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에는 가족들과 함께 영화구경을 다녀 왔다.
요즘 예매율이 가장 높다는 [Mr. and Mrs. Smith].

아이들이 크면서 우리 집에는 언제부턴가 알게모르게 룰이 하나 생겼다.
영화 예고편이 나돌기 시작하면, 가족들 머리 속에
`이 영화는 식구들 하고 같이 보는 영화` 라는 인식을 서로가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친구들과 영화를 보더라도 서로 약속이나 한듯 그 영화는 빼고 본다.

아들이 미국에 있을 때는 딸아이와 셋이서 두달에 한번 꼴로는 같이 영화를 보러 다니는데,
아들녀석이 귀국하자 마자, 딸애와 둘이서 이 영화는 식구들과 가려고
친구들과도 안가고 빼놓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부터 같이 자주 영화를 보러 다녔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대학생이 된 지금도 자기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며,
집사람과 같이 아직은 아이들에게 왕따를 안 당하는거 같아 흐뭇하다.

다음에 우리가 함께 볼 영화는 아마도 [우주전쟁] 이나, [씬시티]가 아닐까 싶다.

:

나는 야구를 무척 좋아한다.
야구선수들과의 교분도 제법 많았던 편이다.
아들 재원이도 영향을 받아서인지 야구를 좋아하는데,
우린 다같이 두산베어스 광팬이다.

두산베어스의 2루수인 나주환선수는 재원이와 친한 중학교 동창이다.
주환이가 샤브미에 오겠다기에, 내가 좋아하는 손시헌선수를 같이 불렀다.
홍성흔선수도 부르고 싶었지만, 너무 고참이 끼면 주환이가 불편할거 같아서...

손시헌, 나주환, 재원이 같이 포즈를 잡은 후,
역시 두산베어스 팬인 샤브미의 점장과 같이 추억을 담았다.

요즘은 운동선수들이 더 잘 생기고, 영리해 보인다.
몸관리를 잘 해서 오랫동안 팬들과 함께 하길 바래본다. 
 

:
[질문1] 고가의 전자제품을 아이들이 갖고 놀려할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1. 이것저것 기능을 설명해주며 해보라고 한다.
2. 내버려 둬본다.
3. 어~~ 그거 잘못 건드리면 고장난다며 뺐는다.


[질문2] 아이들이 전자제품을 사달라고 할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

1. 기능 복잡한거 사봐야 쓰지도 않을테니 간단한 걸로 사라고 유도한다.
2. 기능 복잡한 걸로 사준다.


[질문3] 전반적으로 아이들이 뭔가 새로운 일을 할때 어떻게 하는가?

1. 적극 장려한다.
2. 장려까지는 안하더라도 간섭은 안한다. (묵시적 동의일 수도 있고, 무관심일 수도 있음)
3. 가급적 말린다.


위 세가지 질문만 갖고도 대충 답은 나온다.


아이들이 어릴때 광학카메라를 가지고 놀다가 떨어뜨려 렌즈가 깨지고 고장난 적이 있었다.
그 이후 가급적 아이들이 민감한 성능을 가진 전자제품에 가까이 하는걸 꺼려왔었다.
그런데,  어느순간 아이들이 하는 컴퓨터게임이나 조작법중 내가 모르는 것이 많아지는걸 느낀다.

많은 부모들이 자기 자녀들이 창의성을 갖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 쓸데없는 짓(생각) 하지말고 가서 공부나 해라.'
김건모도 어린 나이에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오죽하면 노래 가사에도 썼을까...
그러면서 그 아이를 창의력증진 학원에 등 떠밀어 내보낸다.

가장 좋은 창의력증진 방법은 하고싶은걸 하게끔 해주는거라고 생각한다.
그 옛날 몇십만원짜리 카메라가 비록 고가였다고는 하지만,
그때문에 우리 아이들의 창의력발달이 얼마나 저하됐을까... 생각해보니
내가 참으로 어리석었던 부모였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아이들 휴대폰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자기들이 욕심내는걸 사준다.
대신 조건을 붙인다.
그 휴대폰에 있는 기능을 다 소화해서 다 써먹는다는 조건으로.
전자 전기 [공학]에는 관심이 없더라도, 전자 전기 [놀이]에라도 관심이 있다면
아이디어는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이들에게 늘상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가 있다.

