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벤과 케른트너거리를 이리저리 발길 닿는 대로 걷다보니 도심을 빠져 나오게 된다.
그리고 보이는 江.  서울의 한강과 같은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도나우강이다. 



푸른 도나우강의 월츠...
이런 낭만을 기대하고 찾은 도나우강은 매우 평범한 강이다.  물도 상당히 탁하고...   
설레임을 안고 한국에서 찾아온 배낭족에게 도나우강은 실망만을 안겨주었다.
Luzern의 맑고 투명한 강물이 생각난다.


지하철을 타고 다음 목적지인 쉔부른궁전으로 향했다.

합스부르크왕가의 여름궁전이라는 쉔부른궁전은 입구부터 이 궁전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왕의 상징인 독수리상이 올려진 하얀 기둥을 양 옆으로 세운 정문을 지나니 거대한 궁전이 모습을 보인다.



저 큰 궁전의 수 많은 창문들...  저게 다 방이라는 얘긴데, 그 시절에 저 많은 방들은 대체 무슨 용도로 쓰였을까?

빈( Wien) 시내에 구왕궁에 신왕궁까지 있었으니 저곳에 새로운 정부조직이 있을 이유도 없고,
기록에 의하면 마리아 테레지아의 딸인 마리아 앙뜨와네뜨가 15세 까지 이 곳에서 살았다는데,
저 많은 방들을 침실이나 거실, 혹은 집무실로 사용했을 리도 없고, 연회장을 만들고,
시종장의 비서에 비서, 궁녀들을 포함한 식솔들이 하나씩 차지한다 해도... 
아이구~~  누가 어디있는지 찾아 다니는 것도 일이겠다.




쉔부른궁전 뒤 편 광장같이 넓은 쉔부른정원 끝의 분수와 분수 뒤에 보이는 글로리에테.

사진 오른 쪽 끝의 초이가 그 장대함에 넋을 잃고있다.



[쉔부른]의 의미가 [아름다운 분수]라는데, 
지금은 겨울이라 분수의 아름다움을 볼 수가 없어 아쉽지만 그 자태 만으로도 아름답다.




그리스 신전의 느낌을 주는 글로리에테.

女帝 마리아 테레지아가 프로이센 전쟁의 승리를 축하하고 전쟁 전몰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1757년에 세웠다는데,
어린 딸을 위한 쉔부른궁전과 이것만 보더라도 여자가 엄청 스케일이 컸나보다.

사실 이 정도면 둘 중의 하나다.  스케일이 크거나, 아님, 엄청 허영심이 많거나...
하지만 허영심만으로 거대 제국을 융성하게 통치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고,
그녀의 동상을 보더라도 추앙받을만한 리더십이 있었음은 분명한 거 같다.

겨울이라 물이 얼은 커다란 연못을 두고있는 글로리에테는 지금은 카페로 이용되고 있으며, 공연도 하는 모양이다.
오후 4시가 채 안됐음에도 벌써 조명을 받은 모습에서 전성기의 영광이 보이는 듯 하다.




글로리에테에서 내려다본 쉔부른정원.

이 궁전 안에 동물원도 있고 온실도 있다는데, 동물원은 저 정원 왼 편에 있는 거 같다.
하지만 해가 짧아 돌아볼 시간이 없어 패스.  

쉔부른궁전은 프랑스의 베르사이유궁전을 모델로 하여 17년 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만들었다고 하는데,
1994년도에 본 베르사이유궁전의 정원에 비하여 전혀 손색이 없는 것 같다. 
입구에서 받은 팜플렛의 사진을 보니 곳곳에 꽃들이 만발한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아마 봄이나 여름의 모습인거 같은데, 겨울이라 좀 썰렁하긴 하지만 반면에 웅장한 맛이 있다.



작년 12월에 중단됐던 유럽배낭여행기.
내가 무슨 성가족성당을 짓는 것도 아니고, 2001년에 다녀온 여행기를 7년이 지나도록 완결을 못짓고 있다.
작년 12월 갑자기 글쓰기가 귀찮아지면서 여행기를 올리는 거조차 짜증이 나 중단하고 말았는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뭔가가 계속 찜찜하다.  마치 화장실에 들어가 정리를 못하고 나온 것만 같은...

문득 그때 여행수첩을 다시 집어드니 스스로 죄의식이 느껴진다.
이제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독일이 남았는데 어떻게든 마무리를 해야할거 아닌가...
하지만, 그 자체도 양이 많아 생각만으로도 지치는 거 같고, 그렇다고 대충 얼렁뚱땅 넘어가긴 싫고...
에이~~~  왜 이건 시작해 가지고...  여행을 다닐 때 마다 메모하는 습관이 이럴 땐 지겹다.

어쨌든 매듭을 짓자.  
모르는 분들은 아마 내가 최근 여행을 다녀온 걸로 생각하실텐데,
사기를 치는거 같아 죄송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다.

이미 7년전의 이야기라 정보로서의 가치도 전혀 없는 것이지만,
내 생활의 묵은 기록을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다시 이어 본다.
금년 안에 끝낼 수 있으려나...   쉬엄쉬엄 느긋하게 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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