까지 아직 몇 백 미터가 남아 차선 하나가 비어 있음에도 미리 일렬을 만들며 가다 보니 폭이 좁아지는 곳에서 병목현상이 없다.

우리는 그 표지판을 보고도 차선이 있는 한 끝까지 가지 않는가. 교통량의 차이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스스로 변명하면서도,

주어진 예고에 따라 미리 준비를 하는 그들의 질서의식에 대한 공동의 인식이 부러웠다.

그들은 방향지시등으로 차선 변경 의사를 표시하면 끼어들 수 있도록 기다려 준다. 모두가 그러는 게 보이니, 나도 자연스레 그 속에 동화된다.

일전에 나의 운전 습관에 대해 반성하고 회개하며 다녔다는 표현이 결코 빈 말이 아니다.

상당한 깨우침을 받았지만, 국내에서 나는 또 서서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뒤에 있는 차가 나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며, 초보라고 인상을 쓰며 지나갈 것이고, 나의 시간 손실도 커질 테니까.


다 같이 조금만 인내하고 지키면 모두가 여유로워질 텐데, 우리는 왜 안 될까..

화장실 한 줄 서기가 어느 시점 기적처럼 지켜지기 시작한 것처럼, 이런 교통습관도 언젠가 가능하지 않을지 기대해 본다.

가장 어려운 게 대중의 의식혁명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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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운전을 하다 보니 20일쯤 지나면서 하루 200km 이상 이동은 좀 지치는 느낌이 든다.

그와 함께 로드 투어는 20일 정도의 일정이 적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일정이 끝나가니 아쉽다.

오히려 며칠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마무리할 적기인 거 같다. 박수 칠 때 떠나라 하지 않던가.


외국 여행을 다니며 도심에서 한강보다 큰 강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도나우江 정도..


파리의 세느강을 보며 예전 청계천 수준이라며 농을 하기도 했는데, 이번 여행에서 여러 도시를 가르는 곳곳의 운하가 새로운 관점으로 다가온다.


한강은 폭이 너무 커 일반인이 강변으로의 접근이 다소 제한적이라면,

이곳의 운하들은 폭도 아담하고 지면과의 고저차도 적어 사람들의 접근이 용이하다.


가까이서 유람선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유람선이 친숙하게 다가오고,


작은 보트와 카누로 여가를 즐기기도 하며,


운하를 따라 걸으며 해상 레저를 즐길 정도로 일상에 친근하다.


또 하나, 폭과 고저차가 크지 않으니 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분리되는 느낌이 없이 양 쪽을 여유롭게 오가며 즐길 수 있는 것도 좋다.


이곳 사람들도 개개인 삶의 애환이 있겠지만, 이방인의 눈에 비친 이런 모습들이 내겐 참 여유롭게 느껴진다.

'이 역시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거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여유로운 삶을 찾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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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 성 미카엘 성당을 찾은 뒤 근처의 오페라 하우스를 찾았다.

오페라 하우스는 생각보다는 규모가 작다.

규모로 공연 작품의 예술성이나 질이 평가되는 건 당연히 아니지만, 딸아이도 다소 실망하는 듯하다.

예전 베니스 영화제 장소가 생각났다. 시골 마을회관 정도 외관에 얼마나 실망했던가.

그래도 그곳에서 해마다 세계 3대 영화제가 열리고 있지 않은가.


이 오페라 하우스 길 건너 골목의 멕시칸 음식점, 정말 싸고 맛있었다. 사진을 못 담았지만, 가성비 으뜸의 식당.


시청 앞 광장 뒤에 G-Star RAW 매장이 보인다. 오슬로 G-Star RAW에서 구입한 skinny jean이 생각보다 편했다.

너무 껴서 답답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스판 신축성이 너무 좋아 마치 내 피부처럼 느껴져 하나 더 마련코자 들렀는데,

크로아티아 출신 여직원과 딸아이가 죽이 맞아 대체 물건 팔 생각을 안 한다.

아내가 내게 맞을만한 옷을 고르는 와중에도, 자기들은 어렸을 적 헤어진 자매를 만난 분위기.

이것 역시 이곳의 분위기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난 남자 직원과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과 독일이 준결승에서 만난 이야기와 독일이 우승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신이 난 이 청년 뭘좀 마시겠냐고 권한다. 재밌는 건, 메뉴가 네 가지. 물과 콜라, 커피까진 그러려니 했는데, 맥주도 있다네..

옷 가게에 웬 맥주까지..  의아해하다 독일이 맥주의 본산 임이 생각났다. 독일에선 맥주가 음료로 간주된다더니 진짜 그런가 보다.

여하튼, 그런 걸 떠나 옷 집에서 음료수 대접을 두 번씩 받은 것은 국내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다.


꼭 목적지를 설정하지 않더라도 유유자적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것 또한 여행의 묘미다.

유럽은 곳곳이 운하 도시다. 말뫼도 그랬고, 코펜하겐 역시 운하 도시인데, 함부르크도 운하 도시다.


맞은편 건물의 가게들이 소위 명품 샵이다.  오리와의 공존이 재밌다. 


자냐?


벤치도 독일식 실용주의인가...


개 팔자 주인 팔자?


우와~~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을 저런 식으로 팔다니...


저게 각기 어떤 맛인지 종류별로 다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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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성당에 진심이지 못한 날라리 무늬만 신자이지만,

그런 잠재적 죄의식 때문인지 여행지에서 성당이 보이면 다른 곳보다 우선하여 찾는 내가 참 우습다.

이번 여행에서도 성당이 있는 곳이면 거의 찾아다녔는데, 공교롭게도 거의 대부분 내부로 들어가면 미사가 집전 중이다.

그럼 바로 나오지 못하고 일정 시간 미사에 참여한다. (참여라고 해야 할지, 지켜본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딸아이는 반복되는 이 우연을 "이건 계시야~"라고 표현한다.


일요일엔 뤼벡에서 들른 성당에서 아침 미사를 보고, 함부르크 시청 근처를 거닐다 들른 한 성당에서 저녁 미사를 보기도 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다닐 성당을 이번 여행 중에 다 다니는 거 같다.


그런저런 속죄의 마음으로 월요일 오전에도 함부르크 성 미카엘 성당을 찾았다.

사진 아랫부분 성당 밖 작은 광장 바닥에 옆으로 이어진 직사각형 부분을 자세히 보면 이렇다.

빼곡한 동판들은 성당 건립 헌금 기부자에 대한 감사의 동판인 듯하다.


성당은 역시 죄 많은 속세의 우리를 주눅 들게(?) 만든다.


미카엘 천사.


성 미카엘 성당에도 종탑이 있고, 종탑에 오르는 계단이 있는데, 코펜하겐 구세주 교회의 종탑 계단이 탑의 외부를 감아 올라가는 형태였다면,

성 미카엘 성당은 계단이 종탑 중심으로 들어간다. 코펜하겐에서 올랐으니 이곳에선 생략한다.


성 미카엘 성당에서 다른 성당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한 인물의 동상을 보았다.

로마 기독교의 폐해와 교황 신성화에 반발하다 가톨릭에서 파문당하고 종교개혁에 앞장섰던 마틴 루터의 동상이 성당 건물 옆에 있다.

교회의 부패를 성토하다 파문당한 신부에 대한 반성과 경의의 표시인지..

설마, 교회와 교황을 부정하면 이렇게 밖으로 내쫓긴다는 의미는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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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번 여행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인 함부르크로 간다.

함부르크 호텔에서 첫 저녁과 함께 맥주 거품의 깊은 맛을 느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주가 지났다.

처음 AJ를 인도받아 낯선 기능에 당황하다 이제 손에 착착 감기며 한 몸같이 움직이는데 헤어질 때가 됐다 생각하니 서운하다.


아파트먼트 - 호텔 함부르크 미테에 도착하여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느냐 물으니, 지하는 하루에 7.5유로, 건물 뒤 지상은 5.5유로란다.

지상이 더 가깝고 편한 거 아냐? 근데, 더 싸다.  차량의 안전 때문이 아닌가 유추해 본다. 하루의 기준을 물으니, one night이라고.

