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할머니께 큰절로 귀국신고를 하고, 집에 가서 짐을 내려놓고는
2년 전에 일시정시 시켜놓은 휴대폰의 일시정지를 해제하고,  집사람의 학교로 갔다.

아이들에 대한 정은 일반적으로 아빠보다는 엄마가 더 각별한데,
오전에 도착한걸 알고 있는 사람이 퇴근 후 까지 기다리려면 얼마나 마음이 급할까.
엄마 학교 구경가자고 데리고 가,  母子 상봉을 시켜주니 되게 좋아한다.

그리고는, 샤브미로 데리고 와 점심을 먹였다.
등심을 먹겠다길래 나는 해물을 시켜놓고, 아들놈 그릇에 해물을 넣어주니,

아들 : 전 됐어요. 아빠 드세요.
나      : 난 맨날 먹는다.
아들 : 주인이 맨날 먹으면, 그래갖고 남는게 있겠어요???

그러면서, 자기에게 넣어 준 해물을 꺼내 가위로 자르더니, 슬그머니 내 그릇에 반을 넣어 준다.

그 날 퇴근 후, 집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나 : 여차저차 해서... ... 그랬더니, 이 녀석이... 이렇게 저렇게 하더라...
       근데, 그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 흐뭇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반성되는 부분도 있더라.
처 : 아이구~~~ 좋았겠네... 근데, 뭐가 반성되는데...???

나 : 자식이 그렇게 해주는건 좋았는데... 생각해보니,  난 아버님께 저래 본 적이 없었던거 같아...
       혼자 반성 많이 했다.

그랬더니, 집사람이 그런다.

처 : 당신이 반성한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어요.
        아버지의 역할과 교육방식이 달랐거든.
        우리는 애들하고 자유롭게 대화하면서 자기들 의사를 많이 받아줬잖아.
        당신이 재원이한테 군림한 적 있어요? 늘 친구처럼 편하게 해줬지...
        아버님 방식이 틀렸다는게 아니고, 당신은 엄격하게 교육받았고,
        그만큼 아버님을 어렵게 생각하니까, 그런 살곰스런 행동을 못하는거지.
        다 일장일단이 있겠지 뭐...



녀석은 오후엔 모교를 들러 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리고는,
바로 병무청 사이트로 들어가 군 입대를 위해 완전 귀국 신고를 했단다.
아마 다음 주 쯤이면 장성에 근무하시는 옛 담임선생님을 뵈러 간다고 하지 않을까 싶다.
2년 전에도 그랬으니까.

귀국할 때 LA의 이모댁에 들렀을 때,  이모가
'너 들어가면 엄마가 되게 좋아하겠다.' 하니, 
'가면은요... 일단 삼일은 황제 대접을 받고요,  차츰 격이 내려가다 일주일만 지나면 완전 개털이에요.'
라고 그러더라나...

ㅎㅎㅎ.... 짜식... 이제 며칠 안 남았다... 정신 차려라, 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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