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체른 역.


배낭여행을 하면서 새로 생긴 습관이 하나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어디든 먹는 곳엘 들어가면 맥주를 마신다는거다.
서울에서는 낮에 어디 들어가 맥주를 파는데도 별로 없고, 시키기도 어색하지만,
여기서는 언제 어디서든 맥주다.

아침에 햄버거와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맥주를 마시기 시작해, 하루에 서너차례 마실 때도 있다.
맥주값이 싸기도 하지만, 자리 차지하고 앉아 시간 끌기에 맥주만한 것이 없다.
커피는 오래 버티기가 미안하다.  눈치를 주는건 아니지만, 작은 잔 홀짝거리고 나면 우리가 심심하다.

맥주의 종류도 다양해 일부러 매일같이 다른 브랜드를 마시고 있는데,
여지껏 몇 종류를 마셨는지, 하도 많아 셀 수가 없다. 

지금도 Zurich 가는 기차를 두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Luzern역 지하 bar에서 둘이서 맥주 한 병만 시켜놓고 홀짝거리고 있다.
왜??   돈이 부족해서다.
스위스프랑이 20CFr 정도 밖에 안남았는데, 이건 Zurich에서 Wien으로 가는 야간열차를 기다리며
저녁식사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좀 불쌍한가...


어쨌든 그래도 나는 이렇게 기록이라도 하고 있지..  맞은 편의 초이는 멍하니 앉아 있다. 
가끔 눈을 깜빡이기도 하고, 이리저리 눈을 굴리기도 하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걸까??

숙소에서 내가 하루를 정리하며 기록을 할 때 초이는 먼저 잠을 자지만,
이렇게 기다리는 시간이나 열차 이동 중에는 초이는 혼자 뭔가를 골똘히 생각한다.
그러다 가끔 내게 말을 건네곤 하는데, 아마도 내가 기록하는걸 방해하고 싶지않아서 일게다.
사실 초이가 자는 모습을 보면 괜히 내가 잠을 손해보는 기분이기도 한데, 
어쩌겠는가...  내 스스로 하는 짓인걸.


참!!  스위스에서도 애완견을 데리고 다니는걸 자주 보는데, 길에 개똥은 없다.
문화의식의 수준차인가... 싶었는데, 한번은 지나가다 보니 개가 변을 보는데, 잔디로 끌고 간다.
이런 젠장...   스위스에서는 잔디를 조심하자.

전반적인 느낌이 스위스는 참 깨끗하고 깔끔하고, 단아한 나라다.
간단하면서도 깜찍하고 예쁘다.
사람들도 친절하다.

스위스를 몇번째 오지만, 올 때마다 다른 입구로 들어와 다른 경로를 거쳐 다른 출구로 나가게된다.
그러니 늘 새롭다.


대체 이 나라를 제대로 보려면 코스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거야??? 





루체른성의 외곽인데, 이것도 끝이 뾰족하다.



 

루체른 성벽의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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