재밌는 건, 17번이라는 번호가 부착된 key를 주는데, 센서에 의해 주차장 입구 차단기가 올라가는 게 아니라,

주차장 입구에서 key로 차단기를 올리는 특이한 시스템.


마지막 숙소의 룸이 맘에 든다.

넓은 방에 중문이 있어 욕실이 별도로 분리된 느낌이고, 방 가운데 3인용 소파가 있어 오랜만에 편하게 마주 보며 맥주를 나눌 수 있다.

2박에 134유로인, 생각보다 엄청 저렴한 비용의 퀄리티에 대해 반신반의하며 속는 기분으로 예약했는데, 완전 대박.

그동안 불필요한 짐은 차 트렁크에 두고 다녔는데, 이제 마지막 정리를 해야 하기에 모든 짐을 방에 풀었다.

정리는 나갔다 와서 하자~ 내일도 있으니...


함부르크 시내까지 5.5km라 차를 가지고 나갔는데 일요일이라 주차장이 무료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늘 운이 따르는 거 같다.


뤼벡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마을축제를 봤는데, 함부르크 시청 앞 광장에 들어서니 또 노랫소리가 울린다.


이건 또 뭔가...

미니 박스카를 개조한 차에서 4인조 밴드가 연주를 끝내니 젊은 청년이 올라와 얘기를 하는데 여기저기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온다.


박스카 주변의 플래카드를 들러보던 지연이가 인종차별과 소수자 차별 철폐 이벤트인 거 같다고 귀뜀해준다.


젊은 청년의 일장 연설이 끝난 후 밴드의 연주와 노래가 계속되는 동안 앞에 모인 사람들이 연주에 맞춰 춤을 추는데,

나이 구분 없이 어우러지는 흥이 내게도 절로 전해진다. 서구문화라고 다 그런 것도 아닐 테고 개인차도 있겠지만,

어느 장소에서나 자주 접할 수 있는, 모든 연령층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은 늘 보기 좋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존경]이 다소 상향적 지향인 반면,

수평적이고 쌍방향 지향이라 할 수 있는 [존중]은 이런 어울림에서 생성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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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벡의 정취에 반해 그냥 떠나기 아쉬워 다운타운을 다시 한번 돌고 난 후,

홀스텐토 박물관 뒤 도로에 늘어선 여러 피자집 중 전 날 지연이가 봐 뒀다는 집을 찾았다.

자리를 잡으며 주변 테이블에서 주문한 피자를 둘러보니, 이게 피자야..? 뭔 놈의 피자가 이리 커~?


피자 두 판과 샐러드가 우리의 오더.

그리고 우리에게 제공된 식사는..

살면서 먹어 본 피자 중 초 특 킹 사이즈.

한 판만 올려도 꽉 찰 테이블에 두 판을 올리니 넘친다.

안 그래도 큰 피자를 더 크게 보이려고 일부러 테이블을 크게 하지 않은 건가?

이 도로의 다른 피자집들도 다 이 사이즈일까 궁금한데, 그건 아닐 거 같다. 킹 사이즈 피자는 이 집만의 캐릭터일 듯.

놀라운 건,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1인 한 판이더라는 거.

그리고 또 하나의 포인트는, 크기만큼이나 맛있더라는...


어쩌다 마주친 뤼벡은 끝까지 우리에게 선물을 준다.

커다란 피자를 입에 물고 창 밖을 내다보니 길 건너 다리 위에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보이던 사람들이 계속 보인다.

이동을 않고 있다는 얘기다. '뭐가 있나? 운하에서 무슨 이벤트가 있나?'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고적대와 같은 밴드 소리가 요란하며 사람들이 환호한다.

'뭐지? 저건....' 궁금증에 식당을 나와 중심도로로 다가갔더니....


우와~ 이게 뭐냐...

우리도 가까이 가보니 무슨 퍼레이드 행렬이 일정 규모 unit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선도 차량과 뒤따르는 사람들의 형태가 가장행렬과 같이 다 다르다.

가장행렬이 틀림없는데, 무슨 행사인지...  멀리 바라보니 끝이 없는 듯하다.


사람들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이어지는 퍼레이드를 지켜보는데,

가장행렬의 모습 중 몇 가지만 소개한다.

트랙터, 마차, 배 모양 등의 선도 행렬에 탑승한 사람들은 길가에 구경 나온 아이들에게 사탕과 과자, 작은 인형들을 던져주고,

뒤따르는 행렬은 여러 형태의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카메라를 보고 수줍은 미소와 함께 포즈를 취해주는 어린 미소년들.


가장행렬의 멤버들이 아이들에게 인형과 사탕을 나눠준다.

그리고, 이런 행사에 익숙한 듯 아이들 손에 바구니를 들려 나온 부모들도 많다.


그런데... 이 행사의 의미가 궁금하다.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주위를 들러보는데, 도로 한 편에 비상시를 대비한 구급차량이 보이고,

우리의 119 대원 같은 젊은 청년이 앉아 있다.

다가가 "이게 무슨 행사냐?"라고 물으니 대답을 하려다 말고 스마트폰을 만지기 시작한다.

과부 심정 홀아비가 안다고, '아하~ 이 친구가 단어 검색을 하는구나..' 싶어, "나도 영어가 짧으니 서로 쉬운 말로 하자~"고 하니,

돌연 얼굴에 화색과 미소가 번진다. 그다음부터는 서로가 아주 편했다. 쉽게 말 하니 알아듣기도 쉽고...


그 청년의 설명에 의하면, 매년 6월 열리는 뤼벡 축제란다.

그러니까 뤼벡 시 산하 우리의 동(洞) 단위 자치단체별로 가장행렬이 이루어지는 거 같은데,

1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를 보게 되어 우리 운이 좋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어린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온 마을 사랄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독일의 마을축제를 즐길 수 있었던 우리는 정말 운이 좋다.


예정에 없이 들러 예쁜 골목과 존경받는 정치인의 기념관도 둘러보고, 미사도 보고, 생애 최대의 피자까지 맛보고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마을축제까지 접한 뤼벡은 우리에게 진하게 각인되었다.

짧은 여정이지만, 강한 인상을 남겨준 도시 뤼벡. 잘 들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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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4번째로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라는 뤼벡의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그냥 편하게 와 닿는다.

요란하지 않고, 소박하면서도 여유로운 느낌. 사람들도 왠지 격식을 따지거나 기계적인 딱딱함이 느껴질 거 같은

독일인의 전형이 아닌, 소탈하면서 친근감이 느껴진다.

어제 밤 우리에게 당혹감을 안겨준 호텔의 맞은 편 방 할아버지 빼고.


잠깐 어제 밤의 해프닝 소개.

방에서 아내와 지연이와 함께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데, 누가 방문을 노크한다. 문을 여니 주인이다.

뭔가 했는데..  앞 방에서 시끄럽다고 콤플레인이 들어왔단다.

여지껏 여느 숙박지에서 늘 하던 정도로, 특별히 심하게 떠든 거 같진 않았지만, 방음에 문제가 있었는지 어쨌든

피해자가 생겼다니 미안하다고 정중히 사과를 했는데...

순간, 주인 뒤에 서 있는 작은 노인이 보인다. 마치 선생님에게 고자질을 한 후 선생님 뒤에서 훔쳐보는 듯한 모습의,

아주 소심한 표정의 노인네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노인이 슬그머니 고개를 돌린다.

'프론트에 얘기 했으면 됐지, 애들도 아니고, 따라와 등 뒤에서 확인하는 건 또 뭐냐.. 찌질하게..."

미안했던 마음이 갑자기 짜증으로 변한다.


아침 식사를 하는 식당에서 그 노인과 만났다. 별로 아는 척 하고 싶지 않아 무덤덤하게 지나치는데, 미안한 표정으로 옅은 미소를 짓는다.

그 표정을 보는 순간, 불현듯 그 노인의 전직이 나치 전범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아.. 이거 나의 상상력이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닌가 싶다.



