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예상을 뛰어넘어 3개의 금메달을 거머지고
전 세계에 코리아 돌풍을 일으킨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팀의 김관규 감독.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나의 지도법이 다른 지도자들에 비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요즘 신세대 선수들의 특성을 살려 가급적 질타보다는 도닥거려가며
스스로 하고자 하게끔 기를 살려주려 노력했을 뿐이다.
같은 훈련이라도 지루함을 느끼지않게 다양한 방법을 추구했다.





프로야구 SK와이번스의 김성근 감독은스파르타식 지옥훈련으로 정평이 나있는 지도자다. 
그는 강한 담금질을 통해 팀을 2007, 2008년 2년 연속 한국프로야구의 정상에 우뚝 세워놓았다.

야구전문기자 박동희는 말한다. 
전력 누수가 큰 2010년 SK와이번스가 믿을 구석은 감독 밖에 없다고.

그리고, 김성근 감독은 말한다.
계속되는 반복훈련을 통한 개인 기량과 조직력 향상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모두가 고사하던 베이징 하계올림픽 야구대표팀 감독을 맡아
대한민국 구기사상 첫 금메달의 쾌거를 일궈낸 두산베어스의 김경문 감독.  
부임 초기 약체로 평가돼던 두산베어스를, 매년 예상치 못한 신인들을 발굴하고
기회를 주어 스타로 키워가며 젊고 강한 팀으로 변모시켰다.

감독이 부상당하지 않는 한 두산베어스는 끊임없이 상위권에 진출할거라는 찬사를 받는
그에게는 [뚝심과 믿음], 그리고, [똥고집과 대안부재]라는 상반된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만약에,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좋지못한 결과가 나왔다면, 김관규 감독은
입방아 찧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에게 "선수들에게 휘둘리는 유약한 지도자" 라는
평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만약에,
혹독한 훈련의 대명사인 SK와이번스가 선수들의 무기력한 플레이로 하위권에 머물렀다면,
사람들은 스파르타식으로 선수들을 조련하는 김성근 감독에게 이랬을거다.
"변하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구습에만 얽매여 있는 지도자" 라고.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승엽과 한기주는 초반부터 유난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만약에, 심한 부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등판 기회를 얻었던 한기주 투수가 어느 한 순간이라도
자기 역할을 해줬더라면 김경문 감독은 확실하게 [뚝심과 믿음]의 감독이 됐을 것이다.
반면에, 역시 계속되는 부진 속에서도 계속 4번타자로 기용된 이승엽 선수가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도
끝까지 부진했다면, 그래서 게임을 놓쳤더라면 김경문 감독은 똥고집만 있고 대안이 없는 감독이 됐을 것이다.
믿음을 가지고 뚝심있게 지켜본 두 선수 중 한기주는 끝까지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일본전과 쿠바전에서 연이어 터진 이승엽의 홈런 두방으로 김경문 감독은 오명을 벗을 수 있었다.


김관규 감독, 김성근 감독, 김경문 감독, 단지 이 세 사람의 지도자 뿐만이 아니라
모든 지도자들은 대부분 자기나름의 지도철학이 있다.
그리고, 요즘의 지도자들이 변화하는 세태의 흐름을 읽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그런 구태의연한 사고와 가치관으로는 지도자로 존립하기 어려운 시대다.

지도자들은 자기가 맡고있는 팀의 환경과 선수들의 특성에 따라 여러가지 방법 중
가장 적합하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방안을 모색하여 실천할 것이다.
하지만, 성적이라는 결과로 지도능력을 평가받는다.

김관규 감독은 어느 팀을 맡더라도 같은 가치관으로 비슷한 방법을 적용할 것이다.
김성근 감독도, 김경문 감독도 방법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철학과 가치관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똑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선수 능력의 차이일 수도 있고, 지도자의 지도범위를 벗어난 여건의 차이일 수도 있다.


본질이 변하지 않음에도, 결과에 따라 본질이 규정되는게 현실이다.
결과보다 중요한게 과정이라는 말은 너무 순진한 패자의 변명으로 들리는 표현이 되어버렸다.
안타깝지만, 현실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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