' 옛날엔 공부 못하는 사람이 할 수 없이 딴 것을 했지만,
이제는 아무 재능도 없는 사람이 할 수 없이 해야 하는게 공부다.'

박세리나, 이창호나, 보아를 보면서
배짱없고 비젼없이 내 시대의 관행에 의해 아이를 키워온 부모의 한계를 절감한다.

화분이 커야 나무가 뿌리를 튼튼히 내리는 법인데, 우리 아이들이 굵은 뿌리를 내리기에
나의 그릇이 너무 좁았다는 후회와 반성을, 이미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바라보며 뒤늦게 많이 한다.

그나마 자기들의 개성을 홀로 살려나가는 아이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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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큰절로 귀국신고를 하고, 집에 가서 짐을 내려놓고는
2년 전에 일시정시 시켜놓은 휴대폰의 일시정지를 해제하고,  집사람의 학교로 갔다.

아이들에 대한 정은 일반적으로 아빠보다는 엄마가 더 각별한데,
오전에 도착한걸 알고 있는 사람이 퇴근 후 까지 기다리려면 얼마나 마음이 급할까.
엄마 학교 구경가자고 데리고 가,  母子 상봉을 시켜주니 되게 좋아한다.

그리고는, 샤브미로 데리고 와 점심을 먹였다.
등심을 먹겠다길래 나는 해물을 시켜놓고, 아들놈 그릇에 해물을 넣어주니,

아들 : 전 됐어요. 아빠 드세요.
나      : 난 맨날 먹는다.
아들 : 주인이 맨날 먹으면, 그래갖고 남는게 있겠어요???

그러면서, 자기에게 넣어 준 해물을 꺼내 가위로 자르더니, 슬그머니 내 그릇에 반을 넣어 준다.

그 날 퇴근 후, 집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나 : 여차저차 해서... ... 그랬더니, 이 녀석이... 이렇게 저렇게 하더라...
       근데, 그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 흐뭇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반성되는 부분도 있더라.
처 : 아이구~~~ 좋았겠네... 근데, 뭐가 반성되는데...???

나 : 자식이 그렇게 해주는건 좋았는데... 생각해보니,  난 아버님께 저래 본 적이 없었던거 같아...
       혼자 반성 많이 했다.

그랬더니, 집사람이 그런다.

처 : 당신이 반성한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어요.
        아버지의 역할과 교육방식이 달랐거든.
        우리는 애들하고 자유롭게 대화하면서 자기들 의사를 많이 받아줬잖아.
        당신이 재원이한테 군림한 적 있어요? 늘 친구처럼 편하게 해줬지...
        아버님 방식이 틀렸다는게 아니고, 당신은 엄격하게 교육받았고,
        그만큼 아버님을 어렵게 생각하니까, 그런 살곰스런 행동을 못하는거지.
        다 일장일단이 있겠지 뭐...



녀석은 오후엔 모교를 들러 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리고는,
바로 병무청 사이트로 들어가 군 입대를 위해 완전 귀국 신고를 했단다.
아마 다음 주 쯤이면 장성에 근무하시는 옛 담임선생님을 뵈러 간다고 하지 않을까 싶다.
2년 전에도 그랬으니까.

귀국할 때 LA의 이모댁에 들렀을 때,  이모가
'너 들어가면 엄마가 되게 좋아하겠다.' 하니, 
'가면은요... 일단 삼일은 황제 대접을 받고요,  차츰 격이 내려가다 일주일만 지나면 완전 개털이에요.'
라고 그러더라나...

ㅎㅎㅎ.... 짜식... 이제 며칠 안 남았다... 정신 차려라, 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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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공부하는 큰놈이 군 입대를 위하여 휴학을 하고 들어왔다.

아들녀석의 공항 도착 예정시각은 아침 6시 10분.
그렇다면 입국수속을 하고, 짐이 많을테니 짐을 찾아 낑낑대고 나오려면 빨라야 6시반은 되겠다 싶어,
그렇게 시간을 맞추고 가고 있는데, 6시 10분에 전화가 온다. 벌써 밖으로 나왔단다.
뭐가 그리 빨라... ...

