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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5.25 핑계
  2. 2005.05.25 이해할 수 없는.. 그래서 더욱 재미있는 골프 2
- 아... 한 삼일 연짱 술을 먹었더니, 몸이 여~ㅇ 안좋네...   오늘 엉망되겠네...
- 그러냐? 나도 어제 상가집 갔다가 새벽에 와서 잠을 못잤더니 죽겠다, 야...
- 그래도 세월들 좋구만... 술마실 시간도 있고... 난 요즘 뭐하고 지내는지...
  최근 2주동안 채를 만져보지도 못하고 나오네...
- 어제밤 명화극장 보다가 잠 타이밍을 놓쳤더니 왜그렇게 잠이 안오던지...
  거의 밤을 꼬박샜다,  야...

골프치기 전날은 뭔일들이 그리도 갑작스레 많이 생기는지...
골프치러 나오면서 `어제밤 편안하게 숙면을 취해서 지금 컨디션이 최고` 라는
골퍼 본 적이 있는가?
일단 한자락 깔아놓으면 밑져야 본전이다.
볼이 안 맞으면 안맞는게 당연한 훌륭한 구실이다.
볼이 잘 맞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된다.
악조건을 정신력으로 극복한 대단한 선수의 표상이다.

그러면서도 속마음은 다들 똑같다.
`그래~~~ 오늘 물 좋겠네... ^0^ `


우리는 우리가 뜻했던 일들이 생각대로 되지 않았을 때
`왜일까...??? 왜 그랬을까...???` 하고, 그 까닭을 궁금해하고 찾으려 한다.
그러나 많은 수의 우리는 원인을 찾기보다는 핑계를 찾기에 급급하다.
핑계는 뚜렷한 근거없이 입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고,
그 가지 수 또한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골프처럼 예민한 운동이 더구나 예외일 수 없다.
출발전부터 읊어대는 출사표는 그런의미에서 구실의 첨병 역할을 한다.

처녀가 임신을 해도 할 말이 있다던데...
과연 처녀가 임신을 하면 할 말이 몇가지나 될까?

공이 안맞는 골퍼의 핑계는 그 테마도 다양하고, 쟝르도 다양하고...
좌우간 입에서 나오면 그게 다 이유가 된다.

<핑계의 정석> 기초편 제1장 [어제]에 나오는 아주 기본적인 사항.
- 어제 잠을 ...
- 어제 술을 좀...
- 어제 지방엘...
- 어제 집사람하고... 부터

<정통 핑계> 유형별 분석 [음식]에 나오는
- 뭘 잘못 먹었나... 몸이 좀...
- 아침을 안 먹었더니...
- 밥을 너무 많이 먹었나...
- 홍어가 좀 이상하더니만...

<테마 핑계 베스트> 이럴땐 이 핑계가 좋다 [도구]에 명기된
- 채를 바꾸고 연습을 못했더니 ...
- 샤프트 강도가 너무 약해서 슬라이스가...
- 로프트가 안 맞나... 탄도가...

그리고,
<핵심핑계> 응용편에 나오는
- 내기가 안 걸리니까 집중이...
- 요즘 스윙폼을 교정중인데...
- 오늘따라 거리가 멀어보이네... 등등...

정말 끝도 없다.
운전을 하면. 운전을 해서...
옆에서 실컷 잠자면서 오면, 잠이 덜 깨서...
날씨 탓은 기본이고,
남들이 다 잘치면, 다들 잘 치니까 괜히 주눅이 들고...
남들이 못치면, 어쩐지 긴장감이 떨어진단다.

앞팀이 밀리면, 리듬감이 깨지고...
뒷팀에게 쫒기면, 마음이 급하니까... 다.
급기야는 캐디에게 화살이 돌아가기도 한다.
거리를 잘 못봐서... 클럽선택이 잘 못돼서... 라이를 못봐서...

가끔 서로간에 덕담으로 하는 소리가 있다.
`날씨 좋고... 멤버 좋고... 도우미언니 이쁘고... 골프장도 좋고...
야~~~ 오늘 같은 날은 볼 안맞아도 핑계거리가 없네...`
그렇다고 스코어가 다 좋으란 법 있나.
그럼, 그렇다고 핑계거리가 없을까...??? 천만에다.
그런 날 공 안맞은 이유는...
기분좋게 웃고 즐기다보니 안 맞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이 안맞는 이유가 108가지라고 한다.
누가 불교의 백팔번뇌에 비유해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108을 옆으로 눕혀서 보면 1(ㅡ)과 무한대(∞) 가 된다.
핑계는 끝도 없고, 그만큼 머리속이 복잡하다는 얘기가 아닌지...