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거고, 친근감이 느껴지는 뤼벡의 모습을 단편으로나마 올린다.  


중세 건축물의 정취를 느끼며 걷는데,

이 터널같은 통로는 뭐지?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에 들어가 봤다.

와우~~

이 안은 이런 동화 속 같은 주택가다.

좁디 좁은 골목에서도 집 벽에 의자와 작은 테이블을 비치한 이들의 정서를 뭐라 표현해야 할까..

아기자기한 소탈함과 함께 왠지 모를 연민이 솟는다.  

남의 집 재산을 허락 없이 차용했다.


토지 공간 활용방안 때문인지 이런 토끼 굴을 자주 본다.  도로에서 들여다 보이는 저 안은 카페다.

우리도 저곳에서 커피 한 잔..


이 골프는 도대체 언제 적 골프냐...  완전 빈티지 모델.


독일에 대한 느낌은 직선과 각으로만 생각했는데, 웨이브도 있네..


내가 뤼벡을 너무 얕잡아 봤나..  클래식한 도시로만 생각했는데, 디지털 버스 안내판도 있구나... 


이 사람은 저 쇼 윈도를 이리저리 살피며 한참을 서성이고 있다. 뭔가 구매하고픈 건 있는 듯한데, 생각이 복잡한 모양이다.

 

자신들에게 앵글을 맞추는 걸 보고 기꺼이 포즈를 취해주는 뤼벡의 아가씨들.

배낭의 화장지와 가운데 놓인 맥주의 조합이 재밌다.


눈에 들어오는 ASIA KIM.  뭐지? 중국집?


사람사는 곳은 다 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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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엔 성당에서 성 야곱 성당으로 가는 길목의 건물에서 나부끼는 깃발에 언뜻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어~ 빌리 브란트 수상이 뤼벡과 관련이 있나?'


가까이 가서 보니 브란트 수상 기념관인 듯하다.

토요일 오후라 일찍 문을 닫은 거 같아 일요일 오전에 다시 찾았더니 관람이 가능하다.

기념품 코너의 인상 좋은 노부인에게 물으니 브란트 수상이 태어난 고향이 뤼벡이란다.

역대 독일 총리 중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지만, 그의 묘비에는 정작 아무 문구가 없다고.


기념관 일부를 돌아보니, 소탈한 그의 면모와 함께 모든 것에 허례와 허식이 없는 독일의 철학이 새삼 와 닿는다.


베를린 장벽의 일부란다.


우리나라에서 박정희 대통령이나 김대중 대통령 기념관의 모습이 이렇다면 지지자들이 가만 있겠는가.

난리가 나기 전에 알아서 지속적인 보수관리를 하겠지.

존경심은 외양을 가꾸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걸 독일에서 새삼 배운다.

하긴.. 메르켈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만으로도 비교는 충분하지만...


빌리 그란트 수상을 상징하는 표현하는 거 같은데,

이 문구를 번역기에 돌려도 알 수가 없고, 단어를 찾아 꿰맞추려 해도 문맥이 이상하다.



우리는 또 언제 낭만과 함께 인간적 풍모를 갖춘 지도자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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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럽 여행기에서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성당 이야기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성당에 대한 리포트가 이미 몇 번 있었지만, 뤼벡 성당에 대한 이야기는 다시 안 할 수가 없다.

그만큼 특이하다.


운하에 둘러쌓인 뤼벡의 중심가는 마치 서울의 여의도와 같은데, 이 안에 여섯 개의 성당이 있다.

(아.. 하나 미리 실토할 건, 내 수준에서 유럽의 성당과 교회 구분이 어려운데, 교회를 성당이라 오인한 부분이 있다면 이해를 구한다)

어찌 됐든, 그리 크지 않은 면적에 있는 여섯 성당 하나하나의 스케일이 만만치가 않다.


그 중 우리가 들른 네 곳의 성당은, 한곳 한곳 모두 각기 다른 특성에 경탄을 금치 못 했다.

내부의 각기 다른 웅장함도 놀랍지만, 신부님의 미사 방식도 우리와 다른 면을 보고 여러 생각을 했다.

경탄을 금치 못한 각 성당 내부의 모습을 모두 일일이 담기도 어려웠고, 그 모습을 보여주며 설명을 못 하는 것도 안타깝고 아쉽다.



성 야곱 성당에 들어가니 마침 미사 중이었는데, 미사 집전 예식이 우리와 차이나는 점이 있다.

그 다른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다 경고(?)를 먹어 설명으로 대신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신부님이 십자가를 등지고 신도들을 바라보며 예식을 올리는 데 반해,

성 야곱 성당의 신부님은 신도들과 같이 십자가를 바라보며 예식을 올린다,


지나친 판단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 모습을 이렇게 판단했다.

우리 신부님이 주님의 말씀을 신도들에게 전하는 입장이라면, 성 야곱 성당의 신부님은 신도들의 마음을 주님께 전하고 있다고.

사제가 주님과 속인을 연결하는 중간자라면, 누구의 입장에서 전하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영성체의 모습도 우리와는 다소 달랐다.

우리 성당에서는 사제가 먼저 스스로에게 영성체를 준 다음 신도들에게 영성체를 주는데, 성 야곱 성당의 신부님은 신도들에게 영성체를 준 후,

신도 대표에게 영성체를 받았는데, 이런 모습들이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느낌으로 와 닿았다.


뤼벡의 성당은 모두가 하나의 성당이 아닌 종교 박물관 같았다.

단순히 종교의식을 치르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그 종교의 발자취를 내포하고 있다.


뤼벡 중심가의 관문인 Holstentor 박물관을 지나 맨 처음 보이는, 뤼벡의 성당을 대표하는 성 마리엔 성당.

뤼벡의 여러 성당들은 각기 다른 독특한 분위기와 규모의 장엄함으로 찾는 이들을 압도하는데,

시내 중심에 위치한 성 마리엔 성당은 그 스케일이 또 다르다.

외부의 규모 못지 않게 내부 역시 성당 안에 성당이 들어가도 될 정도로 큰 규모의 단층구조인데,

내부 벽을 둘러가며 성당의 역사에 대한 자료가 설명과 함께 비치되어 있다. 내부가 전시관이자 박물관인 셈.


그 뒷모습은 이렇다.


높은 층고가 성 마리엔 성당의 규모를 알려준다.

얼마나 정교한지...


성 마리엔 성당의 증축과정을 보여주는 미니어쳐와 조감도.


성 마리엔 성당은 2차 대전중인 1942년 영국 공군의 폭격으로 인해 상당 부분이 소실된 후

꾸준한 복원과정을 거쳐 1956년에 현재의 모습이 됐다는데, 사진은 폭격 당시 불타는 모습과 그 뒤 복원되는 과정이다.


폭격으로 인해 부서진 종까지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모습이 내가 종교 박물관이라 칭하는 이유다

 

내가 가장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성 마리엔 성당 내부의 천문력.

하단 부분을 확대하면 이런 모습이다.

그 옛날 2040년 이후 월일에 따른 달의 모습과 별자리까지 예측한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탄성이 절로 나왔다. 


지도의 가장 우측에 있는 돔성당은 박물관을 함께 한다.

이곳에도 천문력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옛날 인류 선조들이 무엇을 중시했는지, 그 지혜가 가늠된다.

교황 중 한 분이 이 곳에서 영면 중이신지...

이럴 때 가이드 없는 여행과 언어의 아쉬움이 묻어난다.


경이로운 성당들을 순회하며 든 세속적인 생각.

내가 뤼벡에 산다면 어느 성당을 다녀야 하며, 이렇게 경쟁력(?)있는 성당이 많은 뤼벡의 신부님들은 작은 도시의 신도들을 어찌 확보(?)하시는지...



성 마리엔 성당에서 득템한 기념품, 팔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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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벡의 다운타운을 돌아보며 놀란 게 세 가지 있다.

건물의 디테일, 도로를 점유한 자유분방한 식당 테이블, 그리고, 엄청난 스케일의 성당들.  


