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찬사를 전해준 호준이
나의 폴더/사람 사람들 2011. 3. 3. 02:47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된 호준이.
어려서 뉴질랜드로 이민가 오랜기간(8년인가? 10년인가?)을 살다 들어온지 이제 2년이 좀 넘었나..
그래서 한국어가 서툴었고, 아직도 교과서보다 영어소설이 익숙하다.
호준이는 나이에 비해 생각이 깊은 아이다.
한국의 학교생활 등 여러가지 정서가 어려서부터 몸에 밴 오랜 외국생활이나 문화와
많이 어색할텐데도 적응을 잘 해나가는건, 긍정적 사고와 쉽게 휘둘리지않는 주관 때문이 아닌가 싶다.
호준이가 상당히 신중하다는건, 좋아하는 프로야구팀을 고를 때 알았다.
중학교 1학년 또래의 아이들은 대개 친구들에 휩쓸려 특정 팀의 팬이 되기 쉬운데,
호준인 그 기간이 상당히 길었다. 두산베어스 팬인 내가 두산 모자를 사주려 했을 때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미룬다. (보통 아이들은 일단 받아놓고 보는데 말이다.)
호준이가 어쩌다 내게 전화할 때의 용건은 사자성어나 애매한 뉘앙스의 단어를 물어볼 때.
예를 들면, "음습하다가 무슨 뜻이예요?" 이런 경우인데, 그럴 때 마다 나도 긴장된다.
왜?? '어떻게 설명을 해야 이 아이가 이해가 될까' 생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말 설명하기가 참 쉽지않다는걸 느끼게 된다.
어쨌든 그런 욕구때문인지 호준이의 어휘력이 제법 많이 늘었다.
가끔 호준이를 만날 때 마다 야구에 대한 이야기,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
혹은, 한국 위인에 대한 이야기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때마다 가끔 질문을 하지만, 대체로 고개만 끄덕이는 호준이의 반응에 궁금한게 있었다.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관심 밖이라 별로 흥미가 없나? 아님, 내가 너무 말을 어렵게 하는건가?'
그런데, 얼마 전 아내로 부터 뜻밖의 소리를 들었다.
"호준이가 엄마에게 그러더래요. '난 나중에 Tahi 아저씨 처럼 나이먹어서도 똑똑한 사람이 될거'라고.."
(언젠가 호준이에게 내 이메일 ID인 tahi를 설명하면서 뉴질랜드 원주민 언어로 NO.1이라는 의미라고
이야기해줬는데, 그래서인지 호준이는 나를 tahi 아저씨라 부른다.)
⊙.⊙ 허걱~
이어지는 아내의 말. "당신은 좋겠수~ 아이한테 앞으로 되고싶은 똑똑한 어른으로 인정받으니.."
음... 이건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대단한 찬사요, 영광이다.
근데, 이거 참.. 앞으로 호준이를 만날 때 뭔 얘기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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