천천히 차를 몰며 기다리라고 한 입국 게이트를 찾고 있는데,  누가 차의 트렁크를 두드린다.
미국에서 출발 전, 버스 타고 들어갈테니 나오실 필요 없다더니,
왠 짐이 그리 크고 많은지...
제일 큰 백은 트렁크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이걸 가지고 어떻게 버스를 타고 들어오려 했냐고 물으니,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아빠 나오기도 힘들테고...  또 하면 다 된다나...
녀석이... 어리버리하게 생긴 놈이 말은...

2 년만에 보는 아들은 크게 변한게 없다.
그간 미국에 있을 때 사진을 보면, 머리도 기르고, 또 노랗게 염색도 한 모습이었는데,
귀국해서 할아버지를 뵐 준비를 나름대로는 다 한거 같다.
머리도 짧게 자르고, 언뜻언뜻 흔적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런대로 염색도 뺐다.
이발을 언제 했느냐 물으니, 출발하기 전날 했단다.

그런데, 귀에 작은 귀고리는 달려 있다.
그걸 보실 할아버지의 반응도 궁금하고 해서 아무 말 안하고 놔뒀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공항에서 바로 할아버지 댁으로 직행.
주차를 하고 내리면서 녀석이 귀고리를 떼어내는걸 보고 한마디 했다.

나 : 왜~~ 그냥 달고 들어가지...
아들 : 괜히 그럴 필요 뭐 있어...

이 녀석은 재작년 방학 때 들어와서도 머리에 젤을 바르고 다니다가
할아버지 집에 갈 때는 근처 지하철역 화장실에 들어가 머리를 감고 간다.
딸아이도 몇년 전 일본을 다녀올 때,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들어와서는,
할아버지 댁으로 바로 간다니까,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공항 화장실에서 다른 바지로
갈아 입곤 했었다.

이런 행동들이 어찌보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어른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나마 자기들 나름대로는 어른들의 가치관을 머리 속에 담고 다닌다고 좋게 생각하는 것도,
고슴도치式 자식 사랑이 아닐까 싶으니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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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YRC (Yonsei Red Cross)  신입생으로 만난 친구들.
이제 햇수로 32년이 흘렀다.

이미 우리의 자녀들이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시절만큼 커 버렸지만
그래도
우리끼리 만나면 마음은 항상 그때 그시절이다.

기업의 고위 간부로, 대학의 교수로, 중앙은행의 간부로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 하느라
서로에게 느끼는 마음만큼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어제 모처럼 자리를 같이한 김에 휴대폰 렌즈에 담았다. 
  같이 사진을 찍어 본 것이 언젠지...

1975년 구정날
넷이서 함께 홍대앞의 카페 [DOLL]에서
드라이진을 멋모르고 마시다 모두 취해 돌아가며 화장실가서 토하고,
지금은 대학교수인 저중의 한 친구는 그것도 모자라
내 등에 업혀 나오다  내 양복 상의에 먹은걸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어제 다시 그 추억을 떠올리다 보니
그날 이후
모두 드라이진은 멀리 하고 있다더군...

:
아들녀석이 모든걸 마무리 짓고 애리조나를 떠나 LA로 간다는 날이 지났건만,
아직 연락이 없다.

또 뭐가 잘 못 된건지...
혹은, 마무리가 덜 됐는지...
아님, 뭐가 그리 또 바쁜건지...

하긴... 저도 군복무로 몇년 떠나 있으려면 정리할게 생각만큼 간단치는 않겠지... 


안성엘 갔었다.
딸아이가 이번 주말까지 기숙사를 비워줘야 하기 때문에
옷가지 等 왠만한 짐을 미리 가져오기 위함이다.
 
딸아이는 여전히 분주하다.
일요일임에도 선후배들이 모여 새로 올릴 연극의 무대 준비작업에 한창인 듯 하다.

같이 점심을 먹고, 기숙사에서 나온 후 기거할 오피스텔을 보러 다녔다.
집사람 왈, ' 아이구... 난  이 나이 먹도록 방 구하러 다녀본 적이 없는데, 이게 왠일이야...'
정말 나에게도 새로운 경험이고, 또 새로운 느낌이다.

딸아이는 방학 때도 계속 서울과 안성을 오가야 하는 모양이다.

