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원이 일깨워준 이기적인 생각
보고 듣고 느끼고/이런생각 저런느낌 2010. 5. 21. 01:34 |지연이가 사용하던 휴대폰을 출국하기 전 휴대폰 중고매매사이트에 매물로 내놓았다.
케이스를 교체하는 등 기기 전체에 대한 A/S를 마쳐 나름 수령인에게 폐를 끼치지않으려 노력을 한거 같다.
지연이가 출국하기 전까지 구매에 대한 연락이 없어 연락처를 나로 변경해 놓았는데,
출국하는 날 부산에 산다는 여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하도 온라인거래에 대한 피해사례가 많아
안전거래를 했으면 한다는 제안에, 거래절차가 좀 귀찮아 내 블로그 주소를 알려주니,
믿고 보내겠다며 통장으로 선입금을 시킬테니 택배로 보내달란다.
문제는 택배비. 직거래가 아닌 이상 택배비 부담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거래경험이 많은 사람은 판매물을 올릴 때 아예 택배비 부담원칙을 미리 명기하곤 한다.
"지연이가 택배비 부담에 대해 명기 했나..? 어째야 하나..??"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더니,
집사람이 바로 한마디 한다. "어른인 당신이 부담해야지."
오랜 사회생활로 늘 계약의 원칙에만 매달려 생각하는게 무의식의 버릇이 된 나에게
집사람의 한마디는 정수리에 침을 맞은거 같은 느낌을 주었다.
쪼잔함.. 그랬다. 왜 나는 대범하지 못하고 작은 거에 이리 연연할까...
스스로 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에 그 이야기를 들은 동생이 그런다.
"그건 쪼잔함의 문제가 아니고, 온라인거래의 하이라이트는 택배비를 누가 부담하느냐로 흥정하는건데,
그 재미를 너무 일찍 포기하셨군요.^^" 거래 재미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동생의 말도 일리는 있다.
그런데, 재미로 흥정을 즐기기에는 그 여학생의 목소리가 너무 앳됐다.
휴대폰을 수령한 여학생이 문자가 왔다.
[휴대폰이 완전 새거라서 너무 맘에 듭니다. 택배비까지 부담해주셔서 고맙고요.]
4000원에 이렇게 흐뭇할 수가 있는데 그걸 고민하다니... 에이~ 속알머리하고는...
사람들의 생각은 참 이기적이다. 모든걸 자기중심으로 자기 편한대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 누구와 함께 식사를 했을 경우,
만약 둘이 라면을 먹어 식사비가 5000원이 나왔다면 상대방이 식대를 내더라도 방관할 수 있다.
얼마 안되는 금액이니 그 정도는 상대방이 내더라도 별로 부담될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둘이 좀 비싼 음식을 먹어 비용이 50000원이 나왔다면, 상대방이 식대를 낼 때 방관하고 싶어진다.
금액이 좀 커서 내가 지불하기엔 다소 부담되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얼마 안되면 남에게도 부담이 안된다는 생각에, 금액이 만만치 않으면 내가 부담스럽다는 생각에,
결국 동일한 행동결과를 보이게 되는게 사람들의 일반적인 행동양식이다.
경제력의 차이에 따라 부담되는 금액의 기준은 다를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뻔뻔할 자신이 없다면,
스스로 찜찜한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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