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만난 한국청년.. 당당하길...
돌아다니기/2001 유럽배낭여행 2009. 5. 1. 21:29 |[
마지막 날.
서울로 돌아가는 날이다.
마지막 식사를 하기위해 식당으로 내려갔는데 한국청년과 합석을 하게 되었다.
어제 도착을 했다는데 유학을 위한 어학연수차 나왔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니 나이는 29세. 군복무를 마치고 개인사업을 하다가 왔는데,.
독일어는 잘 하느냐 물으니 8개월간 문법공부를 하다 왔고, 경영학을 전공하려 한단다.
물론 학비가 무료라는 말에 독일을 택한 것인데,
글쎄… 그 나이에 문법 8개월 해서 경영학을 전공하기 위해 유학을 온다는게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지 의구심이 든다.
또한 대화 도중 표정이나 말투에서 전해오는 느낌상 잘 버텨낼 수 있을지도 궁금하고.
또 하나, 이왕 나오려면 연말연시나 지나고 나오던가 하지,
왜 하필이면 크리스마스 직전에 나와 스스로 썰렁함과 외로움을 자초하는지.
하긴.. 어학과정 일정 등 내가 감안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으니 그걸 내가 지적하는건 바람직스럽지 않다.
어제 도착해 전철표 끊는 법도 몰라 배낭여행온 17세 고등학생 뒤를 쫓아다녔다는 순한 표정의 그 청년이
빵이랑 치즈 햄 등을 잔뜩 가져와 아침을 먹으며 한 말이 마음을 심란하게 한다.
“물가가 엄청 비싼거 같더라구요. 제가 원래 아침을 잘 안먹는데 여기는 어차피 무료제공이니까 많이 먹고 나가려구요.”
그저 “하던 일이 있었다니 너무 조급하고 답답하게 생각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보고 안되면
젊을 때 좋은 경험 쌓고 돌아가서 하던 일 한다는 기분으로 건강하게 지내라.” 는 말 밖에 달리 해줄 말이 없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한가지 확실하게 각인되어진게 있다.
나 자신의 신분!
처음 나폴리에서 캐나다 유학생 최건을 만났을 때 이 친구가 “아저씨~ 아저씨~~” 할 때만 해도
‘아직 학생이니까 나이차가 많아서 그렇게 부르는구나.’ 그랬는데,
그 뒤로 만나는 한국 배낭족마다 나에 대한 호칭은 “아저씨”다.
조직생활을 하며 직급으로만 호칭되다 처음 아저씨라는 호칭을 들을 땐 이상하고 어색하더니,
이제 이 호칭이 나의 가장 확실한 신분임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래도 아저씨일 때 더 다녀야 하는데… 할아버지 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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