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에 대한 대략적인 사전지식 없이 영화를 보고 실망스러운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생각지도 못했던 감흥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퍼블릭 에너미]

이 영화에 관심이 갔던건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우리 말로 하면 [공공의 적]이 아닌가.
우리나라에서는 시리즈물로 나와 제법 흥행에도 성공을 한 영화 [공공의 적].
미국판 [공공의 적]인 [퍼블릭 에너미]는 어느 계층이며, 내용은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참 오랜만에 본 갱스터 무비.
1933년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은행강도 존 딜린저의 실화다.

인디애나 주립교도소의 죄수들을 화면 가득 채우며 시작하는 [퍼블릭 에너미]는
첫 화면부터 상당히 섬세하면서도 거친 느낌이 묘하게 어우러진 화질감이 매력적으로 전해진다.

[퍼블릭 에너미]는 갱 영화인 만큼 총격전이 많은데, 이 영화의 총격전 수준은 왠만한 전투영화를 능가해
총 쏘는 재미에 영화를 보는 팬들이라면 아주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2시간 30분 정도의 상영시간은 꽤 긴 시간이다.
이 정도 시간의 영화는 자칫 구성이 흐트러질 경우 지루함을 느끼기 십상인데, 이 영화는 지루하지 않다.
그것은 영화가 무조건 총만 난사하는 단순한 액션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은행을 터는 은행강도와 이를 쫒는 특별수사팀의 행보 중간중간에 삽입된 그 무엇이 있는데,
이것이 영화가 종영된 후 단순히 통쾌한 액션이 아닌, 무언가 감성을 자극한게 있었다는걸 느끼게 한다.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유명한 조니 뎁이 불같으면서도 냉정하고, 한편으론 인간적인 정을 간직한   
전설적인 은행강도 존 딜린저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고 있지만,
그를 쫒는 수사관 크리스챤 베일 (멜빈 퍼비스 역)의 얼음장 같이 냉철한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미국의 강도를 테마로 한 범죄영화는,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서부영화와
1900년대 초기를 무대로 한 갱영화, 그리고 오션즈 일레븐과 같은 현대적 범죄영화 등 
크게 3세대로 나누어지는데, 이는 각각의 특징이 있다.

서부영화는 총잡이들의 총 뽑는 스피드로 승부가 갈리고 그것으로 올드 팬들에게 어필했지만,
요즘 세대들의 기호를 충족시키기에는 뭔가 좀 밋밋하고 단순하다.

2000년대 영화는 범죄에 첨단 장비와 함께 장비를 활용하는 고도의 전문가들이 동원되고
스토리도 상당히 지능적으로 전개되어 현대과학의 진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영화 내용을 따라잡기가 힘들다.

이에 비해 갱영화는 서부영화보다 액션의 스케일이 커 볼거리가 있고,
현대 범죄물보다 범죄도구와 구도가 단순해 이해가 쉽다.

간단히 표현하면, 갱들이 사용하는 총기가 서부영화의 권총이나 장총보다 진일보되어 스케일이 커지고,
범죄방식이 현대범죄물보다 단순 명쾌하여 복잡하게 머리쓰지 않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아울러 적당히 표현되는 지나치지않게 잔혹한 갱들의 보복장면 등이 어느 정도의 자극적인 것에 반응하는
인간의 본성을 적절히 충족시키기도 한다.


너무 뻔한 액션영화에 조금은 신물이 났거나,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이 식상하게 느껴지는 경우,
그리고 뭔가 옛 영화에 대한 향수 같은게 있지만 밋밋한건 싫은 경우
한번 이 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거 같다.

진한 감동이 남거나, 정말 멋지다 라는 후련함은 없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마니아라면 아쉬움은 없을거라 생각한다.



아참...

한국의 공공의 적은 사회 지도층이 배경을 이용하여 범죄행위를 하는 표리부동한 계층을 소재로 한 반면,
미국의 퍼블릭 에너미는 말 그대로 사회 공공기반을 범죄대상으로 하는 집단을 소재로 한게 차이다.



TIP : 송파 장지동에 새로 자리잡은 가든 파이브의 CGV를 처음 찾았는데,
        의자의 배열이나 시설이 영화보기 아주 쾌적하게 되어 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이런 좋은 시설의 영화관이 생겨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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