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거래처 골프 접대가 있다.
접대골프는 피곤하다.
내가 즐기기보다는 남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분위기에 신경을 써야하니 볼도 잘 안맞는다.

그나마 내돈 안내고 치는게 낙이라면 낙이지만, 내기라도 걸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접대한다면서 기피할 수도 없고,
일단 판 벌어지면 눈치없이 돈 따고 희희낙낙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잃어주자니 내기해서 잃은 돈은 경비처리도 안된다.

쎄게 걸리면 공짜골프가 문제가 아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게 다반사다.
적당히 본전 근처에서 놀아야 되는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지난 주 정사장은 볼이 왜그리 구석으로만 가는지...
이건 내가 골프를 치러 온건지... 공 찾으러 온건지 정신이 하나 없다.
정말 사냥개가 따로 없다.

제발 내일 김전무 컨디션이 좋아야 할텐데..
안그러면 내일도 사냥개가 된다.
하긴 공 찾는거 한두번 해보나...   접대매너 하면 난데...


*** *** *** *** ***

내가 요새 왜이러지...
도대체가 볼이 똑바로 가는게 없다.
그넓은 페어웨이 놔두고 왼쪽... 오른쪽...
아니 실수라도 한번쯤은 가운데로 갈 법도 한데...
게다가 러프에만 들어가면 도대체 공을 찾을 수가 없다.

이사장... 멍청한녀석 같으니라구...
왜 공만 빠지면 찾아준답시고 따라다니고 난리야...
내가 어련히 알아서 찾을까... 그냥 따라와서는
- 전무님. 깊이 들어간 모양인데요... (어쩌구...)
- 전무님. 저기 OB말뚝 바로 뒤에 있네요... (저쩌구...)

짜식이 누구 약을 올리는 것도 아니고...
그래놓고 한다는 소리가,
- 전무님. 그냥 빼놓고 치세요.

생색은 드럽게 낸다.
그럼... 빼놓고 쳐야지. OB라인 뒤에 있거나 보이지도 않는걸 어떻게 치냐...

이사장 그놈은 저도 골프친지 7년됐다는 놈이 그렇게도 골퍼마음을 모르나?
너도 임마, 접대매너 배울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이 한심한 친구야...


*** *** *** *** ***

어지간하면 적당히 치고 싶은게 골퍼의 심리.
나도 그렇다. 예수와 석가모니가 골프를 치셨어도 마찬가질거다.
어떻게 아냐고...???
왠만한 애국자... 골프채는 거지반 외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골프는 아니다.

골프의 풀리지않는 영원한 미스테리.
- 여럿이 가면 못 찾는 공. 혼자 가면 찾는다. 반드시 !!!


* 초급 골프접대(하수)
- 상대방 플레이는 안중에도 없다.
  그저 자기 플레이하기 바쁘다.

* 중급 골프접대 (중수)
- 상대방 공이 이상한 곳으로만 가면 재빨리 쫓아다닌다.
  공을 찾으면 자랑스럽게 '여기 있네요.'혹은 '저기 있네요.'  하고 외친다.

* 고급 골프접대 (고수)
- 상대방 공이 이상한 곳으로 가도 절대 쫓아가지 않는다.
  그저,   '거기 나무옆에 떨어지는걸 봤습니다.`'   혹은, 
  '그렇게 깊이 안들어갔는데요.   OB말뚝 앞쪽에 보세요.' 하고,
   그 근처 있을거라는  강한 확신만 심어주면 된다.

- 그러면 십중팔구 
  '아!! 여기 있네요.    야~~~ 눈도 밝으시네.' 하고,   찾아 나온다.


* 오늘의 Tip : 접대는 돈만 낼 뿐, 따라다니지 말자.
접대는 소리만 지를 뿐, 따라다니지 마라.



- 2003.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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