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끝난 마스터즈 골프대회는 최초의 왼손잡이 챔피언 마이크 위어를 탄생시키며
막을 내렸다.
모든 언론의 초점은 캐나다 출신의 왼손잡이 골퍼에 쏠렸지만,
그못지않은 비하인드 히어로는 제프 매거트가 아닐까...

3라운드까지 위어에 2타차 선두를 달리던 매거트는 마지막 라운드 파4  3번홀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고 만다.
2nd 샷인 벙커샷이 벙커 턱을 맞고 자기 가슴을 맞고 다시 벙커에 떨어지는 바람에
2벌타를 먹고 결국 트리플을 하고야 말았다.
그래도 거기까진 그런대로 재수없는 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

대형사고는 파3인 12번홀에서 터지고야 만다.
142 미터면 어느정도하는 아마츄어 골퍼도 파를 노리는 홀.
어지간하면 보기.. 더블만 해도 기분이 언짢아지는 홀 아닌가.
이런 홀에서 매거트는 5오버를 기록한다.
마지막라운드 매거트의 성적은 75타,  3오버다.
그리고 4라운드 합산은 2언더다.
18홀을 3오버로 치고, 288홀을 2언더로 친 사람이 한홀에서 5오버라니...
롱홀에서 8타를 쳐도 속이 쓰릴텐데, 하물며 숏홀에서 8타 라면 죽을 맛이었을게다.
듣는 사람도 `어떻게 숏홀에서 8개를...` 하고, 이해가 안되는 상황아닌가???
더구나 날고긴다는 톱클래스의 골퍼가.
5위에 그친 매거트와 우승자 위어의 타수 차이는 불과 5타차.
두홀에서 8타를 날려버린 매거트로선 평생 잊지못할 악몽이 아닐수 없을 것이다.


몸담고있는 동호회 정모때 아웃코스 3번 파3홀에서 티샷한 볼이 쪼루가 나고 말았다.
반 정도나 갔을까...
다소 쪽팔리는 기분으로 주제파악 못하고 앞핀인 홀컵에 붙이겠다는 심산으로
가볍게 걷어올린게 그린앞 10미터 지점에 낙하... 

으~음... 에이~~ C 그냥 그린중앙에 확실하게 올릴껄...

이런 후회는 숱하게 하면서도 못고치는 중증이다.
나뿐만이 아닌 옛날 사람들도 그랬나보다.
그러니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나오지.
어찌됐건 이쯤되면 살살 뚜껑이 들썩거린다.

`우~쒸~~ 롱홀도 아닌 숏홀에서 3온을 하고 앉았네...` 하고 푸념을 하는데,
동호회 후배가 옆에서 한마디 염장을 지른다.

'江河형... 그것도 올라가야 3온이유... 올린다음에 얘기해요. ㅋㄷㅋㄷ...'

쓰~파~~ 그래... 이제 니가 나를 완전 졸로 보는구나...
핀에 더 멋지게 붙이겠다는 신념과 집념으로...

능력이 안되는 무능력자의 집념처럼 비참한 것은 없다.

신념과 집념을 실은 샷의 결과는 뒷땅.
이어지는 맘씨좋은 아까 그후배님의 덕담(?) 한마디.
'언니야...  그 사장님 4온 2퍼트 양파 오우케이다~~~'

그래... 설혹 골프가 나를 속일지라도 결코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자.
밥만 먹으면 골프채 휘두르는 사람도 숏홀에서 벙커에서 개골창으로 온탕 냉탕을 오가고,
그것도 모자라 개골창에 두번씩이나 빠뜨려가며 8개를 치는게 골프다.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게 골프다.
그러나 그런 이해할 수 없는 상황때문에 골프는 더욱 재미있다.

- 2003.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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