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 마음가는대로 하면되지...
보고 듣고 느끼고/이런생각 저런느낌 2009. 4. 17. 18:43 |- ** 상가에 갈거야?
> 난 어제 다녀왔어.
- 그래..? ... 얼마를 해야돼냐...??
> 넌 **하고 평소 자주 접하는 사이는 아니잖아. 그럼 5만원만 하면되지 뭐..
- 그러면 될까.. 근데.. 또 좀 그래서...
> 야~ 요즘 경조사 시즌이다.
개인별 친분에 따라 형편되는대로 해야지, 어떻게 하나같이 다 똑같이 챙겨...
물론 여유가 있으면 두루두루 넉넉하게 챙기면 좋겠지만, 그게 안되면 할 수 없잖아.
마음가는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 안들게 챙기려면 마음 덜 가는 사람에게 신경 덜 쓸 수 밖에...
5만원 하자니 하고도 좀 미안한거 같고, 10만원 하기는 부담스러우면 아예 안가는 방법도 있지.
연락 못 받을 수도 있지 뭐. 더구나 **가 너 안왔다고 챙기는 관계도 아니라면.
- 그렇지?? 알았어. 5만원만 하지 뭐.
얼마전 친구와 나눈 대화다.
나이가 들면서 살아오며 맺은 인연들과 관련된 경조사가 점점 많아진다.
그리고 경조사의 종류에 따른 빈도도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는 아무래도 친구 동료들의 결혼식과 자녀들의 돌잔치가 주를 이룬다.
3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는 후배들의 결혼식이 많아지고, 문상갈 일이 늘어난다.
그런데, 40대가 되면 그 폭이 급격히 넓어진다.
특히, 사회생활을 어떤 곳에서 하느냐에 따라 차가 커진다.
회사 안밖의 교류가 활발한 대기업에 다니는 경우
사회경력이 쌓인만큼 데리고있던 직원들의 수도 늘어나고, 모셨던 상사의 수도 늘어나고,
거기에 사회활동을 하면서 알게된 인맥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데,
여기에 기존의 동창이나 친구들은 기본으로 깔리는 수요다.
이렇게 챙겨야할 대상이 다양해진만큼 경조사의 종류도 총동원된다.
본인결혼에 자녀결혼, 아이 돌에 부모님 수연, 그리고 상(喪) - 이것도 부모는 물론 장인 장모상 - 까지.
경조사의 종류별 빈도수로만 보면 어쩌면 이 시기가 챙겨야할 경조사의 절정인지도 모른다.
직장생활을 마치고 50대로 접어드니 일단 종류는 좀 줄어드는거 같다.
특히 직장을 그만두니 후배들의 결혼식은 이제 없다.
후배들 뿐만이 아니라 신규 인맥의 창출도 거의 없고, 돌잔치나 부모님 수연 등도 거의 없다.
대신 부모상과 처가상이 느는데, 앞으로는 자녀결혼이 이제 주종목(?)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보면 앞으로 경조사의 빈도는 줄어들거 같은데,
하지만 빈도의 감소에 비례해 비용부담까지 주는건 아닌게 문제다.
나이가 문제인 것이다.
나이가 주는 문제는 두가지다.
하나는, 나이가 들면서 체면이라는 골치꺼리가 생긴다.
여기에는 화폐가치 변동에 따른 경조비금액도 한몫한다.
우리 나이에 3만원 경조비는 이미 경조비로서의 가치(?)를 잃은지 오래고, 5만원도 애매하다.
왠만한 경조사에 10만원 미만은 경조비를 내면서도 왠지 어색해지는 이상한 현실이 되어버렸다.
이런 현상이 더 큰 부담으로 와닿는 이유는 나이가 주는 두번째 문제 때문이다.
한국의 일반적인 사회구조상 50대 중반이면 소득기반을 상실하게 된다.
사업이나 자영업을 하던 사람이 아닌 직장인은 50대 중반이면 대부분 이직을 하게되는데,
그 이후 그 나이에 뚜렷한 소득기반을 만들기가 쉽지않은게 현실이다.
반면에 피하기 힘든 마지막 지출을 생각해야 한다. 자녀들의 교육비와 결혼비용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경조비는 개인의 형편에 따라 엄청난 부담일 수 있다.
경조비의 부담때문에 마음이 가는 사람의 경조사에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경조비라는 개념이 큰 일을 치루는 이웃의 부담을 십시일반 조금씩 덜어준다는
상부상조의 개념에서 시작되었을텐데, 지금은 그런 아름다운 의미는 사라지고
체면치례, 신분과시, 심지어는 뇌물증여의 수단으로 까지 변질된거 같아 안타깝다.
