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구호로 본 심리의 양면성
보고 듣고 느끼고/이런생각 저런느낌 2010. 1. 14. 01:41 |"성행위 ~~~"
지난 연말 한 술집.
아마 직장의 송년 회식자리인듯 한데, 한 사람이 일어나 선창을 하자,
함께 한 젊은 여성들까지 웃으며 큰 소리로 "성행위~~" 라고 복창을 한다.
이건 또 뭔소리...???
슬그머니 가장 가까이에 있는 그 집단의 일원에게 의미를 물어보았다.
[성공과 행복을 위하여]라는 해석이 돌아온다. 아하~~ 그런 심오한 뜻이...
어디선가는 [시발조또]라는 건배구호를 본 적이 있다.
점잔빼는 사람이 하기에는 발음과 억양이 좀 어색한 이 구호의 의미는
[시대의 발전과 조국의 또다른 도약을 위하여].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많은 사람들의 내면에는 양면성이란게 있는거 같다.
사회에서 규정하는 모든 도덕적 규범에서 벗어나 인위적으로 억제된 본능을 마음대로 분출하고픈 원초적 욕망과,
남들에게 추앙받고 존경받는 도덕적으로 결함없는 인격체로 돋보이고 싶은 자아실현 욕구.
가끔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비도덕적 행위를 바라보면서,
'저럴 수가..' 하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한편으론 '저도 사람인데...' 하면서,
그동안의 기대를 쉽게 접는 것도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이런 양면성 때문인지 모른다.
재밌는건, 자아실현 욕구와 본능에 대한 억제력은 비례하지만, 본능을 푸는 행위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
자아실현 욕구가 낮은 사람은 원초적 본능에 대한 억제력이 낮고, 본능대로 행함에 있어 남의 눈치를 보지않는 반면,
자아실현 욕구가 강한 사람일수록 본능의 억제력은 강하지만, 그만큼 본능적 행위에 대해서는 비밀스럽다.
사실 그런 현상은 당연한 것이다.
일반인은 남에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쉽게 하고싶은걸 할 수 있지만, 알려진 사람은
하고싶은 많은 부분을 참아야하고, 참아야하는만큼 하더라도 최대한 노출을 꺼려야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일지 몰라도,
개인이나 사회나 평균수준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분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에 따라 인격의 완성도나 성숙도는 다르겠지만, 성인이 아닌 이상 완전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2001년 유럽배낭여행시 3주간 작심하고 욕을 마음껏 하고 다닌 적이 있다.
넥타이를 매고 정장을 하고는 남을 의식하며 언행에 조심해온 20여년을 벗어나,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곳에서 입에서 나오는대로 정제되지않은 원색적인 욕을 마음껏 하다보니,
오히려 정신을 세탁한 기분이 들었다. 일종의 카타르시스라고 할까...
사람들이 다양한, 그러면서도 다소 묘한 늬앙스의 건배구호를 만들어내는 것도,
그런 양면성과 분출욕구의 발로가 아닌가 한다.
일상적인 자리에서 표현하기 객쩍은 구호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크게 외침으로써
흐트러지고픈 본능을 말로나마 미약하게라도 해소하면서, 그럴듯한 의미가 담긴
유머로 포장하여 체면은 지키고자 하는 것.
그래서 사람들은 술 한잔을 걸치고 크게 웃으며 "시발조또" 를 외친다.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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