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참 어렵다고 한다.
오륙도, 사오정, 삼팔선에 이어 이태백이란 은어까지 생겼다.
취업이 안되니 학생이라는 신분이나마 유지하기 위하여 군입대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단다.
안 그러면 정말 백수가 된다.
그래도 오륙도, 사오정, 삼팔선은 직장 맛이나마 봤지만,
이태백은 맛조차 못보고 당하니 더 억울하다.

가끔 산다는 것을 골프와 대비시켜보곤 한다.
골프를 치면서 오비가 나면 참 당혹스럽다.
쪼루가 나거나 뒷땅을 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골프의 매력은 실수를 만회할 몇번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있다.
드라이버가 오비나면 오비티에서 온 그린을 노리면 된다.
온 그린 후 원 퍼트로 막으면 보기다.
물론 원 퍼트가 쉬운건 아니다.
그러니까 노력을 해야한다.
세상에 모든 것이 저절로 만회되는 것은 없다.

쪼루가 나더라도 롱아이언이나 페어웨이우드로 투 온이 가능하다.
투 온이 안되면 어프로치를 잘해 파를 노리면 된다.
칩샷을 홀 안에 떨구는 경우도 왕왕 있다.
신중하고 정확한 퍼팅으로 위기를 극복하기도 한다.
꼭 파가 아니더라도 보기플레이만 해도 결코 부끄러운 골프는 아니다.
또 한 홀을 망치더라도 남은 홀에서도 기회는 있다.

중요한 것은 두가지는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꾸준히 기복없는 주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아이언이건, 페어웨이우드건, 어프로치건, 칩샷이건, 혹은 퍼팅이건
자신있는 카드는 있어야 한다.
또 하나는, 어디선가는 반드시 만회할 수 있다는 흔들림 없는 자신감이다.
위축되지 않아야 만회할 수 있는 실력이 나온다.
드라이버가 미스나면 우드, 우드가 아니면 어프로치, 그것도 아니면 퍼팅.
다소 부담스러울 수는 있지만 기회는 계속 주어진다.
그게 골프의 매력이다.

직장에서의 평균 수명을 골프의 드라이버와 대비하면,
일반 직장의 정년퇴직 연령이 55세이니 오륙도는 평균 비거리는 되는 셈이다.
사오정은 거리가 다소 짧은 편이고, 삼팔선은 쪼루가 났다고 보자.
그렇다면 이태백은 사회속의 페어웨이인 직장에 안착하지도 못했으니 처음부터 誤飛가 난 셈이다.
하지만 골프에서 드라이버가 미스났다고 그 홀이 끝나는건 아니다.
오히려 드라이버 잘 쳐놓고 홀을 망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린주변이나 벙커에서 헤매는 경우도 많다.
쓰리퍼팅도 예외는 아니다.

잘 나가던 사람이 한순간 추락하는 경우가 있다.
지나치게 보신을 하다가 뒷땅을 치기도 하고,
자기 과신이나 주위의 시기로 해저드에 빠지기도 한다.
파 온을 해놓고도 그린의 빠르기와 라이를 잘 못 읽어 퍼팅을 난사하듯,
남들보다 빠른 승진을 하고도 결정적인 순간 상황판단을 잘못 하거나
윗사람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날개없는 추락을 하는 경우도 많다.


삶은 골프와 같다.

드라이버가 러프로 들어갔다해서 골프를 못 치는건 아니다.
취업을 못했다고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 건 아니다.

러프로 공이 들어가면 트러블 샷을 구사하면 된다.  레이업을 할 수도 있다.
취업을 못하면 다른 기능을 익히면 된다.

트러블샷을 자주 구사해 본 골퍼는 나름대로 위기탈출을 하지만,
페어웨이에서만 공을 쳐 본 사람은 벙커나 디봇 자국에도 위축이 된다.
처음부터 사업을 한 사람과 직장에 안주했던 사람은 장애를 보는 벽의 느낌이 다르다.

골프를 치면서 우리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춰 14개의 클럽을 사용한다.
14개를 다 사용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절반은 사용한다.
살면서 우리는 과연 몇가지 삶의 방법을 시도해 보았는가?

골퍼들이 사용하는 골프용품을 보자.
클럽의 가격 차는 엄청나며, 만원짜리 공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오비난 공을 주워 표면이 까지도록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골프실력이 반드시 용품의 질에 따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사회에도 다양한 직업과 수많은 직장이 있지만
기업의 브랜드와 구성원의 능력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골프에 있어 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동반자다.
동반자에 따라 그날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성적에도 영향을 받듯,
삶에 있어서도 내 주변사람에 따라 삶이 즐거울 수도, 고달플 수도 있다.

이렇듯 골프는 우리 삶의 축소판이다.

항상 정성을 다해 샷을 구사하지만 언제 미스샷이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늘 성실하게 살더라도 언제 어려움이 닥칠지 알 수가 없다.

삶을 라운딩하듯 살자.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는,  미스샷 후 다음 샷에 적합한 클럽을 고르듯
차선의 방법을 생각하면 된다. 조급해 하거나 덤비지 말자.

아쉬움과 만족감이 늘 공존하는 것이 골프다.

삶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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