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일단 즐거움이다.
스코어가 안나오는 경우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즐거운 것임에 틀림없다.
그 자체가 즐거움인 골프를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또다른 감칠 맛이 있다.

이른바 골프10樂.
그 10樂중 9樂은 다시 前3樂, 中3樂, 後3樂으로 나누어진다.


라운딩을 시작하기 전부터 느껴지는 세가지 즐거움 - 이른바 前3樂.

맘에 맞는 사람들과의 조인은 우선 마음이 편하고 즐겁다.
적당한 농담도 가능하고, 격식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도 되며.
그런 일행과는 왠만한 농담이 재미로 이해되어 부담이 없다.
쪼루난 티샷을 보고 “나이스 어프로치~~” 하고 낄낄대며 외칠 수 있어 좋고,
그럴때 거침없이 '아~~ xx.. '하고 눈치안보고 궁시렁대도 아무도 매너를 탓하지 않아 좋다.
일행중에 입담이 걸쭉한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골프장에 부킹이 되어있으면 이또한 즐거움이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미지의 그린에 대한 기대감에 미리부터 마음이 설레인다.

前3樂중 으뜸은 골프장으로 향하는 카풀속에서의 대화다.
각자가 그동안 겪었던 골프무용담부터 신변잡사, 돌아가는 세상사까지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못나눴던 정이 차곡차곡 쌓이는 시간이다. 그러니 골프치러 갈땐 왠만하면 카풀을 하자.


라운딩의 가장 큰 즐거움은 역시 스코어가 좋은거다. 하지만 스코어와 무관한 쏠쏠한 즐거움이 있다.
라운딩도중 느낄수 있는 세가지 즐거움 - 中3樂.

오늘따라 잘 나가는 스코어.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 이번 홀은 도그랙.
그래.., 오늘 감이 좋으니 대각선으로 맘껏 질러보자.
원없이 휘두른 타구는 잘 뻗어가는거 같더니 끝에가서 말린다. OB. 망연자실. 정말 아깝다.
이때 누군가 들려주는 복음. “몰간~”

한 친구가 퍼팅한 볼이 홀컵언저리 아주 애매한 거리에 멈췄다.
그날따라 짧은 퍼팅이 계속 아슬아슬 빗나가던 그 친구,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있는 동반자들이 얼마나 얄미웠을까.
아무도 말이 없자 급기야는 캐디에게 SOS를 친다. “언니.. 영어할줄 알지? 영어 한마디 해봐.”
“영어요?” 하면서 잠시 뜸을 들인 후 내뱉은 캐디의 한마디 영어에 모두는 자지러지고 말았다.
“마~아~크”...  예기치 못했던 단어에 허를 찔린 이친구, 잠시후 “그거보다 쉬운 단어 있잖아..”.
주고받는 OK.  간단한 영어단어 한마디가 골퍼에겐 큰 위안이 된다.
특히나 나이드신 분들의 경우, 짧은거리 퍼팅시 고조되는 긴장감으로 신체 일부에
무리가 올 수도 있으니 편하게 해주라는게 의사들의 권유다.

예측불허의 반전도 즐거움이다.
쪼루난 볼이 카터길 맞고 그린 앞까지 굴러간다던지, 오비날 볼이 나무맞고 온그린이 된다던지,
해저드로 빠질 볼이 겨울철 빙판맞고 튀어 올라온다던지. 이처럼 죽을게 살아 돌아온 경우
- 이또한 짜릿한 즐거움이다.


즐거운 라운딩을 끝내고 맛보는 세가지 즐거움 - 後3樂.

여름철 땀을 흘린 후의 냉샤워, 혹은 겨울철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의 그 상큼함과
나른함.
그리고 개운한 기분으로 들이키는 시원한 생맥주 맛은 정말 상쾌하다.
그리고 9樂중의 마지막 즐거움은,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돌아가는 차안에서 쏟아지는 졸음에 비몽사몽간을 넘나들며, 언뜻언뜻 남의 얘기를 듣는 재미.
이맛을 즐기는 사람은 습관적으로 즐긴다.


그렇다면 이런 9樂에 화룡점정격인 마지막 열번째 樂은 무엇인가?  그 마지막 즐거움은...
스폰서가 나타나 이 모든 것을 공짜로 누리게 되는 것.

몰간, OK... 골프에는 원가도 안들이고 남에게 마음껏 줄 수 있는게 있어 좋다.
또 돈 안들이고 거저 주는데도, 그걸 그렇게 고마워하며 즐겁게 받아주는게 골프다.

이래서 골프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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