원래 독일의 양식이 이런지, 그리고, 어느 시대의 건축양식인지 모르겠으나, 뤼벡의 오래된 건물을 보면

작은 벽돌을 촘촘히 쌓아올린 공법이 특징이다.


이런 스타일...


마치 모자이크와 같은 이런 건물들에게서 정성이 깃든 견고함이 느껴진다. 

저 거대한 건축물을 작은 벽돌로 쌓아 올리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여야 하는 건지..

게다가 설계자와 작업자의 공간인지력도 경이롭다.



멀리 보이는 식당의 옥외 테이블이 심상찮다.


가까이 다가가니...

야~ 뭐 이런 게...  수 많은 야외 식탁을 봤지만, 이건 정말 너무하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이런 것도...


또 이런 것도...  테이블 먼저 놓는 사람이 임자인지...


이런 건 왠지 독일스러운 게 아닌 거 같은데, 내가 독일을 너무 딱딱하게만 봤나...

건축공법에서 느끼는 독일의 정교함과 야외 테이블에서 느껴지는 독일의 자유로움이 너무 대비된다.


성당에 대해서는 따로 할 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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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면서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아담한 숙소가 뤼벡이 소박한 도시일 거 같다는 첫 인상을 준다.

체크인을 하고 숙소에 들어가니 같은 유럽 임에도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이번 여행 첫 날 묵었던 함부르크의 숙소와 같이 군더더기없이 간결한 느낌이랄까.


구글맵으로 다운타운 입구까지 거리를 측정하니 2km.

이 정도면 걸을 만한 거리라고 판단해 숙소에 차를 두고 걷기로 했다.

숙소에서 다운타운까지 거리가 2.5km 이내라면 충분히 걸을만 하다는 게 우리 식구들의 일치된 생각.

짧은 거리도 습관적으로 차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이 보는데, 우리는 모두 걷기를 좋아하는 게 참 다행이다.

셋 다 걷기를 좋아하는데다, 주차장 찾아다니는 번거로움도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특정한 목적지가 아니더라도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여행이기에..


여기서도 여지없이 보이는 자전거 신호등.



뤼벡 다운타운의 관문인 Holstentor 광장에서 지도를 들여다보며 카메라로 쌍둥이 탑 형태의 Holstentor 박물관의 모습을 담기 바쁜

여행객들의 모습에서, 뤼벡이 작은 도시임에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뤼벡은 유럽의 많은 오래된 고풍스러운 도시와 비교할 때 조금은 더 밝은 느낌이다.

짧은 기간 임에도 우리는 뤼벡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건 우리에게 행운이고 축복이었다.

그 모습을 하나 하나 보자.


Holstentor 박물관을 지나 오른쪽으로 운하를 끼고 오른쪽으로 접어드는 도로를 따라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우리도 뭘 좀 먹어야 하겠기에 그중 한 군데에 앉았다. 


메뉴를 들여다 보는 표정이 자못 심각한 이유는..  영어가 안 보여~

알파벳만으로 유추하여 어찌어찌 선택한 우리의 식단은 나름 선방한 듯하다.


근데.. 저 가운데 낀 애는 왜 이리 불쌍한 모습이냐...  양 옆 덩치들에게 끼여 압사당하는 느낌.


배도 든든히 채웠으니 이제 느긋하게 뤼벡의 멋을 느껴보자.


벽돌의 디테일이 이 시골 도시에 한껏 기대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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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숙박 일정에 없었던 독일 뤼벡.
계획상 마무리 일정은 코펜하겐 - 브레멘 - 함부르크였지만, 슬슬 체력 소진으로 장거리 운전이 부담스러워,

브레멘 대신 최종 목적지인 함부르크로 가는 길목인 뤼벡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여행의 막바지에 굳이 피곤을 무릅쓰고 브레멘까지 가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말년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는데..


뤼벡에 대해 간단히 검색해보니, 독일에서 네번 째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라니 살짝 기대도 된다.



코펜하겐 숙소인 Hotel Mercur에서 뤼벡의 Hotel Herrenhof까지는 269km.

소요시간 3시간 50분으로 나오지만, 페리를 타야 하니 페리 운항시간에 따라 소요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


뢰비 푸트가르덴 페리 선착장 입구에서 티켓을 구입하니 6번 레인으로 가란다.

페리 승선을 위한 차량들이 대기하는 레인은 총 10개 레인.

한 레인이 줄잡아 승용차 기준 50대 정도의 길이이니, 덴마크 - 독일의 평소 차량 물동량을 짐작케 한다.



물동량만큼이나 접안시설의 규모도 크다.




한참을 기다리다 6번 레인 차량들이 움직이더니, 아쉽게도 내 앞 차에서 close.
전광판의 운항시간을 보니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30분쯤 된 건가.. 도착한 페리에서 수많은 차량들이 쏟아져 나오더니 다시 승선이 재개되는데, 다른 레인부터 승선한다.
아까 6번 레인 승선하다 끊겼으면 6번 레인부터 이어져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초행자의 의구심은 있지만,

뭔가 룰이 있나 보지.. 하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



야~ 저 걸 끌고 승선한단 말이지...



승선 후 직원에게 "여기서 뤼벡까지 얼마나 걸리느냐?" 물으니, 뤼벡까진 안 가고 운행시간은 45분이란다.

순간 당황. '어.. 그럼 배를 잘못 탔나.. 아닌데.. 티켓을 끊을 때 목적지를 묻지 않았다는 건, 목적지가 하나라는 얘긴데, 이건 뭐지..?'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보니, '그렇지.. 이 페리가 뤼벡까지 가는 게 아니지. 내려서 다시 차로 달려야지..'
낯선 곳의 초행은 가끔 이렇게 사람을 멍청하게 만들며 당혹감을 준다.


노르웨이 동부로 넘어오며 며칠 잊고 지냈던 페리.

이게 이번 여행 마지막 페리라고 생각하니 왠지 서운한 마음에 페리 이곳저곳을 들러봤다.



국가 간 항로인지라, 면세점도 있고 환전소도 있다.



화폐는 덴마크 크로네와 유로가 같이 통용되고.




이제 언제 또 이렇게 배를 타 볼라나..  평생 탈 배를 이번에 다 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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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자전거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북유럽은 자전거 천국이다. 그만큼 북유럽에서의 자전거는 일상 생활용품이다.
도심의 대규모 자전거 무리가 희한하기도 해, 한군데서 잠깐 지켜보니, 이곳에서 자전거는 자동차와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지닌다.



자전거 차선은 당연한 거고,




심지어 자전거 신호등이 별도로 있기도 하다.




자전거 전용 신호등이 아니더라도 빨간 불이 들어오면 자동차와 같이 일제히 정지한다.
우리처럼 눈치를 살피며 그냥 다니는 법이 없다.


위에서 자전거가 자동차와 동일한 지위로 권리와 의무를 지닌다고 표현한 근거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전거는 보행자 도로를 공유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자전거 도로가 보행자 도로에 표시되어 있지만,

이곳의 자전거 도로는 보행자 도로와는 완전 분리되어 차도와 함께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건, 자전거를 타지 않고 끌고 다닐 때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닌 보행차선을 이용하더라는 거.

이것은, 자전거를 보행의 보조수단이 아니라, 교통수단으로 규하고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우리는 자전거가 보행자 눈치도 보고 차량 눈치도 살펴야 하지만,

북유럽에선 보행자 눈치는 전혀 볼 이유도 없고, 오히려 차량이 자전거 눈치를 봐야 한다.
어찌보면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우선 순위가 앞서는 거 같기도 하다.
짧은 기간 수박 겉핥기 식이라 단정할 순 없지만, 적어도 북유럽에 머무는 내내 그런 느낌을 받았다.



서울에 대비하자면, 명동 한복판의 롯데백화점이나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입구에 주차(?)된 자전거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우리 개념으로 보면, 어디 감히 여기에 자전거 따위가.. 하겠지만, 북유럽은 당당하다.
그렇다고 고급 자전거도 아니다. 그냥 우리 시골에서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구형 자전거.
자전거 이용자도 남.녀.노.소. 정말 다양하다.




