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있으니 건축에 대해 한마디.

유럽의 유적지 건축물을 우리 것과 비교하며 부러운 것은  건축물의 수명이 길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았다.

얘네들은 모든 건축이 석조(石造)이기 때문에, 2층, 3층으로 웅장하게 만들고 수명도 오래 가는데,
우리 건축물은  목조(木造)이다 보니 하중等의 한계로 대부분 단층이라 폼이 안나고,
그나마 재질의 특성상 오래 버티기도 힘들다.




게다가, 우리는 건축물만 있을 뿐, 건축가가 없다.
무량수전, 석굴암, 남대문 等 분명 누군가는 설계를 했을텐데,
역사 어디에도 남아있는 이름이 없다.

천민중에 그저 솜씨좋은 목수, 목공으로 스쳐갔으려니 생각하니
무명의 위대한 예술가의 生이 안타깝기만 하다.


또하나... 전에도 느낀거지만, 백성을 피곤하게 만든 폭군들도 스케일이 다른거 같다.

프랑스의 나폴레옹, 로마의 수많은 황제, 심지어 중국의 진시황 들은 폭군, 독재자였지만,
독재를 하며 백성들을 몰아쳐 거대한 문화유산이라도 남겼다. 
가혹한 노역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等 당시 백성들이야 정말 죽을 맛이었겠지만,
어쨌든 지금 후손들은 그 댓가로 엄청난 관광자원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방법이 정당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의자왕, 광해군, 연산군과 비교된다는 얘기다.
그 양반들도 주지육림만 할게 아니라, 이왕 백성들 피곤하게 할바에야 작품이나 하나 남겨 놓으시지...
남북통일에 되면 김일성 덕에 북쪽엔 뭐좀 볼만한게 있을라나...

초이도 그 부분을 계속 분개한다.
'문화관광부는 뭐하나...  이런데 연수좀 보내지.   하긴, 국회의원들, 정치하는 놈들이 엄한데다 돈쓰고 있으니...'
하며, 개탄을 금치 못한다.

퐁피두 대통령이 루부르박물관 개증축을 재임시 최대 업적으로 자랑한다는데,
우리 대통령들은...  말해 뭐하나...  있는거 부수기 바쁜데...
민족의 자존심... 운운... 하면서. 


초이는 건물의 역사와 토지사용, 樹木들에 관심이 많다.

넓은 토지, 과수원, 밭 等을 보면, '우리나라 농업은 망하겠다.  아니.. 망했다.' 고 걱정이고,
하도 웅장한 유적이 많으니까, 그중 약간 어중간한걸 보면,
'저거라도 남산에 갖다놓으면 좋을텐데...  남산에 땅 안주면 서산 우리 땅에라도...' 한다. 
여행을 다니며 새삼 느껴지는게 많은 모양이다.


여행 13일째인데, 아직 초이와 특별한 트러블이 없다.  '특별한' 이 아니라 전혀 없다.

한국을 떠나 첫 유스호스텔에 들었을 때,
샤워를 하고 나와 초이가 내 침대에 시트와 담요를 깔고 있는걸 보고 깜짝놀라 나무란 적이 있었다.
'얼마 전까지는 직장에서의 상하관계였지만, 지금은 동등한 동반자로 여행을 온거 아니냐...
 네가 그렇게 해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행동을 기대하게 되고,
 너도 처음엔 선의로 하지만 하다보면 짜증이 날거다.  그럼 서로 불편해져.
 각자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는게 편해.' 

나도 초이 의견을 수용하고 가급적 양보하려 노력하지만,
나보다도 초이가 더 나의 의견을 수용해주고 많이 양보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고마운 친구다.

이런 동반자를 만나 것도 장기간 여행을 하는 나에겐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러고보니 이런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이해해준 집사람이 제일 고맙다.
집사람이 이해를 못해주면 36일간의 여행은 절대 불가능한게 아닌가. 


Marceille 에서 내려 Nice 로 가는 TGV 에서  한국청년을 만났는데,
니스에 내려 물어보니 50일 예정이란다.
그런데도 배낭 크기가 우리 반 밖에 안된다.  우린 완전 쪽 이다.  열받네...

처음 경험하는 장기간여행이고,  또 계절도 겨울이라 이것저것 챙기다보니 부피가 엄청 커졌는데,
한번 더 하게되면 나도 반으로 줄일 수 있을거 같다.  

근데...  그 친구는 뭐하는 사람일까??  취업재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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