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인], 평범한 곳의 이 매력은 뭐지?
돌아다니기/제주 그곳 2017. 8. 27. 02:41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펜션 [부다페스트인].
이색적인 이름에 끌려 찾은 이곳은 다소 특이하게도 주변에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없는 벌판에 우뚝 서 있다.
사방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다소 황량해 보이기도 하지만, [부다페스트인]은 묘한 매력이 있다.
일단 왜 [부다페스트]일까?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만난 헝가리 남정네와 한국 여인네가 몇 년 전 제주 한적한 곳에 사랑의 둥지를 틀었다.
외국계 금융회사에 근무할 정도의 인텔리 계층이라 인정받던 커플이 어떤 이유로 제주의 선남선녀가 됐는지 궁금했지만,
처음 만난 여주인께 깊숙한 질문을 던지는 건 예의가 아닌 거 같아 일단 질문을 STOP.
[부다페스트]의 의미는 알았는데, 그럼 [인]은 뭘까?
부다페스트 人 ? 아님, 부다페스트 inn ?
공동대표이신 부인의 말에 의하면 [부다페스트 in 제주]의 의미였다고.
제주에 도착하여 다른 곳을 들렀다 가느라 예정 체크인 시간보다 늦었더니, [부다페스트인]에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제주 시내에 볼 일이 있어 나가니 숙소로 바로 들어가면 된다며 룸 이름과 함께 전자도어록 비밀번호를 알려 주신다.
비록 하룻밤이었지만 이곳 주인장님의 만만치 않은 감각을 여러 번 느낄 수 있었는데, 이 문자에서 주인장님의 첫 번째 내공이 느껴졌다.
도어록 비밀번호를 예약자의 전화번호로 세팅하신 것. 잊을 일이 없잖은가. 사소한 것 같지만 대단한 센스다.
이렇게 체크인도 없이 들어간 방은 우리에게 대단한 만족을 준다.
일단 아담하게 분리된 복층구조에 딸이 만족감을 보이는데,
화이트 톤의 군더더기 없는 실내는 담백하면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복층구조 상단에서도 바다가 보이는 창문 구조.
2층으로 올라오며 본 벽면의 액자와 같이, 실내에 가지런히 걸린 액자와 정갈하게 정돈된 주방용품에서 주인의 취향을 느끼며,
이곳을 관리하시는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궁금해졌다.
실내 환경도 아주 만족스러웠지만, [부다페스트인]의 압권은 주인께서 직접 룸서비스로 제공하는 조식.
하루를 묵은 후에야 처음 대면하게 된 여사장님께서 방으로 찾아와 건네주신 이날의 조식 비빔밥은 센스의 집약체다.
(비빔밥 사진을 담은 거 같은데, 왜 없지.. 사진을 보면 이해가 빠르겠지만, 구두로 설명할 밖에..)
비빔밥의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 식기가 아닌, 덮개가 있는 2단으로 구분된 일회용 용기로 제공된다.
둘째, 비빔밥은 2단 구조의 아래 칸에 밥, 윗 칸에 고명으로 분리하여 제공한다.
셋째, 밥에 비비는 고명이 샐러드처럼 되어 있다. (이게 참 절묘하다)
식사를 하며 생각해 보니, 이렇게 제공되는 비빔밥은 주인과 고객 모두에게 대단한 편의성을 준다.
일단, 식기가 아닌 일회용 용기이다 보니 주인은 식기 세척과 설거지 작업이 생략된다. 고객이 분리수거를 하면 된다.
일회용 용기와 분리된 고명은 고객의 입장에서 편의성이 더 크다.
아침을 간단히 하는 사람은 샐러드처럼 제공된 고명만 먹어도 되고, 당장 식욕이 없거나 아침을 늦게 먹는 사람은
일회용 용기에 담긴 비빔밥을 그대로 take-out 하여 나중에 먹고 싶을 때 먹으면 된다.
[부다페스트인]의 여주인님은 굉장히 소탈하면서도 사교적 성품을 지니신 듯하다.
남주인이신 부다페스트人도 함께 인사를 나누고 싶었는데, 몸살이 나신 것이 아쉬웠다.
매년 제주를 찾을 때마다 이곳을 들릴 듯한데, 앞으로 뵐 기회가 있지 않겠나.
서두에 밝힌 것과 같이 [부다페스트인]은 주변이 한적해 조용히 머물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최적의 장소다.
조용한 주변 환경과 포근한 분위기의 숙소, 정갈한 조식만으로도 우리를 충분히 만족시켰지만,
바로 옆에 제주올레길 10코스인 송악산이 있어 산책하기도 좋고,
자동차로 10분이 채 안 되는 곳에 모슬포항이 있어 먹거리 즐기기에도 지장이 없다.
이래저래 다시 찾고 싶은 [부다페스트인]이다.
송악산을 끼고도는 제주올레길 10코스에서 바라 본 [부다페스트인].
주인께서 소개해 주신 모슬포항 [도꼭지 정육식당].
고기가 좋다고 소개하여 주신 곳인데, 가보니 고기잡이 어선인 용진호 선장님 가족이 운영하시는 곳으로
큰 아들이 정육담당, 작은 아들이 생선담당이다.
제주 돼지고기를 먹으러 갔다가 엉뚱하게 갈치조림을 먹었는데, 35000원 中의 갈치 양이 얼마나 많이 나오던지..
이전에 먹었던 갈치조림과는 비교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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