자전거를 개조한 자전거 유모차까지..  노르웨이에서도 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모습을 가끔 보았는데,

이들의 자전거 일상에 대한 창의를 엿볼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자전거가 이렇게 일상화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몇 가지 요인이 있다.


가장 기본은, 도시의 평균 고도차가 거의 없다.
도시 전체가 전반적으로 평탄하니 할머니들도 자전거 이용이 가능하다.

그들의 자전거에서 기어장치를 보지 못 했기 때문에 더욱 확신이 간다.
서울 강남역에서 역삼역까지 일반 자전거로 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두번 째는, 자전거 인프라.
앞서 언급했 듯, 북유럽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자동차 차선에 버금간다. 우리처럼 대충 흉내내는 정도가 아니다.
또한 시내 모든 곳에 자전거 계류장이 완비되어 있다. 역시 우리처럼 여나믄 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수십 대 계류가 가능하다.


또 하나는, 도시 규모.
여행을 다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유럽 대부분의 도시는 규모가 작다.

주택가에서 도심까지의 거리가 서울과는 다르다. 그러니 집에서 도심까지 자전거로 충분히 이동이 용이하다.
서울과 같이 베드타운이 격리되어 있는 도시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자전거에 대한 인식.

이들에게 자전거는 경제력이나 빈부의 차이가 아닌, 가장 효율적인 교통수단이자 레저용품이다.

믈론, 좋은 자전거가 좋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남과 비교되어 꺼리는 물품이 아니다.


앞서가는 시스템에 대한 벤치마킹은 필요하다.
하지만, 좋다고 하여 우리 현실에 대한 이해없이 대충 흉내를 내는 건 안 하느니만 못 하다.
절차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진다.


자주 기후에 대한 언급을 하게 되는데, 겨울에는 자전거가 어찌 되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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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공항과 크리스티아니아가 위치한 지역은 도심과 분리된 커다란 섬이다. 이를테면 부산의 영도쯤 된다고 할까.

당연히 사이에 바닷길이 있는데, 그 폭이 아주 좁다.



그래서 운하 유람선이 다닌다. 이 유람선의 코스 중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어공주 상이 있다.

인어공주 상은 걸어서 가 볼 수도 있지만 우린 패스했다.

막상 직접 보면 기대에 못 미칠 것 같아 마음 한편에 동화 속 주인공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OLD & NEW.




국내에서는 이러쿵저러쿵 말도 많지만, 그래도 외국에서 국내 브랜드를 만나면 반갑고 뿌듯하다.

이런 걸 애증이라 하나..


국내에서는 이러쿵 저러쿵 말도 많지만, 그래도 외국에서 국내 브랜드를 만나면 반갑고 뿌듯하다.

이런 걸 애증이라 하나..



운하 변에 있는, 호텔이라네...  저런 곳은 숙박료가 얼마나 할지 궁금..




난 왜 저 왼쪽 건물을 보고 피라미드가 생각났는지...




유럽여행을 제법 다녔음에도 시내 투어버스를 타본 건 2001년 스페인 마드리드가 유일하다.

 



저 카페.. 궁금하긴 하지만,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그닥...




돌 틈을 비집고 나와 담을 타고 오른 장미는 이 자체로 풍성한 꽃다발이다.

각기 다른 색의 주택과 예쁘게 조화를 이룬다.




점심을 가볍게 먹자고 들른, 다운타운 골목의 어느 건물 반지하층에 위치한 유기농 샐러드 식당.

원하는 재료로 만들어주는 오더 메이드 샐러드로, 아..  이 집 너무 인상적이었는데 상호를 제대로 기억 못하는 게 너무 아쉽다.

덴마크貨를 소진하기 위해 하필이면 여기서 현금을 지불해 카드 전표도 없고.. 




왜르스테드 공원에서 본 연인들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다가왔다.
자전거 아베크라는 게 더 더욱~



다 같은 母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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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스스로 뿌듯했던 건 숙소 선택이다.

지방의 숙소는 거의 하나같이 자연경관이 좋았고, 도시의 숙소는 걸어서 도심을 돌아보기에 딱 좋은 거리에 있었다.

한 마디로 지방은 지방에 맞게, 도시는 도시에 맞게 모든 숙소의 주변 여건이 좋았던 것.


코펜하겐의 숙소 Copenhagen Mercur Hotel 역시 코펜하겐 다운타운을 도보로 돌아보기엔 너무 좋은 위치다.



지도 왼쪽 빨간색으로 마킹한 숙소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티볼리 공원 - 구세주 교회 - 크리스티아니아를 지나 [INDRE BY(=도심)]를 거쳐

로센보르 성과 왜르스테드 공원을 보고 숙소로 돌아오면, 코펜하겐 중심의 주요 명소는 다 보는 동선이 된다.



지도 중앙 부분 INDRE BY 아래 Slotsholmen.

사전을 찾아보니 덴마크語로 slot은 城, holmen은 작은 섬. 직역하면 성 섬인데, 크리스티안스보르 궁전(Christiansborg Slot)이 있다.

아마 외부의 침입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운하로 둘러싸인 섬에 궁전을 건립하지 않았나 싶다.



크리스티안스보르 궁전(Christiansborg Slot)을 이루는 건물의 외부로, 이 안에 지금은 대법원과 국회의사당이 있다고 한다.

코펜하겐 중심을 돌아보며 아쉬웠던 건 크리스티안스보르 궁전 내부를 둘러보지 못한 것.




Slotsholmen 크리스티안스보르 궁전 옆의, 1974년까지 증권거래소로 사용된 봬르센(Borsen).

1640년에 준공된 건물이라는데, 처음 용도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꼭 궁전이나 특정 건물이 아니더라도 코펜하겐 시내 건축물에서 느낀 점은 건물이 들어선 바닥 면적이 굉장히 크다는 거.

그만큼 건축물의 규모가 웅장하게 느껴진다.

  


운하에 접한 뭔지 모를 건물도 이 정도다.


건축물에서 포스가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는, 건물 외관의 선(線)과 색채.

덴마크 건물은 線이 굵은 느낌을 준다. 직선이 주를 이루며 곡선이 가미되더라도 아기자기한 라인보다는 필요한 만큼의 간결한 곡선이랄까. 

색채 역시 화려하지 않으면서 담백하다. 결코 튀지 않는 명도와 채도가 굵은 선과 조화를 이루며 유구한 멋을 느끼게 한다.



도심 중앙 북쪽으로 벗어나는 지점에 있는 Rundetaarn.



Rundetaarn이란 단어 자체가 Round Tower라는 의미로 1642년에 준공된 유럽에서 가장 오래 된 천문대다.

입장객이 많아 우린 들어가지 않았는데, 위까지 오르는 내부통로가 나선형으로 되어 있어

타워의 높이는 35.8m지만 꼭대기까지 오르는 거리는 268.5m에 이른다고 한다.



도심을 위로 벗어나면 로센보르 城(Rosenborg Slot)과 궁정(宮庭)이 있다.



나무 가지를 수평으로 자른 모습이 인테리어 강국 덴마크 답지 않게 단순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다른 심오한 뜻이 있는 건지..

대학생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에서 생동감이 느껴지면서도, 이 좋은 정원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이 너무 좋은 노르웨이에서도 늘 아쉬웠던 부분인데, 한편으론,

사용 기간이 짧아 자연이 그만큼 청정하게 보존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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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주교회 옆의 [크리스티아니아(Kristiania)]는 이방인의 눈에는 매우 생경한 구역이다.


이 자리에 주둔하던 해군기지가 1970년대 초 이전하며 비어있던 12만 평 정도되는 부지에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던 젊은이들이 들어와

기지 시설을 이용하여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며 독자적인 생존의 터를 만든 곳이 지금의 [크리스티아니아]다.
비유하자면, 집시나 히피들의 해방구인 셈이다.



안에 들어가면 분위기가 스산하고 조금은 움츠러들게 만드는데, 이 안에 그들의 모든 생활기반이 있다.



