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대학동창들인 연그린 9기들의 대산 나들이 때 매년 이렇게 모이자고 했었는데,
경익수가 중국에 연수를 가는 바람에 작년에 모이질 못 했다. 그리고 2년 만에 다시 뭉쳤다.
8월 24일 ~ 25일, 장소는 그때와 같은 대산.

모이는 시간은 오후 세 시. 늦게 되는 사람은 저녁식사 전까지.
이틀간 즐길 먹거리들을 장만하기 위해 중환이와 11시에 만났다.


 


친구들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과정은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평소 경험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성인남자 열 명의 1박2일 먹거리 양을 가늠한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남자 열 명이 한 끼 먹으려면 쌀 몇 kg면 돼요?" 물어보고 쌀 3kg를 사고,
"남자 열 명이 두 끼 먹으려면 김치 얼마만큼 사면 될까요?" 물어보고 1.9kg짜리 김치를 샀다.

그렇게 그렇게 구입한 우리가 일용할 양식.
재작년에 준비해간 것들이 많이 남아 이번엔 알뜰구매를 한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어째 좀 과한 거 아닌가 싶기도..


서해대교를 거쳐 당진 I.C를 지나 서산으로 접어드니 빗줄기가 강해진다.
야외 바베큐는 어렵겠구나...  숯은 잔뜩 샀는데, 그럼 어찌해야 하나..  생각하며 별장에 도착하니 정확히 세 시.

물품을 옮기고 기본 정리를 하는 사이 대전팀인 경익수, 김재진, 이인철이 도착했다.
부산에서 올라와 대전으로 올라와 대전팀과 합류한  옥원호와 함께.


 
재작년 우리의 모든 식사를 책임져준 살림꾼 재진이는, 이번에도 변함없이 짐을 풀자마자 바로 주방을 꿰찬다. 


마늘을 다듬고 있는 중환이.  인철이는 주방 밖 처마 밑에서 숯불을 지피고 있다.
의자에 놓인 옥수수와 고구마는 익수의 요청에 의해 구입했지만, 아무도 입에 대보지도 못 했다.

잠시 후, 근무지가 대산인 지섭이가 도착하고, 익수가 내려온다는 소식을 들은 
서산에 근무 중인 익수의 제자가 아나고를 사들고 직접 우리가 있는 곳으로 찾아왔다. 
훌륭한 제자일쎄..^^


 


아나고와 삼겹살을 굽고, 마늘도 까고, 식탁을 마련한 후 쌈장도 준비하고..   다들 척척 알아서 잘한다~


먹을 준비가 됐는데, 늦는 사람들을 마냥 기다릴 수도 없잖아..


먼저 도착한 사람들끼리 아나고부터 시식키로.


 


제일 늦게 올거라고 했던 유지설이 의외로 빨리 왔다. 아나고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좌우간 먹을 복 있는 사람은 다르다.  교무처장님과 학장님의 서빙까지 받아가며 희희낙낙이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이규학과 배기홍.  아나고는 이미 다 먹었고, 지금부터 안주는 삼겹살.
일찍 온 사람과 늦은 사람은 뭔가 차별이 있어야 하는 게 공정한 사회다.
더구나 아나고는 회비로 구입한 것도 아니니, 회비의 균등 징수에도 이의 제기가 있을 수 없는 터..


"지섭이가 가져왔는데, 조니워커 블루를 맥주와 말기는 좀 아깝잖아.."
학창시절 동기들 중 정상권 주당이었던 원호가 왠 일로 뒤로 빠지지?

 


총주방장과 보조주방장까지 모두 모여 원 컷 and 원 샷~


마시고 먹었으니...

 


학창시절 굉장히 즐겨했던 당대 최고의 오락 [마이티]가 벌어졌다. 
오랜만에 하니만큼 어리벙벙한 게 옛 경험을 되살리느라 머리 속은 복잡하고, 그만큼 표정들도 진지하다. 

카드게임의 하나로, 다섯 명이 2:3으로 편을 나눠 진행하는  [마이티]는 집중력과 판단력이 요구되는 게임이다.
누가 어느 시점에서 어떤 플레이를 했는지, 54장 카드의 흐름을 기억하면서 상대팀의 심리까지 예측해야 하므로
룰을 알더라도 이 게임에 익숙해지려면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또한 판단을 잘 못 할 경우, 자기뿐 아니라 같은 편까지
낭패를 보기 때문에, 그릇된 판단이나 실수를 할 경우 같은 편에게 호된 질타(?)를 받고 졸지에 역적이 된다.

학창시절 머리가 팽팽 돌아갈 때 일주일에 두세 번 씩 하면서도 판단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몇 년 만에 어쩌다 한 번 모여 하는 플레이가 생각만큼 원활하게 돌아갈리가 없다.  잘못된 플레이가 나올 경우,
네 잘못 내 잘못을 따져가며 서로 답답해 하는 모습이 우리를 더욱 유쾌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마이티의 단점은 6명까지만 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10.5]로 종목을 변경. 
[10.5]는 게임 룰이 단순해 누구라도 처음 배워 쉽게 참여가 가능하다.  이 날 처음 이 게임을 배운 정지섭이 가장
수익이 좋았다는 게 이를 반증한다.  마이티에서 가장 뛰어난 전과를 올렸던 나는, 종목을 바꾸면서 완패하고 말았다.

다분히 운도 많이 작용하는 특성으로 의외의 반전이 많기 때문에,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마이티의 심각함에 비해
표정들이 재밌다.  나의 행운은 나의 행복, 남의 불행 역시 나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새벽 네 시쯤 일과(?)가 모두 종료되고, 여덟 시쯤 눈을 뜨니 벌써 재진이가 알탕으로 아침상을 완벽하게 차려놨다.

모닝커피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오후 한 시 반쯤 종료.

분리 수거를 하며 계량해보니, 소주 열 병, 막걸리 두 병, 맥주 스물 네 캔, 양주 한 병 전사.
와인 세 병은 따지도 못 했다.  

아~참~~  라면은 뜯지도 않았고, 많은 양의 고기와 야채, 옥수수에 고구마는 물론, 음료와 과자 등
남은 물품이 많았는데, 그건 다 누가 가져 간거야..  
지설이가 큰 비닐 봉투를 차에 싣는 걸 봤다는 목격자가 많은데, 많은 재화를 취득한 녀석이 
물품까지 싹쓸이 한 게 괘씸하긴 하지만, 전원주택에서 자취성 생활을 하는 현실을 감안해 인정!!


 


   배기홍, 경익수, 박중환, 옥원호, 유지설, 이규학, 김재진, 이인철, 이상범.
   (정지섭은 토요일 예정된 일정이 있어 새벽에 귀가)


 


정겨운 벗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

 

사랑한다~ 친구들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이렇게 정을 나누며 살자꾸나. 


   
그리고, 하루종일 내린 빗줄기를 고스란히 받아준 기은지는, 서로에 대한 우리의 마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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