쾔른역까지 바래다준 김동욱선배의 배웅을 받으며 프랑크푸르트行 기차에 올랐다.
참... 배낭여행을 계획하면서도 동욱兄을 만날거란 생각은 꿈에도 못했는데...
작별이 많이 아쉽다.  또 언제나 보려나...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의 공업도시다.
그래서인지 역에서 내려 대충 둘러봐도 여지껏 보아온 유럽의 도시와는 좀 다르다.
뭐랄까..  별 감흥이 없다고 해야하나...  그냥 사방이 서울에서도 많이 보아온 회색빛 건물들.

지하철을 타려 티켓을 뽑는데, 여기도 이미 유로동전을 사용하는 티켓 자동판매기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하긴 도입이 낼모레니...


유스호스텔 체크인 후 여장을 풀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저녁을 먹기위하여 
유스호스텔 뒷골목에 있는 식당을 찾았다. 

Choi가 우리 식으로 돼지족발 같은걸 시켰는데, 이게 형태는 족발과 비슷한데
음식의 색이나 맛이 우리 족발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우리 족발이 좀 진한 색이고 어딘지 보기에도 좀 질긴 느낌이 든다면,
얘네들꺼는 색도 허여멀건하고 부드럽게 보이는게 마치 영계백숙 같다.
초이가 권해 몇점 집어먹는데 그렇게 연할 수가 없다.

그리고 결정적인 차이는 냄새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어떤 방식으로 찌는건지 삶는건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냄새가 없고 고기가 그렇게 연할 수가 없다.
돼지고기 중에서도 특히 족발을 별로 좋아하지않는 나로서도 손이 간다.


마지막 저녁을 먹고 유스호스텔로 돌아와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보이는 모습이 딱 독일풍이다.
프론트 앞에 7~8명이 맥주병 혹은 맥주캔을 들고서서 마시고 떠드는데,
이건 일하는 놈이나 묵으러 온 놈이나 똑같다. 누가 직원이고 누가 투숙객인지...
같이 프론트 앞에 빙 둘러서서 맥주마시고 담배피우며 얘기들을 나누느라 정신이 없다.
그나마 여긴 맥주마실 때 컵을 사용하지않으니 좀 낫다.
컵을 사용하며 남이 사용했던 컵을 물에 한번 담갔다가 꺼내 또 사용하는건 이상하더만.

한편에선 젊은 (젊다기보다 내 눈엔 새파랗게 어린) 여자아이들이 담배를 피우며 얘기중인데
50이 훨씬 넘어보이는 사람과 같이 담배를 입에 물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유럽을 돌며 여자들 담배피우는 모습을 수도 없이 보아 별 이상할 것도 없지만, 독일은 특히 연령층이 더 낮은거 같다.
15세정도의 여자아이들이 담배를물고 거리를 다니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room에 들어와 세면을 하는데, 햐~~ 이거 또 희한하네...
수도꼭지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찬물로 틀어놓으면 물이 계속 나오는데,
온수쪽으로 레바를 돌리면 한 10초 나오다 끊어지고, 다시 누르면 또 10초쯤 나오다 끊어진다.
절약하는 아이디어도 가지가지다.  2차대전 후 전쟁으로 피폐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독일인들은 담배를 피울 때도 열사람이 모여야 성냥개비 하나에 불을 붙였다더니,
이런 것에서도 독일인의 근검절약이 배어있는 모양이다.


이제 이번 배낭여행의 모든 일정이 사실상 모두 마무리됐다.

프랑크푸르트는 처음부터 이번 배낭여행 대상이 아니었다.  
단지 유럽에 들어가는 왕복항공권을 예매하다보니 암스테르담을 경유하는 [인천 - 프랑크푸르트]가
일정과 가격이 가장 무난하게 맞아 이 노선을 예매하여, 유럽에 들어갈 때는 암스테르담에서 내리고
유럽에서 나올 때는 독일을 마지막 방문국으로 하여 프랑크푸르트에서 나오도록 일정을 잡은 것이다.
재밌는 것은, 암스테르담을 경유하여 프랑크푸르트까지 운항되는 이 여객기의 노선이 
독일 항공사의 노선이 아니라 네덜란드 항공사의 노선이라는 점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프랑크푸르트에 하루정도 일찍 들어와 시내를 둘러볼 시간이 있었을텐데,
예정에 없던 쾔른을 들렀다 오느라 그럴 여유가 없다.
내일 오전 10시까지 공항으로 나가 암스테르담을 거쳐 인천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오늘밤은 피곤해도 쉽게 잠이 올거같지 않다.
이제 이 글을 쓰는 노트를 닫고 누워도, 눈을 감고 있어도, 그동안 보았던 것들이 어른거리고
겪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스쳐지나갈거 같다.

그래.. 어차피 내일은 비행기 속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할텐데 그때 자도 충분하지..
억지로 잠을 청하기보다 밀려오는 잔상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맞고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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