정부가 인정하는 공식 자치구는 아니지만, 크리스티아니아는 그들만의 깃발을 사용하고,

총기 소지 금지와 자동차 출입 금지 등 그들만의 룰과 만장일치 합의제인 의사결정 과정도 있다고 한다.




몇 년 전 덴마크 대법원이 크리스티아니아를 불법 점유로 판결했지만,

그들을 옹호하는 시민들의 정서로 인해 우여곡절 끝에 정부도 강제 철거 대신 저렴한 토지비용으로 토지를 양도하여

합법적인 주거지로 인정하는 걸로 합의를 봤음에도, 그들에게 돈이 없어 여전히 무단점유 상태라고 한다.



크리스티아니아는 식량과 의복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게 자급자족이다.



심지어 유치원도 있다.




바닥에 이 건 무슨 의미지? 단순히 그들 예술의 일환인가... 



크리스티아니아 내에서도 더 은밀한 구역이 있다.

다른 곳에서는 사진 촬영에 별 말이 없는데, 그 구역에서는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 곳에서는 마리화나가 거래되는 등 뭔가 음습한 행위가 이루어지는 모양인지..



이 곳 입구에는 [ Have Fun. Don't Run. Don't Photo ]라는 경고문이 살벌하게 붙어있다.

즐기되 뛰지는 말라는 문구로 보아, 뛰는 사람은 밀고자 내지는 이 구역이 정한 규율을 어긴 이단아로 보는 모양이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갑자기 무장한 경찰들이 그 구역으로 진입하며 폴리스 라인을 설치한다.
동원 병력이 제법 되는 걸 보면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모양인데, 지연이가 옆으로 누군가 쏜살같이 달아나는 걸 보았단다.
호기심에 다가가는데, 누가 옆에서 "원래 안 되는데, 지금은 경찰이 있으니 사진 찍어도 된다"고 알려준다.



조심스레 안을 주시하는 중, 갑자기 폴리스 라인 안 쪽이 어수선해지며 사람들이 몰린다.
사람들 사이로 백인 한 명이 경찰에게 체포되어 결박당하는 모습이 보인다.

스릴러 영화 한 편을 보는 기분이다.


그나저나, 코펜하겐 들어오는 날도 중앙역 앞에 폴리스 라인을 친 무장경찰들이 차량들을 회차시키던데,
코펜하겐 왜 이래..




자전거 천국에서는 자전거를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끝이 없다.
특히, 코펜하겐의 크리스티아니아 구역은 자동차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앞바퀴를 변형한 자전거가 유일한 운송수단이다.



자전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라서인지 디자인과 기능 등 자체 제작한 자전거의 수준이 꽤나 높은 듯하다.  



크리스티아니아를 벗어나는 골목에서 으스스한 분위기의 청년이 내 옆을 지나며 카메라 렌즈를 툭 치며 뭐라 한마디 한다.
짜식~ 은근 사람 쫄게 만드네..




바로 옆 100m 정도 거리의 구세주교회는 하늘로 치솟고 있는데, 여기는 인간 정신의 땅끝 마을이다.
완전히 다른 두 가치와 세계가 지근거리에서 공존하는 걸 보며, 누가 더 구원받은 영혼인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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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남동부 크리스티안스하운 섬에 있는 Vor Frelsers Kirke(구세주교회).



1696년 크리스티안 4세에 의해 건축됐다는 이 성당의 특징은 96미터에 이르는 종탑인데,

일단 안으로 들어가 보자.


전면 제단.



사람들이 바라보는 곳이 전면이고, 내가 담은 모습은 성당의 가로 폭이다. 그만큼 넓다는 의미.

사람들의 모습이 참 자유롭고 편안해 보인다. 이곳 사람들에게 성당은 엄숙한 儀式의 場이 아닌, 생각과 육신의 쉼터이기도 한 모양이다.


천사들.



종탑을 오르려면 티켓을 끊어야 한다. 종탑을 오르는 입장료는 45 크로네.

종탑까지 오르는 과정은 경이롭다.


2층으로 오르니 철문이 보인다.



난 이것을 그냥 한국인을 환영한다고 해석할란다.




아이들의 그림을 게시해놨는데, 의미는 모르겠다.

이게 자유여행의 맹점이다. 안내원이 없으면 궁금한 걸 물어볼 데가 없다는 거. 




좁은 공간에 어떻게 이런 구조의 목조계단을 만들었는지..
내부 공간이 좁아 사다리와 같은 수직 계단이 시계 반대방향으로 90도로 꺾이면서 올라가는데,
좁은 공간으로 인해 계단 경사가 엄청 가파러서 중간부터 호흡이 거칠어진다. 게다가, 계단의 좌우 폭과 발판 폭도 무척 좁아

계단에서는 서로 교행이 안 되고, 계단이 꺾어지는 지점에서 내려오는 사람을 기다려줘야 한다.




계단을 오르면서 커다란 종들이 걸려있는구조와, 커다란 톱니바퀴 등 종들을 작동하는 설비들을 볼 수 있는데,

그 옛날 이런 것들을 어떻게 이 높은 곳에 설치했는지 미스테리다.
어디에나 그렇듯 희생도 따랐을텐데, 하나님이나 예수께서 바라신 게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하고.




오르다 보면 종탑을 관리하는 인력이 상주했을 거라는 흔적도 보인다.

좁은 공간을 통해 이 침대를 옮겨왔다고 해도 놀랍고, 재료를 가져와 여기서 만들었다 해도 놀랍고...




이 천사들은 왜 이곳까지 올려져 버려졌는지...

마치 갇힌 상태에서 절규하는 듯해 마음이 답답해진다.



종탑까지 오르는 내부 구조가 경이롭다면, 종탑의 외부 구조는 아찔하다.



내부의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나가면 종탑 외부에 좁은 발코니 형태의 전망대가 있고,
여기서 나선형 계단을 통해 종탑 끝까지 오를 수 있다.


달리 표현할 단어가 없어 발코니라고 표현을 했지만, 두 사람이 옆으로 비껴서야 겨우 지나갈 정도로 폭이 협소한데,

발판이 바깥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언뜻 밑으로 미끄러질 거 같은 긴장감이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본 모습.


여기서 종탑으로 올라가는 150 계단은 밑에서 보는 것과 달리 올라갈수록 끝이 없는 느낌인데, 정말 하늘 끝을 향하는 것 같다.



오를수록 계단 폭이 점점 좁아지면서 절벽 위의 협로를 걷는 느낌이 들어 어지럼증으로 중간쯤에서 포기하는 사람도 꽤 많다.



끝까지 오르면 평평한 곳이 나오지 않고, 나사의 끝과 같이 그냥 좁아진 상태로 끝.
세 계단을 남기고는 너무 좁아서 더 이상 발을 붙일 수가 없어 머뭇거리는데, 바로 뒤에 따라오던 외국인이 안 가냐고 묻는다.
너무 좁아 올라갈 수 없다고 하니 얼마나 남았냐길래, 세 계단 남았다고 하니, 이 친구 자기 뒤의 친구에게 다섯 계단 남았다고 전한다.

자리 바꿔서 올라가겠냐고 물으니 됐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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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북유럽임에도 지나면서 보이는 부분 부분별로 확실히 나라별로 차이는 있다.



숙소에서 나와 맨 처음 마주친 코펜하겐 중앙역.



내부를 둘러보니 허례가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무슨 흠을 잡을까..



코펜하겐 중앙역 길 건너 맞은 편에는 티볼리 공원이 있다.



티볼리 공원에 들어가는 매표소는 여러군데 있는데, 여기는 중앙역 맞은 편이고, 보이는 곳 왼쪽으로 따라가 우회전하면 정문이 있다.



이 공원은 일반적 개념의 공원이 아니라 놀이공원인데, 도심에 있다는 점에서 잠실 롯데월드와 같은 개념이다.
입장료 100 크로네. 규모와 시설이 궁금해 들어가봤다.


몇 가지 놀란 점은,



일단 롯데월드와는 비교가 무리일만큼 크다.




