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4년 6월에 개관한 [전쟁기념관].
처음 [전쟁기념관] 건립에 대한 보도를 접했을 때 부터,
난 이 명칭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곳을 두어번 다녀왔고, 가끔 이 앞을 지날 때도 늘 느껴지는건,
왜 이름이 [전쟁] [기념관] 인가... 하는 의문이다.
전쟁을 기념한다...???
[기념]이라는게, 사전을 찾지 않더라도, 잊지않고 기린다는 의미에서 무심히 생각하면 반드시 틀린 표현은 아니다.
그런데, [기념]이라는 단어에는 자랑하고 싶고, 내세워 뽐내보고 싶은 욕구도 담겨있는게 사실이다.
[ 우리 민족은 백의민족으로서, 역사상 한번도 남을 먼저 침략한 적이 없으며,
다른 나라의 침공을 똘똘 뭉쳐 막아낸 민족이고, 그게 자랑스런 우리의 정기이다... ]
중고교 역사시간에 대충 이렇게 배운거 같고, 요즘은 모르겠으나, 당시 교과서에도 그렇게 서술되었던 기억이다.
글로벌 시대로 향하는 이 시대에 그런 기술방법이 꼭 옳은 것이냐... 하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좌우간 우리 민족이 전쟁에 먼저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굳이 표현하자면 우리 역사의 전쟁은 상대 공격에 의한 [정당방위]이지, 전쟁을 선호하거나 즐기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늬앙스 상으로 전쟁을 기념한다는건 어딘지 어색하게 느껴진다.
마치 우리가 이쪽 저쪽을 치받으며 깃발을 꽂고 즐기면서, 그 승전을 기념하는 듯한...
전쟁에 대한 역사와 사료를 보존하고 연구하는게 목적이라면 [전쟁박물관] 이라 하던지,
혹은, 우리의 끈끈한 역사를 후손에게 오래도록 교훈으로 물려주고 싶다는 취지라면, [항쟁기념관] 이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이거... 내가 너무 단어에 민감하거나, 역사인식에 쫀쫀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