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보고 듣고 느끼고/영화겉핥기 2009. 5. 12. 16:44 |뱀파이어의 DNA가 한국에 왔다.
한국형 뱀파이어 영화로 개봉 전 부터 화제가 된 [박쥐].
영화를 보기 전 살펴본 관객의 평가는 극에서 극이다.
정말 이렇게 극단적으로 평가가 엇갈리는 영화도 흔치는 않을텐데...
재미난건 그러면서도 예매율 순위가 1위라는 것.
이같은 현상은 아마도 박찬욱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해서 궁금했던건 박찬욱이라는 사람의 정신세계였다.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류의 쟝르에 빠지게 됐을까??
어떤 분야를 불문하고 하드코어라는 쟝르 자체가 일반인의 생각범위를 뛰어넘는 것이긴 하지만,
참 독특하다못해 특이하다는 생각이 점점 든다.
뇌 구조 속에 보통사람과는 다른 특이한 부품이 하나 끼어져있다는 느낌.
신부와 뱀파이어가 공존하는...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신부 상현(송강호)은 임마뉴엘 연구소의 백신개발을 위한 생체실험에 자원한다.
그곳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수혈까지 받았으나 의사의 사망판정이 내려진 상현.
기적적으로 살아나 한국으로 돌아오지만, 사람의 피를 섭취하지 않으면 온몸에 수포가 생기며 견딜 수가 없다.
남아있는 신부로서의 양심과 생존이라는 인간적 본능 사이에서, 그래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않으며
살아남기 위해 상현은 환자와 자살자의 피를 섭취하며 뱀파이어가 된다.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50명의 실험대상자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상현은 기적을 실현한 성자와 같다.
나여사(김해숙)는 암에 걸린 아들 강호(신하균)을 살리고자 상현을 집으로 초대하는데,
상현과 강호는 어릴 적 친구로 가족들과 서로 옛 기억을 들추게 된다.
고아로 어릴 적부터 나여사에 의해 키워져 지금은 강호(신하균)의 처가 된 태주(김옥빈)의 정신세계는 복잡하다.
어릴 적 부터 남의 집 눈치밥을 먹으며 억제되고 눌려온 그녀의 유일한 현실도피 방법은 심야 질주.
태주에 의해 사랑에 빠지게 되고, 태주로 인해 친구인 강호를 살해하게 되는 상현.
마귀가 되더라도 세상을 보고싶은 마음에 초능력을 구현하는 뱀파이어의 인자를 얻고자
상현의 피를 흡입하려는, 자신을 키워준 맹인 신부(박인환)를 온전한 사람으로 지켜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스스로를 저주스럽게 생각한 상현이었지만,
죽어가는 태주를 살리기위해 상현은 자신의 피를 태주에게 먹이게 되고, 결국 태주마저 뱀파이어가 된다.
이후 영화는 선과 악의 경계선에서 끝까지 전직 성직자로서의 최소한의 한계를 지키려는 상현과
뱀파이어 본연의 욕망에 의해 행동하려는 태주와의 갈등과 서로에 대한 애증이 이어진다.
매력적인 두 배우
10년 전에 박찬욱 감독으로 부터 박쥐의 캐스팅을 제안받았다는 송강호.
박찬욱은 이미 10년 전에 송강호를 알아봤다는 얘긴가..
배우를 천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 칭하고, 요즘 배우들은 각기 다른 개성의 다양한 역할들을 표현해내는
능력들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송강호야말로 빼놓을 수 없는 천의 얼굴이 아닌가 싶다.
그가 출연한 영화 모두를 일일히 열거하지 않더라도 살인의 추억, 남극일기, 효자동 이발사, 놈 놈 놈,
밀양 등에서 보여준 그는 마스크를 썼다면 모두 다른 사람일 수 있다.
나는 김옥빈의 영화를 본 기억이 없다. 그저 여고괴담 포스터에서 본 기억이 전부다.
하지만, 스크린에서 처음 접한 김옥빈은 매우 매력있는 배우였다.
청순한 듯 하면서도 음습한 고혹미가 배어나는 묘한 분위기에서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그리고, 김해숙... 요즘 왠만한 TV드라마 어디서나 그녀를 보게되는데, 여기서도 보게될 줄 몰랐다.
주연이 아니더라도 늘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인정을 받게된다는 성공의 표본을 보는거 같아 좋다.
THIRST... 갈증은 끝없는 욕망이다.
왜 [박쥐]가 제목이 됐을까?
아마도 성직자와 뱀파이어의 세계에 걸쳐있다는 상징적 의미.
그리고, 밤에만 활동한다는 특성에서 박쥐를 택하지않았나 싶다.
하지만, 박쥐의 영어 타이틀은 의외로 [THRIST]다.
생각해보니 외국으로 내보낼 때 제목을 [BAT]라고 하는건 내가 생각해도 좀 우스꽝스러울거 같다.
그런 의미에서 [THRIST]는 참 절묘한 타이틀이라 생각한다.
갈증...
완벽한 인간도, 완벽한 뱀파이어도 아닌 생명체의 본성과 생존에 대한 갈증.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욕구에 대한 수많은 이율배반적 갈증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THIRST]만한 제목도 없다.
웃을 수도, 그렇다고 대놓고 혐오할 수도 없는 영화
[박쥐]에는 충격적인 장면이 많이 나온다.
집사람이 그런다. "송곳니가 안나온다 그래서 좀 낫겠거니 했는데, 차라리 송곳니가 낫다."
취향에 따라 잔인함이 느껴지는 장면도 많다.
[박쥐]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다.
[올드보이]를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박쥐]는 분명히 멋진 영화다.
예상치못한 서늘한 전개가 전율을 느낄만큼 감각적으로 와닿는다.
그래서 꼭 봐야할 영화다.
하지만, [올드보이]를 보고 뒷맛이 개운치않았던 사람이라면 [박쥐]는 정말 재미없고 잔인한 영화다.
이야기의 전개가 이해가 안되며 그저 쇼킹한 장면으로만 승부를 걸려한다.
때문에 절대 볼 필요가 없다.
가끔 특정조직이나 집단을 상징하는 배역의 영화에 대해 해당 집단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들어, 의료인과 담당환자와의 불미스러운 관계설정이라든가, 특정 종교집단의 이단적인 설정 등등..
그런 면에서 영화의 소재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천주교계의 아량에 영화팬으로서 고마움을 느낀다.
아참... 사족 하나.
송강호의 성기노출에 대해 여러가지 말들이 많은거 같던데,
분명 성기노출 장면이 나온다. 그것도 희미하거나 은근슬쩍 대충 지나가는게 아니라
정면으로 나온다. 눈으로 식별할만큼의 충분한 시간도 제공한다.
근데... 거시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