놀이시설 못지 않게 식당이 엄청 많다. 단순히 입장객을 위한 식당이 아닌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그래서인지 성인, 특히 노인층이 많다.


그리고,



곳곳에 中華 색채가 짙다. 중국이나 화교 자본이 많이 투입된 듯하다.




티볼리 공원 안에는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이 즐길 수 있는 각종 식당, 놀이시설, 기념품점 등이 많아

젊은 부모와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면서, 동시에 장년층의 모임 장소로도 사랑받는 명소인 듯하다.




여러 게임기종 중 가장 내 호기심을 발동케 한 것.

번호에 따라 경주마가 정해지고, 공을 굴려 구멍에 들어갈 때 마다 구멍의 색깔에 따라 자기 경주마의 속도가 달라진다.

계속 구멍에 공을 집어넣어 가장 빨리 결승선에 도착하면 선물이 주어지는 게임.

요거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줄이 길어 아쉽게 패스~ 




천정이 유리로 된 건물 안에서 우리도 천정샷 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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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뫼의 숙소 Art Holm Family Villa Homeaway 에서 덴마크 코펜하겐 까지는 40km가 채 안된다.

소요 시간도 30분 남짓.


말뫼와 코펜하겐 사이 바다의 중간 지점에 폭이 좁고 긴 Peberholm이란 섬이 있다.



이 섬의 양 끝이 덴마크와 스웨덴을 연결하는데,

재밌는 건, 말뫼와 코펜하겐을 잇는 도로의 형태.


말뫼에서 페베르홀름 동쪽 끝까지는 바다 위 교각으로 연결되어 있는 반면,

페베르홀름 서쪽 끝에서 코펜하겐까지는 바다 밑 터널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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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와 스웨덴의 국경이 어느 지점인지는 모르겠지만,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페베르홀름 - 말뫼 도로는 스웨덴이,

페베르홀름 - 코펜하겐 도로는 덴마크가 건설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두 나라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시공한 이유가 궁금하다.

스웨덴은 교량 공법이, 덴마크는 터널공법이 자신이 있었을까.. 

코스트 측면에서는 어느 방법이 더 효율성이 높은지 괜히 궁금해진다. 



"저의 죄를 사하시며.."
노르웨이에서는 30년 나의 운전습관을 회개하고 반성하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2주 이상을 참하게 운전했다.
사람이 보이면 무조건 일단 정지, 차량이 보이면 먼저 가라고 수신호를 보내며 양보.
그렇게 운전을 하니 세상이 편했다. 마음도 여유로워지고 운전 자체가 레져로 인식되며 힐링이 된다.


그런데...  스웨덴에서 뭔지 모를 어색함이 감돌더니,
덴마크 코펜하겐에 진입하면서 노르웨이에서 봉인됐던 원초적 드라이빙 본능이 꿈틀댄다.


끼어들고, 빵빵거리고, 휙~ 유턴하고..
오~예~~ 이거 매우 익숙한 운행 패턴인 걸..  그런 거라면 나도 빠지지 않지~~



유럽의 교통과 도로 체계에 차츰 적응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순간적으로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모든 유럽이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북유럽은 기본적으로 좌회전 신호가 없다.

파란 신호가 들어오면 알아서 좌회전을 해야 한다. 비보호 좌회전인 셈이다.
문제는, 맞은 편에서 계속 직진 차량이 이어지는 경우다.

좌회전 차선이 있는 경우는 기다리면 되지만, 직진과 동시 차선인 경우 뒷 차가 눈치를 준다.
또 하나 문제는, 차선에 파란 신호가 들어오면 보행자 건널목도 대부분 파란 신호라 좌회전 진입을 못 하고 기다려야 하는데,

그 때 맞은 편에서 차량이 오는 경우 또 눈치가 보인다.


게다가 초행 드라이버를 더 곤혹스럽게 만드는 요소는,
중앙차선도 흰색이라 주행차선과 선뜻 식별이 안 되는데, 자전거 전용 도로 폭이 거의 차도 수준으로 차도와 붙어있고,

또 어떤 때는 버스와 택시 전용차선까지 따로 구분되어 있다.
그러니,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하면서, 내가 차선을 제대로 타고 있는지 불안한 경우가 종종 있다.
좌회전하며 맞은 편 직진 차 신경쓰랴, 보행자 신호 신경쓰랴, 뒷 차도 신경쓰면서 차선 확인도 해야 하고,
게다가 길도 모르니 내비 화면 보면서 방향 확인까지..
가끔 주위의 짜증스런 시선을 느끼면 내가 뭘 잘못했나 복기하기도 한다.


유럽은 회전교차로를 수시로 만난다.
처음엔 교차로 진입 타이밍을 잡느라 눈치보기 바빴는데, 이제 진입시 권리와 의무에 대한 룰을 확실하게 이해했다.
한국식 운전 스타일로 가끔 멍 때릴 때가 있지만.


그런데.. 코펜하겐 다운타운 초입의 회전교차로.
이건 또 뭐냐...?


분명 원형의 회전교차로인데, 그리고 일반 차량들은 그 회전교차로를 따라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데,

그 회전교차로를 십자로 4등분하며 트램과 버스가 동시에 관통한다. 자전거는 기본이고.
더 황당한 건, 그 어마무시한 교차로 현장에 신호등도 없고 교통경찰도 없다.
그럼에도 모든 유형의 운송수단들은 경적 소리 하나 안 내면서 요리조리 잘 들 빠져 나간다.
오랜 기간의 관습에서 나름의 룰이 정립된 것이겠지만, 가야할 방향도 모르는 이방인에겐 너무 가혹한 시련이다.


그런 시련을 극복하며 예약한 숙소에 근접했는데, 코펜하겐 중앙역 부근에서 경찰이 차선을 막고 우회시킨다.

폴리스 라인까지 설치한 걸 보면 무슨 사고가 생긴 모양이다. 경찰의 통제에 따라 방향을 돌리는데,

사정을 알리 없는 AJ의 내비는 자꾸 유턴을 하라며 자기가 제시한 길을 고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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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모임의 유형을 생각해 보자.

종목별 운동이나 사진 등 테마별 동호회 모임이 아닌 우리의 일반적인 모임의 패턴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다들 체험적으로 알고 있을테니, 그냥 이들의 모습을 보자. 



옆 테이블 신경쓸 필요없이 먹거리 준비해서 자기들만의 공간을 형성한다.


  

앞서 한번 이야기 했지만, 산 자와 죽은 자와의 교감 방식도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



이렇게 도시 중심의 도로변에 먼저 간 사람과 함께 한다.




우리 납골당과는 격이 다름이 느껴지는 가족묘.

 


잠시 술에 대한 이야기도 하자.


노르웨이에서 마트에 들어가 저녁거리와 맥주를 챙겨 계산을 하는데, 남자 캐셔가 시계를 보더니 맥주를 별도로 빼놓는다.

오후 6시 이후에는 주류 판매가 금지된다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6시 이후 주류 판매 금지는 마트의 규정이 아니라 국가 방침이다.
국가 방침이니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지만, 단순한 의문이 생긴다.

주류 판매를 오후 6시 이전에 금지시킨다면 오히려 이해가 될 거 같은데, 6시 이후 금지라니..


- 술은 저녁에 마시지 말고 낮에 마셔라?
- 저녁시간 가족과 함께 할 땐 술을 마시지 마라?
- 혹은, 저녁시간 술집의 영업권 보장?


국가 방침으로 규정할 정도면 분명 이유가 있을텐데, 의도가 뭔지 궁금하다.
이후, 마트를 가게 될 때 지연이가 꼭 시간을 챙긴다. "6시 전에 가야 아빠 맥주를 사지~"


스웨덴은 주류 판매 시간 제한은 없다.
다른 제한이 있다. 알콜 도수!!



스웨덴 마트에서 판매하는 맥주는 모두 3.5% 이하. 주로 2.8%와 3.5% 두 종류다.
이건 도수를 낮춰 판매량을 제고시키기 위함인가..
술을, 즐기기보다 취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사람은 아쉬울 수도 있겠다.



