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생각한다]
보고 듣고 느끼고/이런생각 저런느낌 2010. 3. 11. 23:56 |2007년 가을.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사건(?)이 일어났다.
검사출신으로 삼성그룹의 법무팀장을 지냈던 김용철 변호사가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도움을 받아 양심고백이라는 방식으로
삼성그룹의 비리에 대해 입을 연 것이다.
정권말기에 삼성특검이 도입될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가졌던 이 사건은,
그러나, 외형상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완패(?)로 정리가 됐다.
그리고, 김용철 변호사나 삼성에 대한 그 많던 말들도 시간의 경과와 함께 잠잠해졌다.
한국 사회와 그 구성원을 이루는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그 결과에 이의가 없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세인의 관심에서 잊혀지며 세월 속에 묻혀가는가 싶었는데,
어느 날, 광고나 소문도 없이 한 권의 책이 서점 진열대에 놓여졌다.
양심고백을 했던 주인공 김용철 변호사가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책을 낸 것이다.
안그래도 그 이후의 일이 궁금했다.
삼성의 모습이야 비록 겉핥기지만 언론을 통해 비춰지고 있지만,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그 후 어떤 생각을 갖고있었는지...
책은 생각보다 두툼했고, 책 값도 평균적인 가격보다 비싼 편이다.
두께만큼 원가가 많이 들었기 때문인지, 아님, 이 정도 가격이라도
구매욕구를 자극할거라 생각했기 때문인지 그것까진 알 길이 없다.
처음 눈길을 끈 것은 제목 바로 밑의 [변호사 김용철 씀]이라는 문구.
표지의 저자명은 이름만 표기하고 내지에 저자 약력에 대해 언급하는게 대개의 경우인데,
굳이 [변호사 김용철] 이라고 표지에 밝힌 속 뜻이 있을 법 하다.
그만큼 책의 내용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이 아닐런지.
사실관계에 대한 법적 책임에 대해 자신있으니 내 말을 믿어달라는...
몇 차례에 걸쳐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이라는 기자회견이 이어지던 당시
세간에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는데, 여론의 흐름은 "김용철은 배신자" 였다.
세인들은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 양심고백의 내용이 부분적으로 옳다고 치더라도,
온갖 호사를 누리며 자신이 몸 담았던 조직을 배신하고 과거의 동료를 헐뜯는 행위는
파렴치한 것으로 낙인 찍어가고 있었다.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제기한 삼성과 일부 검찰의 비리에 대한
삼성특검의 조사 결과와, 이어진 사법부의 판결은 그런 세인들의 생각을 대의로 만들어 주었고,
"이 시대 법과 정의는 재벌권력 앞에 실종됐다" 는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외침은,
있을 수 있는 옥의 티를 침소봉대하여 남을 과하게 무고하다 실패한 사람들의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았다.
[삼성을 생각한다]에는 '정말인가?' 할 정도의 충격적인 내용이 많다.
20년간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으며 삼성에서 생활을 했던 나이기에 그 충격이 더 했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 담겨있는 내용의 진위여부를 논할 생각은 없다.
진위를 판가름할 그 어떤 근거도 나에게 있지않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배신]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
많은 사람들은 김용철 변호사에게 배신을 했다고 비난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책 말미에 배신이라고 일컬어진 본인 행동의 정당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배신의 대상이 된 집단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과 처한 여건에 따라 배신의 의미가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변론과 같았다.
그 부분은 김용철 변호사의 자기 주장이라고 치더라도, 그렇다면 그 외 집단의 배신은 없었는가?
언론과 법과, 지성인이라 일컫는 많은 사람들을 포함한 여론은 정의를 배신하지 않았는지 묻고싶다.
정의라는게 너무 추상적이라면, 혼미한 시대에 언론과 법에 의해 사회질서의 방향성을 찾고자 하는
국민들을 배신한 일은 없는지 묻고싶다.
삼성의 창업자이신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기 기념행사에서 호암의 경영철학 중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건희 회장은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며 "거짓말 없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고 답했다고 한다.
아울러,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고 언급했다고 한다.
한국사회에 가장 영향력있는 리더로서, 그리고 많은 젊은이들에게 닮고싶은 기업인 중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럽지않은 허언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울러, 자부심과 함께 젊음을 삼성에서 보냈던 사람으로서,
삼성에서 열심히 일하는 후배들이 부끄럽지않은 삼성이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런 삼성인들에게 부끄럽지않은 삼성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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