아이들이 커 간다는 것.
그것은 성장의 과정이면서, 또 다른 헤어짐의 시작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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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친을 모시고 동호회 활동을 같이 하는 연프로.
  父子가 같이 동호회에 나오는게 늘 보기가 좋다. 

한국의 정상급 여자 프로골퍼인 서아람선수는 연프로의 부인이다.
골프연습장에서 만나 사랑을 가꿔왔다.
서아람프로는 보다 발전적인 장래를 가꾸기 위하여
대학원을 마치고, 지금은 호서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세분의 가족모임에 특별히 초청을 받았다.
더구나 18홀을 돌며
대선수로 부터 특별 개인레슨까지 받았으니
대단한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차분한 미소에 겸손함을 잃지않는그녀의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지도자로서도
제자들에게 존경받는 교수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1993년 5월 
내가 이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누군가 내게 그랬다.

고집이 너무 세고, 독불장군이라고.

그의 고집이 논리에 근거한 강한 소신이고,
독불장군 또한 강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그릇된 표현임을 이해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함께 했던 3년여의 시간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많은 보람을 나눴던 내겐 소중한 기억이다.  


그가.. 어제 나를 찾았다.
드러나지 않는 은근한 情이 나를 기쁘게 한다.

:




은행에 들렀다 우연히... 정말 우연히 30년만의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가 나를 보며 한 첫 마디는
' 어머~~ 너 상범이 아니니...???'

이 친구의 두번째 내게 건넨 말은,
' 네 얘기를 가끔 들었는데, 근데... 왜 나는 네가 대머리가 됐을꺼라고
생각했을까...??? '

치의학박사인 이 친구는 의사 18명을 포함한
식구 45명의 대형 치과의 주인이 되어 있었다.

식사 도중에도 끊임없이 치과와 전화를 나누는 이 친구에게서
이미 치과의사가 아닌 어엿한 경영인의 모습이 느껴진다.

그 옛날의 앳되 보이는 모습도 그대로 였지만,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업형 대형 병원의 주인 임에도
예전의 변함없는 소탈함과 진솔함을 느낄 수 있었음이 무엇보다 기뻤다.


근데...
이 친구는 왜 내가 머리카락이 없어졌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

:




즐겁게 살자.
편하게 살자.

나는 정말 즐겁게 살고 싶다.
주식을 하다 큰 손실을 봤을 때도 나는 즐겁게 마음가지려 애썼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가 된지 2년반동안도 나는 즐겁게 살았다.

같은 직장에 있던 후배가 나에게, 늘 웃고 다니는 게 여유가 넘쳐 보인단다.
그러면서 남들이 내가 벌어놓은 게 많은 거 같다고 그런단다.

그 후배에게 되묻는다.
' 대한민국에서 월급장이가 벌어봐야 얼마나 벌겠냐?
어차피 모든 사람이 남인데, 내가 죽는 시늉 한다고 돈 보태줄 사람 누가 있겠나??
인상쓰고 다녀봤자 오히려 피하기만 하지. 아무리 힘들어도 웃고 다니면
적어도 알던 사람들이 피하지는 않지...'

집사람도 그런다.  당신은 너무 행복하게 노는 걸 즐기는 거 같다고.

용을 써도 안되는 건 안된다.
용을 써서 모든 게 다 된다면 이 세상에 안되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는 다르다.
산다는 것 자체가 무언가 행위와 사고의 연속인데,
이 모든걸 인상쓰지 말고 짜증내지 말고 하자는 거다.

얼마전 동호회 모임에서 한분이 내게 이런 표현을 하셨다.
삶을 참 밝게 사는 것 같다고.
나는 그 말이 참 듣기 좋았다.


[편하게 살자]는 말은 안락하게 살자는게 아니라,  복잡하게 비비꼬면서 살지 말자는 얘기다.
복잡하게 비비꼬는거 - 그게 궁상이다.

나는 삶이란 운영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복잡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삶은 늘 복잡하고 실타래처럼 엉킨다.
간단하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삶은 늘 명료하고 명쾌하다.

