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이 돌아가셨다.

작년 김수한 추기경님의 선종과 함께 법정 스님의 입적은
종교의 유무와 종파를 떠나 많은 이들을 슬프게 한다.

서로 다른 종교를 이해하고 인정하시는 모습을 보여온 두 분의 공통점은 상당히 많지만,
핵심은 허례와 소유에 대해 무심하신 진솔한 평상심이 아닐까.
두 분은 종교 지도자가 아니라 혼탁한 시대 정신의 길잡이셨다. 


법정 스님을 대표하는 단어 [무소유].
스님께서는 이렇게 어렵지않은 잔잔한 말로 잔잔한 감동을 건네주신 분이다.

법정 스님께서는 돌아가시면서 자신의 저서를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한다.
다비식 후 사리를 별도로 추리지 말고 유골과 함께 파쇄하라는 말씀과 더불어 음미해보면,
사바에 당신이 다녀가신 흔적을 남기고싶지 않으셨던 모양이다.
흔적을 남기는 것 조차 소유라고 생각하신건지...


꼭 상업적인 의도가 아니더라도, 추모의 의미를 갖는 법정 스님 저서 기획전이
있겠거니 생각하고 지난 주말 강남교보문고를 들렀다.

그 분의 저서가 몇 권 있긴 하지만, [아름다은 마무리]라는 저서를 구입하기 위함이었는데,
예상 외로 서점에 그런 분위기는 없었다.  하지만, 이유가 있음을 아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거의 모든 책이 이미 남아있지가 않다.
각 저서마다 타 영업점 재고 확인를 해도 마찬가지다.

스님의 저서를 출간한 출판사들도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고 한다.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분의 향기로운 삶과 생각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이유에서라도 출판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출판이 안된다면 희귀성 때문이라도 해적판이 나돌텐데, 정상적인 방법으로 출판을 하여
그 수익은 좋은 의도로 쓰이면 되지않겠는가.

이렇게 조기에 그 분의 저서가 품절되는 현상이 희귀성을 의식한 사재기라고 생각치 않는다.
그만큼 존경받는 삶을 사셨기 때문에 그 분의 정신을 간직하고픈 마음 때문이리라.  

   
서른하나의 나이에 요절한 여류시인 전혜린의 詩句가 생각난다.
"떠나는 뒷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싶다."

참되고 진솔한 삶은 아름다운 뒷 모습을 남긴다는걸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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