우리와 다른 삶의 방식을 보는 것도 여행의 의미이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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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뫼의 눈물]


2002년 말뫼의 세계적 조선업체 코쿰스(Kockums)가 문을 닫으며 당시 코쿰스가 보유한 세계 최대의 골리앗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이 막대한 해체비용 부담 조건으로 단 1달러에 사들였는데, 2002년 9월 25일 크레인의 마지막 부분이 해체되어

운송선에 실려 바다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말뫼 주민들이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당시 스웨덴 국영방송이 그 장면을 장송곡과 함께 방영했다니 말뫼 주민들의 슬픔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된다.

잘 나가던 도시 전체의 자부심이 아니었겠나.


그렇게 한국으로 넘어온 높이 128m X 폭 164m에 이르는 말뫼의 골리앗 크레인은 [코쿰스 크레인(Kockums Crane)]이라는 별칭과 함께,

이 크레인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육상건조 공법을 성공시킨 현대중공업의 자존심으로 자리잡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국내 조선업의 불황으로 인해 [말뫼의 눈물]이 [울산의 눈물]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다문화 도시라는 특성 때문인지, 말뫼는 정이 느껴지는 도시다.


짧은 일정으로 인해 어차피 보이는 것만으로 평하는 수박 겉핥기 식 판단이라 오류가 많겠지만,
내게는 예테보리와 달리 와 닿는 느낌이 다르다. 예테보리가 어딘지 다소 산만한 느낌이라면,

말뫼는 오밀조밀 하면서도 다문화 도시다운 자유로운 개성이 있는 듯하다.

세월과 함께 [말뫼의 눈물]이라는 상처도 아물어 갔을테고.


시각과 취향에 따라, 내가 느낀 예테보리의 산만함이 오히려 활기로 느껴질 수도 있으니,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다. 





건축에 대한 지식이 없어 이런 건축양식을 뭐라 하는지 모르겠으나, 벽의 소재와 무늬 디자인이 참 독특하다.




지나가다 우연히 창문을 통해 보여진 지도.

SEOUL 이라니...  와~~ 말뫼에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지도를 보게 되다니..

좀더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 보니, 언제적 지도인지는 모르나, 적어도 서울이라는 명칭 이전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京城이나 漢陽 쯤... 



여긴 시립도서관.



중학교의 자태도 예사롭지 않다.



이건 카지노.


아래는 말뫼城의 모습이다.





이슬비는 내리는데, 방향 감각을 잃고 지도를 보며 잠시 헤매고 있는 아빠를 비웃고(?)있는 지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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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뫼 중심가 골목을 지나다 딸아이가 의외라는 듯 한 마디 던진다.
"나무?"



영어로 [namu]라는 상호에 외관이 나무로 치장된 걸 보고 순간적으로 한글 상호를 떠올렸다는데, 실제 한식 레스토랑이다.
햐~~ 각 지역을 샅샅이 홅은 것도 아니고, 의도적으로 한식집을 찾아다니지도 않았지만,

20여일 여러 곳을 다니며 한번도 한식집을 본 적이 없는데, 말뫼에서 보다니..



원래 점심 식당으로 예정했던 곳이 있었지만, 반갑기도 하고, 그보다 한식 메뉴와 제공되는 형태가 궁금하여 들어갔다.

일단 내부가 생각보다 넓다. 그리고 손님이 제법 많다.


메뉴는 아주 단순하다.



불고기비빔밥, 두부비빔밥, 닭갈비, 돼지고기 수육(우린 그렇게 해석했었다) 네 종류에, 디저트 2종류.

음식 구성이 궁금해 닭갈비를 제외하고 골고루 주문했다. 가격은 비빔밥이 2만 원 정도.



일단, 메인부터 디저트까지 플레이팅이 깔끔하다.

외국에서 접했던 대개의 한식은 대부분 정체성이 애매했다.
형태는 한식인데, 애매하게 현지인 입맛에 맞추다보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맛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무]의 맛을 보고는 조금 놀랐다.
우리 입맛에 크게 어색하지 않으면서, 이 정도면 현지인에게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많은 손님 중 동양인은 우리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내부 인테리어도 한국적 요소가 많다.



항아리, 부채, 한국어 책 등등..  심지어 붓까지, 한국의 색채가 짙다.



하단의 [현종개수실록]이란 책은 나도 들어본 적이 없는 책인데...

위 책 표지 인물이 이곳 [나무]의 사장인데, 모든 메뉴도 직접 개발했단다.


더 놀란 건, 주인을 직접 만나지는 못 했지만, 직원의 말에 의하면,

이곳 사장은 여섯 살에 스웨덴 가정에 입양되어 성장한 후 한국에서 잠깐 살았다고 한다.
여섯 살이면 참 어렸던 나이에 고국을 떠났음에도, 뿌리에 대한 정을 간직하고자 하는 마음이 찡하게 와 닿는다.
해준 거 하나 없는 고국이 뭐길래....
그 환경에 있어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뿌리에 대한 향수는 본능인가 보다.



참이슬에 하이트 맥주까지.



아무리 한식당이라 해도 서구 생활 스타일이 있는데, 좌식 테이블?

직원에게 이 자리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느냐 물으니, 많이들 이용한단다. 의외네..

촘촘히 준비한 블랙 앤 화이트의 슬리퍼에서 주인의 캐릭터가 보이는 듯하다.


외부는 물론, 메뉴에 까지 한글로 상호를 표기한 걸 보니, 반가움보다 찡한 애틋함이 앞선다.
[나무]에 손님이 많을 걸 보며 참 흐뭇하며 기분이 좋았고, 왠지 고마웠다.



말뫼의 숙소 Art Holm Family Villa Homeaway는 최고였다.

이름에서 보듯 빌라형 펜션인 이곳은 새로 꾸미고 있는 듯, 아직 공사 중인 방도 있다.



그래서인지, 냉장고, 전자레인지, 전기인덕션, 무선주전자, 커피메이커, 식기세척기 등 최신 설비의 주방은 완벽했고,
식사에 필요한 그릇과 여과지가 포함된 원두커피에, 심지어 앞치마까지 준비되어 있다.
욕실에는 세탁기와 세탁물 건조대도 있으며, 샤워시설도 단순 샤워기 하나 뿐이 아닌,

머리 위와 허리 부분에도 다양하게 물줄기를 뿌려주는, 일류 호텔 사우나에나 설치된 멀티 샤워기가 구비되어 있다.


복층 구조로 이층에도 침대가 있고, 각도 조절되는 벽걸이 TV에 옷장까지.
이 정도면 신혼집으로도 아주 훌륭하다.

하나.. 세탁기가 작동되지 않아 30분 여를 헤맸는데, 수도 파이프가 잠겨 있었다는...


침대 커버와 하다못해 타올 개어놓은 형태까지,
세심한 주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새 집에서 모든 새 가구로 신혼같은 하루를 묵었다.
머리가 푹 가라앉지 않으면서도 목을 편하게 받쳐준 베개가 제일 탐났다.


주인의 인상도 좋고 배려심도 무척 좋아보인다.
전원 스워치 작동도 일일이 시범을 보이면서, 우리가 묵는 곳이 새로 수리후 첫 투숙객이라며

하나라도 불편한 점이 있으면 아침에 꼭 이야기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게다가 아침 식사용으로, 직접 키우는 닭이 낳은 귀한 달걀 6개와 우유 세 통까지 냉장고에 미리 저장해놓은 친절함까지..
이런 완벽한 숙소의 1박 요금은 1,040 스위스 코르네. 환율이 145원쯤이니 대략 15만 원 정도.



여기 주인장, 영어 액센트가 무척 강하고 딱딱한데, 생김새와 웃는 모습은 완전 미스터 빈 아저씨다.


시내 중심가까지 3km.

말뫼를 찾는 이들에겐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노르웨이의 후스타드비카 게스트하우스보다 실내는 작지만, 시설만으로는 이번 여행 숙소 중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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