예를 들어, 마음에 드는 여자를 보면,
아름답다.. 지적이다.. 섹시하다.. 우아하다.. 혹은 맑아보인다... 등등,
남성들이 표현하는 수사도 많고, 여성들이 남성에게 듣고싶은 찬사도 다양하겠지만,
정말 내 마음에 드는 여자를 대했을 때 나는 ' 참 느낌이 좋다.' 고 한다.
내게 와닿는 그 여자의 전체적인 느낌이 좋다는데, 그 이상의 무슨 수식어가 필요한가...
간단하게 feel 이 꽂혔다는데...

간단하고 단순한 게 생각이 부족한 게 아니다.
순리대로 생활하면 모든게 간단하고 단순해진다.
내가 글을 쓸 때 [江河]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것도
물 흐르듯 순리대로 살자는 스스로의 다짐을 위해서다.

근데 사실, 간단명료 단순명쾌와 아무 생각 없는 것이 가끔 헷갈리는 것도 사실이다.


인생관과 좌우명은 다소 차이가 있는거 같으니 조금만 더 사족을 달자.

사회생활을 하면서 늘 지키려 애쓰고, 후배들에게 강조하던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어디서든 내가 있었다는 흔적을 남기자]
또 하나는, [내가 싫은 것은 남도 싫어 한다. 그러니 내가 싫은 것은 남에게도 하지 말자]다.

21년간의 직장생활 동안 무수히도 많은 자리를 옮겨다니며,
그때마다 생각한 것은 내 전임자들이 하지 않았던 새로운 흔적을 남기는 것이었다.
새로운 것을 만들던, 하던 방법을 바꾸던,  하여튼 내가 있었으므로 뭔가는 달라져야 했다.
그것은 내 존재의 의미였다.

직장에서 처음 관리자로 승진을 하던 날,
그날 나는 A4용지에다 내가 사원시절 상사에게서 받아 기분좋았던 상사의 말과 행동, 그리고,
반대로 상사로부터 기분나빴던 상사의 말과 행동을 아주 하찮은 것 까지 빼곡히 적었다.
이를테면, 내가 담배를 피고 있을 때 뒤에서 찾으면 막 피워문 담배를 꺼야되는 안타까움이 있다는 것 등등.
(그때는 사무실 흡연이 인정되던 시절이었고, 나도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빼곡히 적은 A4용지 두장을 일년동안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들여다보며 나를 세뇌시켰다.
내가 좋았던 거 남에게 그대로 해주고, 내가 싫었던 거 안 하면 된다.
그럼 만점짜리 상사가 된다는 게 내 단순한 논리였다.
사람은 누구나 느끼는게 비슷하니까.

직장생활을 하는동안 내가 부르려고 하는 사람이 담배를 피고 있으면, 난 그가 담배를 다 피울 때 까지 기다렸다.
그 5분 정도를 못 기다릴 정도로 세상이 급박하진 않았다.

내가 하기 싫은 건 남도 하기 싫다.
易地思之.. 네글자를 너무 길게 풀었다.

모자란 것을 정당화 시키는데는 원래 많은 말이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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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의 [붉은 태양]을 애창하는 김재호.

만날 땐 직장의 상하관계로 만났지만
내가 직장을 떠난 지금은 동생과 같은 존재다.

소 처럼 묵묵하면서도
늪과 같이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속 정이 있는 사람.

년말까지 印度로 연수를 떠난다며
바쁜 짬을 내어 나를 찾았다.

비록 짧은 기간이겠지만
印度가 그에게 새로운 세계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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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브미에 새 식구가 생겼다.




만남이란
생소하면서도 즐거운 것이다.

언젠가는

보다 나은 서로의 길을 찾겠지만
함께 하는 시간 동안은
서로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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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강한 우리 딸.
주관이 뚜렷하고 꽤나 보수적이라 또래들 보다는
오히려 자기보다 노땅(?)들에게 더 인기가 있는 편이다.

중학시절 무대연출을 하고 싶다며 학교중퇴를 선언하여
부모를 깜짝 놀라케 하더니,
기어코 대학에서 연극연출을 공부하는 새내기가 되었다.  

요즘 생활이 고3때 보다 더 힘들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딸아이에게서  
행복의 의미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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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가 넘는 퇴근길은 우선 마음이 바쁘다.
그래도... 셔터 한번 누를 시간이 없을까...

근데..  두명은 어디로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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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브미 식구들  (0) 2005.05.24
사랑하는 우리 딸  (0) 200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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