여유가 많은 사람이 형식적으로 내는 10만원과,
여유가 없는 사람이 꼭 챙겨야한다고 생각하고 마련한 3만원 중
어느게 더 축복의 가치가 있을까?
그런데, 결혼식장이 일류호텔이라는 말에 3만원을 마련한 사람은 결혼식에 가질 못했다.
차마 밥값도 안되는 걸 내는게 민망해서였다는 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씁쓸했던 적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주위에 많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경조비에 대한 부담 때문에 축하하고 기리는 자리에 차마 함께 하지 못한다는건 참 슬픈 일이다.
가까운 후배와 경조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들려준 얘기가 있다.
경조비 금액..?? 난 그런거 별로 신경 안써.
내 경제형편에 맞춰 내 마음 가는대로 해.
어떻게 그냥 알고지내는 모든 사람한테 똑같이 신경을 써?
10만원 해야할 사람이면 10만원 하고, 5만원 해야할 사람이면 5만원만 하면 되고,
5만원 하기가 찝찝한거 같은데 10만원은 아닌거 같다 싶으면 아예 가질 않고.
이것도 저것도 마음이 편치 않으면 아예 안하면 되잖아.
내 마음이 편치 않고 갈등을 할 정도의 대상이라면 내 마음 속 깊히 있는 사람은 아니니까.
오랫동안 서로 소식도 없다가 갑자기 청첩이 오는 경우도 있잖아.
그런 경우에도 마음가는대로 해. 똑같이 소식이 없었지만 마음이 가는 사람은 꼭 찾아가고
얄미운 사람은 안가고. 그건 자기 맘이 알잖아.
그동안 서로 연락끊고 살아온 사람에게 체면 생각하며 고민할게 뭐있어.
그동안 보지않고 살았으면 앞으로도 안보고 서로 잘 살텐데.
반면에 그동안은 연락이 안됐지만 예전에 받은 정이 있다고 생각되거나
앞으로라도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런 기회에 다시 연을 이으면 되는거고.
가끔은 이런 적도 있었어.
결혼식이나 상가에 경조금없이 다녀온 적도 있어.
특별히 가까운 것도 아니고 꼭 가봐야할 대상도 아닌데, 가만있자니 왠지 마음이 허해지는 경우가 있더라구.
나도 스스로 이해하기 좀 힘든 묘한 감정인데, 하여간 그럴때 그냥 다녀온 적이 있지.
나중에 그 사람이 장부 챙기면서 나를 욕하면 그건 그 사람 맘이니 할 수 없는거고.
내가 이렇게 마음가는대로 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근거가 뭔지 알아?
나는 아직 부모님 모두 살아계시잖아. 그리고 아이들도 아직 결혼 안했고.
그러니까 우스운 얘기지만 나는 후불이니까 맘대로 하는거야.
내가 5만원 낸게 적었다싶으면 나중에 지도 5만원만 내면 되는거고,
내가 그냥 간게 서운하면 너도 나중에 그냥 맨손으로 오면 된다는거지. 안와도 되고.
내가 먼저 한 짓이 있으니 상대방이 같은 행동을 해도 내가 서운하지도 않을거고.
그렇게 생각하면 맘 편해.
내 마음가는대로 5만원만 할 데는 5만원만 하고, 가고싶지않은 곳은 안가고,
그렇게 의미없이 체면치레 때문에 형식적으로 내는 그런 돈 모아서
꼭 내가 마음을 두텁게 전해야 할 대상에겐 조금 과할 정도로 마음을 표했었고.
그보다 더 먼저 필요한건,
전단지 뿌리듯 청첩장 살포하는거... 이거 하지말아야지. 엄청난 민폐거든.
안보내면 서운하다는 사람 있지? 과연 그럴까??
반 이상은 오히려 속으로 고맙게 생각할걸.
진짜 서운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청첩장 보내기 전에 이미 혼사가 있다는걸 알 정도로 가까운 사이일거야.
예를들어, 내가 너 모르게 감쪽같이 아이들 결혼시킬 수 있겠어?
서로 평상시 얘기하다보면 다 알게되는건데.
그리고 정말 서운할 정도로 가까운 사람이라면 나중에라도 아이들 뭐라도 해주라고 마음의 표시를 한다.
나같으면 그럴거 같아. 네 아이들 결혼했다는 얘기를 뒤늦게 알게된다면 나중에라도 어떤 형태로든
마음을 전할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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