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en에서 만난 안쓰런 동포청년...
돌아다니기/2001 유럽배낭여행 2008. 6. 16. 07:29 |금강산도 식후경.
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
이런 표현이 아니더라도, 추운데 객지나와서 굶으면서 다닐 수는 없지.
관광에 몰입하고 탄력을 받으면 먹는 시간도 아깝고 배고픈줄도 모르는데,
날이 추운데 시장끼가 느껴지니 안먹으면 괜히 서글플거 같다.
유스호스텔 근처의 식당에 들어가 메뉴를 보니 'Schnitzel' 이란게 있는데, 앞에 붙는 접두사가 여럿이다.
마치 우리의 불고기덮밥, 유부덮밥... 하는 식이다. 뭐가뭔지 알 수가 없으니 셋이서 골고루 하나씩 주문.
이런 식이다.
밥까지 주는거, 샐러드가 강조된거, 딸랑 고기만 나오는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Wiemer Schnitzel' 이 가장 익숙할거 같다. 돈까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저녁을 먹고 Y.H에 들어와 언뜻 TV를 보니 축구화면이 나오는데, 빨간 상의와 푸른색 하의가 보인다.
'야~~ 여기도 우리와 비슷한 유니폼을 입는구나...' 생각하는 순간 화면이 클로즈업 되면서
낯익는 얼굴이 보이는데 히딩크감독 얼굴이 보인다.
TV를 보고있던 사람에게 '우리 팀이다.' 그랬더니, '한국이냐?' 고 물으며 미국과 경기를 했단다.
어디가 이겼느냐고 물으니, 그건 자기도 모르겠다고.
오스트리아 Wien에서 히딩크 얼굴을 보니 그것도 반갑네...
숙소에 들어오니 우리 방에 새로운 여행객이 들었다. 뜻밖에도 한국청년이다.
나폴리에 이어 한방에서 한국청년과 함께 하는게 두번째인데, 이 친구... 행색이 좀 특이하다.
소지품이 치솔과 치약을 담은 비닐봉투와 침낭 뿐이다. 배낭도 없고 침낭만 들고 다니는 여행이라니...
사연을 들어보니 브뤼셀역에서 한시간 정도 깜빡 잠이 들었다 깨어나니 배낭이 없더란다.
잠이 든 사이에 누군가가 배낭을 집어간 것이다. 그래서 침낭 하나만 남았다.
군복무를 마치고 나온 여행 초기에 당한 일이니 얼마나 황당하고 답답하겠는가.
여행다니며 시계, 카메라 등을 잃어버렸다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태리 로마노광장이 어떻고, 스페인이 어떻고... 또 쿠셋안에서 어쩌고 그런다.
왜들 그리 당할까?? 우린 운이 좋은건지... 아님, 우리가 그렇게 없어보이나???
그런데, 이 친구가 행동과 생각이 좀 특이하다.
갈아입을게 전혀 없어, 숙소에 들어오면 남들이 다 잠든 후에 샤워를 하고 속옷과 양말을 빨아
방안의 스팀 위에 널어놓고 알몸으로 침낭에 들어가 잔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남들이 방을 비웠을 때 일어나 밤새 마른 속옷을 입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물어보니 신용카드는 가지고 있던데, 그 상황이라면 작은 배낭이라도 장만해서
일단 꼭 필요한 필수품은 구매를 해야하는거 아닌가...
더구나 여행일정이 아직 많이 남았던데.
여러모로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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