그러면,
108가지의 핑계중 마지막 핑계는 뭘까 ???
.
.
.
.
아~~~ 오늘... 정말 이상하게 안맞네...


* 오늘의 Tip : 핑계는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처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핑계가 늘수록 대안은 줄어든다.
회복이 늦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
지난 주에 끝난 마스터즈 골프대회는 최초의 왼손잡이 챔피언 마이크 위어를 탄생시키며
막을 내렸다.
모든 언론의 초점은 캐나다 출신의 왼손잡이 골퍼에 쏠렸지만,
그못지않은 비하인드 히어로는 제프 매거트가 아닐까...

3라운드까지 위어에 2타차 선두를 달리던 매거트는 마지막 라운드 파4  3번홀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고 만다.
2nd 샷인 벙커샷이 벙커 턱을 맞고 자기 가슴을 맞고 다시 벙커에 떨어지는 바람에
2벌타를 먹고 결국 트리플을 하고야 말았다.
그래도 거기까진 그런대로 재수없는 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

대형사고는 파3인 12번홀에서 터지고야 만다.
142 미터면 어느정도하는 아마츄어 골퍼도 파를 노리는 홀.
어지간하면 보기.. 더블만 해도 기분이 언짢아지는 홀 아닌가.
이런 홀에서 매거트는 5오버를 기록한다.
마지막라운드 매거트의 성적은 75타,  3오버다.
그리고 4라운드 합산은 2언더다.
18홀을 3오버로 치고, 288홀을 2언더로 친 사람이 한홀에서 5오버라니...
롱홀에서 8타를 쳐도 속이 쓰릴텐데, 하물며 숏홀에서 8타 라면 죽을 맛이었을게다.
듣는 사람도 `어떻게 숏홀에서 8개를...` 하고, 이해가 안되는 상황아닌가???
더구나 날고긴다는 톱클래스의 골퍼가.
5위에 그친 매거트와 우승자 위어의 타수 차이는 불과 5타차.
두홀에서 8타를 날려버린 매거트로선 평생 잊지못할 악몽이 아닐수 없을 것이다.


몸담고있는 동호회 정모때 아웃코스 3번 파3홀에서 티샷한 볼이 쪼루가 나고 말았다.
반 정도나 갔을까...
다소 쪽팔리는 기분으로 주제파악 못하고 앞핀인 홀컵에 붙이겠다는 심산으로
가볍게 걷어올린게 그린앞 10미터 지점에 낙하... 

으~음... 에이~~ C 그냥 그린중앙에 확실하게 올릴껄...

이런 후회는 숱하게 하면서도 못고치는 중증이다.
나뿐만이 아닌 옛날 사람들도 그랬나보다.
그러니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나오지.
어찌됐건 이쯤되면 살살 뚜껑이 들썩거린다.

`우~쒸~~ 롱홀도 아닌 숏홀에서 3온을 하고 앉았네...` 하고 푸념을 하는데,
동호회 후배가 옆에서 한마디 염장을 지른다.

'江河형... 그것도 올라가야 3온이유... 올린다음에 얘기해요. ㅋㄷㅋㄷ...'

쓰~파~~ 그래... 이제 니가 나를 완전 졸로 보는구나...
핀에 더 멋지게 붙이겠다는 신념과 집념으로...

능력이 안되는 무능력자의 집념처럼 비참한 것은 없다.

신념과 집념을 실은 샷의 결과는 뒷땅.
이어지는 맘씨좋은 아까 그후배님의 덕담(?) 한마디.
'언니야...  그 사장님 4온 2퍼트 양파 오우케이다~~~'

그래... 설혹 골프가 나를 속일지라도 결코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자.
밥만 먹으면 골프채 휘두르는 사람도 숏홀에서 벙커에서 개골창으로 온탕 냉탕을 오가고,
그것도 모자라 개골창에 두번씩이나 빠뜨려가며 8개를 치는게 골프다.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게 골프다.
그러나 그런 이해할 수 없는 상황때문에 골프는 더욱 재미있다.

- 2003.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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